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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0일 일요일

리뷰 : V.G.NEO(2003/12/19,GIG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V.G.시리즈의 마지막 게임 <V.G.NEO>입니다.
제 체감으로는 인지도가 꽤 있는 게임이었는데
풀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에 오프닝 곡이 워낙 명곡이었던 탓도 있고,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탓도 있습니다.

다만, 인지도에 비해 정작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은 적었습니다.
오프닝 영상만 알고 있던 사람 중에는
뒤늦게 이 게임이 ㄴㅇ이 가미된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먹은 사람도 있었죠. 


이 게임의 시나리오 라이터는 마루토 후미아키인데
15년전~10년전 쯤에 에로게 업계에서 질과 양, 두마리 토끼를 잡았던
가장 출중했던 작가 중 한 명입니다.
V.G.NEO는 마루토 작품 중에서도 초기 작품인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으로
아예 마루토의 흑역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루토는 상당히 타율이 높은 작가였습니다.
초기 몇 작품을 제외하면 발매하는 게임마다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체로 라이트한 소재, 쉽게 읽히는 텍스트 덕분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주로 썼습니다.

반면에, V.G.NEO는 확실히 이질적입니다.
배틀도, ㄴㅇ도 다른 마루토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죠.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V.G.NEO는 마루토의 흑역사일까요?
한 번 살펴 봅시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선택지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배드엔딩이 약간 있을 뿐,
사실상 단일루트 게임이죠.

특이한 점은 H씬의 절대 다수는 오프닝 영상처럼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여덟 명의 웨이트리스가 토너먼트 식으로 경기를 치르고
패자에게는 애니메이션 ㄴㅇ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이전까지의 고인물들을 갈아 엎었습니다.
신 캐릭터들의 대결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스카 유우입니다.
과거 무술을 했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오빠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오빠와 단 둘이서 살게 되었는데
오빠를 과하게 좋아하는 여동생으로
오빠에게 접근하는 여성은 전부 유우 선에서 차단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우는 레스토랑에 부모님이 남긴 거액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민하던 유우는 우승 상금 10억엔의 비밀 격투 대회 V.G.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오빠와 레스토랑을 지키기 위해서 유우는 가출을 해 버리고
수상하기 짝이 없는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V.G.는 호화 여객선 안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웨이트리스들의 격투 대회입니다.
이종격투기 선수도 아니고 웨이트리스들이 싸워봤자
얼마나 잘 싸우겠습니까?
패배하면 ㄴㅇ당한다는 규칙이 좀 걸리긴 하지만
나만 아니면 되는 거죠.



그런 유우 앞에 나타난 1차전 상대는
유우의 오랜 친구이자 선의의 라이벌, 사나리입니다.
연락도 없이 가출한 유우를 찾아 여기까지 쫓아온 겁니다.

사나리는 유우에게 패배하고 유우가 보는 앞에서 비참하게 ㄴㅇ당하게 됩니다.
유우는 그 죄책감과 충격을 떨쳐 버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죠.

격투 바보 캐릭터 사나리지만 격투 외의 일에는 의외로 머리를 잘 씁니다.
1차전이 끝나고 패배자는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사나리는 시계도 없는 감옥에서 잠깐 들은 시간으로
수 시간 후를 감각적으로 정확히 맞춥니다.

머리를 써서 경비원을 속이고 탈옥까지 해서, 
중계석으로 난입해 준결승을 벌이는 유우를 응원합니다.
캐스터가 기껏 탈옥해서 도망 안 가고 뭐하냐고 묻자,
'도망친 게 아니라, 응원하러 온 것'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하죠.



마지막에는 강력한 인조인간 L3와 상대하게 되는데,
조력자가 '세계 챔피언도 그 인조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하자
오히려 신나서 덤벼 듭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미국 카우보이 스타일의 다리안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호쾌한 성격으로 레스토랑을 노리는 야쿠자를 혼자 쓸어버린 전적이 있죠.
캐릭터의 이미지 자체가 강캐일 수는 있지만 최강 라인에 들기는 부족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1라운드에 탈락해서 감옥에 갇힙니다.



사실 금발은 가발이었고 본명은 리타라고 합니다.
주최측의 계획을 망치러 온 스파이죠.
대회 참가 전에 사나리와 인연이 생겨서, 사나리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다리안의 1라운드 상대는 아유미입니다.
덤벙거리는 성격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없습니다.
관객들의 우승 예측에서는 꼴찌를 차지하기도 했죠. 

사실은 엄청난 격투 천재에 스피드는 참가자 중 최강입니다.
어설프지만 성장형 캐릭터로 다리안과의 승부에서
극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초반 개그씬 이후 유효타 한 번을 허용하지 않고
압도적으로 다리안을 털어 버립니다.
구경하던 경쟁자들이 저 스피드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게 만들죠.



세 번째 경기에 등장하는 케이입니다.
백발, 동안, 안경, 과묵, 정체 불명의 이능력,
많은 양의 떡밥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한 태도까지
잘만 하면 세계관 최강자까지 노려볼 만한 캐릭터 특성입니다.
이런 캐릭터가 1라운드 탈락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가 나빴습니다.
상대 캐릭터의 이름은 안나로
호전적인데다가 주최측의 비밀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오프닝 영상에서 주인공과 라이벌 플래그를 세우기까지 했죠.
캐릭터성에서 안나가 승리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중국 4천년 무술의 계승자 유이 친쥬가 등장합니다.
본명보다는 타마씨라고 불립니다.
어디에 갖다 놓든 숨겨진 강캐가 되는 실눈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오프닝 영상에서는 눈도 뜹니다.



주인공과 라이벌의 장외 시비를 여유있고 유머러스하게
중재하는 모습까지 보여 줍니다.
대체 누가 이런 캐릭터를 고작 1차전에서 꺾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상대가 나빴습니다.
미스티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지만
제 이전 리뷰를 보신 분이라면 옷차림만 보고도 그 정체를 알 수 있죠.
10년동안 이어진 역대 V.G.시리즈의 원톱 주인공 유카입니다.

게다가 정체를 숨기고 싶은 레전드만이 착용한다는 
바이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습니다.



나름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캐릭터성이 밀린 걸 알고 한탄하는 타마씨입니다.
다양한 중국 무술로 꽤 선방하지만 결국 정체를 숨긴 레전드를 넘지 못하고 패배합니다.


여기까지가 등장하는 캐릭터들입니다.
캐릭터들이 승패와 상관없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1라운드에 탈락시키기에는 아깝죠.
이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서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시합 시작하기 전에 보여주는 각 캐릭터들의 과거 회상입니다.
패배자들은 본편에서 강함을 어필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회상에서 강적들을 대파하며 강력함을 어필합니다.



두 번째는 대회가 망쳐지고 패배자가 모두 탈옥한 이후의
인조인간들과의 대결입니다.
강력한 적들과 상대하면서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훌륭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번 클리어한 이후에는 스토리의 뒷면을 보여주는 루트가 개방됩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똑같지만 유우의 오빠와 미스티의 시점을 추가함으로써
V.G.의 숨겨진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반전을 사용한 예측불허의 스토리가 일품입니다.



이번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을 살펴 봅시다.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두 가지인데 바로 배틀씬과 ㄴㅇ씬입니다.
장르가 배틀ㄴㅇ물인데 그 두 가지가 비판 받는다고요.

배틀의 경우는 연출도 텍스트도 평균 이하로 느껴져
전반적으로 박력이 떨어집니다.
마루토는 배틀물을 이 게임 이전에도 이후에도 제대로 다뤘던 적이 없었죠.
유일하게 다뤘던 이 게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ㄴㅇ씬에 적용되는 애니메이션을 
차라리 배틀물에 적용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의견도 있지만
ㄴㅇ씬 애니메이션 수준을 봤을 때, 그래도 여전히 어설펐을 것 같습니다.


ㄴㅇ씬같은 경우는 재미가 없다는 의견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H씬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게임이 배틀씬 자체는 약하더라도, 
배틀물로서의 캐릭터들의 노력, 성장, 시합 후의 태도 등 높이 평가할 요소가 많은데
승부의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불필요한 장면을 끼얹어 버립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승부를 모욕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 게임은 결국 기획 단계에서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V.G.시리즈는 오랜 기간동안 여러 게임이 나왔지만
딱히 누적되는 설정이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정작 V.G.NEO에서는 유카 이외에 모든 이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죠.


전작에서 물려준 거라고는 인조인간같은 기초적이고 소소한 기반과
'웨이트리스들끼리 격투를 해서 패배자는 ㄴㅇ당한다'는
싼티나고, 호불호가 갈리고, 위화감 넘치는 설정밖에 없었습니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격투게임일 때는 이 설정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제대로 갖춰진 스토리를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은 소재였어요.

마루토도 ㄴㅇ설정을 살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건지
준결승전부터는 사고가 터지며 패배자에 대한 패널티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ㄴㅇ에만 관심을 갖던 게임 내 관객들조차
점점 그녀들의 배틀에 매료되어 버리고,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생각보다 결승전을 구경하려고 줄을 섭니다.
이런 묘사는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이 게임은 마루토의 흑역사라고까지 표현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접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 게임에 저는 불호의 입장이었죠.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제가 마루토의 팬도 아니었고, 
마루토 이름도 모를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다시 플레이해 보니 팬심이 생겼기 때문인지
어설픈 설정 속에서 마루토는 나름 선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은 이 게임을 '일류 요리사가 조잡한 재료로 만든 요리'로 평가했는데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배틀물을 좋아하는 분께도, ㄴㅇ물을 좋아하는 분께도,
마루토 후미아키를 좋아하는 분께도 추천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허술한 뼈대 위에 이 요소, 저 요소를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게 눈에 확연히 보이고 
억지로 붙인 요소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할이 애매했죠.

하지만 배틀의 어설픔을 포용할 수 있고, 하드코어한 ㄴㅇ씬에 딱히 거부감이 없으며,
에로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마루토 팬이기까지 하다면,
의외로 괜찮은 부분을 제법 발견하실 수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사실 마루토의 다른 작품 찾는 게 더 빠르긴 합니다.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리뷰 : V.G.시리즈(GIG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93년도부터 역사가 시작된 에로게 회사 GIGA는 2020년 3월에도 신작을 낸
에로게 업계의 최고참 중의 하나입니다.
오랜 역사에 걸쳐 훌륭한 게임들을 여럿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기가마인'이라고 불리며 수없이 많은 지뢰작을 양산해 낸 회사이기도 합니다.

제가 한참 에로게를 즐기던 때에 GIGA는 놀라운 명작 게임들을
몇 개정도 발매했기 때문에 상당히 좋아했던 회사였고,
그로 인해 지뢰작들도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믿었었지만,
GIGA는 저를 실망시키고, 실망시키고, 또 실망시켰던 것입니다.
저는 2015년에 발매된 <시로가네 스피릿츠>에 실망한 이후
GIGA사의 게임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고
2016년의 <BALDR HEART>를 마지막으로 4년째 전혀 쳐다보지도 않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빠에서 돌아선 까가 되었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감탄이 나오는 명작을 많이 발매했고,
제가 가장 좋아했던 GIGA의 게임들은 
시나리오 라이터 '마루토 후미아키'가 참여한 작품이었습니다.

마루토 후미아키의 작품 중 <V.G.NEO>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초기 GIGA사의 메인 프랜차이즈였던 V.G.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죠.
93년도부터 2003년까지 수많은 게임이 나왔던 시리즈입니다.



먼저 GIGA사의 역사적인 데뷔작이자 V.G. 시리즈의 첫 작품인
<V.G ~배리어블 지오~>입니다.
유카, 마나미, 카오리, 준, 치호, 레이미라는 여섯 캐릭터가 등장하는
대전액션게임입니다.



웨이트리스들이 싸우고 패자는 의문의 사람들에게 ㄴㅇ당하는 룰의 단순한 게임입니다.
PC-98답게 동시대 대전액션게임들에 비해,
액션 면에서 돋보이는 점은 없지만
미소녀들과 H씬으로 인해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주인공격인 포니테일 웨이트리스 유카의 경우 상당한 인기가 있었습니다.



<VIPER> 시리즈 중 하나인 <VIPER V16>에 등장한
웨이트리스 캐릭터가 유카의 오마쥬입니다.



또한, 제가 표절게임 <벚꽃의 계절>을 리뷰하면서 언급했던
또다른 표절게임 <마법소녀 파라다이스>에도 유카의 표절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심각할 정도로 똑같은 캐릭터를 갖다 붙여 놓은 수준이죠.



다음은 인기에 힘입어 발매된 PC엔진의 <ADVANCED V.G.>입니다.
가정용 콘솔 게임답게 경기 후 ㄴㅇ장면은 모두 삭제되었고,
기존의 유카, 준, 치호, 마나미, 카오리, 레이미 외에
사토미, 아야코, 에리린이 추가되었습니다.
최종 보스 캐릭터도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 다음에는 PC-98에서 <V.G.2 ~희신무투담~>이 발매됩니다.
PC판인만큼 다시 H씬이 추가되었습니다.
<ADVANCED V.G.>에 등장했던 캐릭터 외에 테루미와 유미코가 추가되었죠.



그 다음으로 발매된 건 슈퍼패미콤판 <슈퍼 배리어블 지오>입니다.
규제가 느슨했던 PC-엔진판도 H씬 비슷한 것조차 등장도 못했는데
슈퍼패미콤판에 H씬이 들어있을 리 없습니다.
캐릭터는 <ADVANCED V.G.>의 아홉 명 그대로입니다.
사실상 PC엔진 게임을 슈퍼패미콤으로 이식한 거죠.



이번에는 플레이스테이션판 <ADVANCED V.G.>입니다.
스토리나 연출 상으로 여러 가지가 추가되었는데 캐릭터는 또 그대로입니다.
무슨 격투대회가 이렇게 신규 유입이라고는 없는
고인물 대회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발매된 세가새턴판 <ADVANCED V.G.>도 
플레이스테이션판과 같은 듯 약간 다른데
여전히 캐릭터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저는 사실 대전액션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조작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같은 건 잘 모릅니다.
어릴 적에 관심있게 지켜봤던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같은 것도
스토리나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 유심히 봤을 뿐,
대전이 어떻고는 잘 몰랐어요.
V.G. 시리즈는 특히 미소녀 대전격투 시리즈인데
캐릭터의 변화가 시리즈마다 적다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행히도 그 다음에 나온 플레이스테이션판 <ADVANCED V.G.2>에서는
신규 캐릭터 추가가 있었습니다.
고인물 아홉 캐릭터 이외에 타마오, 쿄코, 사키라는 캐릭터가 추가되었죠.
타마오라는 캐릭터가 특히 중요합니다.

여기까지가 윈도우 시절 이전까지의 V.G. 시리즈입니다.
PC-98 이외에도 PC엔진, 슈퍼패미콤, 플레이스테이션, 세가새턴 등
당대 유명한 콘솔에는 전부 발을 걸쳐 봤죠.

시리즈 별로 큰 변화는 없었지만 새로운 게임이었다기보다
똑같은 게임을 여러 게임에 이식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99년이 되었고, 윈도우 플랫폼으로 새로운 V.G가 발매됩니다.


 
<V.G. CUSTOM>입니다.
등장한 캐릭터는 치호, 레이미, 유카, 사토미, 마나미,
아야코, 에리린, 준, 카오리입니다.
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전통의 고인물들이죠.

뭐, 사실 이 게임은 <V.G.2 ~희신무투담~>의 리메이크입니다.
CG 자체는 전부 다시 그린 것 같지만 H씬의 구도도 다 똑같습니다.
아무 것도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 봅시다.



마찬가지로 99년도에 발매된 윈도우판 <V.G. MAX>입니다.
등장캐릭터는 또 유카, 또 치호, 또 타마오, 또 사토미, 또 마나미, 또 테루미,
또 준, 또 카오리, 또 레이미의 고인물 파티입니다.



대전 게임 내에서의 그래픽은 이전에 비해 독특하게 바뀌었지만
또다시 큰 변경없는 캐릭터가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사실 시리즈마다 히든 캐릭터나 보스 캐릭터가 따로 추가된 게임도 있긴 하지만
딱히 무시해도 상관없고, 시리즈마다 누적도 없어요.
게다가 <V.G. MAX>는 시리즈 최후의 대전액션게임입니다.
하다못해 역대 캐릭터들을 모은 올스타전격 게임이라도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거 없이 늘 똑같습니다.

캐릭터가 강점인 게임 시리즈에서 캐릭터에 신경을 너무 안 썼다고 생각됩니다.


 
2000년도에 발매된 <V.G.Adventure>입니다.
대전액션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V.G.Adventure의 주인공은 타마오입니다.
타마오는 자신의 스승격이자 늘 따르던 유카가 어디론가 사라져서 슬픕니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대회에서 만났던 다른 캐릭터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대화도 제대로 안 해주고 
매몰차게 바쁘니까 끊으라고 합니다.
다들 시리즈 내내 맨날 보던 얼굴만 보니 
몇 마디 나누는 것조차 질려 버릴 수 있죠. 이해합니다.
근데 수행 중이니까 바쁘다고 끊으라는 건 그렇다 치고
인터넷 하는 중이니까 끊으라는 건 뭐죠?

PC통신이라 전화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집에는 전용선이 깔려 있어서 전화하면서 인터넷도 된다~'고 
자랑만 하고 그냥 끊어버려요.
아니, 인터넷 하는 게 그렇게 급하고 바쁜 일인지도 의문입니다만
인터넷하면서 전화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전화하기 싫어서 별 핑계를 다 댑니다.


 
낙심한 타마오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건 상대는 준으로 외국에 있는 줄 알고 타마오가 전화를 걸지 않았던 캐릭터죠.
준은 다짜고짜 타마오 집 앞에 왔으니 바로 나오라고 합니다.

타마오는 준을 반가워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너무 쌀쌀 맞아요'라고 하소연 해보지만
준은 냉정하게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고 일단 싸우자'라고 합니다.
상여자 스타일이군요.



전투 방식은 가위바위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격-방어를 정하고,
공격측에서 기술을 걸고, 방어측에서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2000년도에 들어 발매된 게임인데 
오히려 PC-98시절의 전투 스타일로 퇴보했습니다.
난이도가 딱히 어렵지도 않고 단순해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준과의 연습경기 후, 갑자기 최면에 걸린 사토미가 둘 앞에 나타납니다.
전투 후 승리하면, 사토미가 갑자기 나타난 트럭에 의해 어디론가 잡혀가서 ㄴㅇ당합니다.
타마오와 준은 사토미를 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게 되고
이름 모를 섬에 착륙하게 됩니다.

섬에는 최면에 걸린 고인물 캐릭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장소를 이동하며 캐릭터들과 싸움에서 이겨 최면에서 깨어나게 해야 하죠.



인터넷 애호가 카오리도 최면에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전화할 시간도 없이 열중하던 인터넷은 어쩌고 여기 있는 걸까요?

뭐, 이렇게 저렇게 해서 유카까지 구해낸다는 스토리입니다.
등장인물은 타마오, 준, 사토미, 카오리, 치호, 유카, 레이미와
이전에 보스 캐릭터로 잠깐 등장했던 레이미의 어머니 미란다입니다.
아무래도 GIGA 수뇌부에서 신캐릭터의 등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기라도 했나 봅니다.

캐릭터의 문제를 빼고 보면, 대전액션게임에서 어드벤처 게임으로의 첫 전환은
실패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엉성한 게임이었습니다.
차라리, 대전액션게임이었으면 이해라도 해 줄 텐데
전투는 전투대로 재미없고,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허술했죠.
H씬도 억지로 넣은 티가 지나치게 났으며 그마저도 재미없었습니다.



그 다음 게임은 2001년도에 발매된 <V.G.Re-birth>입니다.
이 게임은 프리랜서 기자인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유카를 취재하던 도중 V.G.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대략적인 게임 디자인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대전 직전에 
화장실이나 매점 등, 둘 중 하나의 장소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겐 지긋지긋하지만 주인공과는 초면인 캐릭터와 
우연히 만나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다시 격투를 구경하러 온 주인공은
방금 만난 캐릭터가 격투에서 패해 ㄴㅇ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방금까지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캐릭터의 비참한 모습으로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려고 한 듯한 배치인데 나름 성공적인 것 같네요.



V.G.에서 패배한 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에 대한 고뇌도
미흡하게나마 스토리에 포함되어 있는데 꽤 마음에 듭니다.



주인공과 유카, 타마오, 레이미가 연결되는 루트가 각각 있는데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인 유카를 매력적으로 그린 부분도 높이 평가합니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그 부분이 좀 약했죠.

<V.G.Re-birth>는 전투 시스템은 과감히 빼버리고 스토리를 강화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전히 스토리의 아쉬움이 컸던 게임입니다.
카오리, 마나미, 준, 에리린, 치호 등 오랫동안 붙박이였던 캐릭터들을
1회성으로 소모하여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도 했죠.
그래도, 부분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으며
모든 면에서 엉성했던 <V.G.Adventure>보다는 훨씬 괜찮았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V.G.시리즈 중 제 마음에 드는 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전액션게임을 잘못하기도 하고
확 와닿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추억도 대부분은 시리즈 마지막 게임 <V.G.NEO>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리뷰는 V.G.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마루토 후미아키의 <V.G.NEO> 리뷰입니다.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리뷰 :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1997/2/28,소시에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입니다.
96년도에 발매된 <스트레인지 월드>라는 게임의 속편인데,
스토리상으로는 전혀 관련없는 게임입니다.

PC-98시절 소시에르의 대략적인 특징은 반전과 SM입니다.
반전의 경우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인데,
반전 자체가 크게 나쁘다기 보다는
타이밍이나 복선, 제반 스토리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반전이 잘 활용되지 못한 부분이 컸습니다.



TAXI환몽담은 선택지형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무려 42개나 되는 엔딩 개수를 자랑하는 멀티엔딩 게임이죠.

처음 시작에서 여성 캐릭터를 선택하고,
다음 선택지에서 성향이나 상황 등을 지정함으로써
대략적인 설정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일단, 여성 캐릭터는 연하, 동갑, 연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갑을 선택하면 택시 손님이 되는 아유미입니다.
이 아유미는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선택에 따라 안드로이드일 수도 있고, 설녀일 수도 있으며, 옛 여자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따라 주인공과 아유미의 세부적인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죠.
캐릭터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양한 장르로 진행되며
그에 걸맞는 분위기도 잡혀 있습니다.

게임은 대부분 택시 내부에서 전개됩니다.
몇몇 스토리는 당대 유행했던 택시괴담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이 무대라는 점과 수많은 선택지, 다양한 분위기의 멀티엔딩에서
일전에 리뷰했던 Melody의 <쿠라야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사고로 갇히게 되었던 <쿠라야미>에 비해서
TAXI환몽담은 택시니까 무대를 좀 더 다양한 장소로 넓힐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특징 역시 반전입니다.
연하의 캐릭터 유우의 스토리중 하나를 살펴 봅시다.
방송국 주변에서 택시 영업을 하고 있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낀 소녀 한 명을 태우게 됩니다.
트렁크에 큰 짐을 실어달라고 하는군요.



택시에서 변장을 벗은 유우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던 유우는 자신의 스케쥴이 너무 많다고 한탄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위장 유괴'를 제안하죠.



안타깝게도 이번 주인공은 사악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위장 유괴를 승락하는 척하면서, 진짜로 유우를 유괴해 버립니다.
사악한 주인공은 폐건물에서 유우를 학대합니다.

근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 닥칩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대응이군요.
유괴한 게 방금 전이라서, 사람들이 아직 유괴한지 안 한지도 모를 줄 알았는데
경찰이 벌써 위치 추적까지 끝내고 쫓아 오기까지 했습니다.
10분만 빨리 왔어도 마이너리티 리포트급이었을 겁니다.


주인공도 당황해서 경찰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 보자,
트렁크에 있는 시체가 신고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유우를 유괴하기 위해 방해가 된다며 살해했던 매니저가 죽기 직전에
휴대폰으로 신고했던 거죠.

근데, 주인공에게는 매니저를 죽였던 기억이 전혀 없는데요.
그 이전에 매니저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트렁크에는 처음에 유우가 실어 달라고 했던 큰 짐밖에 없을 텐데하며
유우를 쳐다 보니...



각각의 스토리는 짧지만 반전은 강렬합니다.
이런 점이 이 게임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죠.
엔딩마다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반전을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선량한 피해자인줄만 알았던 유우가 
등뒤에서 사악한 미소를 띄우고 있을 거라고 어떻게 예측하겠습니까?

이외에도 좋은 반전이 몇 개 정도 보였습니다.
짧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전혀 별개인 줄 
알았던 스토리가 얽히는 반전도 있는데 꽤 훌륭했습니다. 

또한 모든 스토리에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반전을 예측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지죠.
대체로 지금까지 발매한 소시에르 게임들의 단점을 극복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42개 엔딩은 너무 많았어요. 
반전이 없더라도 좋은 분위기에 훈훈한 엔딩도 있었지만,
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엔딩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시스템적으로 모든 엔딩을 시작하자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특정 엔딩을 봐야 다른 루트가 열리는 방식입니다.
스토리 전개상으로 꼭 필요한 방식이었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엔딩 개수를 좀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게임에 적용되었던 시스템이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던 건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선택지에 따라 캐릭터 자체가 변화하는 멀티엔딩 게임들이 여럿 있었죠.

그 시스템이 소시에르에게 잘 맞았던 경우라고 봅니다.
소시에르는 반전이 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었지만
긴 게임에서 그 반전을 살리는 능력은 다소 부족했죠.

이 게임에서는 짧은 호흡으로 다양한 반전을 쏟아 내버렸습니다.
플레이하기에는 다소 고생스럽지만, 플레이할 가치는 있었다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