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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일요일

리뷰 : 서클 메이트(1994/5/7, 본비봉봉)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클 메이트>는 PC98시절의 유명한 우울게임 중 하나입니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입니다.
나름 화제가 된 게임이었으며, WINDOWS판으로 리메이크도 나왔습니다.



시스템은 명령 선택식 + H씬 등에서 부분적으로 포인트 클릭 방식입니다.
H씬에서는 어디를 어떻게 해달라고 여성이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습니다.




프롤로그가 굉장히 충격적인 게임 중 하나인데,
주인공의 친구인 쥰이라는 여학생이 지하철에 치여 사망합니다.
시체가 산산조각나는데, 그 중에 피투성이인 머리를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프롤로그만으로도 게임 플레이를 포기한 사람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일단 쥰이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학교에는 타살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쥰의 사망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 게임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에 대한 제 평가는 불호입니다.
게임 내의 많은 것들이 저를 불쾌하게 합니다.
위에 캐릭터는 주인공 친구의 아버지의 비서라는 멀고 먼 관계인데 자주 등장합니다.
만날 때마다 자꾸 여기 이상한 냄새 안 나냐며 킁킁 거립니다.

저는 저 사무소 어딘가에 시체라도 묻혀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지만
게임 끝날 때까지 냄새에 대한 결말은 없었으며,
그냥 저 캐릭터가 예민한 거였습니다.
킁킁거리는 것은 스토리 상 아무 의미가 없으며,
그냥 저를 불쾌하게 할 뿐입니다.


이 게임에 의미가 없는 건 한 두개가 아닙니다.
맨 처음에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는 잔인한 CG도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롤로그는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잔인한 CG, 잔인한 묘사입니다.
아예 사망자가 게임 전체에서 쥰 한 명뿐입니다.

서클메이트는 <미친 과실>이나 <마리아에게 바치는 발라드>처럼
사람이 연쇄적으로 죽으면서,
잔인한 CG로 광기, 호러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서클메이트 스토리도 충분히 미친 광기 스토리지만,
그 광기는 잔인한 살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초반의 잔인한 CG가 잡아주는 분위기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군요.



또 짜증나는 것은 주인공에게 덕지덕지 붙은 쓸데없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은 학교에서는 PC동아리에 들어있고,
비밀리에 동네밖의 난X클럽에도 속해 있습니다.
제목인 서클 메이트는 이런 의미입니다.

PC동아리는 주인공과 쥰, 그외 친구들의 연결고리이기는 하지만
최후반부 장면 외에 거의 쓸모가 없는 설정입니다. 없어도 될 정도입니다.
X교클럽의 경우는 충격적인 H씬을 많이 보여주기는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이 여자친구도 꽤 비범한 광기를 보여주기는 하는데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여자친구가 자꾸 엇나간다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난X클럽에 소속된 주인공을 데리고 이런 전개라니
스토리에 감정이입이 안 됩니다.
그냥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수준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따금 다른 사람의 생각이 머릿속에 흘러 들어오는 정도의 능력입니다.
이게 쥰의 사망 사건 진상을 파헤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놀라울 정도로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이 능력이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디에 쓰일까요?
더 놀랍게도 수사 외에도 스토리상 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능력에 부속된 것처럼 보이는 두통이 더 스토리에 도움이 되는 수준입니다.

모든 사건이 끝난 후,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을 집요하게 취재하려는 기자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는 멋지게 능력이 사용됩니다.
왜 없어도 상관없는 장면에서 진가가 발휘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건 수사 전개도 너무 느슨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사하지 않습니다.
형사도 아니고 그냥 사망자의 학교 친구일 뿐이니까요.
게다가 상황도 '쥰이 자살인 것 같은데, 살인이라는 소문도 있다'같은
애매한 상황입니다.

사망 전 쥰이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가 있는데,
사건이 흥미로워질 내용은 안 적혀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망 장면만 있을 뿐 미스테리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의 초능력으로 의문점을 생성할 여지는 있는데
왜 그런 부분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주인공 친구가 죽었다하고 끝나고 이후의 스토리에 연결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쥰의 사망에는 아무런 미스테리가 없느냐? 이건 또 아닙니다.
사실 주인공과 쥰은 H씬까지 진도가 나갈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또 나중에 담당형사가 말해준 사실로
쥰은 사실 사망할 당시 임신했으며, 그 아이는 혈액형상 주인공의 아이가 아닙니다.

근데 이런 흥미로운 사실이 게임 후반부에 나옵니다.
이게 게임 초중반부에 나왔다면 훨씬 게임에 몰입하기 쉬웠을 텐데요.



제 눈에는 단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장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사실 사건 수사의 관점을 제쳐 놓고 게임을 보면 흥미로운 전개가 많이 나와요.
등장인물 전체가 맛이 갔습니다.

주인공의 인간관계는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 그리고 난X클럽과 병원 관련 인물들인데
난X클럽의 인간들이야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죠.
친구들은 비교적 정상적인데 그 부모님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방금 말했던 여자친구도 비범한데, 주인공과 자신이 연인관계인 건 맞지만
자신을 속박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뭐 정상적이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이 지나칩니다.
다른 남자와 H씬이 있고, 행위 도중에 주인공에게 당당하게 전화까지 합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주인공하고 여자친구하고 어떻게 잘 됩니다.
주인공은 심지어 여자친구에게 나중에 난X클럽을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제 리뷰로만 읽으면 미친 얘기같고 실제로 이런 소재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도 있지만
요즘 에로게는 너무 소프트하고 전형적입니다.
에로게라면 좀 더 과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미친 요소들이 오히려 서클 메이트를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담당형사입니다.
이 형사는 저를 불쾌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말을 재수없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누군가의 집에 탐문 수사를 가서
택배같은 게 왔다고 억지로 문을 열게 하고,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질문을 계속 합니다.
'당신은 치한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까'같은 질문을 하죠.
그리고 '아니요'를 선택하면, '네'라고 대답할 때까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게임이 진도가 안 나가요.
문을 닫으려고 하면 억지로 계속 문을 열면서 한 마디씩 더하는 집요함까지 보여줍니다.

이 형사가 찾아가는 집은 진범의 집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사건과 무관한 집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형사와 그런 대화를 한다면,
그냥 짜증날 뿐이겠죠.
하지만, 범죄자 입장에서는 계속 찾아오는 형사가 불쾌하면서도
형사의 말 하나하나가 신경쓰입니다. 끊임없이 심리싸움을 해야하죠.

이런 장면을 잘 묘사해놓은 소설은 많이 봤지만,
게임에서는 다소 미흡했는데, 서클메이트에서는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 연출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개인적으로 우울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장르 자체가 제 마음에 들지 않다 보니
단점이 평소보다 더 많이 눈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합니다.

우울 게임인 것보다 완성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제 의견이지만
그런 평가를 내리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댓글 1개:

  1. 노아//
    내용적으로는 계속 꼬이고 꼬일 뿐인 막장 드라마다보니
    인상깊었던 부분이라고는 초반의 끔찍한 CG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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