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16년 8월 7일 일요일

리뷰 : MARINE BUSTER(1993/3/18,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ARINE BUSTER>는 실키즈 사의 게임 중에서도
가장 내용이 없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실키즈 로고와 함께
'처음부터', '로드', 'CG감상'과 '음악감상'이라는
지금 나오는 미연시들과 별 차이없는 선택지가 뜹니다.



'처음부터'를 누르면 미소녀가 등장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안녕☆ 나도 처음이지만, 상대 잘 부탁해.'

딱 이 한 마디만 하고 게임이 시작됩니다.



다짜고짜 해전이 시작됩니다.
순양함을 배치하랍니다.

전개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빠릅니다.
이 해전을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지도 당연히 모르고,
대체 플레이어가 왜 교복을 입은 미소녀와 해전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저 여자 이름도 모릅니다.

지금 나오는 게임같으면 튜토리얼이나 세계관을 이렇게 날림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옛날 게임에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죠.
그런 경우에는 게임 외의 매뉴얼 같은 곳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디스크에 동봉되어 있는 공식 매뉴얼을 봐도,
이 게임의 스토리는 여전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아무 내용 없는 게임이라는 소리죠.


공식 매뉴얼에서 해전은 추억의 '어뢰게임'을 소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어뢰게임을 검색해 본 결과,
실키즈가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뢰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은 일본에 틀림없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MARINE BUSTER의 해전과 비슷한 보드게임은 '해전게임'이라고 합니다.
일본 위키피디아에도 '해전게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동네마다 이름이 달랐던 건지, 시대에 따라 이름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 게임은 '해전게임'으로 검색해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일본에서는 많이 했던 보드게임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게임을 추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게임 방법은 이렇습니다.
플레이어는 '순양함', '구축함', '보급함', '전함',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함선들의 차이점은 내구성과 크기 뿐입니다.

이 함선들을 각각 16X16 크기의 맵에 배치합니다.

상대는 잠수함을 사용합니다.
상대도 잠수함을 맵에 배치하지만 잠수함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함선을 다 배치하면 맵에 폭탄을 뿌립니다.
적의 잠수함이 어디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아무 데나 뿌려서 적이 있는 곳을 운으로 때려 맞추는 게임입니다.

범위가 큰 폭탄이나, 상대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운빨 게임입니다.
상대인 인공지능도 딱히 전략이 없습니다.



한 번 이길 때마다 캐릭터가 옷을 벗습니다.
게임 한 번 졌다고 옷을 벗는 이유는 하느님도 모를 겁니다.
그냥 에로게니까 벗습니다.
지금 같으면 엉뚱한 설정이라도 하나 붙여 놨을 겁니다.

총 아홉 명의 캐릭터가 있는데
한 캐릭터당 대사는 다섯 마디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냥 해전게임하고 CG나 구경하는 게임입니다.


총평하자면, 옛날 게임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아무 내용도 없고,
해전게임도 그다지 재미있지 않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