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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7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3(1)(2008/11/28,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투신도시2>는 상당한 히트작이었고
많은 팬들은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해했으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앨리스소프트는
좀처럼 투신도시 시리즈의 3편을 발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투신도시 시리즈의 다음 편은
앨리스소프트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쓰기 위해 
아껴두고 있다는 것이었죠.

당시 저는 그 루머를 믿고 있었고
<투신도시3>의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란스 퀘스트>의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07,08년쯤부터 앨리스소프트가 앞으로 부진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앨리스소프트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고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던 타이밍에
위기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가 바로 튀어나왔던 거죠.

그래서 저는 앨리스소프트의 이런 예리한 감각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작 투신도시3가 평가가 갈리는 게임이 되었기 때문에
위기를 막지는 못했지만요.



게임 방식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RPG의 방식을 취했습니다.
마을에서 던전을 선택하고 선택한 던전을 탐험하는 방식이죠.



각 던전에 대단하고 고유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클리어했다는 인증씰만을 받아 오면 됩니다.
인증씰을 가져오면 내일 갈 던전을 알려 주는 방식이죠.

던전 컨셉이 다양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던전 하나하나의 깊이가 너무 얕습니다.
단순히 맵이 작다는 문제가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깊이가 얕아요.
퍼즐성이나 이벤트의 질과 양이 전작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전투는 프레임 시스템+자동전투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작의 전투 방식이 고전적이었기 때문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전투 방식을 채택한 점은 괜찮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경과하면 주인공이 자동적으로 평타를 때립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기본 공격을 할 수 있죠.
물론 지켜 보고만 있는 게 전부는 아니고,
중간중간에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게임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는데,
일단 저는 스킬을 거의 안 썼습니다.

기본 공격이 6초에 한 번씩 발동되는데,
2배 공격 스킬 발동은 12초가 걸립니다.
12초면 그냥 기본 공격이 두 번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닌가요?
게다가 자동전투라서 적의 프레임은 정지되지 않아
오히려 프레임적으로 살짝 손해를 보게 되어 있고,
2배 공격 스킬은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에 캔슬이 됩니다.

정리하면, 자동 전투를 그냥 쳐다보는 것보다
스킬을 사용하면 오히려 미묘하게 손해라는 겁니다.
나중에 스킬이 좋아지기는 하는데,
기본공격도 마찬가지로 좋아져요.
아무리 봐도 스킬을 써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스킬을 거의 안 썼습니다.
비교적 유용한 다른 스킬도 있긴 했지만
그다지 사용하지 않아도 클리어 하기에 문제가 없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제가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댓글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전투 단계에서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자동 전투를 하염없이 쳐다 보기와 
게임 오버 안 당하게 회복 아이템 써주기 뿐이었습니다.
편리하다기 보다는 단조롭다는 느낌이었죠.
자동 전투 도중에 잠이 들어 버려서
게임 오버를 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진짜로요.



주인공이 익힌 스킬 중에서 9개를 골라 장비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스킬셋을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죠.

전투가 자동 전투라도 이런 전투 준비 부분에서 재미를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스킬도 단조로웠기 때문에 그런 재미 또한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이용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간을 늘리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계산을 정밀하게 하지 않으면 빈틈이 생겨 비효율적으로
아이템을 장비해야 하죠.

게임 난이도상 한치의 빈틈도 없이 아이템을 배치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빈틈없이 채워 넣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퍼즐 게임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다만, 이렇게 전혀 빈틈없이 아이템을 넣다 보니,
너무 강해져서 나중에는 게임 난이도 너무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었죠.

결론적으로 RPG로서 평가한다면,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의 게임이었습니다.
캐주얼한 느낌이었지만 성취감이 별로 들지 않는 방식이었어요.



스토리는 당연히 주인공이 투신대회에 참가하여
싸워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주인공 아버지가 투신대회에 참가한다고 하고 집을 떠난 뒤,
갑자기 연락이 끊겨 버린 거죠.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는 투신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의 평가를 크게 깎아 먹은 주인공입니다.
여러 가지로 성격에 문제가 많아 답답한 스타일이죠.

아무튼 촌구석에 살다가 투신도시로 여행 온 주인공은
대회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심지어 투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미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죠.

주인공은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단 여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 무작정 도시를 돌아 다닙니다.



한참을 찾아 헤메던 끝에
고향에서 도와주러 온 소꿉친구, 하즈미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다짜고짜 하즈미를 끌고 들어가 투신대회에 등록을 하게 되죠.

저번 리뷰에서 말했다시피 투신대회에는
패배하면 여성 파트너가 하루동안 승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룰이 있습니다.
심지어 3편에서는 '3만 골드'를 지불하지 못하면
파트너는 투신도시에서 3년간 무임금 노동을 해야 한다는 특별 룰까지 생겨났죠.

주인공은 무책임하게도 이런 대회에 소꿉친구를 파트너로 등록시켜 버린 겁니다.
규칙을 몰랐다고는 하지만,
왜 여성 파트너가 필요한지 의문도 가지지 않았고,
룰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았은 채로 하즈미를 끌어 들였으니 
경솔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죠.



하즈미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투신대회의 등록은 취소가 불가능하며,
하즈미는 소꿉친구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대회에 등록됩니다.
1편의 파트너는 모든 규칙을 알고도 주인공에게 참가를 부탁한 것이었고,
2편의 파트너는 모든 규칙을 알고도 주인공을 돕겠다고 발벗고 나섰지만,
3편의 파트너 하즈미는 무고한 피해자일 뿐이죠.

그만큼 주인공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적을 살펴 보면,
그 막중한 책임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주인공은 승자라는 이유로 패자의 파트너를 함부로 대하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쪽으로 계속 어그로를 끄는 참가자가 있는데,
주인공은 참지 못하고 계속 그에게 덤벼들려고 하죠.
문제는 투신대회 참가자끼리 대회 이외의 이유로 싸운다면,
그 참가자는 실격패를 당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소년 만화 주인공과도 같은 정의로운 성격으로 
괴롭힘 당하는 여자를 도와주기 위해 싸운다?
좋습니다. 그럼 그로 인한 실격패 피해는 대체 누가 받죠?
주인공이 받는 피해는 거의 없고 오로지 하즈미만 피해받는 거에요.

이런 부분이 지나치게 경솔하고 미숙하다는 겁니다.
주인공만 바라보고 있는 하즈미는 어쩌고
계속 실격패당할 짓을 골라서 하는 겁니까?
번번이 다른 사람이 말려서 실격패 당하지는 않지만,
만일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났겠죠.



주인공은 명백하게 패배의 무게를 모르고 있습니다.
'3만 골드'만 해도 그래요.
3만 골드가 없이 주인공이 패배한다면
하즈미는 3년동안 투신대회에서 무임금으로 노동해야 합니다.

그럼 주인공은 당연히 3만 골드부터 모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꼭 이겨야지'하는 근거 없는 다짐만 할 뿐,
3만 골드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으면서 패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3만 골드가 큰 돈이기는 하지만,
던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 저축이 불가능한 돈은 아닙니다.
물론, 그 돈을 약값과 방어구값으로 흥청망청 써버린 건 접니다만
하즈미는 주인공의 소꿉친구지 제 소꿉친구가 아니잖아요.
주인공이 알아서 잘 챙겼어야죠.



사실 벌써부터 주인공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구요?
투신도시2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미숙했습니다만
투신대회와 여러 가지 일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투신도시 시리즈는 그런 게임입니다.
비록 지금 주인공이 미숙하다고 해도,
그것은 미래의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요?
두 번째 리뷰에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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