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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4일 일요일

리뷰 : 노노무라병원사람들(1)(1994/6/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저는 친구들과 모여서 추억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물론 에로게가 아닌 일반 게임의 이야기였죠.

저도 나름 고전 게임을 즐겨했던 사람인데,
마이너한 게임을 주로 했던 탓인지
제가 했던 게임은 좀처럼 대화 소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대화에 끼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죠.

그 때, 한 친구가 말을 꺼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그런 야겜도 있었잖아. 제목이 노노..."
"노노무라 병원!!!"

저는 계속 모르는 게임 이야기만 듣다가 갑자기 아는 게임이 나와서
반가워서 크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전게임 대화를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야겜 얘기가 나오자 신나서 소리친 사람이었죠.
그 때부터, 제 별명은 색마가 되었습니다.

제가 야겜 오타쿠라는 소문이 근거도 없이 커졌지만,
불만은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 떠도는 소문보다 훨씬 더 오타쿠였죠. 

제가 이 흑역사를 소개한 이유는, 
오타쿠부심을 부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 사람들의 게임 대화에서
 고전 명작으로 거론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적어도 10여 년 전에는 말이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실키즈 사의 고전 게임 중에서도
<하원기가일족>, <애자매>와 함께 3강에 꼽힐 정도로 훌륭한 게임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다른 둘을 제치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을 원톱으로 놓기도 하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 다른 두 작품에 비해서 훌륭한 점은
스토리의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게임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최근 에로게에서는 추리물, 탐정물이 그다지 나오지 않는 추세입니다.
사실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에로게의 수가 적기도 합니다만,
추리물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전멸 상황이에요.

추리물은 재밌게 만들기는 힘들고, 
어설프게 만들었을 경우, 비판 받기는 쉽죠.
생산자나 소비자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학원 연애물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지론은
성인 게임이면 성인 게임다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 게임에는 소년만화적인 전개에 H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
소년만화에서는 다룰 수 없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는 마약, 성범죄, 협박 등의 다양한 소재가 들어있습니다.
그렇다고 H씬만을 목적으로 한 하드코어 계열의 게임이 아닌
드라마 속에서 그런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죠.
이것이야말로 성인 추리 게임인 거죠.

이야기가 좀 산만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에로게 중 하나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병원물로서의 의의도 큽니다.
엘프-실키즈 계열에서는 이전에도 
게임에 간호사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언제나 전형적이었습니다.
헌신적이고, 환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였죠.
스토리도 전형적이었습니다.
환자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혹은 환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H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 비한다면,
이것은 그냥 간호사 코스프레 H씬 수준입니다.
간호사 캐릭터가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경우는 거의 없죠.



초반부 간호사들은 주인공에게 상당히 적대적입니다.
특히, 미호의 경우는 노골적으로 주인공에게 반감을 표현하죠.
주인공 탐정은 초반에 간호사들을 심문해봐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엘프-실키즈 계열 간호사로서는 독특한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뿐만이 아닙니다.
병원물로서 의료사고와 그 증거를 찾으려는 사람, 약물복용 등의 소재가 쓰이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단순히 병원이 무대인 것만이 아니라, 병원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스토리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분기가 있는 멀티엔딩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 시스템은 <하원기가일족>이 먼저였지만 아직 그 게임을 리뷰하지 않았죠.

주인공은 뻔히 보이는 실수를 범해 죽기도 하고, 아무 이유없이 황당하게 죽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 모든 죽음에는 이유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찾아내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2편에서 또 설명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장점을 하나 언급하겠습니다.

놀랍게도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선택지의 양도 엄청나고,
그에 따른 자잘자잘한 스토리 변화가 많음에도
스토리의 충돌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추리물로서 증거나 복선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증거나 복선을 얼마나 모았느냐에 따라서
비슷한 전개의 대화가 약간씩 달라집니다.

이런 세밀함이 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이렇듯 장점이 많은 것에 비해서
단점을 찾기가 힘든 게임입니다.

하지만,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음 리뷰에서는,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약간 아쉬운 점과,
이 게임의 훌륭한 스토리, 캐릭터, 그리고 기타 이식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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