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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5일 일요일

리뷰 : 란스9 ~헬만 혁명~(3)(2014/4/2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란스9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헬만의 황제인 시라입니다.
깨끗한 금발이 특징으로 란스가 지나칠 이유가 없는 정통파 미소녀죠.
란스는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놓고 시라 황제를 노린다고 선언할 정도였습니다.



란스의 최종 목적이었어야 할 시라 황제는
사실 모험을 시작하자마자 란스의 품 안에 들어왔는데,
노예상인에게서 구해줬던 루시안의 정체가 바로 시라였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란스의 어마어마한 운빨이 작용했던 거죠.

시라 황제는 스텟셀이 세계를 뒤흔들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스텟셀의 중요한 아이템을 훔쳐서 달아납니다.
아이템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자신의 시녀를 자신으로 변장시켜서 오랫동안 들키지 않을 수 있었죠.



란스 일행 중에서는 크룩만이 루시안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시라 황제는 운좋게도 패튼이 있는 혁명군에 합류하게 됐지만,
자신이 섣불리 정체를 밝혔다가 란스와 패튼이 싸우게 되고 
그로 인해 혁명이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자신의 정체를 쉽게 밝히지 못하죠.



나중에 가짜인 시녀가 란스 일행에 붙잡히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나게 되는데,
이미 스스로 크룩에게 변신을 풀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마음을 다 정한 상태입니다.
패튼은 시라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란스가 시라를 노려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시라는 이제 란스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죠.
둘이 싸울 이유가 없어졌으니 정체를 숨길 이유도 없었습니다.



시라는 란스의 노예로 있으면서 
허수아비 황제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초대 대통령으로서 헬만을 잘 다스렸다는 게 개인 스토리입니다.

란스에 대한 사랑도 다른 공주들 못지 않게 강렬합니다.
란스가 '노예에서 대통령으로 출세하더니 건방져졌다.'고 이야기하자,
시라는 '나도 실은 란스님 노예로 있고 싶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섭섭하다.'고 대답할 정도죠.



카나미는 명실공히 9편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캐릭터입니다.
카나미는 시리즈 내내 출석율이 높았던 캐릭터이며, 대체로 비중도 높았습니다.
다만, 언제나 불행했죠.
하필 란스와 얽히는 바람에,
그리고 하필 불행 컨셉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앨리스소프트 캐릭터인 탓에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불행한 일만 계속 겪게 되었죠.



9편에서는 무려 란스와 연인 관계가 됩니다.
물론 카나미의 열렬한 순애보와는 달리,
란스는 다른 여성들과 여전히 관계도 갖고 카나미도 자주 괴롭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카나미를 챙겨 주기도 하죠.

아무튼 소박하게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었던 카나미는
결국 란스를 사랑함으로써 불행한 인생에서 어느 정도 탈출하게 되었습니다.
란스가 칭찬해주거나 배려해주면 얼굴 붉히고 배시시 웃는데 굉장히 귀엽습니다.
카나미가 이렇게 귀여웠나 할 정도로,
란스 시리즈에서도 역대급 귀여움인 것 같습니다.



카나미 개인 스토리에서는 란스와 카나미의 관계가 리아 공주에게 들키게 됩니다.
란스를 감시하라고 보낸 카나미가 란스와 연인이 되었다는 것에 열받은 리어 공주는
가능한 선에서 리자스 전 병력을 이끌고 헬만을 침공합니다.
지금까지 란스가 여자 밝히는 걸 애써 참았지만 카나미만큼은 용서할 수 없답니다.

방금 혁명을 끝낸 헬만으로서는 리자스의 공격을 막을 힘이 전혀 없었고,
리자스군은 헬만의 수도까지 점령해 버립니다.
리아 공주의 분노는 평소의 투정 수준이 아니라서 
란스의 설득도 좀처럼 통하지 않을 정도였으나 란스와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으니
리아 공주는 결국 란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물러납니다.



란스의 요구대로 카나미는 리자스에서 해고되고 란스 전속 닌자가 된다는 결말입니다.
카나미 개인으로서는 정말 많은 것을 얻었던 9편이었죠.



다음 중요 캐릭터는 시즈카입니다.
시즈카의 스토리는 6편부터 이어져 온 여동생과의 결말입니다.

시즈카에게는 본래 라갈이라는 부모의 원수가 있었습니다.
2편, 4편 등에서 시즈카가 힘에 집착했던 이유도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죠.
그 원수는 6편에서 갚을 수 있었지만,
라갈에게는 나기라는 딸이 있었고 나기는 시즈카와 어머니가 같았습니다.
즉, 씨다른 자매라는 거죠.

이번에는 나기가 시즈카에게 복수하려고 하는데,
시즈카는 자신의 여동생인 나기에게는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기는 시즈카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마리아를 죽이겠다고 자꾸 덤비는데
란스가 '내가 시즈카의 애인이니까 내가 더 소중하다.'고 주장합니다.
시즈카는 기가 막혔지만 마리아가 노려지는 것보다는
란스가 노려지는 게 나으니까 굳이 반박하지 않기로 합니다.



시즈카 개인 루트에서 복수를 위해 인체개조를 거듭한 나기가 사망하려고 합니다.
시즈카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나기를 살리게 되죠.



란스에게만 안타깝게도 둘 다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리는 결말입니다.
나기는 생전의 기억을 잊어 버리고 시즈카와 사이 좋은 자매가 되죠.



다음은 센히메입니다.
사실 센히메는 7편부터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워낙에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7편이라 소개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죠.

앨리스소프트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일로
전쟁에 꾸준히 내보내 줘야 하는 전쟁광 캐릭터입니다.
센히메에게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야말로 인생의 낙이죠.



센히메는 JAPAN의 일부 지역이라지만 어쨌든 한 지방의 공주였고
품위나 예법이 완벽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녀의 트라우마를 조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죠.

진실은 그냥 전쟁광이었고, 
란스의 아이를 임신함으로써 변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다음 캐릭터는 치르디입니다.
치르디 역시 등장은 8편입니다만 8편 리뷰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치르디는 리자스 친위대의 유망주로
레이라를 이어 친위대장을 맡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출세할 능력이 되고 주변 평가도 좋지만
야심이 크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치르디는 친위대 동료들하고도 잘 지내는데
'나중에 내 부하가 될 동료들이니 잘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맹랑함이 매력인 캐릭터입니다.

치르디가 란스와 관계를 갖게 된 것도 인맥 만들기의 일환입니다.
당시 란스는 금욕 모루룬 상태였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여 더 강해지려는 욕심도 있었고요.



9편의 란스 일행에는 능력있는 남성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치르디는 다양한 인맥을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자기 여자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란스 때문에 번번이 방해를 받게 됩니다.
사실, 방해가 없더라도 치르디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지만요.



재미있는 사실은 치르디의 재능은 검이 아니라 제과에 있다는 겁니다.
치르디는 본래 제과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지만 
란스가 놀림 반으로 만들어 보라고 한 간식을 엄청난 퀄리티로 만들어 버리죠.
다들 찬사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치르디만이 기분이 상했습니다.
검술에서는 이 정도의 칭찬을 들었던 적이 없었던 거죠.

검술만 보더라도 리자스 친위대 중에서 상당한 실력자이지만
그게 재능 낭비일 정도로 현 시대 최고의 제과 재능을 타고 났습니다.
제과 분야에서 기능 레벨 2인데,
이 정도면 중세 수준의 과학력을 지닌 판타지 세계에서
탱크를 만들고 핵을 연구하는 마리아와 동급입니다.



9편의 신 캐릭터인 피구입니다.
인체 개조를 당해서 분신술을 사용할 수 있죠.
9편의 장르가 SRPG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능력이기는 합니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쓸모있지는 않지만요.

스토리는 인상적이지 못했고,
캐릭터는 귀엽기는 했지만 특출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나미나 치르디가 더 귀여웠죠.

그리고, 9편의 주요 캐릭터 7인 중에서 유일하게 란스의 '운명의 여자'가 아닙니다.
혼자만 무기를 얻으러 가는 이벤트가 없죠.



마지막 캐릭터는 미라클입니다.
마법 기능 레벨3이라는 미친 설정의 캐릭터이기는 한데
사실 마법 기능 레벨3인 캐릭터는 좀 많은 편이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그녀의 마법 능력은 대단하여,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미라클의 능력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토리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보일 때가 있죠.
뭐, 스토리가 그렇다는 거고 SRPG에서는 시즈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성격은 오만한 스타일의 여왕으로 란스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만
중2병처럼 만들어낸 성격으로 사실은 여리고 친절한 성격이죠.
어떤 부탁도 일단 거절하고 보지만 두 번 부탁하면 웬만하면 들어주고,
란스에게 당하고 나서는 충격을 받은 게 뻔히 보이지만 끝까지 허세를 부립니다.
 
<귀축왕 란스>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본편 등장은 너무 늦었지만,
워낙 유용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10편까지도 많은 활약을 보여 주는 캐릭터입니다.



정사 루트 이외에도 개별 루트의 설정이 정사로 편입된 것이 많습니다.
미라클 엔딩같은 개그 스토리는 당연히 편입되지 않았지만,
다른 루트에서는 10편을 위한 중요한 설정이 있기도 하죠.


총평하자면, SRPG와 전반적인 시스템은 아쉽기도 하지만
캐릭터나 스토리가 란스 시리즈답게 좋았던 게임입니다.
헬만의 상황을 잘 정리했고 관련 캐릭터들에게 여러 복선을 남겨둠으로써
이후 게임을 위한 포석을 잘 깔았던 게임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앨리스소프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 주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7편(2006)~9편(2014) 사이의 앨리스소프트 게임에 대해서 낮은 평가를 내렸었지만
그 이후에는 꽤 앨리스소프트의 게임에 호평을 내릴 수 있게 되었죠.
변한 것이 앨리스소프트였는지 저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이쯤에서 뭔가 잊었던 듯한 기분이 듭니다.
뭔가 녹일 게 있지 않았던가요?



모든 캐릭터들의 엔딩을 보고 나면
드디어 실이 녹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급하게 끼워 넣었던 것처럼 부실한 장면이었습니다.
크룩이 란스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뭔가 뚝딱뚝딱하더니 끝나버렸어요.
8편 매그넘에서 녹이는 걸 실패했을 때보다도 내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감동적인 재회로 만들 수는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어거지로라도 10편을 위해 실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었던 걸까요?

앨리스소프트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시리즈 마지막 게임인 <란스10 ~결전~>에서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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