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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4일 월요일

리뷰 : Rance4 ~교단의 유산~(1993/12/11,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란스 시리즈를 <귀축왕 란스>와
당시 최신작이었던 <란스6>으로 입문한 사람입니다.

이 두 게임을 하고 크게 감명을 받았던 저는
과거의 작품들을 플레이하기 위해,
란스 시리즈에 대해 잘 아시는 분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죠.
'그렇다면 너는 란스3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란스4는요?'
지인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대답이었을 겁니다.
란스4를 플레이한 이후 저는 옛사람들 말이 틀린게 하나 없구나라는 감상을 적었거든요.



지금은 리메이크가 있는 1,2,3에 비해,
옛날 게임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4를 굳이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습니다.
옛날 게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플레이할 정도로
필수적인 스토리가 아니라는 의견과
란스4를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란알못이라는 의견이 있죠.

분명한 것은 제가 처음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플레이할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란스 시리즈가 완결된 현재 시점에서
과연 4가 필수적인 게임일지 
제 의견을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죠.



게임은 란스와 실이 3편에서 마왕 질에 의해 전이된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란스4의 무대는 부유도시 이라퓨로 공중에 떠 있는 도시입니다.
2편 마찬가지로 마을 하나를 거점으로 하나의 던전을 탐험하는 방식이죠.

란스의 능력과 장비는 완전히 초기화되었습니다.
실이 마을에서 중고 장비를 구해오죠.
다시 약해지게 된 란스는 식당 아줌마도 못 이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렇다기엔 식당 아줌마가 좀 쎄보이긴 합니다.



미궁을 탐험하면서 투장의 비밀을 파헤치는 스토리입니다.
아쉬운 점은 미궁 그래픽이 2편보다도 단조로워졌다는 점이죠.



전투 시스템은 아쉬운 점도 있긴 한데, 3보다는 발전한 형태입니다.
자동모드가 있긴 하지만 유닛 전체를 수동으로 전체를 조작할 수도 있게 되었죠.

대부분의 경우엔 자동을 쓰면 충분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전투에만 수동으로 조작하면 됩니다.
전투 시스템은 이번에도 딱히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이 게임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는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적 보스도 약간 격이 떨어지는데 이름부터가 빗치입니다.
헬만의 높으신 분이지만, 이라퓨에서는 별볼일 없는 권위일 뿐이죠.
부하들은 나름 괜찮은 캐릭터들이지만
대장이 너무 무능하고, 비열한 계략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새로 등장한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이전 캐릭터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4편 캐릭터들은 이후 시리즈에서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죠.

란스 시리즈의 많은 캐릭터들이 당장은 임팩트가 약하더라도
이후 시리즈에서 더 많은 매력을 보여준 반면에
4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은 신기할 정도로 사후 지원이 적었습니다.



빗치의 부하인 이오입니다.
빗치는 열쇠를 모으기 위해 란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이오를 파견합니다.
이오는 란스에게 유혹술을 사용해서 란스를 매료하는데 성공하죠.
란스와 함께 다니며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나중에는 들켜서 도망치는데 빗치에게 배신당해서 
란스가 갖고 있는 열쇠와 교환되는 인질이 되어 돌아오죠.

그 후에는 그다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동료일 뿐이지만
꽤 괜찮은 스타일의 캐릭터였습니다.

문제는 이 캐릭터는 9편까지 전혀 재등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온갖 캐릭터들이 등장한 <귀축왕 란스>, <란스 퀘스트>,
아예 헬만이 무대였던 <란스9>에서까지 등장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메림입니다.
빗치의 부하라기보다는 노예같은 존재인데
결국 버림받고 란스에게 합류하죠.

단순히 불쌍한 캐릭터는 아니고,
고고학에 조예가 깊기 때문에 
이번 탐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메림을 버린 빗치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증거죠.

이후 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종종 등장을 하고,
특히 귀축왕 란스에서는 대체불가인 역할입니다.
다만, 아이템이나 토템같은 역할이었죠.



리자스 친위부대 소속인 줄리아입니다.
설정도 약하고, 성능도 약하고, 그렇다고 에로담당도 아닌
개그캐릭터입니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등장하긴 하고, 
딱 한 번 각성하는 때도 있긴 하지만
이 캐릭터를 제대로 써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매력도 약하다고 생각되네요.



얼핏 보면 남자처럼 보이는 사나키아도 있습니다.
이후 시리즈에서 나름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잠깐 등장하는 란스 만행의 피해자입니다.
6편 리뷰에서 제대로 설명하게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캐릭터는 인공생명체 아테나2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좋아하는 게임에서 이 캐릭터가 비중있게 나왔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실제로도 이 캐릭터가 많이 나오면 평작인 징크스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 위키에는 '아테나 2호가 동료로 등장하는 작품은 평작이 된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귀축왕 란스>에서 나왔으니 징크스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귀축왕 란스>에서 아테나2호는 동료도 아니고 비중도 없습니다.



스토리 면에서도 중요도가 낮지는 않지만
란스 시리즈의 메인 스토리에서는 약간 빗겨나 있습니다.
4편의 중요한 적인 투장의 카리스마가 약하진 않았지만
결국 란스 시리즈 전반의 메인 적은 마인 위주로 흘러갔죠.

특히 4편에서 깔아놓은 설정이 제대로 활용된 것은
21년이나 지나서 발매된 9편이었습니다.
6편이나 플레이하고 있을 시점의 저에게
지인이 4편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었겠죠.



사후 지원이 약하거나 늦었다는 건 미래의 개념이고,
당대에도 평가가 갈렸던 점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3편에 비해 스케일이 많이 줄어들었죠.
자유도시와 리자스의 광활한 평원을 뛰어다니며
수많은 적을 상대했던 3편에 비해,
4편의 무대는 많이 좁아졌으며
스토리 면에서도 웅장함이 부족했습니다.



다만 마냥 저평가할 게임은 아니고,
호평도 많았던 게임입니다.
당시 에로게는 1년, 1년이 다를 정도로 그래픽이 급속하게 발전하던 시절이었고
란스4 역시 이전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그래픽을 보여 주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은 약한 편이었지만,
기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많은 매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카나미, 마리아, 시즈카, 릭, 레이라 등
이전작의 인기 캐릭터들이 란스를 돕기 위해 날아오기까지 했죠.



또한, 3편에서는 거대한 스케일에 가려졌던 주요 캐릭터들의 내면과 인간관계가
좀 더 심층적으로 정립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후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장면들인데
<귀축왕 란스>를 비롯한 다른 게임에서 한 번 더 정립하기 때문에
4편의 가치가 절하된 감이 있죠.



하지만,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란스4였습니다.
지금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설정이 3편까지는 언급조차 안 되었다가 
4편부터 등장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캐릭터의 등장이나 활약은 2편, 3편에서 이루어졌지만
4편에서 비로소 캐릭터가 확립되고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궁은 다채롭지는 않았고 같은 장소를 계속 돌아다녀야 한다는 피곤함은 있었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숨겨진 요소가 꽤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동료를 바꿔 가면서 여러 패턴을 실험해 볼 수도 있었죠.

3편처럼 앞으로 전진하는 개념이 아니라
똑같은 미궁을 꾸준히 탐험한다는 스타일의 게임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역시 상당한 명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시리즈의 비슷한 장면에 비하면 약해 보이는 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실에 대한 란스의 감정을 여실히 알려주는 장면이었죠.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좋은 게임입니다만,
지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가는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시스템적으로 불편한 점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궁탐험과 세이브/로드 같은 자주 사용해야 하는 기능이
불편한 것이 치명적이죠.

사실 발매 당시 기준으로는 딱히 불편한 게 아닙니다.
당시 에로게는 이런 편의성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지 않았고,
란스4 정도면 평균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현재 시점에서 볼 때, 1,2,3편이 현대화되어 편리해졌기 때문에
시리즈 중 가장 불편한 것은 4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픽, 스토리, 캐릭터 모든 면에서 떨어지지 않고,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 때문에 리메이크를 기다리는 것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하자면, 시리즈 전체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는 않지만,
그 소재를 9편이 다 되어서야 제대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너무 늦었다고 봅니다.
제가 한창 란스 시리즈를 플레이하던 때는
이 게임 발매 이후 10년이나 지난 시기였는데도
4편은 스토리적으로 괴리된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게임 자체만 본다면, 상당히 괜찮은 에로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편에 밀린다고 보지만,
2년 후의 속편인만큼 발전된 점도 적지 않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마리아, 시즈카, 레이라 등의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고,
특히 카나미를 전투에서 좀 활용해 보고 싶다면 4편만한 게임이 드물죠.

다만, 지금 필수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시스템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분께는 추천하겠지만,
불편함이 너무 크게 느껴지시는 분이라면
굳이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란스 시리즈도 결국 게임에 불과한데
꼭 모든 편을 다 해보고, 모든 설정을 다 알고
모든 재미를 다 느끼고 그럴 필요는 없겠죠.
충분히 추천할 만한 게임이지만 우선순위는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리메이크가 나온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게 될 것 같네요.

댓글 3개:

  1. 엇... 4에서 4.5까지 다루실 줄 알았는데 없네요. 독립적으로 다루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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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4.1, 4.2는 4와는 완전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에 같은 리뷰에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근데 검토해 보니, 딱히 독립적으로 다룰 내용도 없는 것 같아서 단편은 그냥 리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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