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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8일 일요일

리뷰 :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Re:BIRTH-(2023/9/29,Nave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Tactics 사의 <ONE ~빛나는 계절로~> 1998년 6월 26일 발매
Marron 사의 <코스모스의 하늘에> 2001년 07년 27일 발매
BasiL 사의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2002년 6월 28일 발매


저는 제 에로게 인생 초창기를 장식했던 이 세 개의 게임들을 
같이 묶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지만,
스토리나 구성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게임이죠.

하지만, 제가 이 게임들을 묶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들을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로게의 순위를 매긴다면,
세 게임 전부 20위 안에 들어올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임들입니다.

에로게 여신의 가호에 의해,
2023년 저 셋 중 두 게임이 리메이크가 되는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BasiL 사를 계승한 격인 Navel 사에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통칭 소레치루를 리메이크 했죠.



소레치루는 당대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히 스토리가 인상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유려한 그래픽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
무엇보다도 탁월한 개그가 어우러져 
여러 게임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게임이었죠.

저는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의 한국어 패치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어 패치된 에로게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이 게임을 가장 먼저 추천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발매한 Basil 사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오래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이 인기 게임의 팬디스크도 못 내보고
사실상 끝장나고 말았죠.


문제는 이 게임이 후속작의 떡밥을 신나게 뿌려댔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는 미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뭔가 부족했던 게임이었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후속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속작은 개뿔, 회사 자체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원작 발매 후 6년이 지난 어느날,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완전판>이 발매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소문이 좋지는 않았어요.
기다려 왔던 게임이지만 정작 발매되자 
플레이해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큰 기대가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어쨌든 정말 좋아하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결국 완전판도 플레이했고,
막상 플레이하니까 재미는 있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건 결국 원작의 힘이었을 뿐 
추가된 요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죠.
뭔가 이것저것 추가하긴 했고, 마음에 드는 게 없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죠.
부실했던 스토리를 보완했을 줄 알았는데 스토리는 
여전히 완결성이 없이 부실했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서도
'이게 완전판인가?'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있었죠. 



아무튼, 이 정도가 소레치루에 관한 제 간략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2023년에 발매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Re:BIRTH->입니다.



기본적으로는 2002년판을 베이스로
그래픽을 일신한 게임입니다.
추가 요소가 없지는 않은데 그렇게 많지도 않죠.
스토리는 큰 수정없이 부실한 상태 그대로죠.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캐릭터였죠.



다수의 의견과 달리
옛날부터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노조미였습니다.
성우가 바뀌어서 느낌이 다를 줄 알았는데
리버스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 노조미 그대로였죠.

진심으로 제가 아직도 게임 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미연시를 플레이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너무 좋았어요.



이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코마치입니다.
스토리도 가장 좋은 캐릭터이고, 저도 많이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노조미만큼이 아닐 뿐이죠.

이 캐릭터의 옛날 성우는 고토 유코라고 제가 엄청 좋아하던 성우였습니다.
에로게에서는 사실 활약이 많지 않은 성우였는데
애니를 잘 안 보던 제가 오로지 이 성우 때문에 애니를 두 개 정도 봤을 정도였죠.


리버스를 플레이하며 이 캐릭터와 처음 대면했을 때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코마치의 보이스가 고토 유코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느낌을 잘 살렸거든요.

첫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요새는 성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성우에게 흥미를 안 가질 수 없었던 거죠.

검색 결과, 고토 유코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목소리를 지닌 이 성우의 정체는
고토 유코 본인이었습니다.
마술의 비법이라는 게 알고 나면 허무한 법입니다.
생각해 보니 고토 유코는 안 죽었죠.
 


다른 캐릭터도 안 좋아하지는 않는데 할 말이 많지는 않네요.
서브 캐릭터도 좋아할 정도로 저로서는 애정이 많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콩깍지가 씌였던 옛날의 저에 비해서 지금의 저는 확실히 냉정해졌는데
기억에 관련된 메인 스토리가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훨씬 안 좋았습니다.
갈등도 갈등 해소도 억지로 전개하는 티가 너무 났어요.
그래도 마냥 실망스러운 건 아니고
메인 줄거리를 빼면 좋은 부분도 꽤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발전한 부분이라고는 그래픽 뿐이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지금 플레이해도 손색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억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만 변한 과거 그대로의 리메이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엔 만족스럽게 플레이했습니다.
그만큼 추억의 한 가운데 있는 게임 중 하나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