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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1일 일요일

리뷰 : Rance5D ~외톨이 소녀~(2002/10/2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란스 시리즈에서 게이머들의 악평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은
역시 <Rance5D ~외톨이 소녀~>가 꼽히게 될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시리즈의 다른 명작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 받는 건
이 게임에게 참 억울한 일입니다.



일단, 이 게임은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저가형 게임입니다.
당시 앨리스소프트는 <츠마미구이>를 비롯해
볼륨은 적지만 값싼 게임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죠.
앨리스소프트의 간판 시리즈인 란스 시리즈까지 
저가형으로 나온 것이 특이하긴 한데,
여기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귀축왕 란스>가 엄청난 명작이었던 탓인지,
5편의 개발은 상당한 난항을 겪었습니다.
기획이 세 번이나 고꾸라지게 되었는데,
고꾸라진 기획이 바로 5A, 5B, 5C가 됩니다.
시행착오 끝에 앨리스소프트가 일단 무조건 완성시키고 본다는 생각으로
볼륨 적은 저가형 게임을 발매한 것이 바로 5D였던 거죠.

그렇게 발매는 되었지만 앨리스소프트 스스로 5D는 여전히 외전으로 취급했고,
이후에도 미발매된 란스5가 따로 있다고 언급했으며
5를 개발할 생각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란스5는 오늘날까지 발매되지 않았으며,
란스 시리즈 5편의 자리는 사실상 5D가 차지하게 됩니다.

저가형 외전인 5D는 졸지에 정식 넘버링 시리즈와 동일한 위치가 되어 버렸고,
다른 게임들에 비해 부실해 보이게 되었습니다.
란스5가 발매되었다면 이 게임에 대한 악평도 좀 적었을 수도 있었겠죠.



물론, 악평의 원인은 단순히 볼륨이 적은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값싼 가격, 가벼운 볼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 플레이를 포기했던 이유는
바로 극악의 운빨 망겜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이동은 룰렛, 전투는 주사위 등 모든 행동이 운빨로 결정됩니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고수라도 방법이 없어요.
어떤 분은 자신이 이 게임 고수이며
이 게임은 엄청 쉽다면서 팁을 알려 주던데,
룰렛을 돌릴 때 마음에 안 들게 나왔다면
자동저장되기 전에 ALT + F4를 누르면 된다고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팁입니다. 결국 운빨 게임이라는 뜻이잖아요.


물론 이 게임에서 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사실은 '이 게임이 운빨 게임'이라는 프레임이야말로
이 게임의 평가를 떨어뜨리게 된 주된 요인입니다.
운에 모든 것을 맡기고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어요.

무조건 운에 맡기고 플레이하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게임이겠지만,
운을 잘 이용해야 하는 나름의 전략성이 존재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챈다면 
그렇게까지 난이도가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TIME 게이지를 희생한다면 룰렛은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고,
전투 중에는 개입을 할 수 없지만 기술 세팅같은 전투 준비를 전략적으로 하는 방법 등이 있어요.

그래도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다시 할 수밖에 없겠지만
플레이 타임이 불합리하게 늘어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운빨 게임이라는 소문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본 게임이에요.
게임의 구조만 파악한다면 운이 약간 나쁘더라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다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짜증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리뷰를 쓰면서는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지만,
저도 란스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이 게임 진작에 갖다 버렸을 거에요.
많은 분노와 짜증을 넘고 나서야 게임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죠.



란스 5D를 플레이할 가장 큰 가치는 캐릭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리즈나의 데뷔작이죠.

리즈나의 특징은 남에게 굉장히 잘 속는다는 점입니다.
란스를 만나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 속지만
그래도 결코 남을 의심하는 법을 학습하지 않죠.
란스에게 속아서 H를 하는 패턴이 자주 나옵니다.

게임 유닛으로서의 특징은 마법 방어입니다.
처음에는 마법방어가 무시무시하게 높을 뿐이었는데
이후 허니 몬스터처럼 시스템적으로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되었죠.



또다른 중요한 캐릭터로는 코판돈이 있습니다.
리즈나만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는 한데,
5D는 코판돈에게 어울리는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소개하도록 하죠.



총평하자면, 사실 저도 란스 시리즈 중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는 말씀드렸지만
어쨌든 스토리는 짧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등장도 적었죠.

이 게임 전후인 <귀축왕 란스>와 <란스6>, <전국란스>를 열렬히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어쨌든, 란스 시리즈의 지속 여부까지 걸려 있었던 의미깊은 게임이라고 합니다.
운이 다 해먹는 게임이라서 난이도가 불합리하다는 건 오해이고,
실제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할만한 짧은 게임입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한 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되네요.

댓글 2개:

  1.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90년대 구 란스에서 벗어나 현재의 란스 시리즈의 기틀을 다진 게임으로써 나름 의미있는 게임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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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칠공//
    귀축왕 란스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시리즈 완결작처럼 보이기도 하죠.
    아마 5D가 나오지 않았다면 시리즈가 그대로 마감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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