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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리뷰 :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1991/10/18, 페어리테일 X지정)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은 고전 에로게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게임입니다.
사오리 사건이라는 전설적인 사건을 일으킨 게임이죠.

사오리 사건의 발단은 간단합니다.
일본의 한 중학생이 이 게임을 훔쳤을 뿐입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성인 게임의 유해성 논의까지 확장되어,
페어리테일과 페어리테일의 모회사였던 회사를 압수수색에
사장 체포라는 단계까지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언론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게임탓으로 몰아가고,
그 단계를 넘어선 억지주장도 간간히 나옵니다.
일례로, 인터넷에서 많은 비웃음을 샀던
게임 도중 피씨방 전원을 내려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했던 뉴스가 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사오리 사건은 그 뉴스보다 더 억울한 케이스입니다.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한 뉴스의 경우는,
그 실험 방법도 납득할 수 없었고, 결론도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폭력적인 게임을 하니, 게이머들이 폭력적으로 된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합니다.
그 내용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문장 자체에는 오류가 없죠.


반면에 사오리 사건을 보세요.
'성인 게임 때문에, 중학생이 게임을 훔쳤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게임하려고 훔친 거잖아요. 아직 게임 안 했습니다.
게임도 안 했는데 어떻게 게임의 악영향을 받을 수가 있는 거죠?

물론, 당시 언론에서도 이런 억지스러운 논리를 주장한 건 아닙니다.
사회에 퍼져 있던 유해만화, 유해게임에 대한 규제 논리가
억지로 꼬투리 하나 잡았던 것뿐이죠.
근데 왜 하필 절도 피해자가 꼬투리를 잡혀야 되냐 하는 거죠.
당시 상황에서 규제가 꼭 필요했다 하더라도,
경찰 신세까지 진 회사와 사장은, 그리고 판매 금지된 몇몇 게임들은
정말 뜬금없이 뺨 한 대 맞은 셈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 이후, 일본 게임업계가 건전하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프트 윤리기구도 설립되고,
많은 게임 회사들이 에로 이외의 다양한 장르로 방향전환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변태적이고, 퇴폐적이고, 미친 게임들도 잘만 나옵니다.

에로게를 하다 보면, 가끔 얘네들이 윤리라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미친 게임들이
아직도 나오고 있어요. 심의를 받았더라도요.
나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잘만 우회해서 규제를 피해 게임을 내고 있습니다.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은 시대를 고려하면, 꽤나 하드한 편이기는 했지만
에로게를 대표하여 규제를 받을 만한 게임이었다고는 생각이 안됩니다.
그 후에도 얼마든지 더 하드한 게임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에는 억울하게 꼬투리 잡힌 게임일 뿐입니다.

뭐, 사오리 사건 이전에는 일본 게임 소프트의 등급제 같은 것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청소년들도 성인 게임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컴퓨터 게임판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도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규제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꼭 이런 과정을 거쳤어야 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게임 자체에는 별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별 내용없이 너무나도 H씬 자체에 치중한 게임이기 때문이죠.
CG도 블로그에 올릴만한 CG는 단 두 장정도 있을 뿐입니다.

게임 이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했지만,
어쨌든 총평하자면,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조금 하드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시로서는 하드한 게임이라는 수준입니다.

사오리 사건의 명성때문에 이 게임이 정말 최고로 하드코어한 게임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규제가 없던 시절에는 대체 어떤 고삐 풀린 게임이 나왔을까하는 생각으로 게임하시는 분들은
틀림없이 실망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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