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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30일 일요일

리뷰 : 투신도시2(1994/12/10,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귀축왕 란스>이전, 그러니까 PC-98시절 앨리스소프트의 최고의 게임을 꼽으라면
역시 <투신도시2>입니다.
굳이 앨리스소프트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당대 에로게 중에서 최고의 RPG라고 할 수 있겠죠.



대략적인 세계관은 전작과 비슷하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이름난 무술가의 오랜 문하생입니다.
스승의 딸인 하즈키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도 하죠.
문제는 주인공이 더럽게 약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제자들보다 약한 것은 물론 하즈키보다도 약하죠.

스승은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싫어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도장을 물려받아야 할 사위가 약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스승은 주인공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해야만
하즈키와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의 파트너인 세레나입니다.
주인공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이후로,
어릴 적부터 주인공에게는 누나와도 같은 존재였죠.

투신대회 규칙으로 볼 때 우승이라도 하지 않는 한,
여성 파트너에게는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패배할 확률이 높은 주인공의 파트너로 자원하다니
정말 엄청난 의리입니다.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비르나스입니다.
같은 스승을 모시는 주인공의 동문이기도 하죠.
라이벌이라기에는 실력차이가 너무 납니다만
그래도 라이벌이라고 해야 합니다.



비르나스의 파트너가 바로 하즈키이기 때문입니다.
스승놈이 주인공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하면 딸을 주겠다'고 해놓고
사실은 비르나스와 하즈키를 맺어주려고 한 겁니다.
어차피 주인공은 우승 못할 게 뻔하니까요.

토너먼트 배치 상으로 주인공이 비르나스와 맞붙는다면
그 무대는 결승전이 됩니다.
다행히, 비르나스가 패배할 일은 없으니 
하즈키는 그때까지 무사하겠죠.
주인공은 결승전에서 비르나스에게 승리하고 하즈키와 맺어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결의합니다. 



이 게임의 매력은 일단 하즈키라는 캐릭터입니다.
스승의 딸이기 때문인지 비르나스는
하즈키의 행동을 잘 터치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하즈키는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죠.



서브 캐릭터 중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던 캐릭터는 크라이아입니다.
긴 스토리에서 크라이아의 분량은 정말 적지만
그만큼 임팩트있는 스토리였습니다.
그 외에도 서브 스토리가 충실했고,
숨겨진 스토리도 많은 게임이죠.
저도 모든 이벤트를 다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 게임에서 주목할만한 시스템은 바로 업보 시스템입니다.
여자 몬스터를 포획하여 내다 팔거나
하즈키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의 행위로 주인공은 소소한 업보를 쌓게 됩니다.
업보를 줄여주는 면죄부라는 아이템도 있죠.



스토리가 풍부해진 게임인만큼
대회 상대방에게도 다양한 사정이 존재합니다.
대회 승자에게는 여성 파트너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데
상대방의 사정을 무시하고 H를 강행할 것인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H를 선택하면 업보를 받게 되죠.

사실 업보 시스템은 1편에도 있었지만,
2편에서 더 훌륭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이 있다는 개념만 알려 드리고
어떻게 잘 사용되었는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죠.



아무튼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점점 강해지고
결승전에서 비르나스를 쓰러뜨리는 것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약했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강해졌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투신까지 되었으며,
이제 스승도 군말없이 결혼을 승낙할 것입니다.
일단 오늘은 승자의 특권으로 하즈키와 H를 하게 되는데
당연히 하즈키도 주인공을 거부하지 않고 둘은 맺어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우승 후 투신도시의 시장을 알현합니다.
시장은 투신으로서 주인공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이야기해 줍니다.
실제로 모험을 하는 동안 주인공은
투신이 도시에서 깽판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투신이 가게 여종업원을 마음대로 희롱하는데도 아무도 반항할 수 없었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특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하즈키뿐입니다.
하즈키와 고향에 같이 돌아가기로 이미 약속을 했다고 말하죠.



부귀영화조차 필요없다고 돌아가려는 주인공을
시장이 사정사정해서 만찬이나 같이 하기로 합니다.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음식 속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습니다.



시장의 음모에 의해
주인공은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체질이 되어 버렸고,
파트너인 세레나는 인질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장은 주인공에게 지옥으로 들어가 어떤 사람을 찾아오라고 명령합니다.

도시에서 도망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지만
약이 없다면 주인공은 사망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아무 힘도 없던 시절 자신을 믿어줬던 세레나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다 끝나면 돌려 보내준다는 약속만을 믿고 시장의 명령을 따라 
지옥으로 목숨을 건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역대 수많은 투신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모험일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나갈 수 없으니 하즈키를 찾아 가서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죠.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던 그 날,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옥의 던전 분위기는 일반 던전보다 훨씬 삭막하게 묘사되어
주인공이 처한 처지를 더 비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대 투신이 세 명 있지만,
주인공과 같이 다니지도 않고 도움은 쥐뿔도 안 됩니다.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은 주인공이 다 찾아야 하죠.

무엇보다 하즈키같은 우리 편이 없는 고독한 모험입니다.
주인공은 매일 밤 하즈키와의 추억을 꿈으로 꾸며
하즈키를 그리워합니다.



주인공은 '천사먹기'라는 체질이 되었는데,
천사와 H를 하여 천사를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천사를 흡수하면 게임상으로 강해지지만 업보를 쌓게 되죠.



업보를 많이 쌓아야만 볼 수 있는 H씬도 있습니다.
다른 투신이 그랬던 것처럼
투신 저택에 있는 메이드들을 자기 마음대로 희롱하는 거죠.

이런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약하지만 순수했던 주인공이
강해졌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으며,
고독하고 제멋대로인 전사가 되어 버린 거죠.

업보 수치에 따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다른 점,
그리고 그 시스템이 스토리와 어울린다는 점이
1편과의 차이점입니다.
업보를 쌓을지 말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업보를 쌓는 편이 게임 분위기에 걸맞는 플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많이 쌓으면 마지막에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에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요.



한편, 하즈키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주인공에게 1년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습니다만,
하즈키는 주인공이 투신으로 출세했다고 자신을 버렸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권유하지만 
하즈키는 끝까지 주인공을 기다리려고 합니다.
결국 아버지는 하즈키에게 투신대회에서 우승하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이게 스승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스승은 투신대회의 진실도 알 수 없으며,
주인공이 무슨 험한 꼴을 당하는지도 알지 못하겠죠.
근데 딸이 외간남자에게 함부로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는 대회를
뭐가 좋다고 계속 내보내는 거죠?
패배하고 다른 남자와 원나잇해서 돌아오면 만족스러운 건가요?



어쨌든 하즈키는 기어코 투신대회 우승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제 투신이 되어 주인공을 만나러 가면 되는 거죠.



비슷한 시기에 주인공은 드디어 시장이 찾던 사람을
지옥에서 구해 오는 것에 성공합니다.
이제 세레나를 구하고, 병을 고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주인공은 완전히 속았습니다.
세레나는 조교를 너무 당해서 음란한 성격으로 완전히 변해 버렸고,
주인공을 원래 체질로 되돌리는 방법은 있지도 않았던 겁니다.



주인공이 시장 일당을 무찌르고 세레나를 구할 수 있을지,
하즈키와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평온한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못한 이야기도 남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제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총평하자면, 이 시기의 PC-98 에로RPG들은 대체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특출난 면이 있기 때문에 명작이라고 불립니다.
반면에, 투신도시2는 특출나면서도 
떨어지는 부분을 좀처럼 찾기 힘들어 더더욱 돋보입니다.

강력한 몰입감으로 순식간에 클리어할 수도 있고,
다양한 히든 퀘스트를 찾아 보며 천천히 진행할 수 있는 볼륨도 갖추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훌륭했고, 그래픽은 안정적이었으며,
스토리는 인상깊었고, 분위기는 스토리를 잘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리메이크가 나오기는 했는데
안타깝게도 에로게도 아니고, 3DS판입니다.
에로게로 리메이크가 나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겠죠.
요즘 게임들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고전 RPG의 불편함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께는
이 이상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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