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리뷰 : DE JA(1)(1990/6/15,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엘프 창립 직후 2년간 만든 10개의 작품입니다.
이 다음 작품은 <FOXY2>로 <FOXY2>부터 엘프는 크게 변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열 개의 게임은 엘프사의 옛날 게임 중에서도 옛날 게임입니다.
기술력도 부족하고 그래픽도 상대적으로 미흡하던 시절입니다.

저는 이미 각 게임들의 리뷰에서

<두근두근 셔터챤스>, <엔젤 하츠>, <RUN RUN 광주곡>
이 세 작품에는 '최초'나 '도전'이라는 의의는 있지만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프라이빗 스쿨>, <FOXY>는
시대를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아쉬운 게임이며,

<RAY GUN>은 너무나도 평범한 게임이라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핑키 퐁키>만이 시대를 고려했을 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단순한 누키게라는 장르의 한계로
지금 시대에서는 대체할 게임이 한 달에만 열 개 이상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시대의 게임은 대부분 잘해야 평작 수준입니다.
시대를 고려할 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번에 리뷰할 <DE JA>야말로
제가 선정한 이 시기 엘프의 최고의 게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뭐, 제가 선정했다는 말은 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급이 다른 명작입니다.



장르는 고고학 어드벤처입니다.

고고학은 탐정, 수사물만큼이나 어드벤처 게임과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시시한 유물을 단서로, 오파츠를 발견하고, 숨겨진 문화재를 발견하고,
고대 문명 유적에 잠입하고, 함정을 피하고, 고대인들이 만든 퍼즐을 푸는
멋진 소재입니다.

엘프사는 고고학을 소재로 <DE JA>와 <DE JA2>,
그리고 유명한 명작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를 만들어 냈습니다.

셋 다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아쉽게도 엘프는 고고학 어드벤처를 다시 낼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엘프는 어드벤처 게임을 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게임계 전반적으로 어드벤처 게임은 저 시기에 비해 쇠퇴 상태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고고학의 몰락이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엘프사의 고고학 어드벤처 3작품이 나온 시기는
일본 고고학의 전성기였습니다.
아직 일본 고고학계의 유명한 사기꾼 H.S.의 사기극이 들통나기 이전이기 때문입니다.
사기극이 들통난 이후, 일본 고고학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이
게임계에 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스템은 명령 커맨드 선택식입니다.
'보다, 조사하다' '얻다' '생각하다'라고 적혀 있으며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커맨드가 등장합니다.

사실 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게임이 불편한 이유가
'커맨드가 많고 불필요한 커맨드까지 실행할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에 나온 리메이크 판을 플레이 해본 결과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냥 '옛날 게임'이라서 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리메이크 판에서 이미 읽은 문장을 자동으로 스킵하는 기능과
진행도를 그때 그때 알려주는 시스템이 추가되었고
옛날에 비해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읽은 문장 자동 스킵 기능'은 저 시대에 어떤 게임에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에로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RPG만들기를 이용한 동인게임 중에 일부가 스킵 기능이 부족하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게임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옛날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DE JA는 PC엔진 CD와 윈도우판으로 두 번 이식되었습니다.

 <PC88 및 PC98 버전의 그래픽>

<PC엔진 버전의 그래픽>

PC엔진은 1987년에 나온 일본의 가정용 콘솔 게임기입니다.
DE JA는 PC엔진의 CD판으로 1996년에 발매되었습니다.
몇몇 CG는 원작보다도 괜찮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그래픽은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게임기의 성능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작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된 CG와 대사도 존재합니다.
또한 보이스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우선 콘솔판이기 때문에 성인용 장면이 대대적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자주 보여주는 팬티가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사라졌고
복장도 전반적으로 노출이 약해졌습니다.
또한, 다소 잔인한 CG는 모두 순화되었습니다.


<PC-88 및 PC-98 버전>

<PC엔진 버전> 

<PC-88 및 PC-98 버전>

<PC엔진 버전>

반면에, 희한하게도 원작에 있던 H씬은 삭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도 일단 위험한 부분은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고
대사도 일부 삭제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DE JA는 스토리상 H씬을 삭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H씬인데 문제가 없는 걸까요?

다른 게임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CG가 나옵니다.
PC-엔진의 등급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2004년에는 <DE JA 멀티팩>이라는 명칭으로 <DE JA2>와 함께
윈도우즈판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PC-88 및 PC-98버전>

<윈도우즈 리메이크 버전>

그래픽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엘프사 작품의 리메이크는 <애자매> 리메이크 이후로
그래픽 변화에 소극적이 되었습니다.

DE JA 리메이크 역시 원화를 거의 바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의 원화를 거의 그대로 2004년도에 발매한 건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채색이 너무 단조로워 보입니다.

2004년이면 엘프사가 <하급생2>를 발매한 시점입니다.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는 <하급생2>지만 그래픽은 DE JA 리메이크와 큰 차이가 납니다.
DE JA의 리메이크는 아무리 생각해도 2004년의 엘프사의 그래픽이 아닙니다.

또한, 8년 전에 이식된 PC엔진 버전에서는 CG가 추가되었는데
윈도우즈 버전에서는 전혀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뭐, 이 시기 엘프사의 리메이크 게임들이 대개 CG가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14년만의 리메이크라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PC-88 및 PC-98 버전>

<윈도우즈 리메이크 버전>

엘프사의 무수한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리메이크입니다.
다행히도 옛날 버전에서 작화가 좋지 않은 부분은 어느 정도 수정이 되었습니다.


 <어깨에 뽕을 너무 많이 넣은 옛날 버전의 가챠코>

<윈도우즈 리메이크판 가챠코>

아쉬움이 많은 그래픽에 비해, 시스템은 매우 쾌적하게 변했습니다.



커맨드 선택시 마우스를 이용하여 편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메시지 윈도우 창 위에 붙은 20% 및 빨간 게이지가 진행도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도 '읽은 문장 자동 스킵 기능'때문에 중복되는 대사는 빨리 넘겨 버릴 수 있고
똑같은 커맨드를 계속 실행해보는 귀찮은 짓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얘기가 길어져 버렸기 때문에
리뷰를 두 편으로 나누겠습니다.

다음편에서는 DE JA의 가장 큰 장점인 스토리 위주로 리뷰를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2016년 1월 24일 일요일

리뷰 : 천신란마(1992/3/18,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제목은 <천신란마>입니다.
유즈소프트의 <천신란만>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두 게임 모두 고사성어인 천진난만에서 유래된 제목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입니다.

오래되기도 하였고 번역되지도 않았으며 엘프사 게임치고 딱히 유명하지도 않기 때문에
유즈소프트 사의 게임보다 인지도가 한참 부족합니다.
주요 포탈사이트에 천신란마를 검색하면 '천신란만'으로 수정되거나, 심지어 '전신안마'(...)로 수정되는 굴욕을 겪는 게임입니다.


성인버전과 일반버전이 따로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스토리 상 에로 이벤트의 비중은 많지 않기 때문에
H씬을 삭제하고 일반버전으로 나와도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에로적인 부분을 버리고 발매하다니
RPG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 그렇게 자신이 있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3D 던전형 RPG입니다.
엘프사는 천신란마 이전 <드래곤나이트>와 <드래곤나이트2>를
같은 방식으로 만든 바 있습니다.
확실히 이전 엘프사의 던전형 RPG보다는 조작이 편리합니다.

드래곤나이트2에 비해 가장 발전한 부분은 왼쪽의 미니맵입니다.
미니맵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가야할 길을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고
이미 갔던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맵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으며
전체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미로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전체맵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꽤 불편한 점입니다.


이 게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멀티 시점'입니다.
게임 시작시 '타카미'와 '유이마', 이 두 주인공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합니다.

당시로서는 참신한 방법이기는 한데 실제 플레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둘은 모험 중 거의 대부분 헤어지지 않고 같이 다닙니다.
기껏해야 이벤트 몇 개가 다를 뿐인데
이건 굳이 멀티 시점으로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을 정도입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정도 볼륨의 게임을 만들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천사와 악마가 인간을 존속시킬지 멸망시킬지를 논의하며
인간을 시험하기로 합니다.
지하에 있는 '지저세계'를 인간계에 출현시키고
그냥 적당히 선택한 인간 타카미에게 지저왕을 쓰러뜨리라고 합니다.



주인공 타카미입니다. 그냥 등교하다가 선택받았습니다.



선택받은 타카미는 30일 후에 깨어나 지저왕을 쓰러뜨리는 모험을 떠납니다.



유이마는 마족입니다. 평범하게 지내던 중 인간계에 갑자기 이변이 일어납니다.




유이마는 정령에게서 사정을 전해 듣고 선택받은 인간 타카미를 30일 동안 찾아다닙니다.



도중에 합류하는 천족 아마노입니다.
점프라는 마법으로 전장에서 여관으로 순간이동하는 마법을 할 수 있고
힐도 사용할 줄 압니다.
아마노가 합류하고 나서야 게임이 비로소 할 만해 집니다.



카오루입니다. 전투원은 아니지만 주인공과 같이 모험을 다니는 타카미의 친구입니다.
초반에는 타카미 편의 튜토리얼, 중반에는 납치를 당하는 포지션,
후반에는 H씬 이외에 잉여를 맡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다른 주인공이자 더욱 매력적인 유이마가 있다 보니
주인공 타카미의 히로인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영 대우가 좋지 않습니다.


어쨌든 황폐화된 인간계, 인류 멸망을 건 싸움이라는 긴장되는 소재로
시작된 이 게임의 단점은...



초반부터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저 표정들을 좀 보세요.
누가 봐도 저건 인류 멸망을 건 싸움을 하는 표정이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진지하지 않고, 비교적 개그 노선으로 스토리가 쭈욱 진행됩니다.
물론 진지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스토리의 분위기 자체는 이미 망가진 후입니다.
좀 더 게임을 긴박하게 만드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악당 간부격인 모쿠렌(위, 옆에 있는 건 연인 유키코)과 케이마(아래)입니다.
저마다의 깊은 사정도 있고 악당으로서의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기 엘프사 게임의 악역 중에서는 꽤 인상 깊습니다.



다만 지저왕은 흉물스럽습니다.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다는 결말이기는 한데
간부들에 비해 카리스마도 떨어지고 마지막에 만나기 전까지 존재감도 없어서 아쉽습니다.


 
 

몬스터들은 흉물스러운 몬스터도 있고 매력적인 몬스터도 있습니다.
주로 보스급 몬스터들이 매력적입니다.



악당들에게 세뇌된 인간 메구미입니다.
이 게임을 통틀어 가장 비쥬얼이 훌륭한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뇌가 풀린 이후에 주인공 일행이 여관에서 묵게 되면 찾아옵니다.
물론, 성인버전에서만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천신란마의 모든 에로이벤트는 여관에서 묵을 때 일어납니다.
스토리와 전혀 연관이 없는 캐릭터도 찾아오는데
<FOXY2>와 마찬가지로 H씬의 수가 꽤 적습니다.
일반버전도 있는 만큼 RPG 게임에 더 주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RPG 게임으로서 천신란마에 정말 불만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불만인 점은 지나치게 복잡한 미로입니다.
사실 던전을 몇 번 쏘다니다 보면 길을 쉽게 외울 수 있고
무엇보다도 미니맵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작인 드래곤나이트1,2가 더 헤멨습니다.

그러나 천신란마가 더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이벤트가 어디서 터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니맵입니다.
노란선이 벽, 보라색선이 문, 연두색이 이미 갔던 길, 검정색이 아직 가지 않은 길입니다.

문은 그 장소로 직접 갔을 때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가지 않은 곳은 막다른 벽인지 문인지 알 수 없고 
직접 가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저 맵 중의 어딘가에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대부분은 막다른 곳에서 일어나죠.
이벤트가 일어나는 막다른 곳의 좌표를 밟기 전에는 이벤트가 일어나는지 일어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을 찾든 이벤트를 찾든 막다른 길마다 하나하나 들러야 합니다.
근데 막다른 길 하나하나에는 꼭 보통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습니다.


 

우연히 만나는 몬스터와 막다른 길의 몬스터는
같은 그래픽인데 색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게임 시스템상 막다른 길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데
그 하나하나에 보통보다 강력한 몬스터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더더욱 문제인 점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에 딱히 표시가 없어 한 번 갔다왔어도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A지점의 이벤트 다음에 B지점에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A지점과 B지점 중 어디를 먼저 가야한다는 힌트따위는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무작위로 찾아가 볼 수 밖에 없죠.
복잡한 맵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중 B지점에 먼저 도착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중에 이벤트가 일어난다는 어떠한 표시도 없습니다.
그 후, A지점으로 가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남은 맵을 전부 뒤져봐도 다음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B지점은 이미 한 번 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B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이미 한 번 훑어본 맵을 처음부터 다시 전부 훑어봐야 합니다.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죠?

심지어 던전을 나갔다 들어오면 막다른 길의 몬스터는 전부 부활합니다.
다시 막다른 길을 갈 때마다 싸워야 됩니다.

한 번에 모든 맵을 둘러 볼 수 있다면 막다른 길의 몬스터과 다시 싸울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적이 그정도로 약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약이 있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지만 물약은 종류당 다섯 개를 가지는 게 한계입니다.


거기에다가 몬스터는 대부분 HP가 엄청 높습니다.
아무리 레벨을 올려서 가도 한, 두방에 죽일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 파티는 세 명이고 몬스터는 한 마리인데 다굴을 계속 쳐야합니다.
대신 난이도 조절을 위해 몬스터의 공격력은 낮습니다.

문제는 게임 특성상 몬스터를 자주 만나는 데 몬스터는 쉽게 죽일 수도 없다는 점이죠.
만렙 가까이 가서도 필드 몬스터 한 마리조차 시원시원하게 처치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또, 또 던전과 회복시켜주는 여관과의 거리는 쓸데없이 멉니다.
아마노가 파티에 합류하면 여관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여관에서 다시 던전으로 향할 때는 의미없이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여관, 무기가게, 약국, 술집 사이의 거리까지 쓸데없이 멉니다.
아니, 마을끼리는 좀 뭉쳐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그 사이에 몬스터가 나옵니다.
마을의 몬스터는 극초반부의 약한 몬스터라 쉽게 죽일 수 있지만
보상도 적은데 굳이 안 나와도 되잖아요.
나중에 전부 이사가면서 가까워지긴 합니다만 초중반까지 불편한 건 변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이 귀찮다기 보다는 힘이 듭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사실 고전 RPG에는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 본 것 중에서는 천신란마가 가장 심합니다.

제가 해본 엘프 사의 RPG를 넘고, 에로게의 RPG 넘어
고전 RPG 게임 전부를 통틀어 가장 힘들었습니다.
현대 RPG까지 넣어도 당연히 최악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
아까 말했듯이 이 게임은 시작할 때 '타카미'와 '유이마'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올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이 힘든 게임을 각 캐릭터로 두 번 해야합니다.
요즘 게임에나 있는 레벨이나 장비 승계시스템따윈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만이 승계될 뿐입니다.

올클리어를 위해 두 번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이벤트가 일어나는 좌표는 반드시 외워두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이 힘을 합쳐 지저왕을 물리치면 대망의 엔딩입니다.
이 시기의 엘프식 마무리로 셋이서 도시를 바라 보면서 끝이 납니다. 야경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죠.


마무리 장면입니다.
어게인의 스펠링이 틀렸습니다.(...)


총평하자면, 여러 모로 힘든 게임에 보상으로 스토리나 H씬도 변변치 않습니다.
평범한 게임입니다. 엘프사 게임 중에서는 단연 하위권입니다.
유이마와 메구미가 유일한 위안입니다.

다만, <드래곤나이트2>에 비하면 전투 시스템 면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 게임으로 축적한 노하우로 <WORDS WORTH>라는 명작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16년 1월 17일 일요일

리뷰 : ELLE(1991/6/13,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ELLE의 인지도는 엘프 게임 중에서 중위권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동급생>같은 상위권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들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2000년도에 리메이크 판이 나왔으며
최근에는 PC-98용 한국어 패치까지 나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어 패치를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퀄리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옛날의 게임을 지금 한글패치하는 것은 매우 대단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어 패치가 너무 늦었기 때문에
고전 에로게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ELLE같은 오래된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1991년도의 ELLE과 2000년도에 리메이크된 엘입니다.
2000년도를 전후해서 엘프는 PC-98의 명작들을 WINDOWS판으로 리메이크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합니다.
ELLE은 그 노력 중에서도 리메이크가 잘 된 케이스에 속합니다.



게임의 제목이자 메인 히로인인 엘 마일즈입니다.
딱 이것만 보더라도 리메이크의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엘프의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래픽 변화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애자매>를 리뷰한다면, 더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여성 캐릭터들도 깔끔하게 리메이크가 되었습니다.

<소셜 리포트사의 국장 피리스 로이드와 비서 린다 워커>


<크리스 론슈탓트>


<병원 간호사>

여우같은 이미지에서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맹해진 느낌이 납니다.
간호사의 성격으로 볼 때 PC-98버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파세리>


<여배우 미나미 레이코>


<호텔 직원>

사실 엘 이외에는 대체로 인질 역할과 증인 및 개그 역할,
혹은 H 이벤트용으로만 쓰이는 캐릭터들입니다.
사실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엘도 비슷합니다.

호텔 직원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에로 이벤트를 끼워넣고 싶었는지
뜬금없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옷을 벗는 야구권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리메이크가 잘 됐는데 캐릭터들의 비중이 낮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리메이크가 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엘 리메이크를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즐기지 못한 이유는
바로 '강제 전체화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기 엘프 게임의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 역시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ELLE은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좀 밀리는 게임이지만
어드벤처 에로게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새로운 포인트 클릭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어드벤처 에로게이기 때문입니다.


엘프의 이전 어드벤처 게임인 <프라이빗 스쿨>과 <DE JA>를 비롯한
상당수의 옛날 어드벤처 게임은 명령선택식 어드벤처였습니다.



<프라이빗 스쿨>의 게임 화면입니다.
화면의 왼쪽에 명령 커맨드가 보입니다.
'보다, 조사하다', '생각하다'의 커맨드가 있습니다.
'보다, 조사하다' 커맨드를 선택한 후
다시 '주위'라든가 '테이블', '문' 등의 커맨드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포인트 클릭 방식은
마우스를 이용하여 테이블을 클릭하면 테이블을 보는 방식입니다.

포인트 클릭 방식이 훨씬 편리하고 또한 자유도도 높습니다.
또한, 탐정물 어드벤처에서는 관찰력을 필요로 하여 더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ELLE의 포인트 클릭 방식은 편의성을 극대화한 방식입니다.



'보다', '말하다'를 일일이 선택한 후 화면을 클릭하는 방식이 아닌
픽셀에 따라 자동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변화하며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위의 화면처럼 아무 커맨드도 뜨지 않는 픽셀의 경우는 평범한 화살표,
마우스를 입으로 가져가면 포인터가 사람 얼굴로 변화하면서 '대화하다',
그리고 가슴으로 가져가면 포인터가 돋보기로 변하며 '보다'가 됩니다.

<동급생>이나 <유작>을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이런 방식이 이해하기 쉬우리라고 생각됩니다.
ELLE은 바로 이런 시스템을 최초로 채용한 게임이었습니다.


ELLE은 SF물입니다.
무려, 2008년도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FOXY>와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지났습니다.
2000년도에는 2008년이 그다지 미래라고 느껴지지 않았는지
리메이크에서는 2030년 배경으로 미뤘습니다.


도입부는 <FOXY>처럼 평온한 거리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시작됩니다.
큰 전쟁이 일어나고 인류의 대부분은 파멸했으며
생존한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메가로 어스' 계획을 세웁니다.

'메가로 어스' 계획에 의해 세워진 사회는 계급 사회이며
'메가로 어스' 계획에 반대하는 테러단체 '블랙 위도우'와
이를 저지하는 '스나이퍼'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죠 타카나카는 '초A급 스나이퍼'로서 신분을 숨기고 C급 스나이퍼 계급으로
미디어 센터 2층의 스나이퍼 지부에 배속됩니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총 6명의 스나이퍼가 있습니다.
A급에서 B급까지의 다양한 스나이퍼가 있으며
겉보기에는 C급 스나이퍼 애송이인 주인공을 무시하며 
다들 자기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스나이퍼들은 전형적인 '설정상 실력자'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 전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인질이 되기도 하며
허무하게 사망합니다.

그동안 이런 허접한 스나이퍼들로 어떻게 치안이 유지되었는지가 의문일 정도 입니다.
주인공보다는 못하지만 어느정도 실력있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대장 라인하르트입니다.
초반에는 다른 대원들과 달리 쓸모있어 보이지만
무쓸모하다 못해 초반에 가진 카리스마가 사라지고 존재감마저 사라지는 캐릭터입니다.



홍일점 엘입니다.
별 활약은 없고 마지막 부분에 인질이나 되는 캐릭터이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주인공의 제멋대로의 행동에 화내면서 츤츤대는 모습만 보여줘도
이 캐릭터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 잉여들은 설명하기도 귀찮습니다.
그냥 블랙위도우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 1,2,3,4입니다.

엘프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시체들이 매우 그로테스크 합니다.
리메이크 판에서는 더 잔인합니다.
배가 뚫리고 내장들이 튀어나와 있고 주위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잉여 스나이퍼들은 이런 잔인한 연출로 블랙위도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계속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추적해 나갑니다.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있는 국장입니다.
조력자 포지션인듯한데 딱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 게임에서 도움되는 캐릭은 그다지 없으니 별 상관없습니다.

게임 중에 갑자기 '라인하르트가 누구야?'라고 합니다.
아무리 존재감이 없는 대장이라지만 국장이 대장을 까먹으면 어떡합니까?
물론 엔딩을 위한 복선입니다.
국장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 역시 라인하르트를 잊습니다.


게임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엘은 블랙위도우에 납치되고 라인하르트를 제외한 잉여 동료들은 전부 살해당합니다.
주인공은 병원 지하실에서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쓰러뜨리고
엘을 구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논란의 엔딩입니다.

엘과 함께 병원 지하실을 나와보니 뜬금없이 인류가 멸망해 있습니다.
무슨 핵폭탄으로 멸망한 것도 아니고 건물들은 모두 멀쩡한데 인간만 싹 사라진 것입니다.
F사의 C모 작품처럼 인간만 깔끔하게 뿅하고 지워졌습니다.
이곳 저곳을 이동해 봐도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우연히 주인공과 아무 상관이 없는 옆집을 조사하는데...



벽입니다.
문 안에 공간이 없습니다.

출입금지였던 귀족계급인 스웨이 클래스의 저택에서 문을 열어보니...



역시 벽입니다.
마치, 연극무대처럼 주인공이 갈 수 없었던 곳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인공과 엘은 출입금지였던 미디어 센터의 비밀장소 5층으로 진입합니다.



5층에는 특이한 컴퓨터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컴퓨터를 이것저것 조작하자



엘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자신도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정신이 들어보니...



어딘지 모르는 곳에 자신과 엘은 누워있고
또다른 자신과 엘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정체는 바로 인조인간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사실 게임 배경은 서기 8000년!!
진짜 인간은 주인공과 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모두 인조인간입니다.
지금까지 게임의 배경이었던 2008년은 모두 가상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예상못했던 반전이기는 하나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최근 에로게에도 자주 나오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충격적인 전개만을 목표로 이 일 벌리고 저 일 벌리고 하다가 수습이 안 되자
지금까지 모두 가상현실이었습니다하고 끝내버립니다.

ELLE에서는 가상현실이라는 복선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초반에 의문의 두 사람이 잠깐 나오고
중반부부터 등장인물들이 라인하르트를 잊어버린 것 역시 가상현실 시스템의 오류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족하고 억지스럽습니다.

무엇보다 ELLE은 이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쓰러뜨리고 
이 시기 다른 엘프 게임들처럼 주인공과 엘이 도시 야경이나 바라보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냈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스토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굳이 후반부에 무리한 반전을 집어넣으며 스토리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이 엔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굉장히 싫어합니다. 



총평하자면, ELLE은 마무리는 아쉽지만 흥미진진한 전개가 일품입니다.
혁신적인 시스템과 괜찮은 그래픽도 장점입니다.
엘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한국어 패치도 나왔다고 하니
고전 어드벤처 에로게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