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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1일 일요일

리뷰 : 요코하마 엘레지 & 글래스의 운명(1994~1995, FMC)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FMC도 산타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딱히 기억할 필요가 없는 회사입니다.

1994년 9월 28일 <요코하마 엘레지>
1995년 9월 14일 <글래스의 운명>

이 두 작품만을 발매했을 뿐만 아니라 저 두 게임도 딱히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F&C의 계열사가 아니었다면 저도 그냥 무시해 버렸을 겁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적어도 산타페에 비해서는 인상 깊은 게임을 발매했다는 점이죠.
칵테일소프트보다는 페어리테일의 스타일과 비슷한 
시리어스 계열의 게임을 주로 발매했습니다.



요코하마 엘레지는 프롤로그가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전 클레이사격 국가대표 선수로 상당히 유명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의 연인 아이네는 카미오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엄청 유명한 아이돌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연인은 프롤로그에서 여러 사람에게 범해지고 자살하게 됩니다.



그 후, 아이네와 꼭 닮은 여동생인 시오리가 등장합니다.
사실 자살한 것은 아이돌 카미오가 아닌 여동생이었던 것으로 하고,
아이네 대신 카미오로 바꿔치기해서 활동합니다.



언니가 죽고 언니 대신 아이돌 활동을 하는 시오리의 캐릭터가 특히 골때립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연인이 불행한 일을 겪은만큼 상당히 어두운 캐릭터지만
등장하는 다른 여성 캐릭터들은 프롤로그만큼이나 미친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아무튼 그로부터 2년 후, 갑작스러운 아이돌의 은퇴 현상과 
불법 비디오 루머가 난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신인 아이돌의 보디가드가 되어 이에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프롤로그와 설정, 캐릭터 등의 범상치 않음이 정말로 저를 기대하게 합니다.
이 게임 제작사가 F&C의 계열사라는 것을 잠깐동안 잊을 정도로 자극적이죠.
늘 궁금한 것이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소재를 만들었다면,
앞으로의 스토리도 계속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겠다는 욕심같은 건 없는 걸까요?



그 후의 스토리는 황당할 정도로 별 거 없습니다. 
마무리는 끔찍할 정도로 허무하고요. 흑막 찾아서 총으로 빵 쏘고 끝입니다.
본편에 존재하는 건 그럴싸한 스토리가 아니라 아이돌의 댄스와 노래입니다.
여러 장르의 노래가 나오고 그에 관한 댄스가 움직이는 CG로 나와요.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희생하면서까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아이돌의 댄스 무대같은 건 저번에 리뷰한 <미소녀 오디션 ~아이돌을 찾아라~>,
이런 게임에 넣어놨어야죠.
요코하마 엘레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광기에 휩싸인 스토리로 계속 밀고 나가고요.
스토리에 치중했으면 좀 더 나은 게임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소재를 살리지 못한 게임입니다.



다음은 글래스의 운명입니다. 
꽃이 만발한 타이틀 화면의 분위기처럼 이 게임은 소녀만화 스타일로 진행됩니다.

저는 소녀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옛날에 TV에서 방영한 <들장미 소녀 캔디>라든가 <들장미 소녀 린>이라든가
아니면 진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들장미 소녀 제니>라든가를
본 적이 있긴 한데 띄엄띄엄 봤을 뿐더러 결말도 못 봤죠.
그런 탓인지 저는 이런 스타일의 소녀만화에
'주인공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끊임없이 불행해지는 우울한 스타일'이라는
트라우마에 가까운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글래스의 운명이 충격적인 전개로 흐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주인공은 여자인데 프롤로그에서는 아직 꼬맹이입니다.
갈색머리의 착하고 귀여운 소녀로 제 편견에 딱 들어맞는 이미지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주인공이 어릴 적에 재혼하게 되었고
계모와 의붓 언니를 만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도 역시 계모와 의붓 언니는 주인공을 괴롭힐 거라는 편견이 떠올랐습니다.
생긴 것도 좀 무섭다고 생각했죠.



본편에서 주인공은 학생이 됩니다. 
제 편견과 달리, 다행히도 계모와 의붓 언니와 아무 갈등도 없는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잘 자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계모가 다짜고짜 주인공의 싸대기를 때리면서
역시나 스토리는 우울해집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해 버리고만 거죠.
계모의 명예를 위해 말씀드리면, 
계모가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졌다고 돌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나름 동정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이후로도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의 계모처럼
주인공을 아무 이유없이 괴롭히는 악녀로 변해 버린 것도 아니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의 의붓언니는 여전히 주인공에게 친절하고,
배우가 되어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을 이끌어 가는 자랑스러운 언니입니다.



하지만 또,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다행히도 겨우 목숨은 건지지만 배우로서의 생명은 끝장나게 됩니다.
주인공이 정말 끊임없이 불행해지는 제 편견에 정말 잘 들어맞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편견대로의 나쁜 언니였다면 이런 불행한 일은 당하지 않았겠죠.




아무튼 이제는 주인공이 성우이자 배우가 되어 가족들을 지탱합니다.
열심히 살아보려는 모습에 눈물이 다 납니다만
앞으로도 그녀에게는 미친 전개가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멀티엔딩 게임이고 갑자기 계모가 자살하는 충격적인 엔딩도 있습니다만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난이 더 충격적입니다.
제 소녀만화에 대한 편견까지도 넘어선 무시무시한 전개입니다.
내용이 워낙 자극적이기 때문에 블로그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총평하자면, 같은 회사에서 단 두 개 나온 작품으로서 정말 절묘합니다.
요코하마 엘레지는 자극적인 프롤로그에 비해 심심한 내용의 게임이었고,
글래스의 운명은 행복하고 훈훈한 프롤로그에 비해 정신 나간 스토리의 게임이었죠.

공통적으로 NTR요소도 있고 분위기가 꽤 음침합니다.
이런 FMC의 스타일이 이후 F&C의 경향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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