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리뷰 :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1997/2/28,소시에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입니다.
96년도에 발매된 <스트레인지 월드>라는 게임의 속편인데,
스토리상으로는 전혀 관련없는 게임입니다.

PC-98시절 소시에르의 대략적인 특징은 반전과 SM입니다.
반전의 경우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인데,
반전 자체가 크게 나쁘다기 보다는
타이밍이나 복선, 제반 스토리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반전이 잘 활용되지 못한 부분이 컸습니다.



TAXI환몽담은 선택지형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무려 42개나 되는 엔딩 개수를 자랑하는 멀티엔딩 게임이죠.

처음 시작에서 여성 캐릭터를 선택하고,
다음 선택지에서 성향이나 상황 등을 지정함으로써
대략적인 설정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일단, 여성 캐릭터는 연하, 동갑, 연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갑을 선택하면 택시 손님이 되는 아유미입니다.
이 아유미는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선택에 따라 안드로이드일 수도 있고, 설녀일 수도 있으며, 옛 여자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따라 주인공과 아유미의 세부적인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죠.
캐릭터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양한 장르로 진행되며
그에 걸맞는 분위기도 잡혀 있습니다.

게임은 대부분 택시 내부에서 전개됩니다.
몇몇 스토리는 당대 유행했던 택시괴담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이 무대라는 점과 수많은 선택지, 다양한 분위기의 멀티엔딩에서
일전에 리뷰했던 Melody의 <쿠라야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사고로 갇히게 되었던 <쿠라야미>에 비해서
TAXI환몽담은 택시니까 무대를 좀 더 다양한 장소로 넓힐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특징 역시 반전입니다.
연하의 캐릭터 유우의 스토리중 하나를 살펴 봅시다.
방송국 주변에서 택시 영업을 하고 있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낀 소녀 한 명을 태우게 됩니다.
트렁크에 큰 짐을 실어달라고 하는군요.



택시에서 변장을 벗은 유우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던 유우는 자신의 스케쥴이 너무 많다고 한탄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위장 유괴'를 제안하죠.



안타깝게도 이번 주인공은 사악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위장 유괴를 승락하는 척하면서, 진짜로 유우를 유괴해 버립니다.
사악한 주인공은 폐건물에서 유우를 학대합니다.

근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 닥칩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대응이군요.
유괴한 게 방금 전이라서, 사람들이 아직 유괴한지 안 한지도 모를 줄 알았는데
경찰이 벌써 위치 추적까지 끝내고 쫓아 오기까지 했습니다.
10분만 빨리 왔어도 마이너리티 리포트급이었을 겁니다.


주인공도 당황해서 경찰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 보자,
트렁크에 있는 시체가 신고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유우를 유괴하기 위해 방해가 된다며 살해했던 매니저가 죽기 직전에
휴대폰으로 신고했던 거죠.

근데, 주인공에게는 매니저를 죽였던 기억이 전혀 없는데요.
그 이전에 매니저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트렁크에는 처음에 유우가 실어 달라고 했던 큰 짐밖에 없을 텐데하며
유우를 쳐다 보니...



각각의 스토리는 짧지만 반전은 강렬합니다.
이런 점이 이 게임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죠.
엔딩마다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반전을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선량한 피해자인줄만 알았던 유우가 
등뒤에서 사악한 미소를 띄우고 있을 거라고 어떻게 예측하겠습니까?

이외에도 좋은 반전이 몇 개 정도 보였습니다.
짧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전혀 별개인 줄 
알았던 스토리가 얽히는 반전도 있는데 꽤 훌륭했습니다. 

또한 모든 스토리에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반전을 예측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지죠.
대체로 지금까지 발매한 소시에르 게임들의 단점을 극복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42개 엔딩은 너무 많았어요. 
반전이 없더라도 좋은 분위기에 훈훈한 엔딩도 있었지만,
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엔딩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시스템적으로 모든 엔딩을 시작하자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특정 엔딩을 봐야 다른 루트가 열리는 방식입니다.
스토리 전개상으로 꼭 필요한 방식이었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엔딩 개수를 좀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게임에 적용되었던 시스템이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던 건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선택지에 따라 캐릭터 자체가 변화하는 멀티엔딩 게임들이 여럿 있었죠.

그 시스템이 소시에르에게 잘 맞았던 경우라고 봅니다.
소시에르는 반전이 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었지만
긴 게임에서 그 반전을 살리는 능력은 다소 부족했죠.

이 게임에서는 짧은 호흡으로 다양한 반전을 쏟아 내버렸습니다.
플레이하기에는 다소 고생스럽지만, 플레이할 가치는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댓글 2개:

  1. 예전에 번역으로봤던 게임인데 나중에 캐릭터들스토리끼리 연결되는게 괜찮았던 게임으로 기억중입니다

    답글삭제
  2. Unknown//
    번역이 존재하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짧지만 강렬한 반전이 들어있는 부분만 모아보면
    오히려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쾌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np21//
    스토리 하나하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엔딩을 많이 만들려고 한 것 같네요.
    사람에 따라 엔딩이 많은 걸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42개는 너무 많아서 지쳐버렸습니다.
    재밌는 엔딩도 있었지만 효율이 낮았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