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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일 일요일

리뷰 : CHERRY JAM ~그녀가 알몸이 된다면~(1996/8/2, JAM)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M이라는 회사에서 발매한 <CHERRY JAM ~그녀가 알몸이 된다면~>입니다.
JAM 사는 스톤헤즈 소속으로
전에 리뷰했던 <SEEK>, <학원소돔> 등을 발매한 PIL과 같은 계열의 회사입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연애는 대학교 가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농구와 학업에 온 힘을 다 한 결과,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막상 대학교에 들어 가서도 연애와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어간 편의점에서 여점원이 주인공을 알아 봅니다.
점원의 이름은 토모요로 주인공의 고등학교 1년 후배입니다.
주인공은 토모요를 잘 몰랐지만 어쨌든 겨우 만들어진 인연을 놓칠 수 없었고
뻔질나게 편의점을 출입한 끝에 토모요와 사귀는 데 성공합니다.

겨우 솔로를 탈출한 주인공에게는 아직 고민이 있었는데
연애 기간이 반 년이 되었음에도 토모요 손 한 번 못 잡아 본 것입니다.
데이트는 많이 했지만, 좋은 분위기가 안 만들어졌던 거죠.

주인공은 결심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수립한 이번 데이트에서 
반드시 토모요와 호텔에 들어가겠다고 말이죠.

그리하여, 이 게임은 주인공과 토모요의 데이트 단 하루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게임은 선택지형 게임이고 다양한 부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 눈에 띄는 점은 선택에 제한시간이 있다는 겁니다.
오른쪽에 위치한 하트가 점점 사라지며 제한시간을 표시해 주죠.
같은 계열사 게임인 <학원소돔>이 생각납니다.

제한시간이 다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한시간이 충분히 길어서 웬만하면 놓치지 않았거든요.
초과했던 적도 있긴 한데, 토모요가 살짝 화만 내고 그냥 다시 물어보더라고요.
아마도 호감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대사창 왼쪽에 있는 토모요의 표정으로 호감도 수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호감도가 낮으면 토모요와 함께 호텔에 갈 수 없죠. 마지막에 도망쳐 버립니다.

선택지가 크게 어렵지 않고 변동 폭이 커서 깎이더라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데이트 비용 선택지에서 
전부 주인공이 부담하면 호감도는 오르지만 나중에 호텔 요금이 부족할 우려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연애에 서투르고, 여자 마음을 전혀 모릅니다.
연애를 글로 배워서 '여자는 ~라고 책에 쓰여 있더라.' 같은 생각을 자주하죠.
이상한 선택지를 골랐는데, 임기응변으로 호감도를 올리고 이런 거 없습니다.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주로 정석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망의 데이트입니다. 휴일이지만 12시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너무 일찍 만나면 데이트가 일찍 끝나기 때문이죠.
주인공의 각오를 엿볼 수있는 치밀함입니다.

전철이 늦는 바람에 토모요가 5분 늦게 왔습니다.
쿨하게 '나도 지금 왔어'를 선택하여 호감도를 올립니다.


오늘 데이트의 첫 코스는 유원지입니다.
근데 갑자기 토모요가 유원지는 혼잡하니까 불편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굳이 유원지가 아니라도 주인공과 함께라면 다른 곳도 상관없다고 
유원지 가지 말자고 하지만 주인공은 이미 계획을 전부 짜 놓았습니다.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단호하게 유원지 가는 걸 고르겠습니다.



유원지 가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토모요는
정작 도착하자마자 유원지의 마스코트를 정말 좋아하니 퍼레이드도 보고 싶고,
여기 칠리독이 그렇게 맛있고, 제트코스터를 꼭 타야 되고
아주 신났습니다.
이럴 거면서 왜 유원지 오기 싫다고 한 거죠?



저녁이 되어 식당에 왔습니다. 토모요가 술은 못 마신다고 합니다. 
주인공 계획으로는 술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먼저 맛있게 마시면서 토모요에게 권유합니다.
결국, 토모요는 못 참겠다하고 마시게 됩니다.
사실 본인의 술버릇이 나쁘기 때문에 주인공 앞에서 조심하려고 했던 거죠.
주정부리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고주망태가 된 토모요를 업고 식당을 나온 주인공의 눈 앞에 호텔이 보입니다.
사실 이 정도로 취하게 할 생각은 없었고
같이 술 마시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 생각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오늘 반드시 둘이서 호텔에 가겠다는 계획은 성공한 거죠.

하지만, 호텔 앞에서 정작 주인공은 망설이게 됩니다.
자신에게도 토모요에게도 처음인데 정말 이런 식으로 좋은 걸까하고 말이죠.
굳이 호텔에 들어가는 선택지도 있지만 멋없는 짓이죠.
결국 호텔은 포기하고 술이나 깰 겸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계획한대로는 아니었지만, 공원에서 좋은 분위기가 되어 키스를 하고
호텔까지 가서 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결말입니다.


여기까지만 플레이하면, 전형적인 데이트물입니다.
이런 데이트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 에로게는
트럭으로 실어날라도 하루 종일 걸릴만큼 엄청 많습니다.
시스템 면에서 이런 저런 시도가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력한 장점은 아닙니다. 
 

이렇게 데이트가 끝나면, 배드엔딩을 보든 해피엔딩을 보든 
노벨모드로 저장이 가능합니다.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서 저장된 노벨모드를 로드할 수 있습니다.



노벨모드는 토모요 시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엔딩에 다다르기까지 선택지를 고른대로 전개된 이야기를
토모요 시점에서 이야기해주는 거죠.

데이트 내내 나온 이런 저런 선택지에 대해서,
토모요 시점에서 이건 이래서 좋았다, 저건 저래서 싫었다 등을 복기하듯이 이야기하는데,
2회차 이후의 플레이에서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할지 힌트가 됩니다.


노벨모드는 데이트 직전의 토모요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토모요는 과거 농구부의 에이스였던 주인공을 몰래 짝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알게 모르게 상당한 인기가 있었고
감히 말도 못 붙이던 동안 주인공이 졸업해 버렸죠.

그러던 어느 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주인공이 찾아왔고 사귀는 데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편의점에 우연히 찾아온 날은 토모요에게 소중한 기념일이죠.

그런 토모요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연애 기간이 반 년이 되었음에도 주인공과 손 한 번 못 잡아 본 것입니다.
주인공은 왠지 의욕에 차서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데
유원지를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유원지따위에 가봤자 주인공과 무슨 진전이 있겠습니까?

토모요는 진도를 빼기 위해 주인공과 영화관에 가서
야한 장면이 있는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만일, 주인공이 지각이라도 하면 유원지말고 다른 데 가자고 조를 작전을 세웁니다.



하지만 지각한 건 토모요였고 작전은 바로 실패합니다.
데이트 준비를 위해 열의를 보였던 주인공이 지각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나도 지금 왔어'라는 주인공의 대사에 감동하는 토모요입니다.

최후의 발악으로 유원지는 혼잡하니 다른 데 가보자고 하지만 씨알도 안 먹힙니다.
이렇게 된 이상, 좋아하는 유원지에서 실컷 놀아 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토모요의 캐릭터는 시스템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으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자신을 배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소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측에서 플레이할 때는 사소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선택지에도
토모요는 속으로 그 배려에 하나하나 고마워 하는데
꽤 마음에 드는 전개방식입니다.
 


이 게임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그만큼 다양한 전개가 있습니다.
유원지가 아니라 영화관에 갈 수도 있고, 쇼핑이나 공원에 갈 수도 있고,
갈 수 있는 식당도 하나가 아니고, 호텔도 한 곳이 아닙니다.

수많은 게임에서 나왔던 소재인만큼 
데이트 스토리 자체가 다소 식상하기도 하고, 
다양한 전개가 있어도 굳이 이걸 다 볼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식상함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 것이 바로 노벨 모드입니다.
플레이하면서도 토모요 시점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를 기대하게 돼요.



마지막으로, 데이트로부터 두 달 후를 다룬 육욕편입니다.
헤어스타일만 바꿨을 뿐인데 굉장히 성숙해진 느낌입니다.

토모요에게 유원지나 영화관에 가자고 권유해도 토모요가 거절하고
무조건 호텔에 가야 하죠.
데이트편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파트입니다.



총평하자면, 게임 디자인의 승리입니다.
캐릭터도 하나밖에 없고, 데이트도 단 하루라는 작은 소재를 가지고
버릴 것 하나없이 잘 요리한 작품이죠.
스토리, 캐릭터, 시스템 모두 조화롭습니다.

모든 게임이 명작이나 대작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이 아니라 바로 그 게임을 해야할 이유,
그 게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색다름 정도는 갖추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색다름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댓글 2개:

  1. 몰랐던 개성적인 게임을 리뷰로 보게 되어서 재밌고 즐겁습니다. 이런 정도의 게임이어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를 법하지 않나 싶네요. 이런 게임을 학원 소돔을 만든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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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시뮬레이션 요소가 많지는 않지만 핵심은 가지고 있는 게임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비주얼 노벨과 연애 시뮬을 잘 구분하지 않지만
    만일 구분한다면 시뮬레이션은 최소 이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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