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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7일 일요일

리뷰 : 학원소돔 ~교실의 X노예들~(1995/9/8, PI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학원소돔 ~교실의 X노예들~>입니다.
제목의 소돔은 사드 후작의 소설 <소돔의 120일>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흉악한 범죄자가 총 들고 여학교로 쳐들어와서
학급을 점거하고 학생들을 감금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비교될만한 PC-98시절의 게임은 스튜디오 뫼비우스의 <악몽>이 있습니다.
<악몽>은 한 학급을 통째로 저택으로 납치하는 것이었고,
학원소돔은 학교를 점거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점거하는 스타일의 게임은
Liquid의 <병원소돔>이나, 스튜디오 뫼비우스의 <The God of Death> 등이 있습니다.
G.J?의 <110 ~산부인과 사형수 병원잭~>이라는 게임도 있는데
학원소돔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작품으로 굉장히 흡사합니다.
학원소돔은 이런 점거 계열 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원소돔이 후대의 게임들과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주인공이 범죄자가 아니라 협박 당하는 피해자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학교의 남성 교생선생님입니다.
수업 도중 갑자기 웬 정신 나간 범죄자가 총 들고 나타나서 협박합니다.
이 범죄자는 본인 스스로 나쁜 짓을 하는 건 물론이고,
하필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몹쓸 짓을 시킵니다.
어떤 학생들을 어떻게 괴롭힐 것인지 선택권도 주고, 직접 실행도 해야됩니다.
어쩌겠습니까? 시키는 사람이 총 들고 있는데.



게임 도중 다양한 선택지가 뜨는데,
범죄자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도 있고,
협박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몹쓸 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선택지도 있는데 총 맞고 게임오버 당합니다.



선택지에는 시간제한도 있습니다.
오른쪽아래에 있는 게이지가 카운트 다운식으로 줄어드는데,
주어진 시간 내에 선택을 안 해도 총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총든 범죄자가 눈앞에 있는데 대답 좀 늦을 수도 있잖아요.
사람 야박하게 선택지 읽는 동안 쏴 버립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에게 협박당하는 입장의 소시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을 '앞잡이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게임이 아쉬운 점은 엔딩입니다.
범죄자에게 적극 가담하는 선택지를 많이 선택했다면,
해방된 이후 학생들에게 경멸당하는 엔딩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의 경멸과 현재의 총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게임이 되는 거죠.

선택지가 엔딩에 영향을 주기는 합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호감도 수치에 영향을 줘서
호감도가 높은 특정 캐릭터의 엔딩을 볼 수 있는 거죠.



다만, 이런 대형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수개월만에 쉽게 치유된 듯한 인상을 주는 엔딩이라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강조하는 것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하자면, 굉장히 하드코어한 게임입니다.
PC-98시절 중에서는 손에 꼽을만한 하드코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단순히 하드코어만 본다면 후대의 게임들이 이보다 더합니다.
학원소돔만의 재미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게임 시스템에 있죠.
범죄자 앞잡이짓 게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댓글 1개:

  1. 노아//
    참신한 소재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애매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괜히 호감도를 도입해서 개별 엔딩을 만들기보다 단일 엔딩으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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