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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9일 일요일

리뷰 : 백귀 ~감춰진 폐허~(2002/3/29,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백귀 ~감춰진 폐허~>입니다.
그다지 성공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유명한 게임은 아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낮은 엘프 사 게임 중 하나입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인데 아마도 불호 쪽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게임의 무대는 무려 오우카도라는 폐허 섬입니다.
외관으로 보나, 설정으로 보나 명백하게 실존하는 섬인 하시마 섬을 모델로 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군함도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최근에 많은 얘기가 나온 화제의 섬이기도 하고 가볍게 여길 주제가 아니긴 하지만,
게임하고는 관련없기 때문에 제 리뷰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게임은 미스터리 투어에 참여한 주인공 일행의 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및 동행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무료로 미스터리 투어를 시켜주겠다는 초대장만 받고 참여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주최 측에서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이런 수상쩍은 투어에 참여하는 것조차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나왔답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이게 다 어릴 적에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안 보고 자란 탓입니다.
여행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다 쓰러져 가는 무인도에 도착했음에도 긴장감이 없는 친구들입니다.
사실 이건 등장인물들의 대다수가 이 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주최측에서 일부러 여기가 고향인 사람들을 모았던 거죠.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모인 탓인지
한 쪽에서는 싸움도 나고 난리가 났습니다.
누가 봐도 살인 따위는 우습게 알 것으로 보이는 야쿠자풍의 남자와
누가 봐도 제일 처음 살해당할 것같은 배불뚝이 남자가 싸우고 있군요.



여행 안내원들입니다.
부실한 시설이지만 여행 일정은 1박 2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어 프로그램이 영 부실한 것 같습니다.
뭐 따로 안내해 주는 것도 없어요.

게다가, 내륙과 교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무전기가 고장났기 때문에 
남자 직원이 수리 중이라고 합니다.
제발 도망치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이렇게까지 살인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공통루트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이 게임은 미스터리 루트, 오우카 루트, 언령 루트, 백귀 루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백업 트리 시스템입니다.
플로우 차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고,
각각의 장면마다 차트가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클릭하면 로드가 되기 때문에
게임 도중에도 자유자재로 장면을 왔다갔다 할 수 있죠.

이 게임은 스토리 곳곳에 숨겨져 있는 단편 소설 15편을 모아야
백귀 루트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업 트리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이동하면서 소설을 모으는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같은 시스템을 기획했던 것 같은데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굳이 백업 트리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도 소설은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폐허 섬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소설을 찾는 게임도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한데,
폐교 건물 딱 한 곳에서 소설들을 찾아 다녀야 하죠.
큰 스케일의 폐허 섬 무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스터리 루트부터 살펴 봅시다.
주인공 일행은 폐허 섬을 탐험하는 도중,
무려 냉동인간이 되어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인공 일행은 냉동인간을 어떻게 꺼내 보려고 했으나
장치가 너무 단단해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투어가 끝난 후 경찰에 신고하기로 합니다.

그 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이 여행 온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게 되죠.
주인공을 조작해서 시체들과 그 주변 상황을 포인트 클릭 방식을 이용해서 조사하고
범인과 그 트릭을 찾아내면 됩니다.
범인 이름도 메인 트릭도 문자로 직접 입력해야 하죠.

미스터리 루트에서 높이 살 점은
본격 추리물 부럽지 않은 논리 전개입니다.
범인을 좁혀 나가는 논리가 꽤 정교하게 짜여져 있죠.
그걸 한꺼번에 세세하게 설명하다 보니 대사가 늘어지게 된 단점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추리물의 범인 찾기로서 꽤 볼만한 장면입니다.

그 외에는 전부 아쉬웠습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개 방식이나 트릭,
범인의 동기, 사건의 마무리까지 전부 수준 이하였다고 봅니다.



사실 마무리 부분은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여동생 캐릭터인 와카바가
밑도 끝도 없이 미스터리한 힘을 각성하더니 승천해 버리는 엔딩인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죠.

하지만, 이건 게임의 첫 루트입니다.
이 정도는 다음 루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덮어 둘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 역시 제대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활약이 있겠죠.



전체적으로 아쉬운 와중에도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무대의 활용입니다.
공통 루트에서 3D 컷씬까지 동원하면서
폐허섬의 분위기를 공들여 묘사해 놓고는
스토리 전개에서는 그 분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활용할 여지가 많았던 미스터리 루트에서요.



그 다음은 오우카 루트입니다.
메인 스토리에서 그다지 조명하지 못했던
히로미와 쇼코, 각각 캐릭터의 개별 루트를 보여 줍니다.



두 캐릭터의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이걸 왜 폐허 섬에서 하느냐입니다.

중요한 복선을 몇 개 깔아두기는 했지만 지엽적인 수준이고
미스터리 루트와는 완전히 분리된 순애물 전개이기 때문에
폐허 섬이 아니라 평범한 동네에서 해도 아무 상관없는 스토리에요.

각 캐릭터의 스토리도 이 섬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
혹은 폐허 섬의 독특한 분위기와 잘 버무렸다면 좋았을 겁니다.
캐릭터들의 각자 루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폐허 섬과는 아무 상관없는 스토리를 끼워 넣으면 안 되죠.



또한, 쇼코 루트에서는 H씬이 전혀 없습니다.
스토리상 H씬을 넣기가 애매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령 루트에서 H씬을 보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언령 루트는 그동안 모은 단편 소설을 조합해서
새로운 장면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냥 H씬이나 보는 루트에요.

미스터리 루트, 오우카 루트와는 거의 관계가 없으며
그동안 부족했던 H씬이나 채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냥 앞뒤 흐름도 없고, 이전 루트의 캐릭터 설정과도 모순되지만
밑도 끝도 없이 H씬을 틀어 줍니다.

'미스터리 루트를 진행하다 보니 캐릭터들끼리의 연애를 보여줄 틈이 없네?
미스터리하고 아무 상관없는 개별 루트를 만들자.
개별 루트를 진행하다 보니 H씬을 넣을 틈이 없네?
개별루트하고 아무 상관없는 H씬 루트를 만들자.'

게임 구성이 딱 이런 식이라고 봅니다.
각 루트들이 잘 조화되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의 미봉책으로 구성된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백귀 루트입니다.
오우카 섬이 폐허가 되기 전 활발한 시대의 과거도 보여주며
여러 가지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냉동인간이 되어 있던 아카리가 살아 있던 모습도 나오죠.

처음에 이 게임을 접했을 때,
당연히 백귀 루트의 주인공은 아카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터리 루트의 주인공은 와카바, 오우카 루트의 주인공은 히로미와 쇼코였으니까요.



하지만, 백귀 루트의 주인공 역시 와카바였습니다.
백귀 루트의 스토리는 꽤나 감동적이었고 
이전 루트에서 이상한 점이나 미흡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잘 채워줬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건 
아카리의 비중이 사람들이 생각한 것에 비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아카리 루트가 따로 있었다면 게임의 평가가 올라갔을 거라는 사람도 있죠.

와카바의 캐릭터는 이 게임만큼이나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훌륭한 스토리 덕분에 호감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캐릭터였다면 더 스토리를 재밌게 플레이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카리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혼재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미스터리 루트는 쓸만한 부분이 있었고, 백귀 루트는 확실히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아쉬웠어요.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이 가진 재료를 절반도 쓰지 못한 스토리였습니다.
초반에 3D 컷씬까지 활용해 가며, 
지루할 정도로 폐허 섬에 대한 묘사를 자세하게 풀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폐허 섬을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초반의 지루함은 그대로 감점 요소가 되고 말았죠.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게임에 몰입하기 어려웠고,
있어야 할 장면은 없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평균 이하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2021년 8월 22일 일요일

리뷰 : 리프레인 블루(1999/11/26,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99년도에 엘프에서 발매한 <리프레인 블루>입니다.
당시 점점 대세가 되었던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죠.
리프 비주얼 노벨 시리즈를 의식했는지
'엘프 노벨 시리즈 제1탄'같은 수식어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민망하게도 2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7년 전, 해변에서 미카게라는 여성을 만나 며칠간 사랑을 하였으나
슬픈 이별을 겪게 되었습니다.
7년이 지나, 주인공은 서머스쿨의 안내원이 되어 다시 그 해변을 찾게 되고
미카게와의 추억을 되살리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이 시절은 이후 시기에 비해 노스탤지어 감성에 호소하는 
에로게가 많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리프레인 블루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의 게이머들에게는 약간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개그 요소가 절제되어 있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침착하고 얌전한 캐릭터인 시즈쿠나 유오리는 그렇다 치고
비교적 활발한 캐릭터인 나오, 치나츠, 츠구미 모두
게임의 축 처진 분위기를 띄우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봅니다.

비판할 점은 아닙니다. 
취향의 문제기도 하고 말씀드렸다시피 이 시기에는 이런 분위기의 게임이 꽤 나왔습니다.



여름을 표현하는 방식은 괜찮았습니다.
화면 효과를 이용해서 아스팔트의 뜨거움을 잘 표현했고,
여름의 산이나 바다 등을 잘 표현했죠.

게임을 하면서도 이게 게임 내에서 나는 매미소리인지,
저희 집 창문 밖에서 나는 매미소리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마치 여름을 제 방구석 안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같은 현장감이 있었죠.
그래서 더 더웠습니다. 하필 이걸 여름에 플레이하는 바람에...



캐릭터별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결코 나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크게 뛰어난 점도 없었죠.
마음의 상처나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캐릭터를 도와준다는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도 좋지 못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 지루했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확실히 지루함을 덜어줄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해진 공략 순서'입니다.
반드시 '나오/치나츠' -> '츠구미' -> '시즈쿠/유오리' -> '미카게' 순서로 
플레이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강제로 공략 순서가 결정되는 건 여러 게임에서 많이 사용된 방법입니다.
중요한 복선이나 충격적인 반전을 잘 활용한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시스템이죠.



이 게임의 문제는 그런 공략 순서에 과연 의미가 있나 하는 점입니다.
추억 회상씬을 제외하면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거의 연관성이 없고 별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죠.

츠구미 스토리를 왜 나오/치나츠 스토리보다 나중에 봐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시즈쿠, 유오리 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하게 순서를 정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건 진엔딩인 미카게 스토리뿐입니다.



근데, 사실 스토리상 별 이유없이 공략 순서를 정해둔 게임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가장 매력을 느낄만한 캐릭터의 공략을
가장 마지막에 하도록 분배를 해 놓는 방식이죠.

이 게임에서는 그마저도 아닙니다.
처음 플레이 가능한 '나오/치나츠' 루트에서 
츠구미나 시즈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어요.
왜냐면 그 둘은 제대로 등장조차하지 않으니까요.

여러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공략하는 도중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나
다른 캐릭터들이 품고 있는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하는 복선을 깔아 놓습니다.
그렇지 못한 게임들도 최소한 초반부에 다양한 캐릭터를 투입시켜
자기 소개라도 하게 만듭니다.
이런 장치들로 인해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되며,
다시 한 번 플레이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겁니다.

근데 이 게임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에요.
치나츠의 스토리를 본다고 했을 때,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는커녕
다른 캐릭터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요.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방법입니다.
대사 한 마디 없고, 그냥 보면 지나칠 수 있는 배경에만 등장할 뿐이죠.
이게 무슨 월리를 찾아라인가요?
처음 플레이하는, 저게 누군지도 모를 사람은 못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의미없는 공략 순서를 강제로 정해둔 것만큼이나 문제점은
그 순서를 따라 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지 못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즈쿠같은 미스테리한 스타일의 캐릭터가 좀 더 초반에 등장해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야죠.



플레이어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는
모두 최종장의 미카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어려진 미카게와 비슷하게 생긴 수수께끼의 소녀가 계속 나타나기도 하고,
미카게와의 추억 이야기가 다른 캐릭터들의 스토리 사이사이에 나타나서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된 진실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다섯 명의 캐릭터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각각의 추억들이 서로 모순되기도 합니다.
특히, 최종장까지 가면 지금까지의 전제 자체가 뒤바뀐 듯한 장면이 있는데 상당히 흥미진진해요.
마지막 부분도 나름 감동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최종장의 미카게의 스토리만큼은 좋았습니다.

다만, 그 미카게의 스토리를 보기 위한 강제 공략 과정이 너무 길었어요.
지루하다기 보다는 장황했습니다.
복선을 깔기 위해 다른 스토리도 필요했고,
미카게의 스토리가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도 맞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나머지 다섯 캐릭터의 스토리가 좀 더 좋았거나,
아니면 개그나 캐릭터가 좋아서 템포 좋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
더 괜찮은 평가를 내렸을 겁니다.

서태웅도 아니고 후반을 위해 전반을 너무 버렸네요.
비슷한 경험으로 <Ever17>을 플레이할 때가 생각나는데
초중반부까지만 해도 명성에 비해서 지루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엔딩은 그동안의 평가를 뒤집고도 남았죠.
리프레인 블루의 마지막은 전반의 평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총평하자면, 그래픽, 성우, 효과, 스토리 등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게임이지만
특출난 부분은 없었던 게임입니다.
사실 시대를 고려하면,
다양한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것 자체가 특출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에로게는 보이스가 없는 게임이 대부분이었고
그래픽이 들쭉날쭉한 게임도 많았으며, 스토리는 만들다 말았던 게임도 많았죠.
지금과 달리 모든 면에서 좋은 게임이 드물었던 시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좋았던 게임보다는 강력한 한 방에 더 점수를 주는 편입니다.
CG가 참담하더라도, 보이스가 아예 없더라도,
여운이 몇날 며칠을 가도 잊혀지지 않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런 게임에 더 높은 평가를 내리죠.

뭐 한 가지가 좋았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다 괜찮았다는 건, 
결국 다 애매했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임인 리프레인 블루도 지금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을 정도의 게임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겠네요.

2021년 8월 15일 일요일

리뷰 : 캠퍼스 러브 스토리(1997,남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97년도에 남일소프트에서 발매된 국산 미연시입니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미연시가 소개되는 시기였습니다.
일본 미연시의 다수가 번역되어 정발되기도 했고,
그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미연시를 개발했죠.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당시 발매된 국산 미연시 중에서 대장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었죠.


이렇게 인기있었던 게임을 리뷰하는 건 언제나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국산 미연시에 그렇게 조예가 깊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깊게 파고 들지는 않고 얕게만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나름 명문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입니다.
대학생활 4년을 보내면서 여러 여성들과 만나고 다니는 게임이죠.



기본적인 컨셉은 본인 육성 시뮬레이션입니다.
당대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였던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죠.
<첫사랑이야기>나 <TRUE LOVE ~순애이야기~> 등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일본에서는 유행했던 장르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섬세함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의 특성으로 오렌지족, 모범생, 고학생, 컴퓨터광이 있는데
각 캐릭터마다 사는 방이 다릅니다.

또한 게임 도중 다양한 기종의 컴퓨터, TV, 게임기 등을 구매할 수 있는데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방의 배경의 바뀌게 되죠.



호감도에 따라 캐릭터들의 표정이 변하는 부분도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중요 이벤트를 제외하면 호감도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도 이게 호감도가 오르는 건지 마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표정 변화가 게임을 할 의욕을 불어 넣어 줍니다.



다수의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능력치를 올리는 게 필수입니다.
능력치가 부족하면 아예 등장조차 안 하는 캐릭터도 있죠.

다만, 능력치를 적극적으로 올리려고 하면 돈이 부족합니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라면 초반부에는 연애는 물론 능력치 올리기조차 힘겹고
먹고 살기에도 바쁠 정도입니다.
특히 미용실하고 헬스장이 돈을 다 잡아 먹어요.

'돈 벌기'와 '주인공 육성'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르바이트 역시 필요한 능력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하도록 전략을 짜야 하죠.


그래서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추천하는 주인공 특성은 고학생입니다.
고학생으로 한 번 망하고 다음 플레이부터 잘 하자는 의미로요.

고학생은 근성이 높아 아르바이트 성공률이 높기는 하지만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 없기 때문에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학생으로 개고생을 하고 나면 다른 특성으로 플레이할 때 심적 여유가 생기게 되죠.

모범생으로 플레이하면 달마다 부모님께서 40만원씩 보내 주십니다.
1회차에 고학생으로 플레이하고, 2회차에 모범생으로 플레이한다면
그 용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죠.

빚이 100만원이 되면 바로 게임 오버 엔딩이기 때문에
조금만 빚이 생겨도 플레이어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학생으로 플레이해서 쪼들리는 생활에 적응했다면
빚 50만정도 별 문제라는 생각도 안 들게 되죠.
악성 채무자의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여성 캐릭터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날 장소도 정해두지만 그 장소에 한정해서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니고
하루동안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를 하게 되죠.
캐릭터마다 선호하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파악해 둬야 합니다.



데이트 중에 다양한 대화 주제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무난한 대화 주제도 있지만
뭘 이런 걸 데이트 중에 묻나 하는 선택지도 있죠.
'생리일'같은 것도 물어볼 수 있는데
호감도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좋게 생각해 주지는 않겠죠.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바로 텍스트입니다.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고, 난이도도 어렵긴 하지만 옛날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죠.

하지만, 대사는 슬플 정도로 구식입니다.
이 게임은 당대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화제가 됐던 영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유행어를 사용하기도 하죠.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그게 심각하게 낡았다는 점입니다.
만득이 시리즈라니 너무 옛날이잖아요. '황'이라는 용어는 제 세대에도 이미 죽은 용어였어요.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지금 플레이하기에
너무나도 오그라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렸습니다만
그런 중에도 다양한 느낌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호감인 캐릭터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저는 다들 괜찮았어요.



의도적으로 비호감으로 만든 정다영같은 캐릭터도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캐릭터죠.

PC통신 채팅으로 만난 캐릭터인데 
비대면인 PC통신계에서는 여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저도 채팅 때문에 꽤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뻔한 반전일 수도 있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해서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만났을 때는 공략 캐릭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외관이었죠.

기왕에 공략 캐릭터로 만들었다면 좀 더 매력 포인트를 추가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외관은 좋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포텐셜도 조금 있었어요.
아쉽게도 제작팀에 버림받은 것 같습니다.



복장도 다양하고 CG 양도 풍부하지만
그래픽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괜찮은 CG도 많았지만 차라리 빼버리는 게 낫겠다 하는 CG도 보였죠.

또 아쉬운 점은 게임이 검수가 부족한 게 느껴질 정도라는 점입니다.
유명한 버그가 있는데 그 외에도 자잘하게 버그가 보였습니다.
또한, 이런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스토리의 앞뒤가 안 맞을 우려가 있다는 건데
이 게임은 거의 포기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라이벌 등장 이벤트도 아직 안 봤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는 라이벌이나
몇 월 며칠에 일이 있어서 데이트 못 한다고 하더니
다음주에 연락하니 아무 일없이 데이트가 된다든가 하는 문제점이 있었죠.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높은 자유도는 큰 장점이었습니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만남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죠.
난이도는 어려워졌지만요.



총평하자면, 당대 명작들의 개성을 잘 조합한 게임입니다.
플레이하기에 쾌적하지도 않고, 한 번 엔딩을 보는 것도 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플레이 전략에 대해 열심히 연구할 수 있고,
9인 동시 공략을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공략 기준으로 치밀하게 설계했는지
9인 동시 공략을 한다면 4년이 짧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죠.
스토리도 중요한 부분부분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옛날 아재들의 추억 게임으로서는 모를까
요즘 세대에 추천할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이 정도면 트렌드나 세대 차이의 문제를 넘어서
캐릭터나 대사의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준이에요.
젊은 세대들은 초반을 버티기도 힘들 거라고 봅니다.

2021년 8월 8일 일요일

리뷰 : 폴리스너츠(1994/7/29,코나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폴리스너츠>는 94년도에 코나미에서 PC-98기종으로 첫 발매되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3DO,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등의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었죠.

지금은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코나미는 워낙 유명한 게임 회사이며,
이 게임의 디렉터는 <메탈 기어>시리즈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입니다.
폴리스너츠 한국어판이 없기 때문인지 이런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입니다.



때는 2013년, 드디어 인류는 우주 식민지로 이주하여 살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2021년까지도 SF에서나 존재하는 일이죠.
아무튼, 우주 식민지의 치안 유지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엘리트 경찰 다섯 명이 '폴리스너츠'라는 이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조나단 역시 그 다섯 명의 엘리트 중 한 명이었죠.
앞날이 창창했던 주인공은 불행한 사고로 인해 우주에 조난되어 행방불명 상태가 됩니다만
25년만에 구출됩니다.
냉동수면으로 인해 무려 25년동안 혼자만 늙지 않은 주인공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에서 탐정업이나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전부인인 로레인이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로레인은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이후 재혼했는데,
무슨 팔자인지 현재 남편이 또 행방불명됐다고 합니다.

세상에 널린 게 탐정인데 이걸 전남편에게 의뢰하는 건 참 고약한 심보같지만,
사실 이유가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합니다.
현남편이 행방불명되기 전에 로레인에게 건네준 캡슐 약과 반쪽 짜리 잎사귀가 있는데
아무래도 어마어마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의뢰를 마치고 돌아가는 로레인의 뒷모습을 창문으로 바라 봅니다.
그러나 로레인은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차에 장치된 폭탄에 의해 사망하게 되죠.
주인공은 부리나케 범인을 쫓아가 총격전까지 하지만 결국 놓쳐 버립니다.

주인공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사고 이후 그토록 두려워했던 우주로 나가 우주 식민지 '비욘드'로 향하게 됩니다.



비욘드에서 만난 양아치들입니다...가 아니라 사실 경찰입니다. 
그것도 '풍기과'에 소속되어 있는 경찰들이죠.
누가 봐도 앞장 서서 풍기문란을 주도할 것 같은 인상입니다.
경찰서 내부에서도 경멸 당하고 있는 부서죠.



여길 찾아온 이유는 풍기과의 과장 에드때문입니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이자, 함께 폴리스너츠에 소속되어 있던 우수한 동료죠.

폴리스너츠의 다른 엘리트 동료들은 모두 크게 출세했는데
에드는 불행한 사고도 겪고 하다 보니, 한직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들었고, 부양할 식구도 있다 보니
주인공의 협력 요청에 주저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국 우정을 선택하여 주인공에게 협력하기로 합니다.

에드의 생김새로 보나, 현재 입지로 보나, 캐릭터 배역으로 보나
의리만 넘치고 무능한 조연일 것 같지만 
한 가닥하던 실력 어디 안 가고 여러 장면에서 꽤나 유능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인공과 같이 폴리스너츠 동료였던 게이츠입니다.
에드와 달리 순조롭게 출세하여 비욘드 경찰의 본부장을 맡고 있죠.
처음에는 주인공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요한 시점마다 확실한 증거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수사 도중 사고를 치고 다니는 주인공과 에드를 호통치는 역할이나 맡고 있죠.



역시 폴리스너츠 시절의 동료였던
왼쪽의 살바토레 토스카니니와 가운데의 조지프 사다오키 도쿠가와입니다.

사다오키는 도쿠가와 그룹의 총수입니다.
행방불명된 로레인 남편이 근무했던 회사가 도쿠가와 제약이며,
그 남편이 건네준 캡슐 약도 도쿠가와 제약의 제품입니다.
여러 모로 주인공이 추적하는 사건과 연결된 노골적으로 수상한 인간이죠.



사실 이 게임은 굳이 수상한 사람들을 숨기려 하지 않고,
악역들은 대부분 티를 냅니다.
반전도 하나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보이는 그대로 악역인 것 같은 사람만 의심하면 됩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범인 찾기라기 보다는 증거 찾기에 가깝고,
플레이어는 화려한 SF 설정과 연출을 곁들여
주인공과 에드 콤비의 활약을 감상하면 됩니다.

연출은 플스나 세가 새턴 이식판에서 리뉴얼된 버전이 확실히 더 좋습니다만
PC-98판도 당대 동 기종 게임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훌륭합니다.
CD를 사용했기 때문에 플로피 디스크에 비해 음성도 부드럽게 출력되죠.
대사가 너무 긴데 음성 스킵도 안 된다고 불평하는 의견도 있지만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 보면, 동시대 게임에 비해서는 간단한 난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선택지 게임에 비해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모든 대사 커맨드를 전부 선택하는 게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시기의 게임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죠.
모든 포인트를 전부 누르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퍼즐들은 참신한 것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똑같은 가방 찾기'같은 건 꽤 재밌었어요.
난이도가 좀 더 어려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폭발물 해체'같은 건 난이도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그래서 리뉴얼 판에서는 난이도를 쉽게 조절했다고 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이걸 어떻게 하냐'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몇 번 시도 안 했는데도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중간중간에 총격전을 직접 조작할 수도 있는데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이나 시스템은 훌륭했고,
스토리도 큰 틀에서는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주인공 설정의 활용입니다.
주인공은 과거 레전드 팀의 일원 중 하나였고,
세상은 25년이나 늙어 버리는 동안 혼자 젊음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나 쉬어가는 장면에서나
주인공의 이런 특수한 설정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어요.
그냥 젊은 탐정과 늙은 형사 콤비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진행상 다른 점이 별로 안 보였습니다.
메인 스토리 상으로는 이 설정이 의미가 있지만
첫 부분과 끝 부분에서나 의미가 있었지
중간 부분에서는 딱히 활용하려는 노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제가 에로게를 중심으로 하는 유저이기 때문에 느끼는 아쉬운 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로
어린 아역 모델이었으나 세월이 지나 성숙해진 여성,
옛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딸,
가정불화의 원인이었던 주인공을 원망하는 전부인의 딸 등이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그림이 나올 요소가 많습니까?
에로게로 치면 이건 젖과 꿀이 넘쳐 흐르는 약속의 땅이라는 거죠.

이 게임은 성인용 농담도 조금 정도 나오지만 에로게는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대로 하기에는 제약이 있었겠죠.
참고로, 플스판은 별로 야한 장면이 아닌 것도 순화되어 버렸지만
세가 새턴판은 원작보다도 좀 더 강화된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꼭 에로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의 설정을 잘 활용해서 인간관계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로맨스 요소나 개그 요소를 집어 넣어서요.



총평하자면, 잘 가다듬은 SF 세계관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
그리고 뛰어난 연출 등이 훌륭하게 조합된 게임입니다.
다만, 최종 버전인 세가 새턴판이 발매된 것이 96년도이기 때문에
어떤 버전을 플레이하든 옛날 게임의 불편함을 감수할 각오는 해야 합니다.

제가 플레이한 건 PC-98판이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컷씬 등이 가장 훌륭한 건 세가 새턴판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폴리스너츠를 즐기고 싶다면 세가 새턴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