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컁컁 바니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컁컁 바니 엑스트라>입니다.
엑스트라의 인기는 칵테일 소프트의 PC-98 시절 중 정점이었으며,
그 인기는 반 년전 발매된 이 분야 레전드, 엘프사의 <동급생>과 비교될 정도였습니다.
프리미에르에 이어서 이번에도 스와티를 비롯한 칠복신이 등장합니다.
여전히 인기 없는 주인공에게 인연을 만들어 줍니다만
시간을 되돌리는 것 이외에 정확히 무슨 도움을 주는 건지 의문입니다.
가장 일취월장한 부분은 역시 스토리입니다.
단순히 H씬만을 위한 만남과 대화만이 중시되었던 아리스 시절이 지나고,
프리미에르에서는 삼각관계나 데이트같은 요소를 집어넣었습니다.
엑스트라는 그러한 요소를 더욱 발전시킨 것뿐이지만,
그것이 바로 결정적인 발전이었습니다.
등장 캐릭터들이 이전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일회성 캐릭터였다는 점입니다.
H씬 이후에는 다시 만나는 일도 없이 대사 한 두마디에 퇴장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엑스트라에서는 마지막에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한 후일담이 아니라 연애의 완성이자,
시나리오의 완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놈의 H씬만을 위해 달리는 헌팅물에서 제대로 된 연애 게임이 되었습니다.
시스템에도 캐릭터마다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여
지루한 전개를 피했습니다.
일본 역사 퀴즈같은 저에게 안 맞는 부분도 있었고,
다소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도 있었지만
다양성만큼은 이후의 시리즈에서도 구현되지 못했던 장점입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명령 선택식으로 진행되는데
부분적으로 포인트 클릭 방식도 사용됩니다.
<REIRA>의 리뷰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한 번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이 게임은 약간 다르게 짜증납니다.
일단 H씬은 포인트 클릭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진도가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포인트를 클릭해서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포인트가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
아무런 표시가 없습니다.
따라서, 찾아낼 때까지 계속 이곳 저곳 클릭을 반복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REIRA>와 다르지 않지만,
이 게임은 특정 포인트를 클릭하면 게임 오버가 됩니다.
<REIRA>도 상당히 짜증났었지만, 그래도 게임오버는 없으니까
진도가 나갈 때까지 아무 곳이나 계속 클릭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아무 곳이나 클릭하다 보면 게임오버가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칠복신이 시간을 되돌려주지만,
어쨌든 그동안 나갔던 진도는 리셋됩니다. 치명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오버의 포인트도 예측하기가 힘든데,
위 CG에 있는 캐릭터인 카오리는 귀걸이나 목걸이를 만져서는 안 됩니다.
이걸 어떻게 예측하겠습니까?
귀걸이로 한 번 게임 오버를 당했다면,
다음부터는 그 귀걸이를 피해서 클릭합니다. 이건 당연하죠.
근데,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면 그 귀걸이를 클릭해야 진도가 나갑니다.
아까까지 게임 오버였던 포인트가, 갑자기 필수로 클릭해야하는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사실 모든 H씬이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절 열받게 한 지점도 카오리의 H씬 하나였습니다.
<REIRA>보다는 이 게임이 덜 짜증나지만
그래도 고작 H씬에서 왜 고생을 해야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카오리의 H씬을 끝내는 것만 5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뭐, 그 이외에는 짜증나는 점도 어려운 점도 없습니다.
난이도도 높지 않은데, 실패해도 칠복신이 시간을 되돌려 주니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급생>처럼 난이도도 있고, 자유도도 있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애매했던 프리미에르와 달리 나름 감동적인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와티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컁컁 바니 엑스트라는 PC-fx와 세가 새턴, 두 게임기에 이식되었습니다.
PC-fx판 컁컁 바니 엑스트라DX는 음성이 있는 것 빼고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H씬도 차이가 없습니다.
18금 게임이기는 하지만, 가정용 게임기로서는 정말 비범한 PC-fx판입니다.
망한 게임기의 똥꼬쇼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세가 새턴판은 포인트 클릭 방식이 더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18금 게임은 아니고 18추 게임이라서 그런지,
H씬에서 원작 및 PC-fx판에 비해서 속옷이라도 입고 있습니다.
세가 새턴판도 지금 수준에서보면 놀랄 만큼 많이 보여주지만
PC-fx판 이후라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가 않습니다.
H씬 이야기를 빼고 차이점은 신 캐릭터의 등장입니다만
특이하게도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의 세가 새턴판이 96년도
엑스트라의 세가 새턴판이 97년도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굳이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재등장한 것도 아니다보니, 억지스럽게 느껴질 뿐입니다.
총평하자면, 다양하게 즐길 거리가 많은 게임입니다.
옛날 게임이다보니, 다소의 불편한 점은 있기는 합니다.
윈도우 이식판이 나오지 않은 건, 정말 아쉬운 점이라고 봅니다.
시스템의 약간의 결함을 제외하면,
엑스트라는 컁컁 바니 시리즈 중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스토리가 다소 아쉬울 수는 있지만
컁컁 바니 시리즈 중에서, 또한 이 시기의 게임 중에서
이 정도의 스토리는 상당히 훌륭한 편입니다.
8월로 연기된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가
과연 이 정도의 스토리라도 보여줄 수 있을지,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