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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2일 일요일

리뷰 : 동급생(1)(1992/12/17,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동급생>은 엘프 사의 게임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입니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초,중반의 도스 미연시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요즘 세대는 당연히 고전 에로게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하지만 동급생이라는 제목 정도는 많이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급생>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하급생이 아니라 동급생이 아니냐'고 물어보며
동급생과 하급생이 따로 있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도 봤고,
<하급생> CG를 두고 동급생 CG라고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하급생뿐만 아니라 그냥 도스 시절 도트 그래픽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가 나오면
동급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고전게임을 잘 모르는 세대에서까지 동급생의 위상은 이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연시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보아도
동급생부터 시작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천 년 후에 우리나라에 미연시라는 것이 아직 있고,
미연시에 대한 역사책이 쓰여진다면
첫 페이지에는 동급생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 에로게 역사책을 쓴다고 해도 첫 페이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급생을 빼먹을 수 없는 것은 세계사 책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엘프 사의 게임으로서 훌륭한 그래픽은 당연히 깔고 들어갑니다.
그래픽 외에도 스토리나 캐릭터 측면에서도 시대를 앞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플레이해도 '이 시절에...'하면서 깜작 놀라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래를 예측했다기 보다는
미래에 뭘 좋아할지 몰라서 있는 대로 다 넣어봤다 하는 느낌입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질리지 않는 전개 방식이 동급생 최고의 장점입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우선 탑뷰 RPG 방식으로
이 장소, 저 장소를 탐색하면서 시작합니다.

처음 플레이를 시작한 사람은 돌아다녀 보아도 여자 캐릭터를 만나기가 힘들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캐릭터 공략이 비교적 널럴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 시간 약속입니다.
요즘 미연시에서는 번잡스러워서 전혀 쓰이지 않는 방식입니다만
여자 캐릭터와 몇 날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만나는 것은 꽤 재미있습니다.

약속을 깜박 잊어버리거나 갑자기 다른 이벤트와 엮이는 바람에
약속 장소에 늦어버리거나
아예 작정하고 약속을 펑크내 버리는 재미도 있습니다.


마을에는 점쟁이나 퀴즈 형제, 그 외 숨은 조언자가 힌트나 돈을 주기도 합니다.
퀴즈 형제의 힌트를 받으면 서비스 씬도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캐릭터의 집도 있는데 방문해 봐야 시간 낭비 입니다.
마이가 외출금지를 당했다든가, 미호가 충격을 받고 집에 틀어박혔다든가 하는
유용한 정보를 줄 때도 있지만 보통은 쓸모가 없습니다.

미사의 어머니는 미사가 부상당했는데도 '우리 딸은 연습하러 갔어'라고 말하고,
쿠루미의 아버지 같은 경우는 딸이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 딸은 내가 지킨다'하면서 자랑스러워 합니다.

사토미의 어머니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데
무슨 경우에도 '사토미는 목욕 중이야'라고 합니다.
사토미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걸 방금 보고 왔는데도 똑같은 소리를 하며,
심지어 사토미가 '나 지금 공원인데, 기다릴게'라고 하는 전화를 받고
바로 사토미 집으로 가도 지금 목욕 중이랍니다.



RPG방식으로 특정 장소에 들르면
<ELLE>과 같은 클릭형 어드벤처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레이코와 만나기 위해 창 밖을 보는 경우 이외에는 딱히 공략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텍스트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개그도 많이 있어 클릭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방에서 침대를 클릭하면 정확히 8시간 취침을 하게 됩니다.
또한 취침은 강제 세이브이기도 합니다.



여자 캐릭터와 대화를 하다 보면 선택지가 뜹니다.
호감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만,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정답 외에는 누가 봐도 여자가 싫어할 만한 소리이거나,
엘프식 저속한 개그입니다.

가끔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말빨이 상당한 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주인공 한 번 죽어봐라하고 이상한 대답을 선택해도
주인공이 좋은 말로 바꿔 버립니다.


중복 공략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대 11명의 캐릭터까지 공략이 가능합니다.
후속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를 만나는 일이 랜덤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획만 짜 놓으면 캐릭터 11명을 공략하고서도 시간이 남습니다.
또한, 돈도 일부러 다 써버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모자라는 경우가 없습니다.

난이도는 <동급생2>, <하급생>, <하급생2>보다는 쉬운 편입니다.

그 외, 각 캐릭터에 관한 설명은 다음 리뷰에서 마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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