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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1일 일요일

리뷰 : 마리아에게 바치는 발라드(1995/5/26, HARDCOVER)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에게 바치는 발라드>입니다.
미국을 배경으로한 엽기 연쇄 살인과 그에 휘말린 탐정에 관한 내용의 작품입니다.



시작부터 한 여성이 살해당하고 시작합니다.
<네크로노미콘> 때와 마찬가지로 임팩트 있는 오프닝입니다.
하지만, 오프닝 때의 이 살인 장면은 이 게임에서 가장 소프트한 살인 장면입니다.
차마, 블로그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참혹한 CG와 살인 묘사가
이 게임의 주요 특징입니다.
잔인한 내용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먹힐 만한 내용입니다.



범죄 수사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데,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 사이사이를 채워줘야 할
탐정의 활약 스토리가 다소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래픽도 페어리테일 계열사의 게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불안정합니다.
<네크로노미콘>도 부분부분 불안정한 기미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픽에 대해 깐깐하지 않은 저에게도 잘못된 부분이 눈에 계속 걸립니다.



시스템은 단순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입니다.
오프닝의 살인 장면이 지나가면,
주인공이 주요 등장인물인 영화계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파티에 참가하고 있는 8명을 하나하나 불러서, 이것저것 물어 봅니다.
별 거 없는 파티입니다.
파티 도중에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파티의 주인공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는
자극적인 전개였으면 재미있었겠지만 아무 일 없이 대화만 하는 파티일 뿐이죠.

뭐, 단순한 인물 소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무 일없는 느긋한 파티가
잔인한 살인장면보다도 더, 저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를 심어 주었습니다.



파티에서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은 총 8명입니다.
파티 참가자는 유리코, 패트리시아, 토니, 글로리아, 신디, 파버감독, 가이, 크리스티입니다.
한 번에 한 명씩 불러서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뭐, '파티'에 대해서나 '영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죠.
근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일일히 물어봐야 합니다.

A를 불러서 B, C, D, E....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일히 물어보고,
B를 불러서 A, C, D, E....에 대해서,
C를 불러서 A, B, D, E....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죠?
사람이 여덟 사람, 한 명당 질문이 9개해서 질문해야 되는 내용이
총 72개입니다.

하지만, 72번만 질문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한 질문을 여러 번해서 반복 대사가 나올 때까지 계속 질문을 해야합니다.
이렇게나 질문해야 할게 많은데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 하고
질문을 여러번 하지 않으면, 게임이 진도가 안 나갑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여덟 명을 하나하나 불러서 또 질문해야하죠.
뭐를 질문 안 해서 진도가 안 나가는 건지 알 수 없으니까요.
상당히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게다가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각자 다른 사람 하나하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요?
만약에 A가 살해당했거나, 유력한 용의자라거나, 중요한 증인이라면
A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B, C, D, E...한테 물어보고 그럴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처음부터 모두에게 각자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고요?
누가 중요한 인물인지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 때에
그런 정보는 나중에 기억도 안 나고 불필요하죠.

72개의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아도, 중요한 인간 관계라면
단순한 잡담 속에서 은근히 드러내는 게 제작자의 역량인 거죠.
굳이 그딴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면 설정집같은 걸
따로 게임에 동봉하면 되잖아요.
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작업을 강제로 시키는 겁니까?



어쨌든 고통스럽게 72개의 질문을 여러 번하면 드디어 게임이 진도가 나갑니다.
비중있는 인물 두 사람이 새로 등장하죠.
그리고...



네, 질문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덟명에서 두명이 추가되어,
열 명에게 각각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열 명의 사람들에게 11개의 질문을 하는 거죠.
무려 110개입니다. 110개!

장난치나요? 이 고통스러운 작업을 시킬 거면 하다못해
열 명을 한꺼번에 등장시켰어야죠.

이전에 했던 질문은 다시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죠.
근데 다른 대답이 옵니다. 이전에 했던 얘기인데도 또 봐야 된다고요.
똑같은 대답이 오는 질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뭐가 똑같은 질문이고, 뭐가 다른 질문인지
질문해보기 전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만약, 그냥 똑같겠지하고 넘겨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다시 게임 진도가 안 나가서 처음부터 다시 열 명 불러서 질문이나 하고 있겠죠.
그런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겁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포인트 클릭 방식 어드벤처인 <REIRA>나 <극락 만다라> 시스템에 혹평을 했던 적도 있고,
RPG인 <천신란만>이나 <METAL EYE2>에 혹평을 했던 적이 있지만,
명령 선택식 방식의 경우는 불편해도 언제나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명령의 개수에는 한계가 있고, 어쨌든 그걸 다 선택하면 다음 진도로 넘어 가니까요.
하지만, 이 게임은 갯수의 한도가 넘었어요.
단순한 게임 등장인물 소개장면에서 이렇게까지 열이 받아 보기는 처음입니다.

어쨌든 결국, 끝은 오기 마련이고 열 명에게 11개의 질문을 끝마치면
드디어 겨우 진도가 나갑니다.



네, 질문이 또 추가되었습니다.
이번엔 엽기살인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되는군요.
뭐, 이번에는 중복 질문이 많은 것 같아서
아마도 모든 질문을 전부 해볼 필요는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모험을 하지 않을 겁니다.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만일 아니라면 처음부터 열 명을 불러서 다시 물어봐야 되니까요.

니코동에 이 게임 영상을 보면, 이 파티 장면만 무려 '네 시간'입니다.
물론 게임 영상은 시청자들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다소 천천히 진행하겠지만,
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인물 소개 장면을
몇 시간이나 쳐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파티 장면만 어찌어찌 지나가면
그 후부터는 크게 열받는 시스템 상의 문제점은 없습니다.
여전히 진행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정도야 일반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에도 있는 수준입니다.



총평하자면, 제 리뷰는 그래픽, 스토리, 시스템 등을 각각 따로 분리해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냥 플레이하고 전체적으로 재밌었다, 재미없었다를 따질 뿐이죠.

초반 파티 장면이 없었다면, 게임에 더 몰입했을 수도 있고
스토리를 좀 더 재미있게 플레이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미 이 게임에는 미운 털이 박혀서
모든 걸 삐뚤어진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인생 최악의 게임 중 하나입니다. 리뷰를 쓰면서도 한 번 더 열 받았습니다.
다시는 플레이하고 싶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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