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리뷰 : 란스9 ~헬만 혁명~(2)(2014/4/2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란스 9편의 전투는 SRPG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일정 범위의 전투뿐이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국가 단위를 전복시키는 수준으로
스토리를 알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다 큰 전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계속 전황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른쪽에 있는 비교적 젊은 남성이 헬만군 전체를 통솔하는 총사령관입니다.
겉보기에도 무능한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최고 권력자인 스텟셀의 친척으로 
스텟셀의 결정에 예스밖에 말할 줄 모르는 무능한 낙하산 인사인 거죠.

란스 일행이 소수의 정예로 헬만을 휘젓고 다닐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수십만의 대군이라도 수뇌부가 무능하면 아무 힘도 쓸 수 없다는 걸 증명하는 인간이기도 하죠.
총사령관을 제외한 헬만군은 대체로 무능하지 않습니다. 



헬만군은 총 다섯 개의 군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군은 노련한 장군 레류코프가 이끌고 있는데
겉보기에도 한가닥할 것 같은 카리스마가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란스의 비열한 전략에도 좀처럼 걸려들지 않아서
란스를 꽤나 고전하게 하는 적입니다.

하지만 총사령관은 올곧은 성격의 레류코프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1군 전체가 아닌 300명만 이끌고 란스 일행을 진압하도록 명령합니다.
물론 30명도 안 되는 란스 일행에 비해서는 훨씬 많지만,
그만큼 스텟셀 정권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실 레류코프를 견제한 것이 마냥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레류코프는 스텟셀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고 패튼을 응원하고 있었죠.
여러 이유로 배신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레류코프가 수만 명이나 지휘하고 있었다면
스텟셀에게는 큰 위협이었을 겁니다.

만일, 레류코프가 패튼에게 합류했더라면 이후 큰 일을 했을지도 모를 인물인데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란스의 손에 쓰러집니다.



2군 장군은 아리스토레스입니다.
2군에는 특히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2군이 맡은 지역은 마물 세계에 인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레스는 레류코프보다는 덜 견제받았던 건지
헬만 수뇌부는 '2군만 움직이면 반란따위는 금방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레스는 아예 처음부터 패튼과 내통하고 있었죠.
대놓고 반란을 지원할 정도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국경 밖에서 마물들을 불러들여 
2군이 반란 토벌에 동원되지 않도록 조작을 합니다.

아리스토레스 역시 혁명이 다 끝난 이후에 패튼을 도와 큰 일을 할 인물이었으나,
게임 후반부에 부관에게 조작이 들켜서 사망하고 맙니다.



3군은 근육녀인 미네바 장군이 통솔하고 있습니다.
미네바는 비열하고 잔인한 성격으로 스텟셀하고 비슷한 성격입니다.
그렇다고 미네바가 스텟셀 편인 건 아니라 제대로 통솔이 안 되는데
그 이유는 미네바의 야심이 스텟셀만큼이나 크기 때문이죠.

3군의 기본 역할이 수도 방위이기 때문에
미네바는 가장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상대입니다.



4군은 무능한 장군 네로가 맡고 있습니다.
란스와 제대로 맞붙는 첫 번째 정규군인데
란스의 전략이 족족 맞아 떨어지며 개털리는 역할이죠.

휘하 병력들도 무능하기는 하지만 병력이 수만 명인만큼,
병력의 우위를 어떻게든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조차도 못해보고 네로는 허무하게 사망합니다.
게다가, 부관인 크림은 패튼을 알아 보고
남은 4군을 규합하여 반란군에 합세하기까지 하죠.



병력은 적지만 수준 높은 유격대인 5군은 롤렉스 장군이 맡고 있습니다.
롤렉스도 스텟셀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딱히 헬만을 배신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란스 토벌에 나서기는 합니다.

하지만 롤렉스의 성격이 워낙 제멋대로라 
란스 일행과 5군의 전면전까지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던 중 5군은 미네바의 만행에 분노하여 수도로 진군하고
비열한 계략에 의해 부대 전체가 박살나고 말죠.
롤렉스와 부관 올오레는 살아남아 란스 일행에 합류합니다.

나중에 롤렉스는 란스와 함께 헬만의 부잣집을 털면서
'헬만 5군 장군인 내가 도적질이나 하고 있다니'하면서 한탄하는데
이미 란스 일행에는 헬만 전 황태자, 헬만 황제, 세계 종교지도자까지 있어
다같이 도적질을 하고 있었죠.



아무튼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면,
헬만군의 병력은 압도적이었지만
스텟셀은 군부를 단 한 곳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이게 진작에 제압되었을 반란이 성공하게 된 원동력이었다는 겁니다.

스텟셀은 겉보기엔 굉장히 스마트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황태후인 파멜라를 꼬셔서 권력을 차지했을 뿐이고,
어찌어찌 권력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공고히 하지 못했습니다.
나라에 반대파가 한뭉텅이인데 숙청이라도 잘했어야죠.

권력이 위기에 빠질수록 냉정하게 대처를 했어야 하는데 
점점 더 소인배의 본성만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최종보스의 위치조차 차지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망하죠.
란스와 대적할 그릇도 되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는 대개 미네바가 스텟셀 일파를 다 쳐죽이고
최종보스의 위치를 차지하는 전개입니다.
나라가 다 망하기 직전까지 잠깐이라도 황제를 해 보고 싶은
미네바의 욕심을 볼 수 있죠.
상당히 강력한 여성이기는 하지만 란스의 적수는 아닙니다.

미네바가 죽은 후에 등장하는 진짜 최종 보스가 있기는 한데,
그 보스까지 소개하기에는 설명해야 하는 설정이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최종 보스까지 쓰러뜨리면 헬만 혁명은 성공합니다.
당연히 헬만의 전 황태자이자 혁명 계획의 입안자인
패튼이 황제가 되어 권력을 누릴 줄 알았지만
패튼은 뜬금없이 민주주의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전 황제였던 시라가 하게 되죠.



란스9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탄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다른 게임과 달리 처음부터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밀도가 높았고,
다른 분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란스의 쾌진격에 집중할 수 있었죠.
밀도가 높은만큼 내용이 짧았고, 
다른 분기가 없던 만큼 2,3회차에 똑같은 걸 반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요.

어둡고 암울한 헬만의 정세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아끼지 않아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그렇게 극적이고 웅장한 혁명을 연출했죠.

3편에서 구제불능의 악당처럼 보였던 패튼의 각성도
시리즈를 계속 플레이해 왔다면 감격하기에 충분합니다.



마지막 챕터까지 도달하면 겨우 분기가 생깁니다.
정사 루트 이외에, 이 게임에서 중요했던 캐릭터들의 IF 스토리죠.

이에 대해서는 각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다음 리뷰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2월 19일 일요일

리뷰 : 란스9 ~헬만 혁명~(1)(2014/4/2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발매된 란스 시리즈 9편, <란스9 ~헬만 혁명~>입니다.
8편인 <란스 퀘스트> 리뷰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시기, 저는 앨리스소프트의 개발 능력을 오랫동안 불신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까지도 그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죠.

<란스 퀘스트>의 실패 이후
저는 앞으로의 란스 게임에까지 의구심을 갖게 된 상태였으며,
란스 9편에 대한 기대도 그다지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발매 당시에는 이 게임과 같은 날에 나온 에우슈리의 <천칭의 라데아>를
먼저 플레이했을 정도였죠.
<전국란스>도 <란스퀘스트>도 발매 당일에 바로 플레이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앨리스소프트에 대한 제 신뢰는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던 겁니다.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이번 무대는 헬만입니다.
3편, 4편, 8편 등에서 꾸준히 란스와 적대하는 국가로 나왔었죠.

헬만은 명목상으로는 '시라'라는 아름다운 황녀가 통치하고 있는 나라지만
사실은 간신배인 스텟셀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스텟셀의 통치 하에 헬만은 꾸준히 쇠락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고
세계를 떠돌던 황태자 패튼이 혁명을 계획합니다.
패튼은 가까쓰로 천 명 남짓한 동지를 모았지만 그 정도 병력으로
수십만의 대군을 보유하고 있는 헬만을 전복시키기에는 택도 없습니다.
백 번 시도하면 백 번 실패할 게 뻔한 혁명인 거죠.



하지만, 패튼은 이 어려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변수를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게임의 주인공 란스죠.
6편에서 동료료 싸우면서 
어떤 불리한 상황조차 악랄한 계획과 희대의 운빨로 극복했던
란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습니다.

마침, 란스는 얼어 붙은 실을 해동하기 위해서 
헬만의 보물창고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란스는 혁명군의 대장을 자신이 맡는다는 조건 하에 패튼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혁명군의 전략은 이렇습니다.
패튼의 동지 천 명이 가짜 패튼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헬만군의 어그로를 끌어 모으면,
란스가 지휘하는 소수정예 '무법자들'이
다른 방향에서 깽판을 치면서 수도를 점령하는 전략이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란스의 운빨만 믿고 가는 전략입니다.



출발 시점에 란스는 노예상인을 습격하고 노예들을 구출해 냅니다.
그 중에는 란스의 마음에 든 루시안이라는 캐릭터도 있었죠.
실도, 로키도, 사치코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란스를 돌봐 주는 노예로 이번에는 루시안이라는 캐릭터가 선택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벤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벤트 선택의 자유도는 그다지 높지 않고,
한 번 봤던 이벤트를 다시 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단일 루트로 쭉 진행하는 방식이죠.
거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엔딩 분기가 생성됩니다.



메인 이벤트와는 별개로 캐릭터별 스토리와 H씬을 감상할 수 있는 란스 모드도 존재합니다.
각 캐릭터에는 4~5개의 H 이벤트가 존재하죠.
그 이벤트를 전부 보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 캐릭터의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엔딩 개수는 정사루트 하나와 일곱 캐릭터 각각의 엔딩으로 일단 여덟 개가 있습니다.
그 외 엔딩이 두 개인 캐릭터도 있고, 배드 엔딩도 각각 가지고 있죠.



메인 이벤트 중에는 전투를 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전투는 SRPG 방식입니다.

1회차 기준으로 SRPG를 평가하면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스타일입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이 적고, 필살기 횟수가 제한적이라 아쉽지만,
특수한 전투 상황을 여럿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문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필요한 모든 엔딩을 모으기 위해서
3, 4회차는 가야하는 게임인데 똑같은 전투를 계속 반복하면
결국 지루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다채로운 전투 상황이라도 그 전투를 계속 반복한다면 식상하겠죠.

2배, 4배, 메챠쿠챠 모드 등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똑같은 전투를 반복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군 캐릭터가 강해지기만 할 뿐,
새로운 필살기나 마법을 배우는 것도 아니니 새로움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지죠.



8편까지의 레벨 시스템으로는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다고 여겼는지,
9편에서는 캐릭터 능력별 강화, 무기, 방어구 강화, 아이템 장비 등만 있을 뿐
특별히 캐릭터마다 레벨이 있지는 않습니다.

딱히 레벨 시스템이 유지되었어도 해결될 문제점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시키는 자유가 전작들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또한, 무기, 방어구를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똑같은 무기를 계속 사용한다는 점은 아쉬웠고,
아이템은 다양했지만 회차 플레이의 지루함을 환기시켜 줄 정도는 아니었죠.
부유요새라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게임의 평가를 높여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스토리에 맞게 소수인 아군이 무수히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소위 '뽕맛' 같은 게 중요하죠.
멋진 단체 공격 기술을 써서 다수의 적을 퍼펑~하고 터뜨리는 느낌말이죠.



그런 면에서도 이 게임은 약간 부족했던 겁니다.
3D 모델링이 시대에 너무 뒤떨어졌고, 이펙트도 화려하지 못했고,
말씀드렸다시피 기술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죠.

그리고 아군 필살기의 위력에 비해 적의 방어력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단체 공격 기술을 써도 죽는 게 한, 두 명밖에 안 된다면 뽕맛이 다소 부족하겠죠.



1회차만 본다면 꽤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었지만
설계 자체가 1회차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게임인데
2회차부터 바로 지루해진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8편만큼 짜증나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SRPG 시스템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아니었다고 보네요.

9편에는 악감정이 많지 않지만 
전투 시스템에 관해서는 높은 평가를 주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행인 점은 적어도 다른 요소들은 괜찮았다는 점입니다.
악평은 여기까지만 쓰기로 하고
다음 리뷰에서는 좋은 점을 살펴보도록 하죠.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리뷰 : 란스 퀘스트(3)(2011/8/26,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리뷰를 위해 란스 퀘스트를 다시 막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거의 마우스로 조작을 했습니다만
RPG모드에서 캐릭터 이동을 할 때는 키보드를 사용했죠.

근데 마침 제 무선 키보드가 제대로 작동이 안 하는 겁니다.
건전지가 거의 방전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이동하다가 적을 만나 전투를 하고 다시 이동하려고 하면
키보드가 동작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선 키보드를 한 번 끄고, 다시 켜면 잠시 작동하는 방법으로 플레이를 했죠.

전투가 상당히 많은 게임인데,
전투할 때마다 키보드 전원을 끄고, 켜고를 반복하니 얼마나 짜증이 났겠습니까?
다음날 저는 당장 건전지를 사와서 키보드를 수리했죠.

근데 키보드를 수리했어도, 여전히 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짜증난 이유는 키보드가 아니라 이 게임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이 게임을 싫어하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게임 도중에 키보드가 되다 안 되다 하는 수준으로 싫어하죠.
보통 이 정도로 싫어하는 게임이라면 
장점이 한, 두 개쯤 있더라도 저에게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욕하기에도 바쁜데 장점 찾을 시간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점이 너무나도 확연했기 때문이죠.



이전에 설명했듯이, 카라의 여왕 파스텔은
란스에게 '금욕 모루룬'이라는 조건부 고자가 되는 저주를 걸었습니다.
파스텔이 란스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카라의 관습 때문입니다.
'아이가 예상치 못한 불상사로 태어났다면,
그 아이가 아버지를 죽이는 것으로 오명을 씻는다'는 규칙이죠.

다시 말해 파스텔은 란스에게 당해서 여자 아이를 하나 낳았고,
파스텔이 란스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그 아이가 직접 란스를 죽이게 하기 위해서였던 거죠.



란스와 파스텔의 딸, 리세트 카라입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몇 달만에 쑥쑥 성장했습니다.
한 살임에도 불구하고 몇 살은 먹은 어린이처럼 보입니다.

란스의 딸답게 레벨 제한이 없는 무한한 재능을 지녔으며
'크라우젠의 손'이라는 싸대기를 때리면 맞은 사람이 제정신을 차리는
특수한 능력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란스와 리세트가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파스텔은 리세트가 란스를 죽이도록 열심히 판을 깔아놨지만,
리세트가 보기에 란스는 아무리 봐도 나쁜 악당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버지를 마음에 들어하죠.



파스텔은 중간에서 속터지지만 어쩌겠습니까?
리세트는 이미 란스성을 제 집 드나들듯이 다니며 란스와 친해졌는데요.
란스도 처음에는 갑자기 생긴 딸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내 친해집니다.



리세트가 너무 귀여워요. 웃는 모습은 란스하고 판박입니다.
저를 실망시킨 이 게임의 수많은 단점을 전부 상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리세트가 제 분노를 많이 누그려뜨렸습니다.
제 기대대로 치트키였던 거죠.



이쯤에서 주목해야할 캐릭터가 바로 크룩입니다.
란스 세계관에는 'AL교'라는 널리 퍼져있는 종교가 있는데
크룩은 AL교의 사교로서 교단에서 꽤나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죠.

AL교는 지금 '법왕'이라는 종교 지도자를 뽑는 중입니다.
크룩을 포함한 네 명의 사교가 법왕이 되기 위해 경쟁중이죠.
'밸런스 브레이커'라는 세계를 어지럽히는 아이템을 회수하는 등
업적을 충실히 쌓으면 법왕이 될 수 있습니다.
무신경한 크룩은 법왕이 되고 싶은 욕심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밸런스 브레이커를 회수할 뿐이죠.


여전히 란스에게 복수할 생각인 파스텔은
카라의 보물인 3신기를 꺼내는데,
3신기가 밸런스 브레이커였기 때문에 크룩이 빼앗아 회수하게 됩니다.

3신기는 카라족의 안보에 관련되어 있었던 중요한 아이템이었고,
3신기가 없어진 카라족은 마을 위치를 숨길 수 없어 헬만의 침략을 받게 됩니다.
무수한 카라들이 학살을 당하게 되죠.



이 카라의 위기를 구해준 것이 란스였으며,
많은 카라의 백성들이 란스를 영웅으로 떠받들게 됩니다.
파스텔 입장에서는 더더욱 속터지는 상황이 된 거죠.

파스텔은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데,
단순히 란스 때문은 아니고 자신 때문에 많은 카라족이 학살된 영향이 큽니다.



자살하기 직전에 나타난 파스텔의 조상 귀신들이
파스텔의 몸을 빼앗고, 리세트를 납치하여 란스를 시험합니다.
란스가 파스텔의 조상 셋을 격파하고 
파스텔의 몸을 되찾아 주는 것으로 사건은 종료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얼어붙은 실의 저주를 녹이는 장면입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란스의 신세를 진 파스텔이 결국 저주를 풀어주기로 한 거죠.

근데, 택도 없습니다.
제 아무리 카라의 여왕이라도 
훨씬 상위 존재인 마왕의 저주를 풀 수는 없었던 거죠.

단순히 파스텔이 저주를 못 풀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파스텔은 인간계 최고의 저주 전문가로
'자신이 못 풀면 이 저주는 그 누구도 풀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버린 거죠.
어쩔 수 없이 그냥 금욕 모루룬만 풀어 줍니다.

크게 상심한 란스는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리고,
보다 못한 리어 공주가 총대를 메고
'헬만국의 보물창고에는 마왕의 저주도 풀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카더라'라는
조작된 정보를 흘립니다.
다시 활력을 되찾은 란스가 헬만으로 떠나는 것으로 게임이 마무리되죠.
 


란스 퀘스트는 정말로 스토리가 부실하기도 했지만,
체감상으로는 더더욱 부실하게 느껴습니다.
그 이유는 열심히 뿌렸던 떡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측면이 컸기 때문입니다.

파스텔, 리세트에 관련된 스토리는 어떻게든 마무리지었지만,
기껏 등장시킨 마인 카이트는 제대로 활용도 못했고,
크룩의 법왕 선출도 간만 보다 끝났으며,
오염인간 문제도 확실한 결말을 내지 못했죠.

이런 부분의 스토리를 보강하기 위해서
발매된 것이 바로 <란스 퀘스트 매그넘>입니다.
시스템의 수정도 많았지만 이건 굳이 매그넘이 아니라도 패치를 통해 계속 수정되는 부분이었고,
부실했던 스토리와 H씬을 보강하기 위한 측면이 더 컸다고 봅니다.



매그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크룩의 법왕 선출 이벤트입니다.
마인 카이트도, 오염인간도, 그리고 란스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비밀도
이 이벤트와 연결되어 있죠.

말씀드렸다시피, 크룩은 법왕이 되는 것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경쟁자들 중 욕심 많은 후보가 두 명 있는데,
다들 크룩이 당선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법왕을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신 ALICE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중간조사에서 법왕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건 크룩이었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쟁자는 비겁한 짓을 써서
크룩을 강제적으로 후보에서 탈락시키려고 합니다.
란스가 나타나 크룩을 구해주고, 결국 크룩이 법왕이 된다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의문은 남습니다.
밸런스 브레이커 회수 업적이 압도적으로 좋았던 것도 아니고,
교단의 지지도 부족했던 크룩이 어째서 여신 ALICE의 선택을 받은 걸까요?



그것은 란스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비밀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여신 ALICE는 자애로운 여신이 아닙니다.
여신 ALICE는 오직 법왕과만 독대하는데 별 것 아닌 대화에도
기분 나쁘면 법왕을 살해하고 다시 부활시키기를 반복하죠.

애초에 모든 신들이 자애롭지 않습니다.
여신 ALICE는 1급신이기는 하지만 여신 ALICE보다 더 높은 신도 많이 있죠.

가장 지위가 높은 신은 창조신 루드라사움입니다.
<귀축왕 란스>에서도 최후반부에 잠깐 나왔던
창조신 루드라사움의 유일한 목적은 바로 꿀잼입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이유 자체가 심심했기 때문이죠.

창조신 루드라사움의 취향은 고약하기 짝이 없는데
그의 기준에서 꿀잼이란 전쟁, 파괴, 혼란, 학살 등입니다.
<귀축왕 란스>에서 란스가 마인까지 모두 통일하면
루드라사움이 평화가 싫다면서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죠.

정리하면, 창조신 루드라사움의 뜻을 받드는 여신 ALICE는 법왕에게 명령하여 
이 세계가 파괴와 혼란으로 충만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인 겁니다.
크룩이 법왕이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도,
3신기를 훔쳐서 카라족들이 무고하게 학살되는 꿀잼 이벤트를 초래한 덕분이었죠.



이런 신들의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
인간들을 오염시키는 암 이스엘이 매그넘의 최종보스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으로
마인 카이트조차 오염시키게 되죠.
당연하지만 결국 란스의 활약에 의해 저지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란스가 폐인이 되는 장면은 스토리상 폐기되었습니다.
매그넘의 결말은 크게 달라졌는데,
마법 증폭장치까지 사용한 파스텔이 
한 번은 얼어붙은 실을 녹이는 것에 성공하게 되죠.

다만, 얼마되지 않아 다시 얼어 버립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실과 재회해 좋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란스는 상심하지 않고 '또 녹이면 되지'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크룩이 여신 ALICE가 어떤 소원이든 딱 한 번 들어주는 
'법왕 특전'을 사용하면 실을 녹일 수 있다고 하지만 
란스가 아껴두라고 할 정도죠.

매그넘의 엔딩은 좀 더 희망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란스의 실에 대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엔딩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IF 스토리가 되고 말았죠.



총평하자면, 처음에 비해 정말 많은 점이 개선된 게임이지만
최종 버전까지도 완전히 만족할 수 없었던 게임이었습니다.
요구하는 노가다는 지나치게 심했고,
모든 단점이 개선되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은 게임이었죠.

다만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매그넘에서 확실히 개선이 되었고,
8편에서 뿌린 떡밥은 시리즈 전체에 매우 중요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8편을 넘긴다면 최종장의 감동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시리즈 팬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1편부터 10편까지 다시 플레이하라고 했을 때,
가장 다시 하기 싫은 게임으로 저는 8편을 꼽겠습니다.
리세트만이 유일한 위안인 게임이었네요.

2023년 2월 5일 일요일

리뷰 : 란스 퀘스트(2)(2011/8/26,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란스의 목표는 바로 카라족의 여왕, 파스텔입니다.
란스가 혹할만한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점도 있지만
마왕에 의해 냉동인간이 된 실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란스가 어떻게든 만나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카라족은 인간의 침공을 염려하여 숨어 살고 있습니다.
대충 어디쯤에 있는지는 알 수 있으나 
카라 마을에 들어가는 방법은 아무나 알 수 없게 되어 있죠.



란스는 이지스라는 카라족 경비대장을 통해 카라 마을 출입 방법을 알아냅니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는데,
나쁜 사냥꾼들의 손에서 이지스를 구해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아니,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후에 음란한 방법을 통해 출입방법을 알아내죠.

그렇게 겨우겨우 카라의 마을로 들어간 란스는
실의 저주를 풀겠다는 목적을 싹 잊어 버리고
후계자를 만드는 의식을 치르고 있던 파스텔 여왕과 H를 해 버립니다.



그날 밤, 자신의 숙소로 도망쳐 온 란스를 추적한 파스텔 여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란스를 죽이지는 않지만
'금욕 모루룬'이라는 끔찍한 저주를 걸어 버립니다.

'금욕 모루룬'은 란스에게 특히 치명적인데
저주에 걸린 사람은 고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레벨 35 이상인 여성과는 H를 할 수 있는데
한 번 H를 하면 그 여성의 레벨은 1로 떡락하게 되죠.

참고로 재능한계 30은 10000명에 한 명 꼴로 있는 재능입니다.
그것도 도달할 수 있는 만렙이 그렇다는 것으로,
대부분의 아름다운 여성들은 그 재능을 키우지 않고 LV 35 이하인 상태겠죠.
그런 힘든 조건을 뚫고 어떻게 LV 35 이상이 된 미녀를 찾았다고 해도
그녀가 란스를 위해 기꺼이 H를 해주고 LV 1이 되려고 하겠습니까?

란스의 성격상 H를 할 때 굳이 여성의 동의를 필수로 생각하지 않으니 
별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사실 LV 1이 되는 것은 여성 입장에서 반드시 손해가 아닙니다.
게임적으로도 여러 보너스가 붙지만,
스토리적으로도 기본 능력이 더 강해지는 설정이 있어서
일부러 란스와 H를 해서 자신의 기초 능력을 키우려는 캐릭터도 있죠.


하지만 그건 여자 쪽의 입장이고,
란스 입장에서는 득될 게 하나도 없는 저주입니다.
당연하죠. 저주니까요.
란스는 H를 못하게 되었다고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이내 전세계의 LV 35 이상인 여성을 찾아서 H를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찾는 과정에서 동료 여성들의 레벨도 올려 H를 할 수도 있겠죠.

그리하여 전세계의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강한 여성을 찾는다는 것이 란스 퀘스트의 기본 스토리입니다.



란스 퀘스트에서 가장 먼저 동료가 되는 캐릭터는 사치코입니다.
란스와 꾸준히 만담할 캐릭터도 필요하고,
'가드'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부족하기도 해서
새로 등장시킨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9편, 10편에서 계속 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한 캐릭터가 되었지만,
적어도 8편에서는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적인 소시민 캐릭터라는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 초기 멤버이면서 사치코보다 더 높은 비중을 가진 캐릭터인 스즈메입니다.
사실 7편부터 등장했던 캐릭터이며 7편에서 비중도 꽤 높은 캐릭터였지만
7편 리뷰 때는 미처 설명하지 못했죠.

유쾌하고 음란한 쿠노이치로 란스와 매우 궁합이 좋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8편을 마지막으로 등장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죠.
스즈메가 제대로 등장했던 건 7, 8편 뿐이었지만
등장하는 편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도적단의 수령 출신인 알카네제입니다.
자신을 추녀라고 생각해서 이상한 화장을 하고,
추녀들을 모아 도적단을 결성해서 깽판을 치고 다닙니다.
란스에게 도적단이 박살나고,
맨 얼굴이 란스의 마음에 들어 란스의 파티에 들어가게 되었죠.
란스를 형님으로 생각하고 잘 따르는 터프한 캐릭터입니다.

8편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오염인간 문제와 얽혀 있는 캐릭터입니다.
9편, 10편까지도 꾸준히 등장은 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죠.



8편에서 첫등장했지만, 시리즈 전체로 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크룩입니다.
말 수 적고, 무뚝뚝한 캐릭터이지만 박학다식하여 많은 설명을 해 주고
란스에게 금욕 모루룬에 대해 알려 준 사람도 크룩이죠.
너무 중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새로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로 이지스를 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란스와 스즈메에게 고문당한 끝에
카라 마을의 출입 방법을 누설하게 되었죠.

그 후, 카라 마을으로 출입하는 방법이 변경되고
란스는 다시 이지스를 포획하여 그 방법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지스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잃는 약을 먹어 버리죠.

기억을 잃은 이지스에게 란스는 못된 꾀를 발휘해서 
자신과 이지스는 사실 연인이었다는 뻥을 칩니다.
그렇게 란스의 동료가 되죠.

쿨하고 스타일 좋은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생각보다는 매력을 덜 보여줘서 아쉬웠네요.



게임 도중, 란스는 자신의 성을 짓게 되고
그 성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메이드를 고용합니다.
메이드장은 비스케타라는 캐릭터죠.

방약무인의 란스조차도 위축되게 하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입니다.
란스가 까불며 에로한 장난을 치는 도중에도
비스케타가 나타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면
그 란스가 겁을 먹고 당장 장난을 그만둬 버릴 정도의 카리스마죠.

사실 비스케타는 란스에게 꽤 호의를 품고 있습니다.
비스케타의 별 뜻 없는 행동에 란스가 지레 겁먹는 것뿐이죠.
여러 모로 유능한 메이드로 이후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란스 세계관 최고의 첩보원인 크레인입니다.
스텔스 장비를 갖추고 있어 투명인간이 될 수 있죠.
가만히 있어도 타인의 비밀을 저절로 알게 되는 체질로
여러 나라에서 그녀를 지명수배하고 있습니다.

란스 퀘스트에서는 동료를 얻는 방법이 다양한데
플레이어는 크레인을 통해 그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신 캐릭터가 등장하고,
개중에는 정말 중요한 캐릭터들도 있지만 
다 설명하면 끝이 없으니 다른 캐릭터는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 듯 정말 많은 신 캐릭터를 투입시킨 게임인데,
여기에 기존의 캐릭터들 또한 많이 재등장시켰죠.



1편부터 꾸준히 등장했고, 비중 또한 적지 않았지만
국가 수반이라는 포지션상 활약이 부족했던 리어 공주가
가장 많이 활약하는 게임이 바로 란스 퀘스트입니다.

란스 앞에서는 그냥 끼부리는 여성일 뿐이지만
사실 굉장히 수완 좋은 정치가의 모습도 보여주죠.
같은 공주인 매직에 비하면, 확실히 권모술수에서 한 수 위입니다.



란스를 위해 돈을 많이 벌어 아예 도시까지 세우게 된 코판돈입니다.
작중 란스가 '30세 이상의 여성은 흥미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시점에서 코판돈은 30세 생일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란스가 여성이랑 H할 때마다 민증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30세 제한을 칼같이 지킬까 
싶지만 어쨌든 코판돈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 들입니다.

30세 이전에 어떻게든 결실을 보려고 하지만,
하필 이 타이밍에 란스가 금욕 모루룬에 걸려 버렸죠.
게다가 코판돈의 재능한계는 27에 불과합니다.
비싼 돈들여 재능한계를 돌파하는 아이템을 구하고,
필사의 노력 끝에 레벨 35까지 가는 것에 성공하지만 
결국 30세 생일이 오고 맙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의 성대한 생일 파티에
정작 코판돈 본인은 크게 좌절합니다.
다행히 란스가 갑자기 30세 땡하자마자 
코판돈을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모든 게 잘 풀렸다는 결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코판돈은 끝까지 란스의 아이를 갖지 못했지만요.

그 동안의 코판돈은 애매한 활약이었지만 
8편에서는 란스 몰래 고민하고, 남 몰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코판돈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기존 캐릭터도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엄청 많이 나왔지만
특별히 설명해야 할 캐릭터는 더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건 이 게임의 대표적인 함정입니다.
게임의 분량은 당연히 한계가 있는데
캐릭터를 이렇게 많이 등장시키니 
캐릭터 하나, 하나를 조명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시즈카 같은 캐릭터는 H씬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 외 이벤트도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부족했죠.

등장 캐릭터가 워낙 많아서 전원의 H씬이 없는 건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시즈카는 인기 캐릭터에 데모 영상에도 들어가 있던 캐릭터잖아요.
그런 캐릭터의 H씬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금욕 모루룬' 효과를 발동하기 위한 이벤트가 살짝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그냥 약올리는 수준이죠.
저는 아직도 앨리스소프트가 저를 속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재능한계도 높고, 능력치도 좋고, 기술폭도 넓어서 키우기 좋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즈카만의 고유 스킬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게임은 스킬 세팅을 이용해서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라도 무슨 스킬을 위주로 키우냐에 따라,
활용 방법, 육성 방법 등에서 크게 차이나죠.

대부분 같은 직업의 캐릭터가 익힐 수 있는 스킬은 비슷비슷합니다.
독특하게 조합할 수도 있고, 효율적으로 조합할 수도 있죠.
일부 캐릭터는 오직 그 캐릭터만 갖고 있는 고유 스킬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란스의 '란스 어택'이나 겐신의 '비샤몬텐'처럼 말이죠.


근데 시즈카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일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스킬 그대로입니다.
 
생각할수록 열받는 게, '백색파괴광선'을 시즈카, 매직 전용으로 따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이펙트 같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이 게임의 스킬은 화려하고 독특한 효과가 없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유려한 모션을 보여준 후 성우가 '백색파괴광선!!'하고 외치면서 
모니터가 번쩍번쩍하고 콰과광하는 화면 효과가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기껏 해야 그냥 다른 기술과 똑같은 화면 효과에 대미지만 조금 조정해 놓고, 
텍스트로 '백색파괴광선'하고 써놓는 게 끝일 뿐입니다.
근데 고작 이 정도 기술을 만들 여유도 없었다는 건가요?



또한, 이 게임은 <삼국지>시리즈에서 신장수를 만들듯이
신 캐릭터를 직접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소서러' 직업을 만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즈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겠죠. 

H씬도 없고, 이벤트도 별로 없고, '백색파괴광선'도 없다면
제가 캐릭터 생성으로 대충 시즈카 CG 걸어놓고 시즈카 이름 지어서
시즈카를 만드는 것과 다를 게 뭐죠?

마리아도 전투방식이 독특한 점을 구현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상황이고,
JAPAN의 음양사가 별 이유없이 대륙의 마법을 쓰는 등 고증도 개판입니다.


이전 리뷰에서 말씀드렸듯이 카리스마 제한이 빡빡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쓰는 것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릭터의 특성이라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많은 캐릭터를 한 번씩 써보기라도 할 것 아닙니까?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제가 좋아했던 캐릭터들의 비중이 적었던 탓인지 
게임 분량 자체가 매우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번 리뷰의 내용과 합쳤을 때,
'부실한 내용을 귀찮은 노가다로 사기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오늘날 다시 플레이해 보니 비판이 좀 과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적어도 매력적인 신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었는데
당시에는 새로 발견한 것보다도 잃은 것을 더 크게 생각했죠.

하지만, 초기 버전이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까지는
바꿀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지적한 대부분의 내용도 패치를 거듭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크게 기대했던 요소인 RPG도 캐릭터도 전부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이 게임에 기대했던 요소가 더 있었던가요? 이제는 기억도 안 나네요.
아무튼 다음 리뷰에서는 이 게임의 스토리와 함께 그 부분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