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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3일 일요일

리뷰 : 흑의 단장(1995/7/14, 아보가도파워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보가도파워즈에서 발매한 <흑의 단장>입니다.
<스즈사키탐정사무소파일>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크툴루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네크로노미콘> 리뷰 때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저는 크툴루 신화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시스템은 포인트 클릭 방식입니다.
시스템에 비해서 비판이 조금 있는 편인데,
포인트 영역이 작고, 클릭해야 하는 포인트를 알기 힘든 단점도 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장소 이동없이 화면 하나에서 막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클릭하다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막히는 부분이 많지도 않고, 많은 경우에 캐릭터 입만 클릭해도 되고요.

세가 새턴판이나 윈도우 판이 기종이나 시대에 비해 아쉬웠던 점은 있지만
PC-98기준으로는 큰 문제 없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보다 더 짜증나는 경우도 훨씬 많았죠.



그래픽이나 캐릭터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인 히로인격인 아스카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다른 마음에 드는 캐릭터도 많았는데, 다 죽어요.
상당히 가차없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스즈사키입니다.
겉보기에는 로커처럼 보이지만 하드보일드형 탐정입니다.

이 게임은 스즈사키 시점과 그의 동료인 쿠사나기의 시점,
두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시점 전환이 갑작스러워서, 처음에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스토리면에서 쿠사나기의 시점에서 볼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쿠사나기 자체가 굳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활약도 스즈사키가 다 하고, H씬 재미도 주로 스즈사키가 봅니다.



이 게임은 2부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주인공이 사는 맨션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범인은 맨션 내부의 인물인데,
살인사건도 충격적이고, 탐정의 활약도 괜찮습니다.
맨션 내의 인물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살해당하면서 긴장감도 점점 고조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죽다 결국 거의 다 죽는다는 겁니다.
이 게임은 미스터리물이 아닙니다. 크툴루 신화를 모티브로 한 호러 서스펜스물이죠.
추리물 분위기도 잘 만들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결국은 중요인물과 범인빼고 다 죽는 것으로 1부 결론이 나게 됩니다.



2부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개인적으로 크툴루 신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인지
마지막 부분에서 전개를 잘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너무 쉽게 죽입니다.
멋있게 죽는 캐릭터도 있었지만, 그냥 허무하게 갑자기 시체로 발견되는 캐릭터도 있어요.
2부가 생각보다 짧았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세가 새턴으로 이식되었고, 세가 새턴판은 다시 윈도우로 이식되었습니다.
이식판 그래픽이 더 좋지만 개인적으로 아스카는 PC-98판이 더 마음에 듭니다.

보이스도 추가되었는데, 2부인 미국편은 아예 미국에서 외국인 성우가 녹음했다고 합니다.
해외 원정 녹음 비용이 대체 얼마나 들었던 건지
이것때문에 결국 아보가도파워즈는 적자를 봤다고 합니다.



총평하자면,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치고는 그렇게 즐기지 못했던 느낌입니다.
저도 재미있게 한 게임이지만, 저는 주로 아스카 캐릭터를 좋아했을 뿐
스토리를 즐겼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크툴루 신화를 잘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 게임이 미스터리물로서의 기대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95년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탐정물이 많이 나왔던 때입니다.
<EVE ~burst error~>를 필두로 <유작>, <엽기의 함>, <진설 카미야 우쿄2>,
<암고양이 비서실>, <마리아에게 바치는 발라드> 등등...
제가 욕했던 것도 몇 개 끼어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다양한 매력의 탐정들이 있었죠.

흑의 단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전개가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크툴루 신화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는 추천할만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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