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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리뷰 : 핑키 퐁키(1989/7/13,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핑키퐁키>는 고전 엘프 게임 중에서 가장 현대 미연시와 비슷한 형식의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 미연시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단순한 선택지형 게임은 당시 엘프로서는 매우 희귀한 케이스에 속합니다.


헌팅 게임입니다.
타이틀 화면에
<이것은 헌팅 게임이니까, 아무리 잘 되더라도, 진짜인 줄 알고 헌팅 같은 걸 한다면 분명히 잘 안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엘프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옴니버스 방식의 순차적인 스토리 전개로 한 권당 다섯 에피소드가 들어있습니다.
3권까지 있으므로 총 15개의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차적인 옴니버스식의 에로게는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르입니다.
대부분 분기를 이용해서 스토리를 나누거나 아예 저가형으로 짧은 게임을 여러 개 내놓는 쪽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If>나 <CRESCENT> 등의 옴니버스 에로게가 자주 보입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여자와 그 위에 있는 점수가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저 점수가 모자라면 다음 장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선택지의 정답을 맞추는 것은 은근히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성격을 빨리 파악하여 그에 맞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전혀 뜬금없는 선택지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핑키퐁키 1권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타코야키녀 미우라 치사토를 예로 들어봅시다.

치사토는 체조부 선배들에 의해 학교 축제에서 타코야키를 모두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치사토를 헌팅하기 위해 타코야키를 모두 사서(!) 
치사토와 함께 축제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주인공은 치사토에게 어디로 같이 가자고 해야 할까요?
맞춰 보시죠.


1. 단 둘이 될 수 있는 장소
2. 돈이 벌리는 장소
3. H한 일이 가능한 장소
4. 니 얼굴이 안 보이는 장소 <- 고르면 한 방에 게임오버 당합니다.
5. 체육관의 뒤
6. 체조부 부실
7. 타코야키 가게


정답은 단 하나입니다.
정답과 한방에 게임오버 당하는 4번을 제외하고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감점을 당합니다.
2번과 3번은 아닌 걸 확실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도 딱히 정답같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로맨틱한 말이라서 가장 정답 같은 1번은 정답이 아닙니다.


답은 7번입니다.  
타코야키 가게에서 타코야키 강제로 팔다 겨우 해방된 여자한테 타코야키 가게로 가자니 이게 무슨 개소리입니까?
하지만 7번을 고르면 치사토가 '재밌는 농담이네'하면서 웃으면서 받아줍니다.
다른 건 전혀 농담으로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감점이나 시키는 데 이걸 어떻게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선택지에서 엘프식 개그가 많이 나와서 재밌기도 하지만, 게임을 클리어 하는 데에는 상당히 난항을 겪습니다.


진행방식도 불편한데 한 번 실패하면 실패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다시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실패하면 게임오버 화면과 함께 다음 에피소드로 강제 진입>


실패한 에피소드를 다시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세이브조차 없습니다.
선택지도 많아서 하나의 에피소드에 수십 개의 선택 장면과 많게는 6-8개의 선택지가 나옵니다. 방금 말했듯이, 정답을 맞추기도 힘듭니다. 


이정도 되면, 판정이 어느정도 느슨해서 어느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들었을 법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선택지가 많더라도, 정답을 고르기가 힘들더라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점수가 적다면 여유있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데 굉장히 빡빡합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 번도 점수가 깎이지 않고 계속 점수가 오르기만 했는데도
점수가 덜 올라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실패는 쉽고 다시 플레이하기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기억력만이 에피소드를 클리어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꼭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점수형 선택지 게임으로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한 부분이 종종 보입니다.




핑키퐁키 1권의 네번째 에피소드, 가정교사 아사야 히토미 편입니다.
이 편은 특이하게도 990점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공부하기 싫어하고 삐뚤어진 대답을 하며 계속 점수를 깎아야 합니다.



또한, 핑키퐁키 2권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치한에게서 미사코를 도와주는 편에서는
호감도가 깎이는 대답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선택하면 갑자기 호감도가 확 오르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물론, 찾아내기는 굉장히 힘들고 불편한 선택지입니다만 단조로운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15개의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도록 상당히 많은 상황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경, 삼각관계, 캬바쿠라, 간호사, 해변의 서양녀, 엘리베이터걸, 햄버거가게 점원 등등이 수많은 직업이 등장하며 각양각색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RPG같이 신경쓸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 중에서 가장 에로한 장면이 풍부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도 당시로서는 훌륭하기 때문에 성인 게임으로서는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총평하자면, 핑키퐁키는 시대를 고려하면 훌륭한 에로게입니다.
게임 전개 자체는 상당히 귀찮지만 동시대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쉬운 편이고 
개그, 그래픽, 에로 모든 면에서 엘프사 특유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옛날의 게임이므로 최근의 누키게와 비교하면 당연히 허술합니다.
에로 목적의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하고
80년대의 고전 에로게는 과연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에서 플레이한다면 만족스러운 게임이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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