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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리뷰 : WHITE ALBUM(1998/5/1,Lea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 <WHITE ALBUM>은 인기있는 미연시의 대명사와도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에로게를 한창 하던 시기에
에로게에서 마약이란 백색마약 밖에 없었죠.
분홍마약이니 주황마약이니 하는 건 한참 후에나 들어본 용어였습니다.
다만 저는 화이트앨범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왠지 청개구리짓을 하고 싶었던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죠.



독특하게도 주인공은 게임 시작 시점부터 
유키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애인과 교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유키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귀던 사이로
지금은 대학생입니다.



가수를 꿈꾸던 유키는 게임 시점에서는 탑급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바쁜 스케쥴로 인해 주인공과 연애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죠.
점점 주인공은 유키와의 관계에서 벽을 느끼게 되고,
다른 여성들과 인연을 맺는다는 게 이 게임의 기본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비록 서로 잘 만나지 못하더라도,
착하고 순수하고 귀여운 탑급 아이돌 여자친구를 두고
굳이 다른 여성을 만날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가 여기 있네요.
이 캐릭터의 이름은 리나입니다.
유키의 친구로서 유키 이상의 탑급 아이돌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만 저도 유키보다 리나에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사실 죄책감이야 주인공만 느끼면 되는 거고,
저는 그냥 게이머로서 다른 캐릭터를 마음에 둬도 되지 않을까요?



이 게임의 시스템은 주인공의 스케쥴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대학에 갈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할지를 결정하는 거죠.
예를 들어, 리나를 공략하려면
리나가 자주 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방송국 AD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리나가 등장할지말지는 완전히 랜덤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옛날에 제가 이 게임에 짜증을 냈던 이유도 이 랜덤 시스템 때문이었죠.



다행히 이제는 굳이 랜덤 시스템에 속을 썩이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면, 랜덤 시스템 따위는 치워 버린 리메이크가 이미 나왔거든요.
리메이크에서는 생각한 캐릭터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스템으로 바뀌었죠.

다만 스토리에 큰 보강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비어있는 시간이 꽤 많습니다.
일상 대화라도 좀 보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스토리 보강이 아쉬웠던 것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잘 된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이 깔끔해 진 것이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가늘어져서
유키의 푸근한 느낌이 줄어든 듯한 인상을 받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매력이 있었어요.



또한 사요코라는 공략 캐릭터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기존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옛날 게임에 보충이 없다 보니 다소 부실하게 느껴지지만,
사요코의 스토리는 풍부하죠.

이렇게 매력적인 포니테일이 옛날에도 있었다면,
제가 화이트 앨범에 부정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화이트앨범의 스토리 자체는 크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옛날 게임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량이 적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줄 부분에서 최근의 게임들에 비해 묘사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이 게임의 스토리는 훨씬 좋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잘 쌓은 캐릭터 때문입니다.
잘 구축해 놓은 캐릭터들의 관계에 그에 따른 행동 하나하나가
간결하게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죠.



그런 의미에서 유키의 캐릭터가 가장 잘 표현된 것도
유키 본인의 스토리보다도 리나의 스토리에서였다고 봅니다.
단순히 싸대기 때리는 장면이 있어서가 아니라
리나 엔딩 직전에 보여주는 유키의 태도가
제 감정을 폭발시키죠.

생각해 보면, 이런 착한 여자친구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괜히 유키에게 벽을 느꼈을 뿐이죠.
리나 스토리 마지막 장면의 유키를 보면
아무 상관없는 게이머에게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거죠.

아무튼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저는 이미 리나 엔딩을 봤는 걸요.



리나 엔딩 장면입니다.
유키가 누구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리나가 더 좋은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스토리로 봐도 이 게임의 진짜 스토리는 리나 스토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잘 만든 게임임에 틀림없습니다.
옛날에 플레이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리메이크를 플레이했을 때는 좋은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죠.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야요이 스토리 같은 것도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유키와 사요코의 스토리도 괜찮았고, 리나는 좋았습니다.
좋은 리메이크도 나왔고, 리메이크에도 한국어 패치가 있다고 하니
지금 하기에도 손색없는 고전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7월 30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 2학기(2008/4/25,캔디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츠요키스>의 히트 이후 3년만에 발매된 속편,
<츠요키스 2학기>입니다.
사실 속편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데
팬디스크라기에도, 리메이크라기에도 애매한 물건이 나오고 말았죠.

츠요키스의 강점은 스토리보다도 인상 깊은 캐릭터에 있었습니다.
멋진 캐릭터들의 활약을 다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2학기는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겁니다.
<츠요키스> 기획의 핵심이었던 타카히로는 캔디소프트를 떠나 버렸지만
그럼에도 2학기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2학기는 그 어려운 실패를 해내고야 마는데,
그 이유는 무리한 계획과 안일한 실천 때문이었습니다.

2학기에 설정에 따르면 
1편에서 결국 주인공은 아무와도 맺어지지 않았습니다.
1편의 캐릭터들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2학기의 스토리인 거죠.



이 계획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똑같은 세계관, 똑같은 설정, 똑같은 남성 캐릭터, 똑같은 여성 캐릭터를 이용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를 써야하니까요.
게다가 전작의 스토리를 썼던 타카히로는 떠나기까지 했죠.
캔디소프트는 이 어려운 계획을 어떻게 실천했을까요?



그냥 스토리를 1편하고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처음에 속편인지 팬디스크인지 리메이크인지 애매하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완전히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캐릭터마다 비슷한 플롯과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똑같은 스토리가 계절만 달라져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전작과 다른 장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바뀐 장면의 구성이 전작에 비해 좋지 못했다는 겁니다.

나고미의 스토리를 살펴 봅시다.
전작에서 요리에 대한 정열을 보여줬던
주인공에게 도시락 심사를 부탁하는 장면,
무인도에서 요리를 소중히 여기던 장면,
카레 수행 장면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면도 전작에 비해 약해졌죠.



중요한 장면이 다 잘려나갔음에도 플롯만은 전작과 똑같아서
결말부에서 나고미가 '난 요리인이 될 거야'라고 선언합니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저조차 '갑자기?'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 구성이 엉망이었어요.

플롯를 유지할 거였다면 복선도 유지했어야죠.
장면을 바꾸더라도 요리라는 틀은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예 딴 이야기만 하다가 갑자기 전작의 엔딩하고 똑같이 끝나 버리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이상해집니다.



전작과 연관이 없는 신 캐릭터의 스토리를 보면,
작가의 역량 부족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이보다 더 스토리가 부실한 에로게가 많다고 생각하여
다른 게임에 비해서 크게 딸린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츠요키스 1편에 비해서는 확실히 떨어졌어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를 그냥 우려먹을 뿐인 팬디스크를 만들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 이 게임의 실패 원인입니다.
차라리 각 캐릭터의 애프터 스토리라고 하고 H씬 위주의 게임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망하지는 않았겠죠.



총평하자면, 1편이 당대의 인기 게임이었던 것만큼이나
2편은 당대의 대표적인 웃음거리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망한 <투하트2> 팬디스크랑 묶여서 욕 먹었죠.

좋은 점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1편과 2편을 비슷한 시기에 플레이해 보니 차이는 명확합니다.
캔디소프트 최고의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2023년 7월 9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2)(2005/8/26,캔디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세 명의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신이치, 키누, 스바루죠.
주인공까지 남자 셋에 여자 한 명인 소꿉친구 그룹입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서도
소꿉친구는 주인공을 깨워주고, 아침밥을 차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스바루가 맡고 있죠. 남자 소꿉친구입니다.



소꿉친구 그룹 중 홍일점인 카니사와 키누는 완전 어린애입니다.
오히려 아침마다 주인공이 깨워줘야 하죠.
본명보다도 카니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립니다.

단순하고 멍청하고 고집도 쎕니다.
어린애같은 면이 유독 두드러지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죠.

특히 지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데
초반에 오토메와 대립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언젠가 복수할 생각을 품고 있죠.
그렇게 굴복하지 않다가도 
오토메의 칭찬 한 번에 금세 풀어지기도 하는 단순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절대 굽히지 않는 나고미와는 완전 상극인 성격입니다.
이 싸움 역시 주로 당하는 건 카니의 역할이지만
굴복하지 않고 꾸준히 시비를 걸죠.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일 잘 만든 캐릭터는 
역시 카니라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말빨과 성우의 열연이
카니를 이 게임에 잘 어울리게 만들었죠.

외모나 체형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성격도 제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으니까요.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좋아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카니는 제가 별로 안 좋아할 만한 캐릭터임에도 인상깊은 캐릭터였죠.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카니였습니다.
스토리도 가장 공을 들인 것 같고,
오프닝 노래도 카니에게 가장 적합하죠.
이 게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주인공의 사촌누나인 오토메입니다.
해외에 있는 주인공의 부모의 부탁으로
주인공과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에 오토메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했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게임 시작 시점에서는 오토메를 알아 보지도 못합니다.



물리법칙을 무시할 정도로 강한 여성입니다.
굉장히 성실한 성격이라서 주인공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고,
오토메 루트에서는 반항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후배인 나고미입니다.
당시에 굉장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고,
저는 이번에 알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캐릭터와 맺어졌다고 하더군요.

츤데레가 많은 이 게임에서도
심리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대화를 제대로 주고 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철벽을 치고 있죠.



주인공의 꾸준한 노력 끝에
어찌어찌 대화는 되는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친해지기는 쉽지는 않죠.

나고미가 이렇게 냉정한 이유는
인간관계에 선을 그어놓고
선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선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인 나고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자체가 바뀐 건 아니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냉랭한 태도죠.



주인공의 클래스메이트이자 학생회장인 에리카입니다.
옛날의 제가 좋아할 요소가 많은 캐릭터였는데
생각보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죠.

부자집 아가씨에 능력도 출중하고 야망도 큽니다.
오만하지만 아가씨 특유의 억지 텐션 오만이 아니라
본인이 잘난 것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계열의 오만이죠.



주인공에게는 게임 시작 시점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에리와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죠.
처음에는 장난 반으로 사귀었고,
에리 본인조차도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찌어찌 잘 되었다는 스토리입니다.



에리와 단짝인 요시미입니다.
강한 여성들이 많은 이 게임에서 치유 계열 캐릭터를 맡고 있죠.
주인공에게 노골적으로 호의를 내비치지만
주인공은 요시미는 누구에게나 이 정도로 친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시미 루트에서 본색을 드러내는데
사실 얀데레입니다.
주인공이 다른 여성들에게 대화하거나 친절하게 대하는 걸
하나하나 간섭하고 견제하려고 하죠.

다른 루트에서도 복선을 깔아놔서
나고미같은 감이 좋은 캐릭터들은 뭔가 느끼고 있었고,
뭔가 대회같은 걸 하면 의도치 않은 척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캐릭터는 이노리 선생입니다.
학교에 늘 지각하고, 일하는 중에도 과자를 먹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죠.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토리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성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총평하자면, 개별 스토리에서는 아쉬움도 꽤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독특한 캐릭터와 탁월한 개그가 돋보이는
당대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했었죠.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서까지 회자될 정도의 명작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부류의 게임의 원조라는 역사적 의미와
개인적인 팬심을 담아 추천하겠습니다.

2023년 7월 2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1)(2005/8/26,캔디소프트)

죄송합니다.
요즘 개인 시간이 부족하고 앨리스소프트 게임 플레이에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한 관계로
원래 계획이었던 앨리스소프트 게임 리뷰는 무기한 보류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아무 게임 리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특별한 신청이 없는 이상 아무 게임이나 리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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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캔디소프트의 <츠요키스>입니다.
이 게임을 리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옛날 일기장을 아무렇게나 펼쳐서 
가장 처음 보이는 게임을 리뷰해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츠요키스가 딱 보였을 때는 꽤 놀랐습니다.
이 게임을 꽤 좋아하거든요.



캔디소프트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입니다.
주요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남, 녀 구분없이 무수한 조연 캐릭터들까지 등장하여,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한 마디씩 던지는 개그 패턴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이 스타일을 제작사인 캔디소프트가 주도했던 건지
아니면 시나리오 라이터인 타카히로가 주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카히로는 이후 독립해서 미나토소프트라는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미나토소프트의 게임들에도 이런 스타일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캔디소프트 역시 타카히로가 떠난 이후에도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이유로 
캔디소프트와 미나토소프트의 게임들을 꽤 좋아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게임으로
저는 츠요키스를 뽑습니다.
<누나, 확실하게 하자> 시리즈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츠요키스만큼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시나리오를 쓴 타카히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캔디소프트에서 담당했던 게임에서도, 미나토소프트에서 담당했던 게임에서도
타카히로의 취향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무지하게 쎈 여성'입니다.
츠요키스에서는 제목에 걸맞게 그런 성향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죠.
과거 제가 봤던 투표에서는
츠요키스가 츤데레 게임 2위로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그런 좋은 기억만을 갖고 있던
츠요키스를 오랜만에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인상은 <듀얼 세이버> 때와 마찬가지였죠.

무지하게 옛날이네요. 2005년.
츠요키스가 이렇게 옛날 게임이었나요?
제 기억보다 훨씬 낡은 스타일이라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일단 게임의 메인 테마는 강한 여자입니다.
'요즘은 남자들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여자들이 강해진 거 아니야?'
주인공의 이 독백이 츠요키스 시리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죠.



딱히 초자연적인 설정은 없지만
평범한 학원물이라기에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개그물이기도 합니다.
강렬한 캐릭터와 뛰어난 개그 센스가 츠요키스를 높이 평가할 이유가 되겠죠.



캐릭터별 스토리에서는 추억보다 아쉬운 점도 보이긴 하는데
아직 다 플레이하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는 다음 리뷰에서 
캐릭터와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3(2)(2008/11/28,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주인공과 하즈미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는데
이 게임에는 레메디아라는 중요 캐릭터도 있습니다.
과거에 주인공 아버지와 같이 모험했던 사이기도 하며,
과거에 주인공, 하즈미와 만난 적도 있었죠.



어린 주인공에게 많은 도움을 줬으며
주인공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레메디아와 재회하게 된 주인공은
레메디아 또한 이번 투신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진표 상으로 주인공과 레메디아는 결승전에서야 만나게 되는데,
대회 내내 주인공은 레메디아를 응원하고 그녀의 결투 결과를 크게 신경을 쓰죠.




레메디아는 대체로 다른 사람과 교류없이 본인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지만
주인공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미숙한 주인공에게는 꼭 필요한 조력자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대회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주인공이 찾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과거 대회에서 우승하여 투신이 되었는데
만나지 못했던 동안 성격이 난폭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투신이랍시고 도시 내에서 온갖 깽판을 치는데
투신이기 때문에 그의 만행에 아무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주제도 모르고 반항을 하기도 하는데
투신에게 함부로 덤볐다가는 대회 실격도 모자라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되어
주변 사람들이 뜯어 말립니다.

아무튼 주인공 아버지의 이런 변모는 특이합니다.
투신이 되어 인생 마음대로 사는 중인데 뭐가 그렇게 화가 났을까요?



아무튼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주인공은 준결승에서 대회 내내 어그로를 끌던 악당 마다라가까지 
쓰러뜨리는 것에 성공합니다.
벌레 조종사인 마다라가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사망까지 하게 되죠.



결승전에서 주인공은 레메디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주인공이 투신대회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나름 참신한 반전이었습니다.
1편, 2편에서는 주인공이 무난하게 우승했으니까요.
당연히 흐름상 레메디아와의 H씬을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투신에 등극하는 내용이 될 줄 알았으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전개를 보여줬죠. 


아무튼 새로운 투신은 레메디아가 되었고,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패배자의 패널티입니다.

하지만, 레메디아에 패배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습니다.
레메디아가 하즈미에게 심한 짓을 할 리도 없고,
혹시 플레이어가 돈을 모으지 못했다면
레메디아가 자신이 패배할 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3만 골드를
하즈미를 위해 선뜻 내놓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이상해지는데
3만 골드가 누군가에게 도둑맞아 버린 것입니다.

하즈미가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주인공은 크게 저항하지만
주인공을 도와줄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은 사이에 레메디아도 하즈미도 사라져 버렸죠.

주인공은 투신들이 모여 사는 구획의 문 앞까지 가서 난리법석을 떠는데,
사실 주인공에게는 이렇게 항의할 권리가 없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했지만 주인공은 패배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요.

도둑맞은 것에 관계없이 레메디아가 돈을 주지 않았다면
어차피 이런 결말이 되었을 겁니다.
근데, 주인공은 패배도 패널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죠.
그만큼 미숙하다는 겁니다.



계속 항의하던 주인공은 경비원에게 끌려가게 되고
결국 투신도시에서 1년간 추방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제 주인공이 하즈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내년 투신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1부가 끝나버리고, 
2부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이 시작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투신도시3의 오프닝 영상은
앨리스소프트 오프닝 중 최고 수준입니다.

노래도 명곡이고, 영상미도 훌륭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 영상이 나오는 타이밍입니다.
노래 제목부터가 <get the regret over>이며,
노래 가사와 영상 등이 주인공의 결심, 노력 등을 보여주고 있죠.
1부의 스토리와 결부해서 감상하면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영상을 감상한 후,
2부를 시작하면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번 대회 준우승자라는 실적이 있고,
패배의 아픔도 알게 되었으며,
1년이나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주인공이
여전히 미숙하고 답답한 개호구라는 사실말이에요.

아니, 최고로 멋진 영상과 연출은 대체 뭐였던 거죠?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같은 분위기였는데요?



소원의 등불이 빼앗겨 꺼진 채로
차가운 돌바닥에 내던저져도 포기하지 않고



수천 번, 수만 번을 그저 베어 나가면서
오로지 하즈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행하며
1년만에 돌아온 주인공이 아직도 애송이면 안 되잖아요.


주인공이 1부에 비해 발전한 부분도 물론 있긴 합니다.
파트너를 대비해서 파트너 고용비와 패배시 3만 골드를 미리 준비했고,
파트너가 위험하지 않도록 숙소도 보안이 철저한 호텔로 골랐죠.
적어도 대회 규칙을 잘 몰라서 했던 실수는 안 하게 된 겁니다.

근데, 이게 답니다. 저번에 크게 실수했던 부분만 겨우 보완한 거에요.
말하자면 주인공 이 녀석은 1년동안 오답노트만 쳐다보다 돌아온 겁니다.

아니, 1년 전에 그렇게 멍청하게 굴어 놓고 느낀 점도 없나요?
재수생이 작년 수능에서 틀린 문제만 딸랑 공부해 온 격이잖아요.
주인공 아버지가 평소 그렇게 화가 많은 것도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주인공이 이딴 식으로 행동하니 화를 참을 수가 없겠죠.



주인공 욕이 쓸데없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전투 시스템이 자동이다 보니 별 쓸데없는 생각이 다 나네요.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는 이 게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1부에서 주인공은 한심한 촌놈일 뿐이었지만
그것은 훗날의 성장을 보여 주기 위한 묘사라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그다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까지 멋진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고,
1부의 고구마는 게임 전체의 단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2부의 스토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2부의 파트너는 저번 대회에서 마다라가의 파트너였던
아자미라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돈을 써서 시민 아무나를 파트너로 고용할 생각이었는데
아자미가 스스로 자신이 파트너가 되겠다고 
도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또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성격이 이상하게 변한 투신 레메디아입니다.
크게 난폭하지는 않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냉혹한 캐릭터가 되었죠.



또한 조력자를 통해 투신 구획 안으로 몰래 들어가면
무언가 혼이 빠져나간 듯한 하즈미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주인공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가 변한 이유도, 레메디아와 하즈미가 변한 이유도
누군가의 음모라는 사실을 말이죠.



사람들의 성격이 변하게 된 원흉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리무라는 캐릭터로 1부에서 사망한 마다라가도 조종하는 등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죠.

최종 흑막은 아닙니다만 강력한 적 중 하나입니다.
좀비 마다라가와 파트너를 맺고 투신대회에 참가하는데
금방 패배하게 됩니다.
하지만, 패배는 고의적이었죠.



1부에서부터 주인공의 멘토였던 호탕한 형님 캐릭터 보더입니다.
이 캐릭터 또한 리무에 의해 난폭한 성격으로 변하게 됩니다.



보더는 그렇게 소중히 대하던 파트너이자 소꿉친구 레이첼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합니다.
레이첼은 보더를 제정신으로 되돌리기 위해 
영혼을 팔아 악마와 계약을 맺으려고까지 했죠.
주인공의 활약으로 레이첼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2부는 조종당하는 보더를 돕는 스토리입니다.
투신대회 결승전에서 주인공과 보더가 싸우게 되고
주인공이 승리하여 보더를 제정신으로 되돌리게 되죠.

이 때쯤이면 전투 시스템에도 익숙해지고,
템포도 붙으면서 게임에 상당히 몰입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주인공이 투신대회에서 우승하여 
투신 구획에서 거주하게 되는 3부입니다.

3부에서 주인공은 완벽하게 고립되는데
이전까지 자신의 편인줄 알았던 캐릭터들마저
사실은 다 적이었던 반전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편이 한 명도 없어 고독한 상태이면서도
인질들 때문에 악당들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죠.

악당들은 신, 렌리, 볼트, 피오리, 리무 등이 있으며,
인질들은 하즈미, 레메디아, 아버지, 아자미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적과 인질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고독함을 강조한 점은 꽤 좋았습니다.



다만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 봤을 때,
이렇게 적과 인질들을 많이 만든 것은 실수였습니다.

자본 문제로 게임의 분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미 이 게임의 1부, 2부 스토리까지 다 진행된 3부 시점이 되었습니다.
3부에 할당된 분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언제 저 많은 문제를 다 해결하겠습니까?



3부 시작시점에 보여줬던, 답도 없는 상황이 무색할 정도로
일은 지나치게 순조롭게 풀립니다.
인질은 하루에 한 명씩 쉽게 해방되죠.
던전의 깊이가 얕았던 이 게임 고유의 문제점과 
나쁜 쪽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RPG의 재미가 너무 허무해집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많았던 적들은 팀킬도 하고, 합체도 하고
숫자가 알아서 줄어듭니다.



최후반부의 반전도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분량을 길게 끌 수 없다 보니
빌드업에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후다닥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스토리 사이사이에 배분했다면 더 놀라웠을 것 같지만
이미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앨리스소프트가 3부에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짐작이 가고,
제대로 완성되었다면 틀림없이 훌륭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죠. 
재료는 넘칠 정도로 많이 쌓아뒀지만 분량 때문에
엔딩은 <소드마스터 야마토>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게임입니다.
다소 루즈하게 진행했던 부분도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열심히 플레이한 노력을 다 보답받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점은
명작 <투신도시2>의 속편으로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었죠.


개인적으로 아웃, 세이프 2분법으로 평가를 하라고 하면
이 게임은 아웃으로 평가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좀 더 많았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누군가가 이 게임을 욕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라고 변호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게임에 애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거죠.

다시 말해, 투신도시3는 '비디오 판독을 해야 될 정도의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