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3(2)(2008/11/28,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주인공과 하즈미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는데
이 게임에는 레메디아라는 중요 캐릭터도 있습니다.
과거에 주인공 아버지와 같이 모험했던 사이기도 하며,
과거에 주인공, 하즈미와 만난 적도 있었죠.



어린 주인공에게 많은 도움을 줬으며
주인공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레메디아와 재회하게 된 주인공은
레메디아 또한 이번 투신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진표 상으로 주인공과 레메디아는 결승전에서야 만나게 되는데,
대회 내내 주인공은 레메디아를 응원하고 그녀의 결투 결과를 크게 신경을 쓰죠.




레메디아는 대체로 다른 사람과 교류없이 본인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지만
주인공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미숙한 주인공에게는 꼭 필요한 조력자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대회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주인공이 찾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과거 대회에서 우승하여 투신이 되었는데
만나지 못했던 동안 성격이 난폭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투신이랍시고 도시 내에서 온갖 깽판을 치는데
투신이기 때문에 그의 만행에 아무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주제도 모르고 반항을 하기도 하는데
투신에게 함부로 덤볐다가는 대회 실격도 모자라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되어
주변 사람들이 뜯어 말립니다.

아무튼 주인공 아버지의 이런 변모는 특이합니다.
투신이 되어 인생 마음대로 사는 중인데 뭐가 그렇게 화가 났을까요?



아무튼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주인공은 준결승에서 대회 내내 어그로를 끌던 악당 마다라가까지 
쓰러뜨리는 것에 성공합니다.
벌레 조종사인 마다라가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사망까지 하게 되죠.



결승전에서 주인공은 레메디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주인공이 투신대회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나름 참신한 반전이었습니다.
1편, 2편에서는 주인공이 무난하게 우승했으니까요.
당연히 흐름상 레메디아와의 H씬을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투신에 등극하는 내용이 될 줄 알았으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전개를 보여줬죠. 


아무튼 새로운 투신은 레메디아가 되었고,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패배자의 패널티입니다.

하지만, 레메디아에 패배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습니다.
레메디아가 하즈미에게 심한 짓을 할 리도 없고,
혹시 플레이어가 돈을 모으지 못했다면
레메디아가 자신이 패배할 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3만 골드를
하즈미를 위해 선뜻 내놓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이상해지는데
3만 골드가 누군가에게 도둑맞아 버린 것입니다.

하즈미가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주인공은 크게 저항하지만
주인공을 도와줄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은 사이에 레메디아도 하즈미도 사라져 버렸죠.

주인공은 투신들이 모여 사는 구획의 문 앞까지 가서 난리법석을 떠는데,
사실 주인공에게는 이렇게 항의할 권리가 없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했지만 주인공은 패배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요.

도둑맞은 것에 관계없이 레메디아가 돈을 주지 않았다면
어차피 이런 결말이 되었을 겁니다.
근데, 주인공은 패배도 패널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죠.
그만큼 미숙하다는 겁니다.



계속 항의하던 주인공은 경비원에게 끌려가게 되고
결국 투신도시에서 1년간 추방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제 주인공이 하즈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내년 투신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1부가 끝나버리고, 
2부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이 시작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투신도시3의 오프닝 영상은
앨리스소프트 오프닝 중 최고 수준입니다.

노래도 명곡이고, 영상미도 훌륭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 영상이 나오는 타이밍입니다.
노래 제목부터가 <get the regret over>이며,
노래 가사와 영상 등이 주인공의 결심, 노력 등을 보여주고 있죠.
1부의 스토리와 결부해서 감상하면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영상을 감상한 후,
2부를 시작하면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번 대회 준우승자라는 실적이 있고,
패배의 아픔도 알게 되었으며,
1년이나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주인공이
여전히 미숙하고 답답한 개호구라는 사실말이에요.

아니, 최고로 멋진 영상과 연출은 대체 뭐였던 거죠?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같은 분위기였는데요?



소원의 등불이 빼앗겨 꺼진 채로
차가운 돌바닥에 내던저져도 포기하지 않고



수천 번, 수만 번을 그저 베어 나가면서
오로지 하즈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행하며
1년만에 돌아온 주인공이 아직도 애송이면 안 되잖아요.


주인공이 1부에 비해 발전한 부분도 물론 있긴 합니다.
파트너를 대비해서 파트너 고용비와 패배시 3만 골드를 미리 준비했고,
파트너가 위험하지 않도록 숙소도 보안이 철저한 호텔로 골랐죠.
적어도 대회 규칙을 잘 몰라서 했던 실수는 안 하게 된 겁니다.

근데, 이게 답니다. 저번에 크게 실수했던 부분만 겨우 보완한 거에요.
말하자면 주인공 이 녀석은 1년동안 오답노트만 쳐다보다 돌아온 겁니다.

아니, 1년 전에 그렇게 멍청하게 굴어 놓고 느낀 점도 없나요?
재수생이 작년 수능에서 틀린 문제만 딸랑 공부해 온 격이잖아요.
주인공 아버지가 평소 그렇게 화가 많은 것도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주인공이 이딴 식으로 행동하니 화를 참을 수가 없겠죠.



주인공 욕이 쓸데없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전투 시스템이 자동이다 보니 별 쓸데없는 생각이 다 나네요.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는 이 게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1부에서 주인공은 한심한 촌놈일 뿐이었지만
그것은 훗날의 성장을 보여 주기 위한 묘사라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그다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까지 멋진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고,
1부의 고구마는 게임 전체의 단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2부의 스토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2부의 파트너는 저번 대회에서 마다라가의 파트너였던
아자미라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돈을 써서 시민 아무나를 파트너로 고용할 생각이었는데
아자미가 스스로 자신이 파트너가 되겠다고 
도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또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성격이 이상하게 변한 투신 레메디아입니다.
크게 난폭하지는 않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냉혹한 캐릭터가 되었죠.



또한 조력자를 통해 투신 구획 안으로 몰래 들어가면
무언가 혼이 빠져나간 듯한 하즈미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주인공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가 변한 이유도, 레메디아와 하즈미가 변한 이유도
누군가의 음모라는 사실을 말이죠.



사람들의 성격이 변하게 된 원흉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리무라는 캐릭터로 1부에서 사망한 마다라가도 조종하는 등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죠.

최종 흑막은 아닙니다만 강력한 적 중 하나입니다.
좀비 마다라가와 파트너를 맺고 투신대회에 참가하는데
금방 패배하게 됩니다.
하지만, 패배는 고의적이었죠.



1부에서부터 주인공의 멘토였던 호탕한 형님 캐릭터 보더입니다.
이 캐릭터 또한 리무에 의해 난폭한 성격으로 변하게 됩니다.



보더는 그렇게 소중히 대하던 파트너이자 소꿉친구 레이첼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합니다.
레이첼은 보더를 제정신으로 되돌리기 위해 
영혼을 팔아 악마와 계약을 맺으려고까지 했죠.
주인공의 활약으로 레이첼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2부는 조종당하는 보더를 돕는 스토리입니다.
투신대회 결승전에서 주인공과 보더가 싸우게 되고
주인공이 승리하여 보더를 제정신으로 되돌리게 되죠.

이 때쯤이면 전투 시스템에도 익숙해지고,
템포도 붙으면서 게임에 상당히 몰입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주인공이 투신대회에서 우승하여 
투신 구획에서 거주하게 되는 3부입니다.

3부에서 주인공은 완벽하게 고립되는데
이전까지 자신의 편인줄 알았던 캐릭터들마저
사실은 다 적이었던 반전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편이 한 명도 없어 고독한 상태이면서도
인질들 때문에 악당들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죠.

악당들은 신, 렌리, 볼트, 피오리, 리무 등이 있으며,
인질들은 하즈미, 레메디아, 아버지, 아자미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적과 인질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고독함을 강조한 점은 꽤 좋았습니다.



다만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 봤을 때,
이렇게 적과 인질들을 많이 만든 것은 실수였습니다.

자본 문제로 게임의 분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미 이 게임의 1부, 2부 스토리까지 다 진행된 3부 시점이 되었습니다.
3부에 할당된 분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언제 저 많은 문제를 다 해결하겠습니까?



3부 시작시점에 보여줬던, 답도 없는 상황이 무색할 정도로
일은 지나치게 순조롭게 풀립니다.
인질은 하루에 한 명씩 쉽게 해방되죠.
던전의 깊이가 얕았던 이 게임 고유의 문제점과 
나쁜 쪽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RPG의 재미가 너무 허무해집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많았던 적들은 팀킬도 하고, 합체도 하고
숫자가 알아서 줄어듭니다.



최후반부의 반전도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분량을 길게 끌 수 없다 보니
빌드업에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후다닥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스토리 사이사이에 배분했다면 더 놀라웠을 것 같지만
이미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앨리스소프트가 3부에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짐작이 가고,
제대로 완성되었다면 틀림없이 훌륭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죠. 
재료는 넘칠 정도로 많이 쌓아뒀지만 분량 때문에
엔딩은 <소드마스터 야마토>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게임입니다.
다소 루즈하게 진행했던 부분도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열심히 플레이한 노력을 다 보답받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점은
명작 <투신도시2>의 속편으로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었죠.


개인적으로 아웃, 세이프 2분법으로 평가를 하라고 하면
이 게임은 아웃으로 평가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좀 더 많았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누군가가 이 게임을 욕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라고 변호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게임에 애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거죠.

다시 말해, 투신도시3는 '비디오 판독을 해야 될 정도의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네요.

2023년 5월 7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3(1)(2008/11/28,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투신도시2>는 상당한 히트작이었고
많은 팬들은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해했으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앨리스소프트는
좀처럼 투신도시 시리즈의 3편을 발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투신도시 시리즈의 다음 편은
앨리스소프트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쓰기 위해 
아껴두고 있다는 것이었죠.

당시 저는 그 루머를 믿고 있었고
<투신도시3>의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란스 퀘스트>의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07,08년쯤부터 앨리스소프트가 앞으로 부진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앨리스소프트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고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던 타이밍에
위기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가 바로 튀어나왔던 거죠.

그래서 저는 앨리스소프트의 이런 예리한 감각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작 투신도시3가 평가가 갈리는 게임이 되었기 때문에
위기를 막지는 못했지만요.



게임 방식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RPG의 방식을 취했습니다.
마을에서 던전을 선택하고 선택한 던전을 탐험하는 방식이죠.



각 던전에 대단하고 고유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클리어했다는 인증씰만을 받아 오면 됩니다.
인증씰을 가져오면 내일 갈 던전을 알려 주는 방식이죠.

던전 컨셉이 다양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던전 하나하나의 깊이가 너무 얕습니다.
단순히 맵이 작다는 문제가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깊이가 얕아요.
퍼즐성이나 이벤트의 질과 양이 전작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전투는 프레임 시스템+자동전투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작의 전투 방식이 고전적이었기 때문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전투 방식을 채택한 점은 괜찮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경과하면 주인공이 자동적으로 평타를 때립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기본 공격을 할 수 있죠.
물론 지켜 보고만 있는 게 전부는 아니고,
중간중간에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게임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는데,
일단 저는 스킬을 거의 안 썼습니다.

기본 공격이 6초에 한 번씩 발동되는데,
2배 공격 스킬 발동은 12초가 걸립니다.
12초면 그냥 기본 공격이 두 번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닌가요?
게다가 자동전투라서 적의 프레임은 정지되지 않아
오히려 프레임적으로 살짝 손해를 보게 되어 있고,
2배 공격 스킬은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에 캔슬이 됩니다.

정리하면, 자동 전투를 그냥 쳐다보는 것보다
스킬을 사용하면 오히려 미묘하게 손해라는 겁니다.
나중에 스킬이 좋아지기는 하는데,
기본공격도 마찬가지로 좋아져요.
아무리 봐도 스킬을 써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스킬을 거의 안 썼습니다.
비교적 유용한 다른 스킬도 있긴 했지만
그다지 사용하지 않아도 클리어 하기에 문제가 없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제가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댓글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전투 단계에서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자동 전투를 하염없이 쳐다 보기와 
게임 오버 안 당하게 회복 아이템 써주기 뿐이었습니다.
편리하다기 보다는 단조롭다는 느낌이었죠.
자동 전투 도중에 잠이 들어 버려서
게임 오버를 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진짜로요.



주인공이 익힌 스킬 중에서 9개를 골라 장비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스킬셋을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죠.

전투가 자동 전투라도 이런 전투 준비 부분에서 재미를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스킬도 단조로웠기 때문에 그런 재미 또한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이용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간을 늘리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계산을 정밀하게 하지 않으면 빈틈이 생겨 비효율적으로
아이템을 장비해야 하죠.

게임 난이도상 한치의 빈틈도 없이 아이템을 배치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빈틈없이 채워 넣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퍼즐 게임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다만, 이렇게 전혀 빈틈없이 아이템을 넣다 보니,
너무 강해져서 나중에는 게임 난이도 너무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었죠.

결론적으로 RPG로서 평가한다면,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의 게임이었습니다.
캐주얼한 느낌이었지만 성취감이 별로 들지 않는 방식이었어요.



스토리는 당연히 주인공이 투신대회에 참가하여
싸워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주인공 아버지가 투신대회에 참가한다고 하고 집을 떠난 뒤,
갑자기 연락이 끊겨 버린 거죠.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는 투신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의 평가를 크게 깎아 먹은 주인공입니다.
여러 가지로 성격에 문제가 많아 답답한 스타일이죠.

아무튼 촌구석에 살다가 투신도시로 여행 온 주인공은
대회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심지어 투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미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죠.

주인공은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단 여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 무작정 도시를 돌아 다닙니다.



한참을 찾아 헤메던 끝에
고향에서 도와주러 온 소꿉친구, 하즈미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다짜고짜 하즈미를 끌고 들어가 투신대회에 등록을 하게 되죠.

저번 리뷰에서 말했다시피 투신대회에는
패배하면 여성 파트너가 하루동안 승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룰이 있습니다.
심지어 3편에서는 '3만 골드'를 지불하지 못하면
파트너는 투신도시에서 3년간 무임금 노동을 해야 한다는 특별 룰까지 생겨났죠.

주인공은 무책임하게도 이런 대회에 소꿉친구를 파트너로 등록시켜 버린 겁니다.
규칙을 몰랐다고는 하지만,
왜 여성 파트너가 필요한지 의문도 가지지 않았고,
룰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았은 채로 하즈미를 끌어 들였으니 
경솔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죠.



하즈미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투신대회의 등록은 취소가 불가능하며,
하즈미는 소꿉친구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대회에 등록됩니다.
1편의 파트너는 모든 규칙을 알고도 주인공에게 참가를 부탁한 것이었고,
2편의 파트너는 모든 규칙을 알고도 주인공을 돕겠다고 발벗고 나섰지만,
3편의 파트너 하즈미는 무고한 피해자일 뿐이죠.

그만큼 주인공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적을 살펴 보면,
그 막중한 책임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주인공은 승자라는 이유로 패자의 파트너를 함부로 대하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쪽으로 계속 어그로를 끄는 참가자가 있는데,
주인공은 참지 못하고 계속 그에게 덤벼들려고 하죠.
문제는 투신대회 참가자끼리 대회 이외의 이유로 싸운다면,
그 참가자는 실격패를 당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소년 만화 주인공과도 같은 정의로운 성격으로 
괴롭힘 당하는 여자를 도와주기 위해 싸운다?
좋습니다. 그럼 그로 인한 실격패 피해는 대체 누가 받죠?
주인공이 받는 피해는 거의 없고 오로지 하즈미만 피해받는 거에요.

이런 부분이 지나치게 경솔하고 미숙하다는 겁니다.
주인공만 바라보고 있는 하즈미는 어쩌고
계속 실격패당할 짓을 골라서 하는 겁니까?
번번이 다른 사람이 말려서 실격패 당하지는 않지만,
만일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났겠죠.



주인공은 명백하게 패배의 무게를 모르고 있습니다.
'3만 골드'만 해도 그래요.
3만 골드가 없이 주인공이 패배한다면
하즈미는 3년동안 투신대회에서 무임금으로 노동해야 합니다.

그럼 주인공은 당연히 3만 골드부터 모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꼭 이겨야지'하는 근거 없는 다짐만 할 뿐,
3만 골드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으면서 패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3만 골드가 큰 돈이기는 하지만,
던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 저축이 불가능한 돈은 아닙니다.
물론, 그 돈을 약값과 방어구값으로 흥청망청 써버린 건 접니다만
하즈미는 주인공의 소꿉친구지 제 소꿉친구가 아니잖아요.
주인공이 알아서 잘 챙겼어야죠.



사실 벌써부터 주인공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구요?
투신도시2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미숙했습니다만
투신대회와 여러 가지 일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투신도시 시리즈는 그런 게임입니다.
비록 지금 주인공이 미숙하다고 해도,
그것은 미래의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요?
두 번째 리뷰에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