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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5일 일요일

리뷰 : COSMIC PSYCHO(1991/9/14,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OSMIC PSYCHO>는 코즈믹 사이코라고 읽으며
<NIKE>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시기 칵테일소프트의
스토리 게임 중 하나입니다.

<NIKE>와 비교하자면 끊임없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좀 더 역동적인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명령선택식 어드벤처입니다.
다만, PC-98판에 한해서 비행 슈팅 미니게임이 등장합니다.



비행 슈팅의 난이도는 쉬운 편입니다.
가끔 헤메기도 했지만
<세일러복 전사 페리스>의 경우와 달리,
문제없이 끝까지 클리어하고 엔딩을 볼 수 있었습니다.

PC-88판이나, X68000판에서는 이런 미니게임이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미니게임은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픽은 어째서인지 <NIKE>에 비해 퇴보했습니다.
400라인이 아닌 200라인 게임입니다.
200라인치고는 훌륭한 그래픽이기는 하지만 다소 아쉽습니다.

캐릭터는 훌륭한 편입니다.
오로지 '미포링'만 보였던 <NIKE>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가 골고루 매력적입니다.



스토리는 평범한 학생인 주인공이 SF 세계로 차원이동하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은 꿈에서 우주공간에 있는 어떤 여성을 목격하게 됩니다.



꿈에서는 금방 깨어나게 되며, 깨어나보니 학교 수업시간입니다.
주인공에게 잔소리하는 학교 선생님이 매력적입니다.



평범한 인생을 보내던 주인공은 이상한 전화를 받게 되고,
차원이동을 하게 됩니다.



신인류 EX라는 적과 맞서 싸우는 여전사들이 우주선 넵튠에 모여 있습니다.
정작 주인공을 부른 마린이라는 캐릭터는 사람을 착각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소환된 주인공은 EX와 싸우게 됩니다.



계속 싸워 나가던 주인공은 이후 적 EX의 간부를 목격하는데,
그 정체는 본래 세계에서 주인공의 선생님입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의 등장에 주인공이 혼란해하는 와중에....



주인공은 어느새 본래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주인공의 눈앞에 있는 것은 EX의 간부가 아닌 평범한 선생님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장면입니다.
게임은 계속 이런 식으로 평범한 세계와 SF 세계의 전환,
그리고 그 두 세계의 연결과 예상치 못한 여러 인물들의 정체를 소재로 삼아
숨가쁘게 전개됩니다.



SF 세계에서의 전쟁은 상당히 치열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가차없이 죽어 나가고,
그럼에도 주인공일행은 포기하지 않고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는 굉장히 매력이 많으면서도
급하게 진행되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NIKE>가 부분적으로 지루했던 것에 비해 이 게임은 초중반부터
지루한 부분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세계관과 설정이 가지고 있던 포텐셜에 비해서
게임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평범한 학생이 SF세계로 차원이동을 하여,
미지의 존재와 치열한 전쟁을 하는 게임이라면
저에게는 <마브러브 얼터너티브>가 먼저 떠오릅니다.
저는 그 시기의 사람이었으니까요.
코즈믹 사이코는 당연하게도 <마브러브 얼터너티브>에 비해
세계관이나 치열한 전투의 묘사가 약했습니다.

제가 코즈믹 사이코를 플레이했을 때,
이 게임은 이미 한참 옛날 게임이었고,
짧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정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어찌됐든 좀 더 스토리가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90년대, 이 게임 발매 직후에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 하는 아쉬움이겠죠.

그리하여, 저 개인의 기준에서는
한 장면에서 집약적이고 진한 감동을 줬던
<NIKE>쪽이 압승입니다.
코즈믹 사이코의 탓이 아니라, 이 게임을 90년대에 플레이하지 못한 제 탓이지만
이 평가는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총평하자면, 스토리 중심의 고전 게임을 볼 때마다
이 게임이 몇 년만 늦게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코즈믹 사이코도 그런 부류의 하나입니다.

코즈믹 사이코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여기에 세계관과 스토리가 조금만 더 충실했다면
저는 주저없이 이 게임을 명작으로 꼽았을 것입니다.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리뷰 : NIKE(1991/7/2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NIKE>, 나이키라고 읽습니다.
그리스 신화 승리의 여신 이름이기도 하고
지금도 유명하고, 이 게임 발매 당시에도 유명했던 신발회사 이름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일단 몇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당신은 50미터 이상 헤엄칠 수 있습니까?'같은 질문인데
이 질문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성격 테스트를 합니다.
역시 본편에 무슨 영향을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성심성의껏 대답하도록 합시다.



시스템은 명령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고정된 커맨드가 있는 게 아닌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여러 선택지가 뜨는 방식입니다.

칵테일소프트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미소녀 게임 최초의 멀티 윈도우 시스템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을 적어 놓았습니다.
설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뭐가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군요.

발군의 그래픽도 자랑스럽게 적어 놓았는데 이건 맞습니다.
당시로서는 훌륭한 그래픽의 게임입니다.



은하계를 일주하는 레이스를 다룬 SF물입니다.



저번 대회 우승자인 주인공은 사실 군대의 에이스 파일럿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주와의 관계 때문에 군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레이스 파트너인 미포링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 가수겸 배우의 애칭을
한자로만 바꿔서 가져왔습니다.
이 게임의 초중반을 살려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미포링은 해적의 노예였던 힘든 과거에서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은혜 겸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츤데레이기 때문에,
주인공과는 자주 티격태격 대는 것을 넘어서 계속 싸우고
한동안은 대화도 제대로 안 합니다.



레이스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군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아테나 공주가 납치당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레이스를 진행하는 한편,
레이스 참가자 중에 있는 범인을 추적하게 됩니다.


레이스는 의외로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주인공과 플레이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불쌍하게 죽는 사망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몇몇의 강렬한 장면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초중반은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편입니다.
레이스 체크 포인트가 일곱 군데나 되는데
너무 별 내용없이 포인트를 통과합니다.



뭐, 이런 비판은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비판입니다.
이 게임은 PC-98 게임 중에서도 초창기 게임이었으며
PC-98 게임은 언제나 분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분량에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또다른 불만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게임오버 타이밍입니다.
제가 우주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이 게임의 갑작스러운 게임오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택지는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어느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적습니다.
하나하나 지뢰를 밟아가면서 앞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 게임은 단일 엔딩 시스템입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아테나 공주와 미포링,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인질로 있으면서 코빼기도 안 보이던 아테나 공주와
주인공과 게임 내내 계속 함께 있던 미포링.
주인공은 아테나공주 쪽에 더 마음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당연히 미포링 쪽을 선호합니다.
게임이 점점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때 쯤에
저는 계속 마음 속으로 '미포링, 제발 미포링'을 연호했습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선택의 순간이 오는데,
가까스로 공주를 구해내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그 후 세 사람 중 두 사람만이 탈출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주인공은 아테나공주와 미포링, 두 사람을 살리고 자신이 희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포링이 탈출장치에 아테나공주와 주인공을 밀어 넣어 버립니다.
이 명장면에서도 계속 정신을 잃고 있는 저 아테나공주를 보세요.
아테나공주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포링에 비해서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주인공과 아테나공주를 탈출시키고,
우주선의 인공지능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미포링입니다.
이 게임의 결정적인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포링은 단일 엔딩의 히로인으로 선택되지 못 했습니다.
지금 게임 같으면 멀티 엔딩으로 미포링 루트가 따로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괜히 미포링 루트같은 엔딩이 있었다면 
결말의 감동이 훼손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게임의 여운은 결국 미포링이 주인공과 맺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사실 미포링은 어찌어찌해서 죽지는 않습니다.
주인공과는 다시 만나지 못한 채로 게임이 끝나지만,
그 후 어디선가 재회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이 아테나공주를 차 버리고 미포링과 맺어졌을 거라고 상상하곤 합니다.



그만큼 아테나공주는 저에게 별 매력이 없었습니다.
인질 캐릭터이다보니 게임 내내 비중이 없었고,
마지막에서야 미포링의 남자를 빼앗아간 웬수같이 느껴집니다.



총평하자면, 설명을 못 하기도 했고 띄엄띄엄 설명하기도 했지만,
정말 감동적인 게임입니다.
초반부에는 이 게임의 명성에 비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는 정신없이 몰입해서 스토리를 감상했습니다. 

그래픽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훌륭합니다.
91년도에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왔다지만 이 게임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리뷰 : 이루미나!(1990/12/5,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루미나>는 중세 판타지 배경의 필드형 2D RPG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 클레릭, 매직유저, 파이터의 이름을 각각 넣으라고 합니다.
플레이어는 당연히 주인공이고,
클레릭, 매직유저, 파이터는 히로인들입니다.

이름 짓는 부분만 보면 4인 모험파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페어로만 움직입니다.
중간중간에 동료를 교체할 수 있을 뿐이죠.

각 캐릭터의 직업이 다르고 특기와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동료 교체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그리하여 이 동료 교체 시스템의 의의는
CG와 대사 몇 마디 변화뿐입니다.
모든 CG와 대사를 전부 보기 위해서는
게임을 세 번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세이브 로드의 적절한 사용과 노가다를 통해
부분 부분마다 각 동료를 한 번씩 데리고 다니는 것뿐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두 방법 다 안 해봤거든요.



오프닝에서 마물에게 쫓기던 주인공은 절벽에서 떨어진 후,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류나라는 소녀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류나는 지방영주에게 끌려갈 위기에 놓이게 되고,
주인공은 끌려가는 류나를 구해줍니다.



마을사람들은 영주의 부하들을 때려눕힌 주인공을 마을에서 내보냅니다.
이리하여 주인공과 류나의 모험이 시작됩니다만,
방금 말했다시피 류나는 교체해 버릴 수 있습니다.



시골 영주같은 3류 악당은 금세 퇴치해 버리고,
그 후, 게임은 꽤나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어제까지 하하호호하며 희망찬 분위기로 살던 마을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여 좀비가 되어 나타나는 충격적인 전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토리는 용사가 마왕을 퇴치한다는 뻔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점도 없는 평범하게 재미있는 스토리입니다.



플레이어를 다소 열받게 하는 부분은 RPG 시스템 부분이죠.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CG를 다 모으지 않았는데
이 게임을 세 번이나 플레이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 시기의 난이도가 높은 RPG는 밸런스가 엉망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갑자기 괴물들이 강해져서 게임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스토리 진행을 잠시 멈추고,
레벨 노가다를 할 수밖에 없죠.

근데 레벨 노가다 중에도 게임 오버를 자주 당합니다.
같은 지역에도 강한 몬스터와 약한 몬스터가 다양하게 출현합니다.
별 생각없이 노가다하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사망합니다.

공격 명중률이 낮다 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적에게도 사망하고
주인공과 여자 캐릭터 둘 중 하나만 사망해도 게임오버입니다.
이러니 어떻게 동료를 교체하면서 키우겠습니까?
한 명만 고정으로 키워도 키우기 벅차요.
키우지 않는 캐릭터도 따로 레벨이 오르는 것 같지만,
키우는 캐릭터와 정확히 똑같이 오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잘 모릅니다. 몇 번 안 바꿔 봤거든요.

어쨌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적에게도 죽다보니,
안심하고 레벨 노가다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약한 몬스터가 있는 곳에서만 노가다를 하자니,
보상은 적고 무기 값은 더럽게 비쌉니다.
비싼 무기 샀다고 아무 때나 낄 수 있는 건 아니고, 레벨 제한이 있죠.
교회에서 돈으로 경험치를 살 수 있지만, 그럼 또 무기 살 돈이 없어지겠죠.
레벨업은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술집에서 술을 마셔야 레벨업이 되는 것도 짜증나는
부분이에요.




정리하자면, 이 게임 난이도가 어려운 이유는
몬스터가 단계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강해지고,
레벨 노가다를 하자니 보상이 형편 없어서 오래 걸리며, 
그조차도 언제 게임 오버 당할지 몰라 불안불안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 시기 난이도 높은 고전 RPG와 비교하면,
사실 딱히 욕할 포인트를 잡기가 힘이 듭니다.
<천신란만>이나 <메탈아이2>처럼 악랄하게 괴롭히는 건 아니고,
다소의 단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어려운 게임이 된 거죠.

그래서, 이 게임을 해보고 세월이 좀 흐르면,
'이루미나가 어렵긴 어려웠는데, 그렇게 어려웠나?'
'사실 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보니 괜히 어렵게 플레이한 게 아닐까?
'지금 해보면 의외로 쉽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해본 결과,
이루미나는 욕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게 맞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덜 어려우면 CG 다 모아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번만 하고 포기했습니다. 
세 번은 커녕, 두 번도 못 하겠어요.



총평하자면, 스토리'는' 괜찮은 RPG게임입니다.
게임성은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밝고 활기찬 스토리가 아닌 진지하고 무거운 스토리인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시려면 그보다 더 무겁게 마음먹고 플레이하셔야 할 겁니다.

2018년 3월 4일 일요일

리뷰 :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1990/7/28,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는 당시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에서 제목을
그대로 가져 온 에로게입니다.
평범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이죠.



연예부 기자인 주인공은 편집장에게서
아이돌 카스미의 심야 데이트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카스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동일 소속사의 여러 여자 연예인들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합니다.
수많은 캐릭터가 각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구성은
제가 리뷰했던 게임 중에서는 엘프 사의 <프라이빗 스쿨>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프라이빗 스쿨>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1년정도 후에 나온 게임답게 여러 면에서 더 발전된 형태입니다.

<프라이빗 스쿨>이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도
거의 대부분을 제대로 소화 못 시킨 것에 비해서,
이 게임은 등장한 많은 캐릭터들이 H씬을 하나정도는 갖추고 있죠.
스토리의 질도 <프라이빗 스쿨>에 비해 훨씬 괜찮습니다.

시대를 고려하면 CG의 질과 양도 괜찮은 편이고,
그 외의 장점으로는 마구잡이로 개그를 연발하는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요즘 게임들의 주인공 캐릭터는 비교적 밋밋한 느낌이지만
옛날 게임에는 맥락도 없이 헛소리를 하는 주인공이 상당히 많았죠.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딱 한 가지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바로 제목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라는 제목은
가벼운 주인공이나, 수많은 캐릭터들과의 H씬이 있는 게임에는 안 어울리잖아요.
그런 제목은 순수한 사랑을 다룬 게임에나 붙여야죠.

어쨌든 에로게니까 내용상 사랑도 들어 있고,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라고 해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세일러복도 안 입고 싸우면서 <세일러복 전사 페리스>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보다는 훨씬 정직하죠.
하지만 제목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좀 과장해서 예를 들면, 치X을 소재로 다룬 게임이 있다고 칩시다.
<최종치X전차>나 <X한전용차량> 이런 제목이 일반적이고,
<치X는 범죄> 이런 제목을 붙여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겠죠.
근데 <세계에서 제일 전철이 좋아>,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해보세요.
주인공이 전철을 많이 타니까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느낌이 다르잖아요.
뭔가 순수한 철도 매니아의 게임이 되어 버렸잖아요.



총평하자면, 시대를 고려할 때, 잘 만든 캐릭터 게임입니다.
당시 칵테일소프트는 좋은 작품을 많이 냈고,
이 게임은 그 중에서는 눈에 띄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게임이라는 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