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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0일 일요일

리뷰 : 하급생2(1)(2004/8/27,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저 이 게임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싫어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게임이죠.
실제로 이 게임이 잘못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굉장히 많은 허위 루머가 퍼져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 빌어먹을 루머 때문에 저는 이 게임 발매 이후로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아왔죠.
최근에는 그나마 줄어들었지만,
제가 이 게임에 대한 루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이 게임 발매 후 14년이나 지난 2018년도였습니다.
그 놈의 루머는 없어지지도 않더군요.


미리 경고합니다.
'그 캐릭터', '그 사건'에 대한 소개와 팩트체크는 이 게임 리뷰 3편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만일 그보다 먼저 댓글란에 그에 관한 가짜 뉴스가 보인다면,
제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네요.

3편에서는 무슨 댓글을 써도 됩니다. 
허위사실을 지어내서 적어도 돼요. 제가 반박하면 되니까요.
그 이전까지는 카더라를 적은 댓글은 조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성스럽게 적은 댓글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저는 모릅니다.



<하급생2>는 2004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에로게를 열심히 하던 해는 2003~2007년도인데
이 게임은 그 중심에 있는 게임 중 하나죠.

저는 그때도 엘프빠였는데 사실 그 시기는 엘프 사의 암흑기로서
엘프빠에게 그다지 신나는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엘프 사는 일본에서도 예전의 영광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더더욱 엘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죠.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강제 전체 화면입니다.
최근 게임은 물론, 윈도우 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에로게의 대부분은 창모드와 전체화면모드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엘프 사의 첫 윈도우 신작 에로게인 <취작>조차도 설정이 가능했죠.

근데 엘프 사 이것들이 '에로게는 전체화면이지'라는 헛바람이라도 들었는지
몇몇 게임들에서 이 설정을 빼버렸습니다.
무조건 전체화면으로만 플레이하게 만든 거죠.

뭐, 일부러 에로게를 전체화면으로 플레이하는 분들도 많고
일본에서는 다소 불편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꽤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당시에는 아랄트랜스같은 툴이 없었기 때문에
오 텍스트 후커같은 게임 화면과 별도의 창을 필요로 하는 원시적인 후커를 썼으며,
그건 전체화면에서는 제대로 구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물론 강제로 창모드로 바꾸는 외부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만,
그 또한 게임에 따라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었습니다.
번역 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에로게를 하려면 일본어부터 공부해야하는 상황이 오게 된 거죠.
당연히 절대 다수는 일본어를 공부하느니 엘프 사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엘프 사도 금방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강제 전체화면의 문제는 2000년대 초에 이미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더 골치 아픈 문제가 나타났으니 바로 '숏컷 에러'입니다.
유독 엘프 사 게임만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는 지독한 문제였죠.

지금도 많은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면 시작메뉴에 바로 가기가 등록이 됩니다.
윈도우 XP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바탕화면이나 시작메뉴에 설치하는 단축아이콘, 영어로 '숏컷'이라고 하는
이 녀석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1) 엘프 사 게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윈도우 로캘 설정을 반드시 '일본'으로 해야 하는데,

2) 또한 무조건 시작메뉴-프로그램-보조프로그램에 숏컷을 생성해야 했으며
생성하지 않는다는 설치 옵션은 존재하지 않았고,

3) 로캘 설정을 일본으로 하면 한글 폴더명 '보조 프로그램'이 글씨가 깨져서
'?? ??'식으로 되었고,

4) 물음표 폴더명은 존재할 수가 없으니 하위 폴더도 숏컷도 생성되지 않았고,

5) 숏컷이 생성되지 않으니 게임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서 게임이 실행이 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숏컷 에러입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죠.

사실, 잘 알아 보면 해결방법은 많았습니다.
윈도우 레지스트리를 수정해서 '보조 프로그램' 한글 폴더명을 수정하거나,
설치 완료 레지스트리를 구해서 덮어 쓰거나,
아니면 일본 윈도우를 따로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었죠.
하지만, 다른 회사 에로게는 멀쩡한데
엘프 사 게임만 이런 식으로 귀찮은 짓을 강요했던 겁니다.

숏컷 에러는 윈도우 버전이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윈도우10에서는 안 나오는 문제인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코덱 오류도 가끔 일어났고,
엘프 사 게임때문에 하드 디스크가 망가졌다는 얘기도 있고,
엘프 사 홈페이지도 부실하고 불친절했던 문제도 있고
여러 면에서 엘프 사 게임은 국내에서 플레이하기에 많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엘프 사의 게임들이
옛날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었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오타쿠들이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습니다.

<동급생>이나 <하급생>같은 고전 에로게는 
우리나라 도스에서 안 되는 게 정상입니다.
근데 안 되던가요?
도스 시절 게임도 초기 윈도우를 제외하고는 실행 안 돼야 하죠.
하지만 최근 윈도우에서도 잘만 돌아갑니다.
<유작> 윈도우판도 강제 전체화면이죠. 하지만 불편하지 않습니다.
한국어 패치가 나왔으니까요.

게임만 훌륭하다면 수많은 능력자분들이
원활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그게 안 됐다는 건 엘프 사 게임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얘기죠.

엘프 사의 게임들보다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던 시대였습니다.
2005년 한 해에 한국어 패치가 나온 게임으로 제가 기억하는 것만
<둥지짓는 드래곤>, <파르페 ~쇼콜라 second brew~>, <Fate/stay night>입니다.

이걸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설치도 제대로 안 되는 <꽃과 뱀>, <AV킹> 가지고
한국말까지 술술 나오는 저 라인업을 어떻게 이기냐고요.

저같아도 엘프 게임 당장 치우라고 합니다.
혹시 아직 저런 명작을 플레이 안 하신 분이 있다면,
하급생2 리뷰 블로그같은 거나 볼 시간에 저것들을 플레이하세요.
훨씬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법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어 패치는 안 나왔지만 
설치 잘 되는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죠.
게임 수준만으로도 엘프 사는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외면 받았고
엘프빠들에게는 내세울 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엘프 사를 버리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데
그건 또 언젠가의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상황 속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하급생2입니다.
아시다시피 좋은 쪽으로 화제가 되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어마어마한 악플 세례를 받았는데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그냥... 자중하겠습니다. 리뷰 3편에서 얘기하기로 했죠.



이 게임이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제 기억하고는 다릅니다.
겟츄의 2004년 연간 세일즈 랭킹을 보면 이 게임은 7위입니다.
당시 제 기억으로는 5위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내려간 것 같습니다.

물론 엘프사가 제작비를 훨씬 많이 썼을 수도 있고,
제가 그 쪽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의 판매량이 저조했을 수도 있습니다.
꾸준한 판매량이 안 나왔을 수도 있고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엘프 사는 이 시기 전후로 이만큼의 판매 순위를 보였던 적도 없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많이 팔았고, 그만큼 욕을 더 먹었다.'입니다.
일본에서는 결국 묻혔고, 국내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적어도 그건 제 기억하고는 다르다는 거죠.

발매 직후에는 국내에서 플레이한 사람이 오히려 많지 않았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숏컷 에러 때문에요.
플레이한 사람 중에서는 싫어했던 사람도 많았지만
저처럼 좋다는 평가를 내렸던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근데, 정작 커뮤니티 등에서는 플레이한 사람보다도
망할 허위 루머가 더 많았어요.
...죄송합니다. 가슴에 사무쳐서 그래요. 리뷰를 쓰는 와중에도 막 북받쳐 오릅니다.
아무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제 기억은 그렇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제 게임을 한 번 살펴 봅시다.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이 잘못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크게 지적받는 부분은 하급생2가 전작만큼의 혁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참신했던 <동급생>이나 <하급생>과 달리 하급생2는 
전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게임일 뿐이라는 거죠.



실제로 제가 이 게임에서 좋아하는 요소들의 대부분이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엘프 사의 오래된 팬들은 엘프 사가 수비적이 되었다고 비판했는데
저는 <하급생>이 지어놓은 집에 다른 캐릭터들만 와서 산다고 표현합니다.

다만, 이 부분이 비판점인지는 제 입장이 좀 다릅니다.
당시 많은 엘프빠들이 옛날과 같은 혁신을 원하기도 했지만
저는 2004년도의 엘프 사는 이미 과거만큼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때라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자기복제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유작>, <취작>,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 등의 
훌륭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속편이라도 찍어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이었죠.
하급생2는 그런 수요를 채워줬던 게임이었던 겁니다.
오히려, 저는 하급생2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다른 복제 게임도 나왔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진짜 아쉬운 점은 편의성, 진행 힌트같은 부수적인 요소의 발전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동시 공략 후 누구 엔딩을 볼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긴 점 등
좋아진 점도 보이지만 그래도 부족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333 공략법을 쓰려고 했습니다.
9명의 캐릭터 중 세 캐릭터씩 나눠서 동시공략하는 방법이죠.
9인 동시 공략도 가능하지만 저는 옛날에 9인 동시 공략을 할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고 333 공략법으로 가기로 한 거죠.

근데 막상 333 공략법을 쓰다가 포기했습니다.
9인 동시 공략을 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거죠.
사실 그렇다기 보다는 333으로 공략하면
의미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많아 게임이 공허하다고 생각되었던 겁니다.



저는 이 게임이 스케쥴 관리 게임으로서 꽤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9인을 동시공략했을 때, 호감도 조절과 이벤트를 통해서
특정 시기에 집중해야 할 캐릭터와 나중에 공략해야 할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요.
교묘한 템포와 밸런스 조절이 돋보입니다.
호감도 제한으로 전작보다 자유도가 떨어졌다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이런 변화는 꽤 괜찮았다고 평가합니다.

근데, 9인 동시공략을 할 때 그 장점이 느껴진다는 건
역으로 9인을 동시공략하지 않는다면 시간의 대부분이 텅 비게 된다는 겁니다.
생초짜일 때는 잘 모르지만, 저 정도만 되어도 금방 할 컨텐츠가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죠.

그리고 9인 동시공략은 공략집을 보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어렵긴 하지만,
공략집도 없이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고이다 못해 썩은 물들만 하는 컨텐츠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게임의 매력을 가장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노가다를 거듭한 끝에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때나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라이트 유저가 즐길만한 장점이 부족했습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라이트 유저보다는 헤비 유저를 위한 게임이었을 수도 있지만
2004년도는 이미 편리한 비주얼 노벨 계열 에로게가 대세였습니다.

96년도에 발매된 하급생 1편에도 비슷한 문제점은 있어요.
하지만, 그 때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노가다를 요구하는 게임이 많았고
하급생의 풍부한 볼륨이 그런 단점을 적절히 덮어 줄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하급생2는 이미 그런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좀 더 라이트하게 만들었어야 해요.
오프닝곡 중 하나인 '18'이 복고풍의 노래인 것도
옛날의 단점을 개선하지 못한 걸 숨기려는 의도가 끼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년이라는 긴 기간을 좀 더 축소하고 스토리에 좀 더 신경을 쓰거나,
아니면 난이도 하락을 각오하고서라도 세이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등으로
게임을 좀 더 가볍게 만들었다면 좀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단점은 저에게는 해당되는 점은 아닙니다.
저는 이번에도 결국 9인 동시공략을 했고 꽤 만족스러웠어요.
이 시기 엘프 사는 골수팬들에게 의미없는 고생을 많이 시키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하급생2는 그렇지 않았고 성취감이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하급생 그 자체입니다. 따로 소개해드릴 건 없네요.

다음 리뷰에서는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1개:

  1. np21//
    다른 게임들은 숏컷을 설치 안 하는 옵션이라도 있었는데
    엘프 사는 절대 허용하지 않았죠. 뭔가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강제 전체화면 문제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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