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리뷰 : NIKE(1991/7/2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NIKE>, 나이키라고 읽습니다.
그리스 신화 승리의 여신 이름이기도 하고
지금도 유명하고, 이 게임 발매 당시에도 유명했던 신발회사 이름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일단 몇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당신은 50미터 이상 헤엄칠 수 있습니까?'같은 질문인데
이 질문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성격 테스트를 합니다.
역시 본편에 무슨 영향을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성심성의껏 대답하도록 합시다.



시스템은 명령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고정된 커맨드가 있는 게 아닌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여러 선택지가 뜨는 방식입니다.

칵테일소프트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미소녀 게임 최초의 멀티 윈도우 시스템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을 적어 놓았습니다.
설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뭐가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군요.

발군의 그래픽도 자랑스럽게 적어 놓았는데 이건 맞습니다.
당시로서는 훌륭한 그래픽의 게임입니다.



은하계를 일주하는 레이스를 다룬 SF물입니다.



저번 대회 우승자인 주인공은 사실 군대의 에이스 파일럿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주와의 관계 때문에 군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레이스 파트너인 미포링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 가수겸 배우의 애칭을
한자로만 바꿔서 가져왔습니다.
이 게임의 초중반을 살려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미포링은 해적의 노예였던 힘든 과거에서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은혜 겸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츤데레이기 때문에,
주인공과는 자주 티격태격 대는 것을 넘어서 계속 싸우고
한동안은 대화도 제대로 안 합니다.



레이스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군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아테나 공주가 납치당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레이스를 진행하는 한편,
레이스 참가자 중에 있는 범인을 추적하게 됩니다.


레이스는 의외로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주인공과 플레이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불쌍하게 죽는 사망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몇몇의 강렬한 장면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초중반은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편입니다.
레이스 체크 포인트가 일곱 군데나 되는데
너무 별 내용없이 포인트를 통과합니다.



뭐, 이런 비판은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비판입니다.
이 게임은 PC-98 게임 중에서도 초창기 게임이었으며
PC-98 게임은 언제나 분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분량에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또다른 불만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게임오버 타이밍입니다.
제가 우주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이 게임의 갑작스러운 게임오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택지는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어느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적습니다.
하나하나 지뢰를 밟아가면서 앞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 게임은 단일 엔딩 시스템입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아테나 공주와 미포링,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인질로 있으면서 코빼기도 안 보이던 아테나 공주와
주인공과 게임 내내 계속 함께 있던 미포링.
주인공은 아테나공주 쪽에 더 마음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당연히 미포링 쪽을 선호합니다.
게임이 점점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때 쯤에
저는 계속 마음 속으로 '미포링, 제발 미포링'을 연호했습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선택의 순간이 오는데,
가까스로 공주를 구해내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그 후 세 사람 중 두 사람만이 탈출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주인공은 아테나공주와 미포링, 두 사람을 살리고 자신이 희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포링이 탈출장치에 아테나공주와 주인공을 밀어 넣어 버립니다.
이 명장면에서도 계속 정신을 잃고 있는 저 아테나공주를 보세요.
아테나공주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포링에 비해서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주인공과 아테나공주를 탈출시키고,
우주선의 인공지능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미포링입니다.
이 게임의 결정적인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포링은 단일 엔딩의 히로인으로 선택되지 못 했습니다.
지금 게임 같으면 멀티 엔딩으로 미포링 루트가 따로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괜히 미포링 루트같은 엔딩이 있었다면 
결말의 감동이 훼손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게임의 여운은 결국 미포링이 주인공과 맺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사실 미포링은 어찌어찌해서 죽지는 않습니다.
주인공과는 다시 만나지 못한 채로 게임이 끝나지만,
그 후 어디선가 재회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이 아테나공주를 차 버리고 미포링과 맺어졌을 거라고 상상하곤 합니다.



그만큼 아테나공주는 저에게 별 매력이 없었습니다.
인질 캐릭터이다보니 게임 내내 비중이 없었고,
마지막에서야 미포링의 남자를 빼앗아간 웬수같이 느껴집니다.



총평하자면, 설명을 못 하기도 했고 띄엄띄엄 설명하기도 했지만,
정말 감동적인 게임입니다.
초반부에는 이 게임의 명성에 비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는 정신없이 몰입해서 스토리를 감상했습니다. 

그래픽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훌륭합니다.
91년도에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왔다지만 이 게임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