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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5일 일요일

리뷰 : 프린세스는 스트리트걸?(1989/12/21, 전유통)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유통은 80년대 중후반~ 90년대 초반에 정말 많은 게임을 발매한 회사입니다.
사훈은 아마 '질보다 양'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전유통에서 개발한 것들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것을 출시만 했을 뿐인 경우도 많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전유통의 게임들은 그 때 그 시절 기준으로 봐도 게임들의 완성도가 낮았습니다.


최근의 저가형 게임+다작 회사들의 경향은
정형화된 틀 내에서 비슷한 스토리, 패턴을 유지한 채로 캐릭터만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유통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에로게 전반에 확실하게 정형화된 틀이 없었죠.
전유통의 많은 게임들은 다양한 소재와 시스템을 다루었고,
완성도에 관계없이 시대를 앞선 참신한 게임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전유통의 여러 게임들을 검토해 본 결과,
<프린세스는 스트리트걸?>이야말로 당시 이 회사의 참신함을 
소개해드리기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린세스는 스트리트걸?은 MSX2, X68000용 게임으로 PC-98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육성을 소재로 한 게임으로
이 분야 원조인 <프린세스 메이커>보다 먼저이고,
이전에 이야기했던 하트전자산업보다도 먼저입니다.



주인공은 한 나라의 왕자로 곧 20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 결혼을 해야하는 나이가 되었죠.
여러 나라의 공주들이 신부후보로 준비되어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배우자는 자신이 직접 찾고 싶었기 때문에
전부 거절하고 왕궁에서 뛰쳐 나옵니다.



왕궁에서 계획도 없이 뛰쳐나온 왕자는
거리에서 만난 창X 애니에게 반하게 됩니다.



고아출신의 애니는 당연하게도 왕비에 어울리는 교양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생일은 앞으로 5일.
5일 후 열리는 왕궁 무도회에서 부모님께 애니를 결혼 상대로 인정받기 위해
왕자는 5일동안 애니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치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입니다.



스토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애니를 육성하는 게임입니다.
다만, 육성을 소재로만 하고 있을 뿐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보기는 힘들죠.
능력치같은 것도 따로 존재하지 않고,
가르치는 순서, 장소, 그날의 h씬만 신경써서 선택해주면 되는 게임입니다.
애초에 육성할 수 있는 시간이 4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딱히 다양한 패턴을 실험해 볼 것도 없습니다.



시절이 시절이기 때문에 4일동안의 내용도 금방금방 지나갑니다.
대사도 많지 않고, CG도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적게나마 있는 CG는 괜찮습니다.



게다가, 난장판을 치던 애니가 교육을 거치고 난 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CG가 마음에 듭니다.
많은 장점을 갖춘 게임은 아니지만, 확실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다른 문제점은 시대를 고려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진짜 불만스러운 점은 해피엔딩 결말입니다.

마지막 날에 갑자기 어떤 노인이 등장하더니
사실 애니는 어떤 왕국에서 어릴 적에 잃어버린 공주였다고 하고 데려가 버립니다.
무도회에서 애니는 공주 신분으로 등장하고 주인공하고 이어진다는 결말입니다.
비슷한 내용을 소재로 한 희곡이나 영화처럼 심도있는 내용을 다루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나도 동화적인 결말이잖아요.

게다가, 4일동안의 육성 요소를 뒤엎어 버리는 결말입니다.
4일동안 캐릭터를 육성했으면 마지막 날에는 그 육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죠.
'육성같은 거 필요 없었고 사실 얘 공주임ㅋ'라는 결말이면 어쩌자는 거죠?
플레이어와 주인공 왕자는 그냥 뻘짓한 게 되어 버리잖아요.

사실 공주였다고 해도, 주인공이 가르친 걸음걸이나 예절, 댄스 등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면 그나마 나아졌겠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널 죽이겠어'하는 얀데레스러운 대사만 있을 뿐입니다.



총평하자면, 소재는 정말 좋았던 게임입니다.
이런 소재의 게임이 조금만 더 나중에 육성요소를 강화시켜서 나왔더라면 
더 좋은 게임이 되었겠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고 나름 감탄할 요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0년이나 지난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고 참신함에 중점을 둔 평가를 내린다면
괜찮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릴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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