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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6일 일요일

리뷰 : 시체를 닦다(2002/5/31,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체를 닦다>는 제목 그대로인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오래 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인데
다른 요소들은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시체 닦는 장면이 강렬했던 기억만큼은 오랫동안 남아있었던 게임이죠.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의대 지망생으로 병원에서 개꿀 사무직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원장에게 불려가 여러 사정으로
지금처럼 편의를 봐주기 힘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부원장은 잠시만 다른 곳에 숨어서 알바를 하고 있으면
몇 달 후에 다시 개꿀 알바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어려운 형편이었던 주인공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 아르바이트란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체를 닦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시체를 닦는 곳은 지하실에 있으며,
부원장과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면 주인공이 이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도
병원 내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리뷰를 보시는 분중에 현직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시체를 닦는 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아닙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런 범상치 않은 일을 자세히 묘사했다는 점이죠.
시체를 닦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받는 정신적인 부담도 치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아요.

광기나 호러 분위기를 만들려고 무리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오로지 시체닦이라는 행위를 자세히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러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가 정말로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주인공은 시체닦이 알바를 하게 됩니다.
부원장은 '하루에 시체 하나 닦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남은 시간에 공부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공부는 개뿔 주인공은 남은 시간에 멘탈 케어하기도 바쁩니다.



주인공이 이 알바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시체닦이를 가르쳐주는 쇼겐과
시체의 정보 등을 알려 주고 여러 수속을 밟아주는 간호사 유키입니다.
 
근데 둘의 태도가 지나치게 사무적이에요.
안 그래도 멘탈 케어를 하기 힘들어 하는 주인공인데
치유계열 캐릭터 하나 정도 나와서 주인공을 품어줘도 괜찮잖아요.

게다가, 멀쩡한 시체만 담당할 거라던 설명과 달리
점점 상태가 좋지 않고 잔인한 시체들을 닦게 됩니다.
닦는 시체도 점점 늘어나 하루에 두, 세 개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주인공의 정신적 부담은 점점 심해져만 갑니다.



사실 이런 안배에는 특수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과 더불어 부원장의 음모도 존재하죠.

이런 저런 요소들을 종합할 때, 광기, 호러물로서 굉장히 수준 높은 게임입니다.
갑작스럽게 충격을 주는 엔딩도 존재하고,
주인공이 완전히 미쳐버리는 광기 루트까지 존재하죠.



허나 전체적인 에로게로서 살펴 보자면,
저는 이 게임에 불합격을 주겠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게임을 옛날에 한 번 플레이했을 뿐인데,
시체를 닦는 묘사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 외 스토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캐릭터 이름은커녕 얼굴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했죠.
그만큼 시체닦이 이외에 다른 요소들의 존재감이 희박했다는 겁니다.



부원장의 음모를 제대로 파헤치는 엔딩은 단 하나뿐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계속 휘둘릴 뿐입니다.

그렇다고 부원장의 음모를 파헤치는 루트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부원장에게 당했던 일들과 비교할 때,
거대한 음모가 지나치게 어이없이 해결되어 버리죠.



병원 접수처의 누님 캐릭터인 미와코 같은 경우는
메인 스토리와 전혀 어울리지 못 했습니다.
아예 이 캐릭터 루트만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을 정도로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로 흘러 갔죠.



호러 분위기를 잘 조성해 놓은 보람은 있어서,
주인공이 부원장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거나, 
부원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미친 짓을 할 때는
나름 스토리에 강점을 보였으나,
다른 캐릭터들과 힘을 합쳐 부원장의 음모에 대항하는 스토리에서는
매우 큰 약점을 보였습니다.

아예 메인 스토리와 관련이 없었던 미와코는 물론이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줘야 했던 유키와 마오조차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죠.
여성 캐릭터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크게 실패하여 매력을 살리긴커녕,
충격적인 배드엔딩을 위한 부품에 불과한 캐릭터로 격하시켜 버렸습니다. 



총평하자면, 훌륭한 호러물이며 아쉬운 에로게입니다.
색다른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분께는 추천할만 하지만,
에로게나 미소녀 게임을 원하는 분들께는 많이 부족한 게임일 것 같네요.

다만,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실키즈의 멀티엔딩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점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멀티엔딩이라는 구조 속에서 충격적인 엔딩을 얼마든지 양산할 수 있었죠.
멀티엔딩을 추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실키즈로서는 드물게도,
소재만큼은 멀티엔딩과 잘 어울렸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리뷰 : 사랑스러운 언령(2001/7/27,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엘프의 자회사인 실키즈는 96년 <비 욘드 ~흑대장이 보고있다~>를 마지막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아무런 게임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키즈의 대표작인 <카와라자키가 일족>이나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 <코이히메>, <비 욘드 ~흑대장이 보고있다~>의 윈도우 이식을
담당했던 것도 실키즈가 아닌 엘프 사였죠.

그렇게 사라진 회사로 남을 뻔했던 실키즈는 2001년에 컴백하고,
2014년에 진짜로 문을 닫습니다.
이 2001년부터 2014년까지를 보통 실키즈 2기라고 부르죠.

실키즈 2기 또한 활동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며,
중간에 이미지 체인지를 한 적도 있기 때문에
그 특성을 한 번에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전반부인 2001년부터 2006년 게임들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실키즈 게임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멀티 엔딩'입니다.

사실 이 시기에는 실키즈 게임뿐만 아니라 에로게의 90프로 이상이 멀티엔딩이었죠.
다만, 대부분의 멀티엔딩은 '캐릭터별 엔딩'이었습니다.
캐릭터별 엔딩은 지금도 수많은 미연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특별히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군요.

반면에, 실키즈의 멀티엔딩은 하나의 캐릭터가 수많은 엔딩을 갖고 있고,
배드엔딩도 여러 개가 있는 '선택지와 분기를 이용한 멀티엔딩'이었습니다.
워낙에 에로게가 많고, 시스템이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나뉘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실키즈의 멀티엔딩은 다른 에로게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실키즈가 이런 방식의 멀티 엔딩을 좋아했던 이유는
대표작인 <카와라자키가 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빛나는 성공때문입니다.
하지만, 실키즈 2기의 멀티엔딩들은 이전만큼의 성공을 보여주지 못했죠.
개별 게임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지만
멀티엔딩에 대한 실키즈의 무리한 집착은 두고두고 실키즈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실키즈의 두 번째 특징은 간호사입니다.
과거 엘프, 실키즈의 고전 게임 리뷰 때도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얘네들은 간호사를 무지하게 좋아했어요.
부활한 실키즈 2기는 이런 취향을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고,
상당히 많은 간호사 캐릭터들을 뽑아냈습니다.

사실 에로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원물을 제외하면
병원물은 그렇게 드문 장르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실키즈는 굉장히 많은 간호사를 등장시켰죠.

<flutter of bird ~새들의 날개짓> -> 시골 병원물
<사랑스러운 언령> -> 요괴물(간호사 요괴 등장)
<노예개호> -> 시골 요양원
<Sweet ~반숙의 천사들~> -> 병원물
<flutter of bird2 ~천사들의 날개> -> X
<시체를 닦다> -> 병원물
<여계가족> -> X(간호사 코스프레 등장)
<육체전이> ->X
<애자매 츠보미> -> X
<여계가족 ~음모~> -> X(간호사 코스프레 등장)
<사랑의 힘> -> 주요 무대가 병원

실키즈 게임 초반 상태는 대충 이렇습니다.
공교롭게도 간호사에서 자유로운 세 게임은 모두 학원물이네요.



극초반 한정으로 실키즈의 또다른 특색이라면 느린 템포입니다.
요즘 창작물에서 나오는 슬로 라이프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죠.

사실 이건 실키즈만의 특색은 아니었고,
90년대말~2000년대 초의 유행과도 같았습니다.
느린 템포가 반드시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요즘 플레이하기에는 다소 지루할 수 있습니다.


실키즈의 극초반 게임들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지루한 점이 있어서 리뷰할 것이 얼마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
<사랑스러운 언령> 딱 하나만 리뷰하고 넘어가기로 하죠.



2001년도에 발매된 <사랑스러운 언령>입니다.
그다지 인기가 많은 게임은 아니었고, 내용도 평범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신사에서 살고 있으며, 유령이 보이는 특이체질 소유자입니다.
주변에 심령현상 사진을 찍겠다고 설치는 친구 누님도 있지만
주인공에게 유령들은 일상적인 생활일 뿐이죠.



주인공과 맺어지는 유령 캐릭터는 총 셋입니다.
위에 보이는 캐릭터는 요코라는 이름인데,
무려 40년 전에 사망하신 어르신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꽃다운 나이에 사망하셨기 때문에 젊은 유령이고
공략 캐릭터에 해당합니다.



처음에는 도깨비불만 보이고 사람 형체는 보이지도 않지만,
친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희미하게 유령의 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죠.
이 시대의 몇몇 미연시는 특히 호감도의 시각화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최근 미연시와 비교한다면, <도트코이>와 비슷한 느낌이죠.



CG감상이나 이벤트 회상을 할 수 있는 오마케 모드에서는
유령 캐릭터들을 반투명으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는 이런 유령들의 생전 소원을 해소시켜주는 내용입니다.
크게 감동적이진 않지만 적당한 수준의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죠.



하루에 여섯 번 행동할 수 있으며,
각 행동마다 하나의 장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꽤 많은 경우에 아무 이벤트가 없는 장소를 방문하게 되고,
이런 부분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이 게임은 그런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다양한 요괴들이 등장시켰습니다.
미소녀 요괴도 있고, 징그럽게 생긴 요괴도 있죠.
개그 이벤트도 있고, 요괴를 퇴치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나름 지루함을 덜어주는 장치입니다.



이 정도라면 별 할 말이 없는 평범한 게임이겠지만
제가 이 게임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카오루라는 캐릭터 때문입니다.
이 캐릭터의 스토리는
어쩌면 역대 에로게 중에서도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일지도 모르는
충격적인 반전의 스토리죠.



카오루는 1년 전 운전 도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캐릭터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쁜 캐릭터는 아니지만 가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화나면 잠수를 타 버려서 주인공을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생색낼 생각은 없지만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관계인데
화나서 며칠동안 나타나지도 않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것저것 도와주는 와중에,
최종적으로는 사라진 반지를 찾아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1년 전 교통사고에서 사라진 반지를 어떻게 찾겠습니까?
이미 누가 한참 전에 주워갔겠죠.

주인공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기로 하고,
여러 요괴를 퇴치하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아이템을 모으기로 합니다.



열심히 아이템을 모아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사고 직전의 카오루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반전은
카오루가 술을 마시고 운전 중이었다는 겁니다.

여러 에로게에 등장하는 미소녀 유령에게는 참 다양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질병, 사고, 저주, 실험 등등, 
대부분의 경우는 본인의 잘못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닌
불운하고 동정할만한 사망이었죠.

하지만 카오루는 사상 유일, 아마도 미래에도 등장하지 않을
음주운전 사망자 유령이었던 겁니다.
심지어, 사고 직전에는 운전 중에 전화까지 하려고 하죠.
역대 최고의 자업자득 유령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위해 열심히 아이템을 모은 주인공은 뭐가 되는 걸까요.
현재로 돌아오면 카오루도 후회하는 태도를 보여주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이야기죠.



총평하자면, 게임 자체는 20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 복기할 정도로 내용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요즘 미소녀 게임에 익숙한 분들께는 실망스러운 내용밖에 없는 게임이겠죠.
그렇다고 역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게임도 아닙니다.

실키즈 2기의 게임들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게임들의 리뷰를 생략할 것이며
이제부터 살펴 볼 실키즈 게임들은 특별히 가려 뽑은,
정말 독특한 소재의 게임들일 것입니다.

2022년 6월 12일 일요일

리뷰 :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3 완결편(2015/10/15,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3 완결편>입니다.
엘프 사의 마지막 작품이죠.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엘프 사는 망했습니다.

이 게임의 실패로 망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이 게임 내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놓았죠.
문을 닫을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4개월만에 발매되었던 2편과 달리
2년 넘게 기다려야했던 3편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엘프 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인들 힘들다고 얼마나 징징거렸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직원들 대부분이 실키즈 플러스로 넘어가 버렸고
셋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죠.
구인광고도 내고 그러는 것 같더니 잘 안 됐는지 그대로 망해 버렸습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나온 3편의 내용물은 저를 꽤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시엔 '이렇게 만드니까 직원들이 다 도망가지'라는 평가를 내렸었죠.
오랫동안 엘프 사를 지켜봤었지만 마지막에 와서
얘네들이 어디로 가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반부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부분은 요코야마라는 아저씨의 스토리입니다.
전작에서 사키미 남편의 잘못을 빌미로 사키미를 협박하려던 이웃 중 한 명이죠.



3편에서 요코야마는 비중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미화되었습니다.
한 때는 노렸던 대상인 사키미와 꾸준히 인생상담을 나누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요코야마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대단치 않게 느껴졌고
그의 사연도 과거도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코야마에 대한 내용이 길어질수록 초반부는 지루하게 느껴졌죠.



중반부의 메인은 온천 여행입니다.
마로, 사키미, 유키나, 요코야마가 수상한 여관으로 유인되어
습격자들로부터 도망친다는 내용이죠.

고전 턴제 RPG식으로 전투를 하기도 합니다.
스킬 등으로 볼 때,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개그 스타일로 진행되죠.
<내 애인은 가텐계> 시절의 빌런들도 등장합니다.



온천 여행 역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 시리즈는 패러디 작품일지언정 
스토리가 꽤 잘 짜여있던 게임이었는데
이 부분은 고전 엘프 사 팬디스크 스타일의 개연성이 없는 막개그식 구성이었죠.
전작과의 연결성을 억지로 만든 점도 별로였습니다.



후반부의 스토리는 토모코라는 유령과 함께 하는 스토리입니다.
굳이 비슷한 스토리를 찾자면 <귀작>의 진엔딩과 비슷한 스토리인데
등장인물들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다지 비슷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스토리로 보면 그나마 가장 괜찮긴 한데
원래 더 계획되어 있던 게임을 회사 사정상 끊은 탓인지
3부작의 마무리로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끝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죠.



이 게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점은 앞뒤 스토리가 연결이 없이
난잡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초반, 중반, 후반이 전부 따로 놀고 있어요.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한 느낌의 게임입니다.
게다가 하나하나를 따져 봐도 에로게로서 
무슨 재미를 주고 싶었는지 애매했어요.

저번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속편을 낼 필요 자체가 있었는지
의문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총평하자면, 3부작의 마무리로도 엘프 사의 마무리로도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
회사 사정의 문제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기대가 안 될 정도로
뭘 하고 싶었는지 방향성에서 의문이 드는 게임이었죠.
엘프 사의 마지막을 이런 게임으로 끝내게 되어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엘프 사 에로게 리뷰는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엘프 사의 모든 게임을 리뷰하려고 했는데
별로 할 말이 없는 게임 리뷰에서는 텐션이 떨어져서 많이 힘들었죠.

제가 엘프 사를 가장 좋아하기는 했지만
엘프 사만 마냥 바라봤던 것도 아니었고,
좋아했던 에로게 회사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런 회사들의 게임들을 소개하겠지만
그런 회사들의 모든 게임을 소개하는 대신,
할 말이 많은 게임 위주로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2022년 6월 5일 일요일

리뷰 :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2(2013/8/8,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2>입니다.
전작 마지막 장면에서 스토리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저번 리뷰에서는 일부러 소개하지 않았는데
1편의 마지막 장면은 흑발의 미녀가 주인공에게 진찰받으러 오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진찰 직전에 주인공에게 원한을 품은 사키미가 방해를 하고
흑발의 미녀는 그대로 떠나 버립니다.



자택에서 뜬금없이 주인공의 습격을 당했던 사키미의 분노는 지극히 정당합니다.
어찌어찌 가벼운 복수로 화해를 하게 되고,
주인공과 사키미는 친구 이상의 독특한 우정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사키미의 남편인데 
사실 남편은 그 날 밤의 습격을 눈치채고 있었고,
화를 내기는커녕 NTR에 눈을 떠버린 것입니다.

주인공의 진찰을 빙자한 희롱을 불쾌하게 생각하던 남편이었으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면모까지 보이게 됩니다.
사키미와는 성행위를 하지 않게 되었으나,
오히려 애정표현은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반부 엔딩으로 주인공의 진찰과정에서
어찌어찌 사키미와 남편의 관계가 해결되는 엔딩도 있습니다.
스토리가 애매하긴 했지만
진엔딩도 아니고 초반부 엔딩이었으니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남편 캐릭터의 연장선에서
후반부에는 본격 네토라레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쪽은 남편을 지나치게 한심한 캐릭터로 만들어 버려
오히려 불쾌했습니다.
선택지에 따라 주인공이 사키미를 구해주는 전개로 가는 수도 있죠.



그런 스토리와 함께,
2편의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의 결혼 상대 찾기입니다.
주인공은 사키미에게 반한 상태이지만 사키미는 이미 유부녀였고,
사키미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겠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하는 여성은
일전에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왔다 그대로 사라진 유키나입니다.

유키나는 오빠와 함께 라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고집만 센 오빠는 불친절한 운영으로 가게를 말아 먹고 있죠.



과정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주인공은 유키나의 가게를 여러 모로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유키나와 적지 않은 호감을 쌓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 여세를 몰아 청혼까지 해 보지만
무참하게 깨지게 됩니다.
의외의 이유가 있습니다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리는 간략하게 정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상황도 많고 엔딩도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죠.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엔딩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해피엔딩은 스토리를 다음 편으로 넘기기 위해서인지 
오히려 애매한 스토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된 건 2편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분할상법에 대한 거부감이 남들보다는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분할상법은 완성되어 있는 게임을 파는 것과 달리
끊임없이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죠.

이미 샀다면 억지로 플레이해야 할 결말도
기대할 게 없다 싶으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할 게임의 1편은 좀 미흡해도 되지만
계속 나올 게임이라면 2편은 앞으로의 시리즈 방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근데 마로의 환자의 가텐계2를 플레이하고 '투 비 컨티뉴'라는 마지막 문구를 봤을 때,
이 이상 뭘 보여 주겠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갔어요.
다양한 NTR과 결말을 이미 보여 줬으니까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할 만한 요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엘프 사의 팬이 아니었더라면
이후의 작품을 플레이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겁니다.



아무튼 다음 리뷰는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엘프 사의 마지막 게임인 3편입니다.
3편은 4개월만에 나온 2편과는 달리, 
참 많은 우여곡절 끝에 2년 후에야 발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