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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30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2(1994/12/10,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귀축왕 란스>이전, 그러니까 PC-98시절 앨리스소프트의 최고의 게임을 꼽으라면
역시 <투신도시2>입니다.
굳이 앨리스소프트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당대 에로게 중에서 최고의 RPG라고 할 수 있겠죠.



대략적인 세계관은 전작과 비슷하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이름난 무술가의 오랜 문하생입니다.
스승의 딸인 하즈키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도 하죠.
문제는 주인공이 더럽게 약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제자들보다 약한 것은 물론 하즈키보다도 약하죠.

스승은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싫어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도장을 물려받아야 할 사위가 약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스승은 주인공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해야만
하즈키와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의 파트너인 세레나입니다.
주인공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이후로,
어릴 적부터 주인공에게는 누나와도 같은 존재였죠.

투신대회 규칙으로 볼 때 우승이라도 하지 않는 한,
여성 파트너에게는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패배할 확률이 높은 주인공의 파트너로 자원하다니
정말 엄청난 의리입니다.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비르나스입니다.
같은 스승을 모시는 주인공의 동문이기도 하죠.
라이벌이라기에는 실력차이가 너무 납니다만
그래도 라이벌이라고 해야 합니다.



비르나스의 파트너가 바로 하즈키이기 때문입니다.
스승놈이 주인공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하면 딸을 주겠다'고 해놓고
사실은 비르나스와 하즈키를 맺어주려고 한 겁니다.
어차피 주인공은 우승 못할 게 뻔하니까요.

토너먼트 배치 상으로 주인공이 비르나스와 맞붙는다면
그 무대는 결승전이 됩니다.
다행히, 비르나스가 패배할 일은 없으니 
하즈키는 그때까지 무사하겠죠.
주인공은 결승전에서 비르나스에게 승리하고 하즈키와 맺어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결의합니다. 



이 게임의 매력은 일단 하즈키라는 캐릭터입니다.
스승의 딸이기 때문인지 비르나스는
하즈키의 행동을 잘 터치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하즈키는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죠.



서브 캐릭터 중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던 캐릭터는 크라이아입니다.
긴 스토리에서 크라이아의 분량은 정말 적지만
그만큼 임팩트있는 스토리였습니다.
그 외에도 서브 스토리가 충실했고,
숨겨진 스토리도 많은 게임이죠.
저도 모든 이벤트를 다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 게임에서 주목할만한 시스템은 바로 업보 시스템입니다.
여자 몬스터를 포획하여 내다 팔거나
하즈키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의 행위로 주인공은 소소한 업보를 쌓게 됩니다.
업보를 줄여주는 면죄부라는 아이템도 있죠.



스토리가 풍부해진 게임인만큼
대회 상대방에게도 다양한 사정이 존재합니다.
대회 승자에게는 여성 파트너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데
상대방의 사정을 무시하고 H를 강행할 것인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H를 선택하면 업보를 받게 되죠.

사실 업보 시스템은 1편에도 있었지만,
2편에서 더 훌륭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이 있다는 개념만 알려 드리고
어떻게 잘 사용되었는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죠.



아무튼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점점 강해지고
결승전에서 비르나스를 쓰러뜨리는 것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약했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강해졌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투신까지 되었으며,
이제 스승도 군말없이 결혼을 승낙할 것입니다.
일단 오늘은 승자의 특권으로 하즈키와 H를 하게 되는데
당연히 하즈키도 주인공을 거부하지 않고 둘은 맺어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우승 후 투신도시의 시장을 알현합니다.
시장은 투신으로서 주인공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이야기해 줍니다.
실제로 모험을 하는 동안 주인공은
투신이 도시에서 깽판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투신이 가게 여종업원을 마음대로 희롱하는데도 아무도 반항할 수 없었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특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하즈키뿐입니다.
하즈키와 고향에 같이 돌아가기로 이미 약속을 했다고 말하죠.



부귀영화조차 필요없다고 돌아가려는 주인공을
시장이 사정사정해서 만찬이나 같이 하기로 합니다.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음식 속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습니다.



시장의 음모에 의해
주인공은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체질이 되어 버렸고,
파트너인 세레나는 인질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장은 주인공에게 지옥으로 들어가 어떤 사람을 찾아오라고 명령합니다.

도시에서 도망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지만
약이 없다면 주인공은 사망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아무 힘도 없던 시절 자신을 믿어줬던 세레나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다 끝나면 돌려 보내준다는 약속만을 믿고 시장의 명령을 따라 
지옥으로 목숨을 건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역대 수많은 투신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모험일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나갈 수 없으니 하즈키를 찾아 가서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죠.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던 그 날,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옥의 던전 분위기는 일반 던전보다 훨씬 삭막하게 묘사되어
주인공이 처한 처지를 더 비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대 투신이 세 명 있지만,
주인공과 같이 다니지도 않고 도움은 쥐뿔도 안 됩니다.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은 주인공이 다 찾아야 하죠.

무엇보다 하즈키같은 우리 편이 없는 고독한 모험입니다.
주인공은 매일 밤 하즈키와의 추억을 꿈으로 꾸며
하즈키를 그리워합니다.



주인공은 '천사먹기'라는 체질이 되었는데,
천사와 H를 하여 천사를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천사를 흡수하면 게임상으로 강해지지만 업보를 쌓게 되죠.



업보를 많이 쌓아야만 볼 수 있는 H씬도 있습니다.
다른 투신이 그랬던 것처럼
투신 저택에 있는 메이드들을 자기 마음대로 희롱하는 거죠.

이런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약하지만 순수했던 주인공이
강해졌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으며,
고독하고 제멋대로인 전사가 되어 버린 거죠.

업보 수치에 따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다른 점,
그리고 그 시스템이 스토리와 어울린다는 점이
1편과의 차이점입니다.
업보를 쌓을지 말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업보를 쌓는 편이 게임 분위기에 걸맞는 플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많이 쌓으면 마지막에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에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요.



한편, 하즈키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주인공에게 1년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습니다만,
하즈키는 주인공이 투신으로 출세했다고 자신을 버렸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권유하지만 
하즈키는 끝까지 주인공을 기다리려고 합니다.
결국 아버지는 하즈키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하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이게 스승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스승은 투신대회의 진실도 알 수 없으며,
주인공이 무슨 험한 꼴을 당하는지도 알지 못하겠죠.
근데 딸이 외간남자에게 함부로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는 대회를
뭐가 좋다고 계속 내보내는 거죠?
패배하고 다른 남자와 원나잇해서 돌아오면 만족스러운 건가요?



어쨌든 하즈키는 기어코 투신대회 우승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제 투신이 되어 주인공을 만나러 가면 되는 거죠.



비슷한 시기에 주인공은 드디어 시장이 찾던 사람을
지옥에서 구해 오는 것에 성공합니다.
이제 세레나를 구하고, 병을 고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주인공은 완전히 속았습니다.
세레나는 조교를 너무 당해서 음란한 성격으로 완전히 변해 버렸고,
주인공을 원래 체질로 되돌리는 방법은 있지도 않았던 겁니다.



주인공이 시장 일당을 무찌르고 세레나를 구할 수 있을지,
하즈키와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평온한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못한 이야기도 남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제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총평하자면, 이 시기의 PC-98 에로RPG들은 대체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특출난 면이 있기 때문에 명작이라고 불립니다.
반면에, 투신도시2는 특출나면서도 
떨어지는 부분을 좀처럼 찾기 힘들어 더더욱 돋보입니다.

강력한 몰입감으로 순식간에 클리어할 수도 있고,
다양한 히든 퀘스트를 찾아 보며 천천히 진행할 수 있는 볼륨도 갖추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훌륭했고, 그래픽은 안정적이었으며,
스토리는 인상깊었고, 분위기는 스토리를 잘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리메이크가 나오기는 했는데
안타깝게도 에로게도 아니고, 3DS판입니다.
에로게로 리메이크가 나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겠죠.
요즘 게임들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고전 RPG의 불편함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께는
이 이상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2023년 4월 23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1990/12/2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투신도시>시리즈는 <란스>시리즈와 대략적인 설정을 공유하는 시리즈입니다.
<란스>시리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고,
역으로 <란스>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죠.
<란스>시리즈만큼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특유의 세계관이 인상깊은 시리즈입니다.

<투신도시>시리즈는 총 세 편이 있는데,
1편, 2편, 3편의 설정은 큰 틀에서 똑같지만
각 스토리에 확실한 연결점은 없습니다.
1편은 이야기할 것이 많지 않은 게임이지만
이 시리즈의 대략적인 틀을 보여드리기 위해
간략하게 리뷰하도록 해 보죠.



스토리는 주인공이 쿠미코라는 여성을 몬스터로부터 구해주면서 시작됩니다.
쿠미코는 주인공의 강함에 감명을 받았고,
실종된 아버지를 수색을 도와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쿠미코의 아버지는 '투신대회'에 출전한다고 집을 떠난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투신대회는 투신도시라는 곳에서 매년 열리는 대회로서,
참가자 중 가장 강력한 사람을 뽑는 토너먼트 대회입니다.
우승하면 투신이 되어 도시의 최상위 특권층이 될 수 있습니다.
시민 그 누구도 투신에게는 거스를 수 없죠.

투신대회에 출장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필요합니다.
남성이 자신의 파트너로 여성을 등록하거나,
여성 스스로 참가하는 방법밖에 없죠.
그냥 여성도 아니고 등록인이 인정한 매력적인 여성이어야 합니다.



그 이유에게는 한 경기를 승리할 때마다,
패배자의 여자를 하루동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극히 에로게스러운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룰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파트너는 쿠미코입니다.
쿠미코때문에 투신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매일 밤에는 '투신 다이제스트'라는 뉴스가 방영됩니다.
주인공의 라이벌이나 친밀했던 사람의 대회를 직접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투신 다이제스트를 통해 다른 참가자의 결과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죠.
수많은 대회를 자세하게 묘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체로 시시한 만담으로 진행됩니다.



1편의 주인공은 2편, 3편의 주인공보다 강한 편이기는 하지만,
이런 패널티가 큰 대회에 나오는 모든 참가자들은 당연히 만만치 않습니다.
주인공은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수련을 해야 하죠.



주인공은 투신도시 근처에 있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쓰러뜨리며 레벨을 올리게 됩니다.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거나 퍼즐을 풀면서
다음 층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다음 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대회에서 한 경기를 승리해서 힌트를 얻어야 하죠.



이게 이 게임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던전을 계속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회에서 이겨서 힌트를 얻어야 하고,
대회를 이기기 위해서는 던전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야 하죠.



던전은 단순히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회와 별도로 이벤트도 풍성한 편입니다.
대회와 전혀 상관없는 캐릭터도 많이 등장하고
H한 이벤트도 많이 등장하죠.



대회는 상대의 약점만 알아내면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쉬워서 아쉽습니다.
재수없는 상대를 쓰러뜨리고
상대의 여성과 H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는 있겠죠.



또한, 전통적으로 투신대회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우승한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위의 험상궂은 캐릭터는 쿠미코의 아버지입니다.
과거에 대회에서 우승하여 투신이 되었는데 뭔가 옛날과 성격이 바뀌어 있습니다.



투신대회의 주최자는 언제나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이런 비정상적인 대회를 주최한 사람이 정상적일리 없습니다.

아무튼 우승한 주인공은 투신이 되어서도
더더욱 강력한 적과 맞서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시리즈 공통의 내용이죠.



1편은 너무 전형적인 '투신도시' 게임이라서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옛날에 플레이할 때는 조금 어려웠던 기억이 있었지만
그 때는 제가 뭘 잘못했었던 모양입니다.
적절한 난이도였어요.

적 조우율이 높은 점이 좀 짜증나기는 했지만,
이 시기 게임은 이런 경우가 좀 많았죠.



플레이할 때는 그다지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제가 투신도시 2편과 3편을 이미 플레이했기 때문입니다.
일반 RPG와 비교해 보면, 투신대회의 구성 자체가 이미 독특한 개성이죠.

지금은 2편에 밀려 플레이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만,
당시의 참신성은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RPG로서 안정적인 장점과 적은 단점을 지녔으며
개성적인 구성이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후 시리즈의 큰 규칙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의도 큰 작품이죠.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이 게임에 대해 할 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2편과 3편에서 더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네요.

2023년 4월 16일 일요일

리뷰 : DUEL SAVIOR(2)(2004/10/1,GIG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듀얼 세이버는 캐릭터 공략 순서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게임입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더라도
순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캐릭터를 공략하려고 하면
배드 엔딩을 보게 되죠.

이런 구조를 취한 이유는 세계의 진실과 반전 요소가
각 캐릭터별 스토리에 배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비밀을 쥐고 있는 캐릭터 루트를 먼저 클리어한다면
다른 캐릭터 루트를 플레이할 때는 김빠지게 되겠죠.
그걸 방지하기 위한 강제 순서 지정입니다.

같은 팀에서 이전에 발매한 <BALDR FORCE>와 똑같은 방식이기는 한데
듀얼 세이버는 <BALDR FORCE> 때보다 훨씬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귀찮다'의 문제는 아니었고 '순서'의 문제가 컸기 때문도 있죠.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스토리는 베리오의 스토리입니다.
성직자에 학급위원장 설정이 더해져 
성실하고 고지식하고 풍기문란 행위에 엄격한 캐릭터죠.



캐릭터의 개성을 더하기 위해서 블랙 빠삐용이라는 이중인격 설정을 넣었습니다.
이 인격이 발현되면 치녀 차림으로 도둑질을 하며 
풍기문란에 앞장서는 캐릭터가 됩니다.



베리오와 함께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카에데의 스토리입니다.
처음에 소환되었을 때는 쿨한 닌자 캐릭터를 연기했으나
금세 본래 성격이 들통납니다.
사실은 어설프고, 부끄럼도 많고, 피를 무서워하는 캐릭터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와준 주인공을 
스승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캐릭터입니다.



베리오와 카에데, 두 캐릭터의 개인 스토리는
정석적이고 기본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스토리로서
딱히 대단한 사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해 
대충 훑는 역할의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죠.

초반 스토리는 여초 클래스에 청일점 존재인 주인공이
점점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경멸받는 이유는 본인의 변태적인 성격탓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각 챕터에서 동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며 
전우애를 키워 나가는 학원 코미디물 스토리를 그리고 있죠.

 

후반부가 되면, 점점 임박해 오던 파멸의 위협이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파멸의 4장군이라는 적이 나타나 노골적으로 위협을 하죠.



또한, 파멸의 4장군은 특이하게도 
각각 구세주 클래스의 멤버 한 명씩과 인연이 있습니다.
베리오와 카에데의 스토리에서는
각자 대응하는 파멸의 장군 하나를 쓰러 뜨리는 스토리입니다.



장군 한 명 쓰러뜨리고 핵폭탄급 마법병기 한 번 갈겼더니
남은 적들이 알아서 도망갔다는 애매한 스토리입니다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캐릭터의 스토리는 시작을 여는 스토리일 뿐이죠.
카에데의 엔딩은 왠지 몇몇 분들께서 호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 스토리부터는 이런 전개를 베이스로
점점 다른 사실이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다음 캐릭터는 리코입니다.
주인공과 여동생을 이세계로 소환하기도 했던 소환 담당 캐릭터인데
처음에는 그냥 쿨하고 과묵하고 먹보인 로리 캐릭터처럼 보입니다만
그녀의 정체는 구세주 클래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붉은 책의 정령입니다.



왼쪽이 하얀 책의 정령 임니티, 오른쪽이 붉은 책의 정령 리코입니다.
제가 잘못 말한 게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오른쪽이 붉은 책 느낌이고 왼쪽이 하얀 책 느낌입니다만
어쨌든 그렇답니다.

구세주 클래스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두 정령은 각자 구세주를 선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각자 한 명씩 구세주를 선발하여,
그 두 후보 중에서 이긴 쪽이 구세주가 되는 거죠.

구세주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한 축인 임니티는
하필 파멸 쪽에 붙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첫 등장에서 '난 이미 구세주 후보를 선발했다'고 자랑을 하네요.



리코는 구세주의 위험한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구세주를 선택할 생각이 없었지만,
임니티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결국 주인공을 구세주로 선택하게 됩니다.
리코는 주인공을 마스터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게 되죠.

그리고 주인공이 선택됨으로써,
다른 구세주 클래스 동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구세주가 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구세주가 되거나, 아니면 임니티의 마스터가 구세주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여기까지가 공통 스토리에 있는 리코 파트입니다.



리코의 개인 스토리에서 주로 다룬 내용은
세계를 구원한다는 구세주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멸의 보스와 임니티까지 쓰러 뜨리면
최종적으로 구세주가 된 주인공이 
그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한결같이 좋아해 주는 캐릭터인 나나시입니다.
여자를 밝히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주인공과 최고의 궁합일 것 같지만
오히려 주인공이 나나시를 피하죠.

가장 큰 문제는 나나시는 좀비라는 점입니다.
'나나시'라는 이름부터가 '이름없음'이라는 뜻이죠.
생전의 기억이 없어 이름도 모르던 좀비가
주인공이 '이름없음'이라고 중얼거린 것을 마음에 들어하여
나나시라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순수하고 바보같은 성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동료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귀중한 캐릭터입니다.



나나시의 스토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천년 전의 구세주에 관련된 진실입니다.
천년 전의 구세주 후보였던 루비나스가 
주인공 꿈에 나타나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덤에 있는 목걸이를 나나시의 목에 걸어 달라고 하네요.



꿈에서 도와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현실에서는 로베리아라는 파멸의 장군이 되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해 옵니다.

로베리아가 대체 왜 이러는지, 나나시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제 리뷰에서는 말 안 할 겁니다.
게임의 모든 내용을 있는대로 다 스포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 캐릭터는 리리입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츤데레 캐릭터가 잘 먹히던 시절이었고,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구세주 클래스 모두가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도,
끝까지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며 재미를 이끌어 내는 캐릭터입니다.



리리는 학원장인 뮤리엘의 수양딸이기도 합니다.
리리의 스토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뮤리엘이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부분이죠.

사실 뮤리엘은 천년 전에 루비나스 등과 함께 구세주 동료였으며,
구세주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세주가 등장하기 직전에 유력한 구세주 후보를 죽여 버리려고 했던 거죠.

구세주 클래스의 진실은 구세주를 찾아서 훈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구세주를 찾아서 죽여 버리려는 의도였던 겁니다.
결국 뮤리엘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계획 자체는 굉장히 치밀했습니다.



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던 리리가 방황하기도 하면서
어찌어찌 파멸을 잘 물리쳤다는 결말입니다.

리리의 스토리는 인기가 꽤 높은 편인데
스토리 자체가 괜찮기도 하지만,
베리오, 카에데, 리코, 나나시의 스토리를 거쳐 오면서
쌓아 왔던 내용을 잘 마무리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가 '여섯'인데 '다섯' 번째의 스토리가 가장 호평받는다는 거죠.



마지막 캐릭터인 주인공의 여동생 미아입니다.
얌전한 성격이지만 오빠가 변태짓을 하면 가차없이 응징하는 면모도 보여 줍니다.

게임 시작 전부터 오빠를 엄청 좋아한다는 설정입니다.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기회가 오면 H한 대쉬조차 서슴지 않는데,
아무리 동료 전부에게 변태짓을 하고 다니는 주인공이라도 
미아는 소중한 여동생이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다른 캐릭터 스토리에서 미아의 포지션은
오빠의 여자관계를 살짝 질투하기도 하고,
위기 상황에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운 여동생 정도입니다.
하지만, 리리 루트쯤에 들어서면 점점 큰 질투심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왠지 리리에게만은 가혹합니다.
 
어쨌든 미아 루트에서는 드디어 주인공과 연결된다는 미아의 염원이 성취가 됩니다만
슬슬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뮤리엘의 계획에 말려들어
미아는 바닥도 안 보이는 절벽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뮤리엘은 결국 체포되어 무기징역급 처벌을 받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에게 무슨 위안이 되겠습니까?
주인공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 버리게 되죠.

리리는 그런 주인공을 말려 보려고 하지만
주인공이 리리를 도우려다가 미아가 죽었고,
심지어 원흉은 리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설득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이미 반쯤 미친 주인공은 밤새도록 리리를 난폭하게 범하고
리리는 주인공이 하는 짓을 묵묵히 받아 들이죠.

그리고 다음 날 파멸과의 싸움에서도
주인공은 정신을 못차리고 무조건 돌격을 하며 파멸을 공격합니다.
그런데...



미아가 파멸 측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하얀 책의 정령 임니티가 선택한 마스터가 바로 미아였던 거죠.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긴 한데,
어쨌든 주인공은 죽은 줄 알았던 여동생이 살아있어 매우 기뻐합니다.

주인공은 미아를 되찾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미아 쪽으로 달려 갑니다.
파멸이 열심히 주인공 앞을 막아 보지만
주인공은 동료들의 도움 끝에 미아에게 접근하는 것에 성공하죠.



무의식 상태였던 미아도 주인공의 부름에 응답하여
둘은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오빠와 다시 만나 격렬한 포옹을 하던 미아는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길이길이 남을 
전설의 명대사를 날리죠.





'그 여자 냄새가 난다.'



겨우 진정시켜 놨던 미아는 
주옥같은 얀데레 대사들을 날리며 대폭주를 해 버리고,
구세주로서 각성하여 그 강함을 여지없이 보여 줍니다.
한순간의 격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죠.


이것이 한 때, 듀얼 세이버하면 의무적으로 
'키모토(키모이/기분 나쁜+이모토/여동생)'라는 댓글이 달렸던 원흉이었습니다.
이 전개 하나가 게임의 평가를 상당히 깎아 먹어 버렸죠.

개인적으로는 미아의 캐릭터나 스토리가
이 게임에 대한 제 평가를 낮출 정도는 아니지만,
냉정하게 바라 보면 스토리상 문제가 꽤 있긴 했습니다.

진엔딩에서 엄청난 희생을 낳았던 미아의 죄 문제를 슬쩍 피해갔다는 점,
시원한 전개가 사라지고 주인공, 리리, 조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붕괴에 가까운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아의 스토리는 이 게임의 피날레였다는 점이죠.

리리 스토리 정도가 마지막 스토리로서 적합했다는 의견이 꽤 있었습니다.



결국 이후에 발매된 <듀얼 세이버 저스티스>에서는 하렘 루트를
플스판인 <듀얼 세이버 데스티니>에서는 쿠레아 루트를
새로 만들어 마지막 스토리로 배치하게 됩니다.
미아의 스토리는 '듀얼 세이버'라는 제목에 걸맞는 스토리였지만
그대로 흑역사가 되고 말았죠.



미아 스토리는 실책이었으며, 저도 그 부분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게임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스토리는 훌륭했습니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전반부와
파멸에 대항하여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후반부가 잘 조합되어 있고,
각 스토리마다 밝혀지는 진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공략 순서가 강제되어 있는 점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진실을 알려 줄 타이밍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어설펐던 게임을 몇 번 봤기 때문에
적절한 구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그런 요소를 잘 배분해 놓은 점을 칭찬하고 싶어요.

이 게임이 나오던 시절의 GIGA사는
시스템, 그래픽, 사운드 등의 요소들이
다른 에로게 회사들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거기에 괜찮은 스토리가 가세하면 '좋은 게임'이 탄생하는 것이었고,
듀얼 세이버의 스토리는 괜찮은 축에 속하죠.



총평하자면, 발매 당시에는 굉장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플레이했을 때도 나름 재밌는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이 재미를 저와 같은 추억이 없는 분과도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네요.
너무나도 범람한 나머지 웬만한 수준은 식상해진 이세계 장르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단점이 명확하긴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한참 상회했고,
귀찮은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어려운 부분은 크지 않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발매된 2004년도는 21세기 중에서
좋은 에로게, 미소녀 게임이 가장 많이 나왔던 해로 꼽힙니다.
저도 이 해에 발매된 많은 에로게를 좋아하죠.
듀얼 세이버도 이 해에 발매된 명작들 목록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제 애정으로 채워서 추천 리스트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