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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9일 일요일

리뷰 : 뇌력자 & DOOP(MBS TRUS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BS TRUSE는 메이비소프트의 계열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MBS TRUTH로 이름을 바꾸는 회사로
2000년도에도 나름 여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원래부터 메이비소프트는 에로 측면에서의 비중이 많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지만
시대에 따라 다소 기복을 보였습니다.
캐릭터와 개그의 비중을 좀 늘린 에로코미디를 만들던 시절도 있었고,
다소 강한 수위의 에로게를 만들던 시기도 있었죠.
MBS TRUTH의 게임들은 대체로 각 시기의 메이비소프트 게임들보다
조금 더 과격했다고 생각합니다.

PC-98시절의 MBS TRUSE 또한,
게임에서 꽤 과격한 묘사를 보여줍니다.



97년 5월 23일에 발매된 <뇌력자>입니다.
능력자와 발음이 같은 언어유희 제목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길거리에서 야구공에 머리를 맞게 되고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해방됩니다.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검증 안 됐습니다.
주인공의 망상일 뿐이죠.
여성들이 다 자신과 H를 하기 바란다고 머릿속에서 누가 자꾸 속삭입니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망상증 환자이지만
문제는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진짜라는 겁니다.
주인공이 마음껏 지 맘대로 하고 다니는 ㄴㅇ물입니다.



실컷 나쁜짓하던 주인공이 엔딩에서 급커브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결말도 좀 별로입니다.
요즘처럼 틀에 박힌 임신, 하렘, 비디오 이런 엔딩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될 정도죠.

뇌력자 자체는 평범한 ㄴㅇ물의 전개를 벗어나지 않지만
이 시기 MBS TRUTH가 살리고 싶었던 소재를 보여 줍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바르게 살고 싶어하고, 죄책감을 가지려해도
머릿속의 망상이 주인공을 유혹하는 전개인 거죠.



리메이크 <진 뇌력자>에서는 주인공이 야구공에 맞는 대신 이상한 영감님이 나타나서
주인공의 능력을 일깨워 줍니다.
주인공 머릿 속에 말을 거는 것도 이 노인이죠. 망상이 실체화된 겁니다.
다만, 이런 리메이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해피엔딩때문에 이 노인의 역할도 애매합니다.

전반적으로, 뇌력자는 컨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별볼일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말 거는 컨셉을 제대로 살린 건 다음 작품인 <DOOP>입니다.
심해 SF 서스펜스물이죠.
밀폐된 해저 기지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사망하는 게임입니다.



분량은 나름 충실한 편이지만 플레이는 서스펜스물 치고 좀 루즈한 편인데
회의를 너무 많이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마다 회의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이 죽었으니 큰 일이기는 하지만
사망 패턴이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데 그 때마다 회의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주인공이 감염되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루트도 있습니다.
사망장면이나 시체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는 편이지만
분위기를 잘 만들 놓았기 때문에 섬뜩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머리속에서 주인공을 충동질하는 묘사가 있습니다.
단순한 머릿속 망상은 아니고 설정은 좀 복잡한데
아무튼 미소녀 셋이 머릿속에서 '하자', '해버리자'하고 계속 유혹합니다.

이 머릿속 캐릭터들의 충동으로 현실 캐릭터를 죽이게 되는 겁니다.
충격적이게도 죽은 캐릭터는 망상 동료가 되어 같이 충동질하는 캐릭터로 편입됩니다.
계속 동료를 늘려가면서 망상 속 캐릭터들과 광기어린 대화를 하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두 게임 다 인상깊었던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별 할 말이 없는 게임들이었습니다.

특히, 뇌력자의 경우는 평범한 수준보다 못한 게임입니다.
DOOP은 에로적인 면에서는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호러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3월 22일 일요일

리뷰 : Blind Games(1996/8/24, May-Be SOF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lind Games>는 무려 선상 서스펜스 게임입니다.
배 위를 무대로 삼은 게임은 몇 년에 한 번 나오는 정도이고,
그마저도 늘 실망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언제나 저를 기대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무대도 그렇지만 제목도 당시로서는 세련되게 느껴졌기 때문에
당시 제가 이 게임에 걸었던 기대는 실로 엄청 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제 기대는 깊은 심해까지 침몰하고 말았죠.


시기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주인공은 일본 항공기 제조사 직원입니다.
서양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호화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합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중이기 때문에 배에서 일본인은 주인공밖에 없습니다.



게임은 대체로 여객선의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만나는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장소 이동 & 대화는 메이비 소프트 게임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특별한 점은 없지만
이 게임에서는 특별히 실망스럽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주인공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식당, 라운지, 갑판, 카지노 등은 이동할 수 있는 게 당연하죠.
근데, 기관실, 창고, 조타실, 선장실, 무전실...
무슨 주인공이 배 주인인가요?
선원도 아니고 손님이 왜 저런 곳에 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대부분의 저런 장소에서 딱히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계단A 왼쪽, 오른쪽/ 계단 B 왼쪽, 오른쪽/ 계단 C 왼쪽, 오른쪽...
어디가 어딘지 화면상 구분도 안 가는데 이런 장소들을 세분화할 이유가 있나요?
신경써서 돌아 다니지 않으면 갔는지, 안 갔는지 기억도 안 나는 장소들입니다.
객실은 XX의 방, YY의 방 정도로 구분했으면 좋잖아요.



두 번째, 문제점이자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게임 디자인입니다.
장소 이동 & 대화 시스템이 사용되는 구간은 게임시간으로 6일 정도입니다.
하루는 대충 아침, 점심, 오후, 저녁, 밤의 다섯 시간대로 나뉘어 집니다.
한 시간대에 돌아다니면서 세 번정도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플레이어에겐 6 곱하기 5해서 30번의 시간대가 주어지며,
세 번씩 이야기할 수 있으니 대화 기회가 90번 주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메인 캐릭터인 셰리와 에밀리아는 선택지를 잘 골랐다는 가정하에,
필요한 대화 횟수는 각각 10번입니다.
선택지를 잘못 골랐다고 해도 평균적으로 각각 대충 20번 정도 만나면 됩니다.
서브 캐릭터 중에서도 대화를 10번 정도 하면 H씬을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두 명 있죠.
여기까지의 합이 대충 60번이죠.

그럼 나머지 30번은 뭘 할까요?
그외 서브 or 엑스트라 캐릭터하고 대화를 하거나,
이미 이벤트 다 본 캐릭터와 중복으로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피아와의 엿보기 이벤트가 몇 번 있죠.


중요하지 않은 엑스트라 캐릭터와의 대화부터 살펴 봅시다.
일단, 말을 걸면 '난 일본인이 싫어서 일본인 하고 대화 안 해.'라든가
'잽'이라고 모욕하는 아예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엑스트라들이 나옵니다.
6일 내내 똑같은 말만 합니다.

만날 때마다, 다른 화제를 꺼내는 대화를 하는 엑스트라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객선 선장님인데, 항해나 크라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합니다.
대화 전개가 어떻게 되냐면,

선장 : 오늘은 크라켄에 관한 대화를 하지.
나레이션 : 크라켄에 관한 대화를 했다

가 끝입니다. 저 대화에서 크라켄만 바꾸면 여러 화제가 되는 겁니다.
엑스트라와의 대화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10번정도 대화하면 H씬이라도 볼 수 있는 서브 캐릭터와의 대화를 살펴봅시다.
서브 캐릭터 중 하나인 마리아입니다.

말을 걸면, 바빠서 대화할 시간 없다고 합니다.
H씬이 있는 5번째 대화와 10번째 대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대화에서 똑같은 말만 합니다.
이 대화도 쥐뿔만큼도 쓸모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메인 캐릭터인 셰리와 에밀리아와의 대화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두 캐릭터에는 그나마 만날 때마다 대화와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지만
패턴이 대개 비슷하고, 너무 많이 만나면 중복되는 대화와 선택지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점은 엑스트라나 서브캐릭터는 그냥 똑같은 대사만 나오고,
메인 캐릭터도 너무 많이 만나면 대사가 중복된다는 점입니다.
아니, 할 말도 없으면서 왜 대화 기회를 90번이나 만들어 놓은 거죠?
쓸데없이 플레이타임만 늘어나잖아요.

6일이라는 시간을 좀 줄이든가,
하루를 '오전/오후' 혹은 '아침/점심/저녁' 이 정도로 나눴으면 고생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 들었겠죠.
요즘 같으면 시간을 그냥 넘기는 커맨드라도 만들어 놓았겠지만 이 시절에는 그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에는 이동할 수 있는 장소도 쓸데없이 많습니다.
90번이나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고생고생하며 이 장소, 저 장소 돌아다니면서
막상 만나면 별 할말도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 겁니다.



지루한 잡담 사이사이에 스토리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셰리의 방을 누군가가 습격합니다. 주인공은 습격한 사람을 쫓아가죠.



창고에서 만난 스파이입니다. 주인공은 오히려 스파이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게 됩니다.
다행히, 무선 담당 선원이 쓰러져 있는 주인공을 도와줬습니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면, 지루한 대화만 하던 게임이
슬슬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죠.
참고로, 이 사건이 벌어진 건 3일째입니다. 잡담은 6일날 밤까지 하고요.
다시 말해서,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사람들과 하는 얘기는 그냥 잡답 뿐이라는 겁니다.

주인공이 정체모를 스파이에게 습격당하고, 
주인공이 특별히 노려지는 이유도 의문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고는 선장하고 크라켄 대화나 나누는 거에요.

스파이가 식당에 미약을 뿌리는 바람에
식당에서 손님들의 난X파티가 벌어지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미약의 효과가 풀린 후에,
뭘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패닉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정말 친절한 스파이입니다. 미약이 좀 남아서 의미없이 뿌렸나 보군요.

서스펜스물다운 이벤트가 가끔씩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긴장감을 끊어먹고, 지루한 잡담에 집중하게 하려는
제작자들의 배려가 엿보입니다.



캐릭터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상술한 단점이 정말 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애정이 없는 게임은 아닌데
셰리와 에밀리아의 캐릭터가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털털한 스타일의 카지노 딜러 셰리와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 스타일의 에밀리아 둘의 개성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주인공에 대한 초기 호감도가 나쁘지 않아 포지션이 비슷한데도
각자의 색깔을 분명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본격적인 스토리에 들어가면 에밀리아에게 반전 매력이 있는데
그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소재나 분위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게임은 웬만하면 재미있게 하는 편인데,
이 모든 장점들을 씹어먹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입니다.

단점은 정말 명확합니다.
가끔 플레이 도중, 테스트도 다 해봤을 텐데 왜 게임이 이렇게 출시됐을까하고
의문이 드는 게임들이 있는데 이 게임이 그런 사례입니다.

2020년 3월 15일 일요일

리뷰 : 이스케이프!(1996/2/29, May-Be SOF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이비 소프트의 <이스케이프!>는 제목 그대로 탈출에 관련된 게임입니다.
PC98시절의 메이비 소프트 게임 중에서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윈도우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며 지하미궁으로 빠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스케이프라는 제목답게 지하미궁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궁을 헤메게 된다는 게임이지만,
이 시절 메이비 소프트 게임이 그렇듯이 탈출보다는 H씬 목적으로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인상깊은 이유는 역시 시스템 때문입니다.
탑뷰 방식의 필드 이동 방식의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레벨이나 몬스터같은 것도 없이 미궁을 돌아다니면서
이벤트를 보러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처음에 이 게임을 보았을 때는 당연히 RPG 스타일의 게임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색다른 매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텍스트 상의 선택지로 어디어디로 이동하는 방식에 비해
미궁을 헤멘다는 분위기를 잘 살린 시스템이죠.
스토리에 어울리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칭찬할만한 점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겁니다.
레벨도 없고 몬스터도 없으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퍼즐도 없고, 아이템 선택 사용도 없고, 시간 경과 개념도 없습니다.
맵도 미로라기보다는 그냥 갈림길에 가깝습니다.
플레이하는 거라고는 보물상자나 찾아다니면서 캐릭터나 만나고 h씬이나 보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뿐입니다.

간단히 말해,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면에서 텍스트 어드벤쳐와 전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거죠.
단순히 반복해서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기만 하니 더 귀찮기만 합니다.
차라리 RPG로 만드는 편이 더 재미있었을 겁니다.



총평하자면, 색다른 시도가 바로 색다른 재미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시스템을 도입만 했을 뿐, 그 후에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있겠다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부실할 뿐더러 캐릭터도 숫자만 많을 뿐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최근의 쯔꾸르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2020년 3월 8일 일요일

리뷰 : Ce'st La Vie(세라비)(1995/3/30, May-Be SOF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이비 소프트는 90년대보다는 2000년대에 유명했던 회사입니다.
저는 스토리 게임도 좋아하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 다수가 등장하는 개그 스타일의 게임도 좋아하는데
메이비 소프트가 딱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근본없이 막 던지는 스타일의 개그쇼였죠.

그런 스타일의 메이비 소프트 게임인 <유격경함 파트베셀>, <모노고코로 모노무스메>, <학원 신선조> 등등은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의 게임은 메이비 소프트의 역사 속에서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메이비 소프트는 대체로 에로에 치중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PC-98시절에는 특히 더 그랬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Ce'st La Vie>라는 게임은 특히 정도가 심하죠.



세라비는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그것이 인생'이라는 뜻입니다.
사는 게 다 그렇다 정도의 뜻인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과연 이 게임은 어떤 인생을 보여줄까요?

주인공은 화가 지망생입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꿈을 위해 노력한다는
초반 스토리만 보면 마치 스토리 게임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이 다니는 아틀리에에서 누드 모델로 만났던 시온입니다.
두 번째 만남만에 갑자기 주인공을 자기방으로 초대합니다.



방으로 갔더니 시온과 같이 왔던 누드모델 에미와도 만나게 됩니다.
에미와도 제대로 대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대화 도중 갑자기 사귀기로 합니다.
뭐, 이 게임에서 갑작스러운 건 한 두개가 아닙니다.

그 후 연인이 된 에미가 집으로 돌아가고,
방에는 주인공과 시온, 단 둘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H씬이 시작됩니다.

...왜죠? 밑도 끝도 없습니다. 갑자기 H씬이 시작돼요.
주인공조차 당황해서 갑자기 왜 이러냐고 물어봅니다.

'그건 지금 나올 질문이 아니야...'
시온의 대답입니다. 그럼 이 질문을 언제하죠?
아무리 에로게라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럽습니다.



H씬 후 방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못 알아보던 주인공이었으나
대화를 하다보니 3년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 마야라는 걸 알아보게 됩니다.
주인공이 알아보자마자 마야가 뒷골목으로 주인공을 끌고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옷을 벗고 주인공에게 옛날부터 좋아했다고 고백합니다.
...순서가 잘못되지 않았나요? 왜 고백을 옷부터 벗고 하죠?



그 때, 등 뒤에서 에미가 등장합니다.
연인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10년된 연인한테 배신한 것처럼 행동하는군요.
아무튼 울면서 도망친 에미를 찾아야 합니다.
근데, 전화번호도 모르고 주소도 모릅니다. 연인 맞나요?

다행히 길거리를 헤메다 시온을 만났습니다.
시온에게 전화번호나 주소를 물어보니, 이유를 먼저 말하라고 합니다.
이유를 말해주고 다시 주소를 물어보니 '남자라면 그런 건 스스로 찾아라'고 먹튀를 시전하죠.
시온은 아까부터 말만 그럴 듯하지 제대로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웬만하면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아무튼, 아틀리에에서 모델 명부를 보고 주소를 알아내 에미의 방으로 향합니다.
에미의 방에 도착하니 에미는 안 보이고 TV에서 비디오 영상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에미가 다른 남자와 H씬중인 영상입니다.
벌써부터 NTR물의 비디오 엔딩이 뜨기라도 한 걸까요?



사실 그건 아니었고,
옛날에 성인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에미입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그런 에미를 받아주고 잘 연인이 됐다는 결말로
1부가 종료됩니다.
굉장히 파란만장했던 것 같은데 고작 1부였습니다.



2부에서 연인 에미가 갑자기 우울해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은 시온과 상담을 하게 됩니다.
시온은 주인공이 다른 여자에게도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에미만을 특별하게 소중히 대해주라는 충고를 해주죠.
그리고 바로 시온과의 H씬입니다.

...이번엔 또 왜죠? 에미만을 소중히 대해주라면서요.
그런 의문을 가지는 사이에 시온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를 에미라고 생각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가 상종하지 말아야 할 캐릭터라고 얘기했죠?


아무튼 이번에는 에미 집으로 갑니다.
늘 그렇지만 맥락도 없이 에미가 갑자기 목욕부터 하자고 하죠.
목욕하면서 에미가 자신이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얘기는 좀 옷 입고 하면 안 되나요?



아무튼 이런 식의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계속 전개되고 다른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H씬은 너무 맥락이 없고, 대화는 꼭 옷을 벗고 시작하죠.

스토리가 흐릿해질 정도로 H씬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화가를 꿈꾸는 주인공은 대체 어디 간 거죠?
게임내에서 주인공이 하는 독백 좀 보세요.

'내가 우유부단한 나머지 에미씨를 상처입히고, 시온씨에게 혼나게 되었다.
이런 내가 과연 화가가 될 수 있을까?'

대체 이게 무슨 맥락입니까? 우유부단한 것과 화가가 무슨 상관이에요.
스토리 전개상 화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안 나오다 보니
이렇게 억지스럽게 끼워넣고 있잖아요.



뭐, 사실 꿈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여배우를 꿈꾸는 시온이나 장래를 고민하는 에미 등
다양하게 장래에 대한 고민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재의 진지함을 묘사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소재따위는 기억도 안 나고
그냥 H씬을 위해서 달리는 게임일 뿐이에요.



총평하자면, 이 시기 메이비 소프트 게임은 이런 식이였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이 정도로 맥락없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H씬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같은 느낌이죠.

캐릭터가 마음에 드시는 분에게는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겠지만
초반의 진지한 멘트에 홀려서 스토리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게임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게임이었습니다.
차라리 화가 지망생의 꿈 이런 내용이 없었다면
메이비 소프트 게임 스토리에 기대도 안 했을 것이고 실망할 일도 없었겠죠.

메이비소프트에게 낚인 느낌입니다.
메이비 소프트가 저를 낚기 위해서 일부러 초반을 진지하게 만들고
실망한 제 등 뒤에서 '그것이 인생'이라고 속삭이는 거죠.

2020년 3월 1일 일요일

리뷰 : Es의 방정식(1996/9/13, 아보가도파워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즈사키탐정사무소파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Es의 방정식입니다.
다음 편인 <인공 실낙원>이 결국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탐정인 스즈사키의 시점과 동업자인 쿠사나기의 시점이
계속 바뀌면서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스즈사키의 스탠딩 CG는 전작보다 멋있게 뽑혔고,
쿠사나기는 여전히 스탠딩 CG가 없는 상태입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번작에서는 쿠사나기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전작에서는 왜 등장해서 시점에 혼란만 주는 건지 의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쿠사나기의 과거 이야기가 스토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스럽게 스즈사키에게 비중을 넘기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초반에 쿠사나기는 길가다 양아치에게 쫓기는 소녀를 도와주게 됩니다.
나중에 그 소녀가 찾아와 감사의 표시로 자기 집에서 같이 저녁식사나 하자고 초대하죠.

근데, 쿠사나기가 자기는 피곤하니까 스즈사키 혼자 다녀오라고 합니다.
도와준 건 쿠사나기인데 스즈사키가 왜 혼자 답례를 받으러 갑니까?
나중에 가면 나중에 가고, 안 가면 안 가는 거지
다른 사람을 보내는 건 스토리상 좀 이상하잖아요.
근데, 진짜로 스즈사키 혼자서 저녁식사하러 갑니다.

전개상 스즈사키 혼자 가고, 쿠사나기가 남아야할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좀 자연스럽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쿠사나기가 나서야 할 부분에서, 어색하게 스즈사키가 튀어나오는 느낌입니다.
멀티 시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쿠사나기와 3년전에 일하던 동료인 사토미입니다.
갑자기 쿠사나기의 눈 앞에서 충격적인 할복자살쇼를 보여줍니다.
할복 자체가 충격적인 게 아니라 자살에 이르는 상황, 대사 등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게다가 또다른 동료가 사토미의 자살한 시각과 같은 시각에 자살합니다.



의심스러운 건 당시 쿠사나기와 동료들이 담당하던 자폐증 환자 누에노입니다.
최근에 퇴원했다고 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추리물적인 초반부에
결국은 추리물이 아니었다는 스토리가 되지만 호러게임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장면들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크툴루 신화, 특히 <인스머스의 그림자> 요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미쳐가지고 주인공일행을 추격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별 긴장감 고조없이 금방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스토리가 후반부에 힘이 빠진다는 단점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중간중간에 임팩트있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런 장면들을 마무리지어 줄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작품 전체의 질이 떨어질 뿐이죠.

전작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스카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아스카 비중이 확 줄어버려서 더더욱 아쉬웠습니다.



총평하자면, 전작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한 게임입니다.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너무 충격적이라서 인상 깊은 장면이 꽤 있어요.
처음에 플레이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스토리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다 보니,
할 때는 충격적인데 세월이 지나면 기억이 안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좋은 후속작이 계속 나왔더라면 같이 평가가 올라갈 수 있었던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