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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4일 일요일

리뷰 : MERRY GO ROUND(1996/3/8,미스치프)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스치프에서 96년도에 발매한 <MERRY GO ROUND>라는 게임입니다.
장르는 당대 유행했던 SF물로 특히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시스템은 단일 루트의 비주얼 노벨 방식입니다.
선택지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부 다 한 번 이상 눌러봐야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흘러가는 스토리를 감상할 뿐인 게임이죠.

세이브 방식이 특이한데
세이브 슬롯이 <킴>, <리들리>, <아카네>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나와있다는 점입니다.
세이브 일자나 시간조차 안 쓰여 있습니다.
시스템상 그다지 세이브가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지만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군요.
그 캐릭터의 명장면을 각각 저장하라는 뜻일까요?



미래 느낌을 내기 위해서 게임 내 CG에 다양한 외국어가 사용되었는데
한국말도 나옵니다.



시대 배경은 2197년, 장소는 요코하마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브라이언으로 퇴직한 형사입니다.
지금은 탐정 내지 심부름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 자주 사용된 SF 요소는 유전자입니다.
복제인간이나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결합된 데미노이드라는 수인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파트너이자 사람형 정보 단말기인 킴입니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침대가 아니라 책상 끄트머리에 앉아있는 겁니다.

주인공의 이번 업무는 실종된 상류층 아가씨 아리사 수색입니다. 



주인공에게 일을 의뢰한 전직 형사 동료 아카네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구해주면서 등장하는
이런 장르의 전형적인 진 히로인상이었으나 게임 중반에 덜컥 죽어 버립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아카네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결국은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그냥 죽었습니다.



현상금 사냥꾼 리들리입니다.
아카네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위기에 빠졌던 주인공을 구해준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과 파트너를 이루며 많은 활약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 죽고 맙니다.



납치된 대상이었던 상류층 아가씨 아리사입니다.
주인공의 활약으로 아리사를 도와주기도 했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사망이 밝혀집니다.


에로게로서는 놀라운 페이스로 중요 캐릭터들이 다 사망합니다.
단일루트 게임이라서 다른 스토리에서는 살았다같은 방법도 쓸 수 없는데
캐릭터 아까운 줄도 모르고 그냥 다 죽여 버립니다.

죽음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고 건조하게 표현함으로써
우울한 SF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에는 성공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카네같은 경우는 사망하기 직전에 H씬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아카네가 마지막에 주인공과 연결되어 만족하면서 죽는 장면은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타이밍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사망하는 마들레이느같은 경우에는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하기 직전인데 주인공과 H씬이 나옵니다.
마들레이느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더 버틸 수도 있겠지만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저는 '의무감으로 억지로 집어넣는 H씬'과 '스토리의 흐름을 끊는 H씬'을 싫어하는데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H씬을 넣을 거면 좀 미리미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게임이 끝까지 복선 회수가 제대로 안 되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홀로그램 노인이 나와서 중대한 비밀을 설명해줄 것 같지만
오히려 복선을 더 뿌리고 사라집니다.
엔딩곡이 끝난 이후에는 속편이 나와야 할 것같은 멘트가 나왔지만
결국 속편은 나오지 않았죠.
들리는 소문으로는 게임잡지에 간접 속편이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알고 보니 살아 있었던 리들리와의 엔딩입니다.
리들리마저 없었다면 주인공과 손바닥만한 인형의 쓸쓸한 엔딩이 될 뻔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잘 만들어진 SF 분위기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전개,
거기에 덧붙여 간편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이 어울려 단숨에 진행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플레이 타임이 네 시간정도 밖에 안 되고 헤메는 구간도 전혀 없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하루만에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거운 소재에 비해 스토리가 그렇게까지 훌륭하지는 않아 
플레이하기에는 좀 망설여집니다.
메시지를 좀 더 간소화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했다면 
더 좋은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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