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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잡담 : 키누가사 쇼고와 유성 월드 액터

* 리뷰는 아니지만 어쨌든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 리뷰의 경우, 그렇게 쓸 말이 많지 않기도 하고
길게 분석하면 글이 지루할 것 같아서 할 말을 일부러 아끼는 편입니다.
일단 옛날에 플레이한 게임이라도 리뷰 내용을 생각하기 전에 한 번은 플레이 해봅니다.
그리고 게임을 전부 플레이하고도 리뷰 쓸 내용이 없어서 버리는 게임도 많습니다.
그냥 짧은 리뷰라도 제가 준비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편입니다.

다시 말해,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이번 주는 리뷰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을 먼저 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정식 리뷰가 아니라 그냥 잡담입니다.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새벽의 호위>시리즈, <레미니센스>시리즈 등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던
키누가사 쇼고에 대한 이야기를 대충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그가 시나리오를 작업한 <유성 월드 액터>에 실망을 하기도 했고요.

리뷰는 아닙니다. <새벽의 호위>나 <레미니센스>에 대해서는
언젠가 진짜로 리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른 밀린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2008년도에 나온 <새벽의 호위>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이유는 그 때 당시 니코니코 동화에서
'만들다 만 에로게 순위'라는 영상을 보았는데
<새벽의 호위>가 2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위는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이었습니다.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만들다 만 에로게 2등씩이나 차지한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진 저는 직접 플레이하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화려한 그래픽, 잘 만든 캐릭터, 탁월한 개그.
도저히 만들다 말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게임이었던 거죠.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공략 캐릭터로 니카이도 레이카를 선택했습니다.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제 반응은 이랬습니다.
'어? 어어? 어어어?'
스토리의 절정, 결말 부분이 당황 세 번 하는 동안 순식간에 지나간 것입니다.

정말 당혹스러웠죠.
무리한 복선을 깔았던 것도 아니고, 적당히 반전도 있었습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풀어나갔으면 충분히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었는데
마치 드라마 조기 종영하듯이 순식간에 끝나 버렸습니다.

더 어이가 없었던 점은 팬디스크인 <새벽의 호위 ~프린시펄들의 휴일~>,
후속작 격인 <새벽의 호위 ~죄깊은 종말론~>마저
똑같았다는 것입니다.
처음만큼의 당황스러움은 없었지만, '이것들이 진짜...'하고 짜증은 났습니다.

그래도 <새벽의 호위>시리즈는 나름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 만든 게임이 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컸지만요.



그 다음 키누가사 쇼고가 스토리 작업한 게임은 <레미니센스>입니다.
이 게임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반전도 있었고요.

다만, 이 게임 역시 용두사미였습니다.
일례로 모 캐릭터 루트같은 경우는 진짜로 제가
'이제부터 재미있어지겠다.'라고 생각한 순간에 엔딩곡이 흘러 나왔습니다.
당혹스러웠죠.

게다가 <레미니센스> 또한, 후속작마저 용두사미였습니다.



올해 7월에 발매된 키누가사 쇼고 스토리의 <유성 월드 액터>입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적당히 기대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플레이 후에 이 작가에게는 반성같은 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다시 한 번, 용두사미였습니다.

제 지인은 '어차피 결말은 기대 안 하지 않았냐. 충분히 좋은 게임이다'라고 평가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가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었던 건 <레미니센스>까지였습니다.
이렇게 명백한 단점이 반복되는 건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게다가, 결말을 제외해도 스토리 그 자체가 이전에 비해 퇴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능력자 배틀물은 이제는 꽤나 식상해진 장르입니다.
<유성 월드 액터>에는 다양한 능력이 등장했지만
특별히 참신한 능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밸런스 붕괴급의 사기 능력들이 등장했고,
저 능력자를 대체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까를 게이머들에게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안 쓰러뜨립니다.
이래서야, 능력자 배틀이 아닌 이능력 전시회입니다.

요소요소마다 중요하게 활용되는 조력자의 능력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으로
스토리의 완성도를 붕괴시켰습니다.

최후의 엔딩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않은 열린 결말이었습니다.
작가가 '이럴 줄 알고 있었잖아'하고 게이머를 조롱하는
메시지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다소 키누가사 쇼고라는 시나리오 라이터를 까는 흐름으로
글을 적었지만 <새벽의 호위>에도 <레미니센스>에도 <유성 월드 액터>에도
꽤 좋은 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성 월드 액터>에서는 그 좋은 점이 적어 보였죠.

<유성 월드 액터>도 후속작이 나오겠지만 그마저도 용두사미일 것입니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틀림없는 사실이죠.
후속작 발매가 별 기대가 안 되고, 플레이 여부 자체도 고민됩니다.

2019년 10월 20일 일요일

리뷰 : 흑묘관(1993/7/9, 페어리더스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st가 초기에 발매한 게임 중 <스타 트랩>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성인 애니메이션인 <크림 레몬> 시리즈 중 하나를 게임으로 이식한 물건입니다.

크림레몬 시리즈는 성인 애니메이션의 선구자격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다른 애니들도 그렇지만, 저는 이 시리즈도 잘 모릅니다.
시리즈 작품 간에 별다른 연결고리없이
크림레몬이라는 깃발만 공통으로 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아무튼 초창기 때는 성인 애니메이션의 붐을 일으키며 굉장히 잘 나갔던 
시리즈였던 것 같지만, 이미 80년대에 힘을 못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였던 페어리더스트는
어떻게든 한 때 잘 나갔던 크림레몬의 이름을 계속 팔아 먹고 싶어했습니다.
그리하여 직접 크림레몬 게임 시리즈를 제작하게 됩니다.

사실 게임 시리즈에도 그다지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없었습니다.
첫 게임이자 의미깊은 작품인 <흑묘관>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993년도에 발매된 흑묘관입니다.
페어리더스트가 직접 만들기 시작하고 나서는 첫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6년도에 나온 크림레몬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흑묘관을 게임화한 것입니다.
내용은 우연히 들어간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저택에서
안주인 및 메이드와 문란한 짓을 벌인다는 스토리입니다.
결국은 메이드의 도움을 받아 저택을 탈출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별 차이없지만
이 게임은 2부 구성으로서 탈출한 주인공이 수십 년후에
다시 흑묘관을 찾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을 좀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별 감흥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좀 잔인했을 뿐이었죠.



게임 자체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같은 93년도 게임인 시즈웨어의 <금단의 혈족>, 실키즈의 <카와라자키가 일족>이
흑묘관의 영향을 받았던 대표적인 게임들이었죠.


총평하자면, 일본에서의 흑묘관 애니메이션이나 소설판은 적당히 평가를 받는 것 같지만
게임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임만 플레이한 저로서는 딱히 좋은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19년 10월 13일 일요일

리뷰 : 벚꽃의 계절(1996/4/26, 티아라)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st의 자회사 중 하나였던 티아라의 <벚꽃의 계절>입니다.
현재는 별 인지도가 없는 게임이지만,
적당히 재미있는 러브 코미디 학원물 전개와 검증된 캐릭터의 투입으로
당시에는 꽤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명령선택식 어드벤처입니다.
중간중간에 중요한 선택지도 있고 각 캐릭터들과 호감도를 쌓아 나가며
호감도에 따른 개별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에로게와 비슷한 시스템인데
96년도쯤되면 이런 시스템의 게임이 이미 많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아직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선배, 후배, 동급생 가릴 것 없이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자신들의 부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오른쪽부터 야구부의 매니저 키요미, 테니스부의 미오, 수영부의 레이코입니다.



학원물에는 빠질 수 없는 클래스메이트, 세이아와 메이미입니다.



주인공의 반으로 전학오게 된 루리입니다.



주인공의 담임인 쿄코와 후배인 아키입니다.


뭐 대충 이런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러브 코미디물로,
스토리는 딱히 훌륭한 점은 없지만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평범한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당시 상당히 주목받았던 게임입니다.
그 이유는 캐릭터 때문이죠.

90년대에 KBS, SBS의 애니메이션을 보셨거나,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제가 오늘따라 캐릭터를 강조하는 이유를 벌써 눈치채셨을 지도 모르겠군요.





SBS에서 방영한 <마법기사 레이어스>, 
<천사소녀 네티>라는 이름으로 KBS에서 방영된 <괴도 세인트테일>, 
그리고 말이 필요없이 아직도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당시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대놓고 표절했습니다.
'벚꽃의 계절'이 아니라 '벚꽃의 표절'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나 에로게의 캐릭터를 완전 새로 창조한다는 건 힘든 일이죠.
이미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지금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완전 새로운 외관이나 개성을 창조해 낼 수 있겠습니까?

부분적으로라도 어딘가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를 만들거나
아니면 참신함에 집착한 나머지 억지스러운 개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작품같은 경우는 어디선가 본 듯한 개성이라도
어떻게든 모티브가 된 캐릭터의 색깔을 최대한 숨기고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반면에 이 게임이 비판받는 이유는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없이
원 캐릭터들의 인기에 편승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 내내 모든 힘을 다해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의 표절을 알아 주세요'라고 말이죠.
단순히 외관과 성격이 비슷한 것뿐만이 아니에요.



<마법기사 레이어스> 3인방입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표절 캐릭터도 있는데 굳이 이 셋이 붙어 다닙니다.
제작자들이 외관과 성격을 표절한 것만으로는 
자신들이 한 표절을 알아채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괴도 세인트테일>의 미모리 세이라 표절 캐릭터같은 경우는
아예 수녀복을 입혀놨어요.
아예 세인트테일 표절 캐릭터와 함께 
매일 밤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달라는 기도까지 하지 그랬나요.



사실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니시노 쇼코라는 이름인데 저는 오랫동안 이 캐릭터가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의 이나바 쇼코의 표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애천사전설 웨딩피치>의 포타모스의 표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아무튼, 표절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치사한 짓을 벌인 티아라는 그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표절을 이유로 법의 철퇴를 맞고 엄청난 배상을 했을까요?
아니면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반성하게 되었을까요?
티아라가 만든 다음 작품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벚꽃의 계절의 다음 작품인 <마법소녀 파라다이스>입니다.
캐릭터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이 아닙니다.
티아라는 법의 철퇴도 반성도 없이 또 표절을 한 거죠.



총평하자면, 지금은 동인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의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 자체는 큰 비판을 할 부분이 없는 무난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원작 팬들에게는 표절 캐릭터를 등장이 플러스가 될 수 있고,
어떤 팬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죠.

KBS에서 <천사소녀 네티>를 재밌게 봤던 제 의견을 말하자면,
세월이 지난 게임에 도덕적인 비난을 할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딱히 플러스는 아니었습니다.

2019년 10월 6일 일요일

리뷰 :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3)(Jas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천사들의 오후2 ~미나코~>는 1편 발매 2년 후인 87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87년도에도 여전히 Jast는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회사였고,
여성 주인공에,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에로게였습니다.



시스템은 여전히 명령 입력식이었습니다.
전작 리뷰에서 85년도에 이미 명령 선택식 어드벤쳐가 존재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87년도에는 이미 명령 선택식이 대세가 되었고요.

천사들의 오후2의 시스템이 발전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단순한 이동조차도 '오른쪽 간다' '뒤 간다' 같은 명령어를 입력했지만,
2에서는 방향키만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명령 입력식입니다.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픽 좋은 H씬을 계속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 가치없는 수준의 게임입니다.
전작에 비해 거의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88년도에 나온 <천사들의 오후2 번외편>입니다.
다행히도 이 게임부터는 명령 선택식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편의 번외편은 남는 CG 전시회에 불과했지만,
2편의 번외편은 상당히 잘 만든 작품입니다.
이 번외편이야말로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의 
최고 작품이라고 평하는 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천사들의 오후2에 등장하는 모두들 동경하는 코즈에 선배입니다.
2편에서 코즈에에게 복잡한 가정사정이 있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가정사정이 번외편에서 밝혀지는 겁니다.

번외편의 주인공은 코즈에의 의붓오빠입니다.
주인공과 코즈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이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진지한 연애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지만 옛날 게임이니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 역시 주인공이 만나는 여자마다 다 H씬이 있어요.
시대의 요구가 그랬기는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어색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칭찬할 부분은 스토리가 당시 기준으로 좋다는 점도 있지만
본편 스토리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번외편으로 정리하려고 한 점입니다.
단순히 남은 CG 처리나 인기있는 게임 우려먹기가 아니고
게임 세계관 내의 다른 시점을 보여주려 한 시도가 마음에 듭니다.



89년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3 ~리본~>입니다.
시리즈의 인기는 여전했지만 평가는 갈리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도 별 볼일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래픽이 훅 가버렸다는 겁니다.
Jast는 순전히 그래픽으로 승부를 본 회사였기 때문에 논란이 더 심각했습니다.

89년도에는 엘프 사의 <드래곤나이트>나 
페어리테일 사의 <맑은 뒤 큰 소동>이 발매된 해였습니다.
안 그래도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그림체가 망가지는 큰 실수를 저지른 거죠.



다행히도 90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에서는
그림체가 다시 훌륭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때 이름이 알려졌던 천사들의 오후는 
이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1편'이나 '2편 번외편'같은 혁신적인 점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천사들의 오후는 이것밖에 없었고
그때 당시의 게이머들에게는 나름 파격적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번외편이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3편 본편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차라리 제목을 4편으로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과 <천사들의 오후4 ~유우코~>의 시점에
사오리 사건이 터집니다.
당대 에로게를 대표했던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문제의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과 아무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들을 제치고 적폐 대표로 찍혀버린 겁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던 Jast가 93년도에 발매한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 '반성판'>입니다.
'반성판'이라는 부제가 참 어이없습니다.

이 게임이 당대 다른 게임보다 더 과격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닙니다.
반성판도 결국 모자이크 처리만 되었을 뿐이죠.



91년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4 ~유우코~>입니다.
마찬가지로 사오리 사건에서 저격된 게임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서스펜스물로 전환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별 스토리가 없던 시리즈이기 때문에
장르가 자유자재로 변환됩니다.

Jast가 더 이상 그래픽만으로 버틸 수 없게 된 시점이기도 합니다.
별 스토리없이 H씬만 쏟아내는 게임으로는
더이상 다른 게임들과 경쟁이 안 되었던 거죠.

문제는 이런 소재를 다뤄도 다른 게임들과는 경쟁이 안 되었다는 겁니다.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사오리 사건 이후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과격한 CG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스토리였습니다.
먼저 그리고 싶은 원화부터 그리고 그 후에 대충 스토리를 끼워맞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않는 게임들을 발매했습니다.

이 이후에도 시리즈는 계속 나왔지만
전부 쓰레기같은 게임들뿐이었고 굳이 다 소개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을 내자면,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그래픽만 좋은 회사가 망하는
전형적인 순서를 그대로 밟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오리 사건때문에 몰락했다기에는
사오리 사건의 직접적인 대상이었던 페어리테일 사는 여전히 잘 나갔죠.

천사들의 오후 초기 시리즈의 업적은 대단했지만
사실 계속 이어나갈만한 시리즈는 아니었습니다.
시리즈끼리의 연결점을 만들었다면 좀 더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