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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3일 일요일

리뷰 : 드래곤나이트(1989/11/1,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드래곤나이트>입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는 이 시기 엘프사 RPG의 간판과도 같은 시리즈입니다.
시리즈만 해도 네 편이 나왔고 인기도 다른 게임보다 훨씬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3편과 4편이 오래전부터 한국어판이 존재했고
H씬이 삭제된 버전이긴 합니다만 정식 발매까지 되었습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드래곤나이트 1편에 대한 리뷰를 하기에 앞서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에는 4편이 빠져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4편은 주인공도 다르고, 게임 시스템도 다르고,
무엇보다 게임 수준이 다릅니다.
4편을 넣어서 통째로 리뷰하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집니다.


드래곤나이트 1편부터 3편까지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사이에 나왔습니다.
일본 RPG의 전성기인 90년대 중엽보다는 약간 이전이지만
다양한 RPG가 나오고 있던 시점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본 고전 RPG라면
슈퍼패미콤의 <크로노트리거>, <파이널판타지6>, <드래곤퀘스트5> 등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들인데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보다는 꽤 이후에 나온 게임들입니다.

PC-98 기종에서는 <영웅전설3 - 하얀마녀>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 역시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보다 후에 나온 게임이죠.


드래곤나이트 시리즈가 감히 저런 명작들 사이에 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RPG로서의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는 딱히 특출난 점은 없습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스토리는 당시 RPG 게임의 왕도적인 전개로서
매우 단순한 스토리입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경쟁력은 수많은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성인용 RPG라는 것에 있었죠.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성인용 RPG 시리즈라면 
앨리스소프트의 간판 시리즈인 란스 시리즈와
에우슈리의 간판 시리즈인 전여신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란스1>

특히 란스 시리즈 같은 경우는 1~3편이 나온 시점이
드래곤나이트 시리즈 1~3편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드래곤나이트 시리즈가 4편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나왔더라면
란스와 같은 성공한 시리즈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드래곤나이트 시리즈 1~3편은
란스 시리즈 1~3편보다 훌륭합니다.
다만, 후속작을 위한 포텐셜은 란스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습니다.


<드래곤나이트3>에서 주인공은 루나와 결혼을 해버렸기 때문에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스토리는 일단 완결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나이트4>에서 주인공의 자손이 활약하며 
계속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성공적이었습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 역시 시리즈가 계속 될 수록
란스 시리즈처럼 세계관을 늘려나가고 있었고
후속작에 대한 떡밥도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양 시리즈의 캐릭터의 차이는 컸습니다.
란스 시리즈의 미소녀들이 훨씬 더 개성넘치는 캐릭터였습니다.
또한, 주인공 파티에 합류에서 함께 싸우기도 했죠.

란스 시리즈 초기에 나온 캐릭터인 
실, 카나미, 마리아, 시즈카, 셀 등은 최근 시리즈에까지 등장하면서
란스 인기의 주요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캐릭터는 인질 위주였습니다.
그마저도 드래곤나이트 1편에서는 전사, 드래곤나이트 2편에서는 마을처녀로
거의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드래곤나이트3>에 이르러서 추억의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그녀들의 역할이라고는 
'오랜만이다', '반갑다'하고 대사 몇 마디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몇몇 비중있는 캐릭터는 H씬이라도 있었지만 그 외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죠.

<드래곤나이트4>에서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고,
드래곤나이트 시리즈가 혹시 계속 나왔다면 
엘프 사에서도 나름의 변화를 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는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갈 원동력이
란스 시리즈보다는 부족했습니다.

결국,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는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고
'당시로서는 잘 만든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었죠.
아쉬운 부분입니다.



드래곤나이트 1편의 리뷰로 돌아와서 주인공의 이름은 타케루입니다.
모험 중독자입니다.
시리즈 내내 타케루가 하는 일은 영웅 대접받고 살 수 있는 인생을 걷어차고
훌쩍 모험을 떠나 버리는 거죠.

모험 도중, 스트로베리 필즈라는 마을을 찾아냈습니다.



마을에서 루나라는 미소녀를 만납니다. 메인 히로인입니다.
다만 1편에서의 비중은 거의 없습니다.
루나는 타케루가 예언에 나온, 마을을 구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나에게 요청을 받아 경비병을 통과하고 스트로베리 필즈의 여왕을 만날 때까지
주인공은 수많은 멸시를 당합니다.
다들 '고작 이딴 놈이 마을을 구해줄 용사라고?'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주인공이 싸울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여왕의 요청을 받아 들입니다.



무기점입니다. 
엘프 고전 RPG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무기는 쓸모가 없습니다.
열심히 구입해봤자 능력치가 올랐는지 체감이 안 됩니다.
레벨이나 열심히 올립시다.
딱히 돈 쓸 곳이 없으니 취미삼아 무기를 구입하면 됩니다.



루나와 루나의 어머니입니다.
이 게임에는 여관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HP와 MP를 회복합니다.
HP와 MP를 1 회복 시켜줄 때마다 1 골드를 받습니다.
초반에는 버는 돈이 적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쌉니다.


애초에 주인공은 이 마을을 구해주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무기나 체력 회복 정도는 무상 지원을 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심지어 루나의 어머니는 루나가 후반부에 납치되었을 때
'루나 좀 구해주세요.'하면서도 돈은 다 받습니다.

주인공이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인공을 어떻게 등쳐먹을까하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더러운 자본주의 마을입니다.



주인공은 드래곤나이트를 쓰러뜨리기 위해 탑에 들어갑니다.

이 게임의 결정적인 단점은 미니맵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매우 현실적입니다. 현실에서 저런 미로와 같은 던전을 탐험할 때
미니맵따위는 없습니다.

문제는 드래곤나이트의 탑은 1층부터 6층까지 벽의 디자인이 모두 똑같다는 점입니다.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전혀 안됩니다.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이게 앞으로 걸어가는 건지 구별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대신 좌표가 있습니다. 좌표를 신경쓰면 미로를 찾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불편합니다.



전투화면입니다. 최대 6마리의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공격마법과 회복마법도 쓸 수 있습니다.
전투 시스템이 다소 단조롭기는 하지만 <워즈 워스>만큼은 아닙니다.



진행방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맵을 탐험하다 보면 스트로베리 필즈의 전사가 몬스터에게 잡혀있습니다.



몬스터를 쓰러뜨립니다. 
붙잡혀 있는 모습에서 야한 CG를 하나 보여줍니다.



구해주면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정보를 얻습니다.


이 게임은 에로게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특별한 행동을 예상하시겠지만 그런 장면따위는 없습니다. 

드래곤나이트에는 H씬이 전혀 없습니다.
<RAY GUN>의 경우도 그렇고 엘프 사 초기 RPG의 경우는 용량 문제로
H씬을 넣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 층마다 중간보스로 드래곤나이트가 있습니다.
게임 제목이 드래곤나이트인데 드래곤나이트가 악당입니다.



드래곤나이트를 쓰러뜨리면 구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슬 여섯 개를 모아서 여신을 부활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뭐, 이런 방식의 평범한 게임입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드래곤나이트 총통과 혈전을 벌이고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보니 루나가 등장하여 자신이 메인 히로인임을 알려줍니다.


드래곤나이트는 1995년에 <드래곤나이트 with 그래피티>로 
PC엔진으로 이식되었습니다.
<DE JA> 이식과 마찬가지로 음성이 들어 있습니다.


<PC-88 및 PC-98 버전>

<PC엔진 버전>

그래픽은 <DE JA>의 이식에 비하면 많이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합니다.

H씬이 있었던 <DE JA>, <드래곤나이트2>, <드래곤나이트3>의 경우는
PC엔진으로 이식되면서 조금이라도 삭제된 장면이 있지만

원래 H씬이 없는 드래곤나이트는 삭제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올리기 위험한 CG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정말 중요 부위만 가린 알몸의 여자가 나오는 데 PC-88, PC-98버전과 동급입니다.
PC엔진의 등급 기준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RPG 게임으로서는 상당히 발전했는데 미니맵이 생겼습니다.



전투 시스템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동료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은 모험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싸웁니다.
인질이었던 전사들이 고맙다는 말만 하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지만
PC엔진 버전에서는 몇몇 전사들이 주인공에게 합류합니다.

단순히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같이 다니면서
여러 대사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 합류한 전사들은 서브 전투원 수준으로 레벨업을 하지 않습니다.
적이 강해질 때마다 기존의 동료와 헤어지고 새로운 동료를 만나는 방식입니다.

플레이어가 행동을 지시할 수도 없습니다.
화력이 집중되지 않아 불편합니다.
다만, HP가 다 되어 전투불능이 되더라도 사망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등 뒤로 숨었다는 걸로 표현되며 주인공이 회복마법을 걸어주면
다시 싸워줍니다.


메인 히로인인 루나 역시 원작에서는 너무 비중이 없었기 때문에
PC 엔진판에서는 최후의 동료로 합류합니다.

원작에서는 루나가 후반부에 인질이 되고 5층의 드래곤나이트를 쓰러뜨리면
다시 마을로 복귀했습니다.



PC 엔진판에서는 5층의 드래곤나이트를 쓰러뜨리면
루나가 사라지고 어린 용이 등장합니다.
당연하지만 루나가 변해버린 것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용과 함께 마지막까지 싸우게 됩니다.
드래곤나이트 총통을 무찌르면 루나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PC 엔진판에 들어있는 그래피티입니다.
드래곤나이트 1~3편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사전과 같습니다.
가나다순, 신장순, 연령순 등으로 캐릭터들의 프로필을 정렬해서 볼 수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RPG의 왕도와 같은 게임입니다.
평범한 스토리의 RPG 게임입니다.

드래곤나이트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의의도 있고
<드래곤나이트3>와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 가치도 있습니다.
일본어를 하실 줄 아시는 분이라면 PC 엔진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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