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3년 1월 1일 일요일

리뷰 : Rance6 ~제스 붕괴~(3)(2004/8/27,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선동 원툴 무능한 혁명집단 펜타곤은
혼란 속에서 혁명을 제대로 성공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피지배계급을 선동하는 것까지는 능숙했지만 그 후의 대책이 부족했죠.

민중들은 제대로 된 지휘 체계가 없이 온갖 깽판만 칠 뿐이었습니다.
펜타곤은 인원수 부족으로 민중들을 지휘할 엄두도 내지 못했으며,
글도 못 읽는 사람들에게 서면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펜타곤도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았는데
중간에서 연락을 맡아줄 간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탓에 
문제가 커지게 된 겁니다.

펜타곤을 충동질해 마지노라인의 마력공급을 파괴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져서 혁명을 말아먹은 1등공신의 정체는
바로 마인 지크의 부하, 사도 오로라입니다.
처음부터 펜타곤은 마인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던 거죠.

마지노라인을 무력화시킨 마인들은 대대적인 침공을 감행하고,
안 그래도 혼란에 빠진 제스는 침공을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마인들의 침공으로 제스 전국토가 불바다가 되고,
아이스플레임의 본거지마저 초토화되는 위기상황에서
마침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휠체어에서 일어선 우르자입니다.

병약 미소녀에서 멋진 캐릭터로 탈바꿈했고,
게임상 성능도 상당히 좋은 캐릭터인데
워낙 후반부에 합류해서 많이 못 써먹습니다.
멋있어진 이후의 이벤트 분량도 적어서 아쉬웠어요.
다음 편을 기대해 봅시다.



아무튼 마인들의 침공이라는 엄청난 위기 속에서
드디어 제스의 계급 사회가 타파되기 시작합니다.
특권의식에 젖어 있던 고위층은 다른 곳으로 피신했는데
생각없이 노예들을 방어시설에서 내쫓았다가
전방에서 탱킹을 해줄 인원이 없어 마인들에게 전멸당하게 되죠.

남은 사람들은 마법사, 비마법사를 가리지 않고 힘을 합칩니다.
물론 차별 의식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만
점점 서로 협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나라는 폭삭 망했지만 드디어 제스의 국왕 간지의 염원이 이루어진 겁니다.


이 훈훈한 상황 속에서 협력 안 하는 눈치없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란스입니다.
우르자와 자신의 옛 부하들이 모두,
위기에 빠진 제스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데 
란스는 냉정하게 협력을 거절하죠.

3편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는 시즈카가 H를 안 해준다는,
정말 제멋대로지만 어쨌든 이유가 있긴 있었습니다.
근데 아무 이유도 없는 이번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그 이유는 안 한다고 버팅기면 사람들이
더 열렬히 자신을 붙잡을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애같은 생각이었죠.
근데 사람들은 란스의 거절 한 번에 실망하고 다 떠나 버렸습니다.
최소 삼고초려는 할 줄 알았는데, 
이고초려도 안 하고 다들 포기해 버린 셈입니다.

란스와 친분이 돈독한 여자들은 물론, 충성스러운 로키까지 떠나고 
란스 곁에 남은 건 실과 카로리아 뿐이지만
이제 와서 사실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에는 폼이 안 납니다.
결국 란스는 그냥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방관하기로 합니다.


저는 란스가 이렇게까지 땡깡부리는 이유가
이 사태에 대해 약간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워낙에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란스였지만
이렇게까지 인류멸망급 대형사고를 친 적은 없었죠.
게임 내에서 란스는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자기 잘못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위기상황 속에서도 겉돌기만 하던 란스는
리즈나가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러던 중, 마인 카미라를 만나게 되죠.



이번 침공의 총대장인 마인 카미라입니다.
사실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데,
마인 케이브리스라고 웬 곰치 닮은 놈이 자꾸 자길 스토킹하니까 짜증나서 
그에게서 도망칠 겸 제스를 침공한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없어 보이지만,
카미라는 마인 4천왕의 일원으로 
마인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무지막지한 괴물입니다.
현재 란스 레벨로는 죽었다 깨놔도 상대가 안 될 정도의 실력자죠.



아무튼 마인 카미라와 전투를 하게 되는데,
레벨차를 떠나서 마인에게 전혀 대미지를 줄 수가 없습니다.
마검 카오스가 없기 때문이죠.

사실 어차피 패배할 싸움이었기에,
마검 카오스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마검 카오스가 있어서 마인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혔다면,
란스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잔챙이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냥 포로만 되고 끝날 수 있었죠.



마인 카미라는 인간 포로들에게 재롱잔치를 시킵니다.
재미없으면 바로 사망하는 죽음의 재롱잔치죠.

란스는 저속한 언행으로 마인 카미라를 웃기는데 성공합니다.
다른 사람은 겁나서 감히 못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거물 란스입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란스는 마인 카미라에게 기습 키스를 하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도망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도 강한 미친놈의 표본입니다.



어찌저찌 탈출한 란스는 동료들과 합류해서
제스 전국토의 90프로 이상을 점령한 마인들에게 반격을 준비합니다.
제스 국왕인 간지는 란스가 마인들을 내쫓는데 성공하면
딸인 매직을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매직에게는 이미 빛의 장군 알렉스라는 준수한 남자친구가 있고,
그게 아니라도 란스에 대한 매직의 평가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간지의 약속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노발대발하게 되죠.



여러 가지 불행한 착각과 오해로 인해,
매직은 알렉스와 헤어지게 되고 란스와 어찌어찌 잘 됩니다.
그 후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란스는 얼굴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실력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합니다.
내용물이 지나치게 비천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매직의 노력으로 그 내면을 갱생시킬 수만 있다면 
란스는 제스 차기 국왕에 가장 적합한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리자스의 공주 리어에 이어,
제스의 공주 매직 또한 란스와 맺어지게 되는 겁니다.
리어 공주는 실을 제외하면 란스의 다른 여성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자신과 격이 같은 매직만큼은 어느 정도 견제를 하죠.

아무튼 매직 역시 너무 후반부에 합류했다고 봅니다.
괜찮은 매력을 지닌 캐릭터이지만, 이벤트가 적어 아쉬움이 컸죠.
그래도 매직의 분량이 각성한 우르자보다는 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의 스토리는 란스 일행의 활약으로
마인들을 무찌르고 제스를 탈환한다는 스토리입니다.
못한 이야기도 많고, 남은 이야기도 많지만
제 리뷰는 이쯤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6편에서 란스는 비록 본인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방식에 가까웠지만
마인을 무려 셋이나 쓰러뜨렸으며, 붕괴된 왕국을 재건했습니다.
6편에서 세운 업적은 3편과 비견될만 하죠.

또한, 2편의 자유도시 커스텀, 3편의 리자스만큼이나
든든한 제스의 협력을 얻게 되었고
여기서 인연을 맺은 많은 캐릭터들이 
앞으로의 스토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란스의 아들, 다크란스가 처음 등장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란스 때문에 인생을 망친 악마 페리스가 낳은 아들인데
그 때문인지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죠.
어린애라서 그런지 별로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실력이 성장하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총평하자면, 10개나 되는 란스 본편의 게임 중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임 중 하나인 명작입니다.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6편 이전과 이후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시리즈 중간에 위치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게임이었죠.

낡은 스타일의 RPG 시스템이지만
이전에 비하면 그렇게 불편한 시스템은 아닙니다.
이전 게임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6편만큼은
란스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 절대 빠뜨리지 않아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2개:

  1. 게임 스토리텔링 자체가 워낙 재밌어서인지 리뷰도 순식간에 읽었네요. 실제로는 게임할 때는 게임을 잘 하질 못해서 너무 어렵게 따라가느라 스토리를 다 기억도 못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신 걸 보니 역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2. feveriot//

    7편, 8편, 10편에 비해 게임 진행이 복잡하지 않아서
    잔가지를 쳐내고 스토리 리뷰를 적기가 수월했네요.
    세계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후로는 이런 식으로 리뷰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