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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4일 월요일

리뷰 : AV킹(1)(2006/1/27,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V킹>은 AV 제작 어드벤처+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제대로 된 구색이 갇춰진 AV 관련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 AV킹이 유일합니다.
예전에 리뷰했던 <VENUS>나 
할 얘기가 없어서 리뷰를 포기한 <AV탄생>같은 게임은
AV를 소재로 하는 척만 했던 게임일 뿐 대체적으로 애매했죠.

AV를 보면서 '내가 AV를 찍어도 저거보다는 잘 찍겠다'는 생각.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일까요?
적어도 저는 단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차라리 내가 에로게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요.

아무튼 이 시뮬레이션 게임은 그런 남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게임인 겁니다.
과연 성공했을까요? 한 번 살펴 봅시다.



일단 프롤로그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 세이쥬로는 전학생인 미야코에게 반해 고백을 결심합니다.
미야코는 주인공이 고백할 걸 눈치라도 챘는지 갑자기 등교 거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고,
사실 야반도주를 한 미야코 아버지가 진 빚 천만엔때문에 야쿠자랑 얽히게 된 겁니다.
아버지가 빌린 돈은 30만엔이라는데 
이율이 얼마길래 천만엔이 됐는지 날강도들이 따로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야쿠자는 그냥 날강도가 맞네요.

아무튼 부모도 없는 미야코가 천만엔이나 되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을리 없고,
야쿠자는 미야코를 뒷세계 비디오에 출연시키려고 합니다.
주인공이 싸워 보지만 현직 야쿠자 앞에서 택도 없는 짓이었고
개같이 두들겨 맞기만 합니다.



입원한 주인공에게 야쿠자 두목과 함께
한 남자가 찾아오는데 바로 AV감독입니다.
AV감독은 뒷세계의 비합법 비디오보다는 그나마 처지가 괜찮은,
합법적인 AV회사인 자신들과 계약해서 미야코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미야코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것이 싫다면
주인공이 직접 AV 남자 배우가 되어 미야코와 함께 AV를 찍으면 된다는 거죠.
감독은 사실 이런 복잡한 배경의 AV배우 따위는 섭외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야코를 좋아하는 주인공을 보고 파격적인 기회를 준 겁니다.

고민 끝에 주인공은 미야코에게 고백을 하고,
미야코와 같이 AV 배우가 될 것을 결심합니다.



그리하여 계약을 하게 된 주인공은 이제 채무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AV를 찍어서 16개월만에 1억엔을 갚지 못한다면
주인공은 스너프 필름에 사망자 역할로 출연하는 신세가 될 것이랍니다.
근데 빚 천만엔 아니었나요? 그새 열 배가 되었습니다.
비열한 야쿠자놈들 이율이 장난 아닙니다. 
심지어 이것도 감독 얼굴을 봐서 많이 깎아 준 거랍니다.

"도망치면 반드시 찾아내서 죽인다.
물론 기한 내에 변제할 수 없으면 죽인다.
1억에 1엔만 부족해도 죽인다.
변호사와 상담해도 죽인다.
경찰에 신고해도 죽인다.
울며 불며 해도 죽인다."

계약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야쿠자 두목입니다.
융통성이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요?

다른 건 몰라도 1엔만 부족해도 죽인다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30만엔 빌려주고 9999만9999엔 받는 건데요?
게다가 16개월만에 그 정도 벌 정도의 실력자면 
한 편만 더 찍으라고 기회줄 수 있잖아요.
1엔에 이자 붙어봤자 10엔일텐데 그 정도는 금방 갚죠.


아무튼 이런 프롤로그로
미야코와 힘을 합쳐 AV를 찍고 1억엔 채무 변제를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우선 두 달 동안은 맵에서 장소를 선택하여 이동하는
어드벤처 스타일로 진행됩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설명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촬영 스탭이나 업계 관계자도 좀 만나고 동네 구경도 하다 보면
어느새 AV 촬영일이 다가 옵니다.



1250장 판매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촬영 비용이 올라가면 손익 분기점도 올라 가지만
이번에는 돈 드는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아쉽게도 미야코가 가진 스킬도 얼마 없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씬이 한계가 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스킬로 조합을 짜야 합니다.
제 계획은 
'인터뷰-일상적인 모습-프렌치 키스-탈의-기타 H씬-마무리'입니다.

신인 배우답게 일상적인 청순함을 보여 주고,
가볍게 키스 등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옷 벗고 H한다는 계획이죠.

애초에 콘티를 왜 남자 배우인 주인공이 짜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감독은 '네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네가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는데
프로가 알아서 해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감독이 대부분을 지휘할지, 카메라만 카매라맨이 알아서 해 줄지,
아니면 모두 플레이어가 조작할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촬영은 망했습니다.
저는 키스를 먼저 하고 옷을 벗는 콘티를 짰는데
얘네들이 알몸으로 키스를 하지 뭡니까?

그러게 감독이 콘티를 짰어야죠. 최소한 조언이라도 해 주던지요.
옷 벗고 키스하다가 어느 순간 옷 입고 다시 옷을 벗는 걸 보고도
감독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멀쩡한 AV가 개그물이 됐잖아요.



참담한 성적표입니다. 188만엔밖에 못 벌었네요.

사실 좀 당황했는데 
리뷰 스샷용으로 죄다 스킵하면서
스킬 하나도 안 배우고, 촬영도 개판으로 해서 망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벌었습니다.
옛날에는 꼴랑 4만엔 번 적도 있고 오히려 적자 본 적도 있었는데요.
설마 개그가 먹힌 걸까요?



촬영에 대해 좀 더 살펴 보겠습니다.
일단 촬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ㄴㅇ물을 촬영할 때는 조명을 좀 더 어둡게 하는 등의 조정을 할 수 있는데
조명을 어떻게 조정하든 매상에 영향은 없다고 합니다.
취향껏 조정하는 게 아니라면 무시해도 상관없죠.

현장 텐션도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텐션이 너무 낮으면 휴식을 해서 텐션을 높여 줄 필요가 있죠.
촬영 스탭들은 죄다 프로들인데
이걸 아마추어인 주인공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촬영 도중에 마음에 안 들면 OK를 하지 않고
컷을 외쳐 촬영을 잠시 중지할 수 있습니다.
배우의 표정을 바꾸거나 연기를 능숙하게 해달라고 주문할 수 있죠.
주문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스킬이 미숙할 때는 연기에 몰입 좀 하라고 그렇게 요청을 해도
계속 국어책 읽기만 하죠.



촬영을 카메라맨에게 맡기지 않으면
카메라 줌인, 줌아웃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화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촬영을 카메라맨에게 맡기거나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카메라맨이 의미없이 화면을 마구 이동하면서 엄청 산만하게 촬영을 합니다.
내 AV를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의심이 들 정도에요.



반면에 플레이어는 정확한 포인트만을 잡아서 촬영을 합니다.
타이밍에 맞춰 제대로 포인트를 잡는다면 '나이스샷'이라는 칭찬도 나옵니다.
나이스 샷이 많이 뜰수록 더 높은 매상을 기록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기능은 초보들에게 위험한 함정입니다.
나이스 샷을 찍는 게 쉽지도 않고 별 재미도 없는 건 둘째치고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한 씬을 찍는데 3분 이상 걸릴 수도 있고,
8배속 스킵을 써도 30초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플레이어는 조건만 충족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1초만에 OK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죠.

나이스샷에 비해서 매상은 덜 나오는 것 같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효율은 이쪽이 압도적입니다.
촬영에 들일 시간을 다른 방법에 투자해서
매상을 올리는 편이 훨씬 이득이죠.
H씬을 꼭 보고 싶다면 감독에게 맡겨서는 안 되지만
시뮬레이션 게임에 집중하고 싶다면 직접 촬영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AV씬은 상당히 많이 늘어납니다.
도구 활용도 있고, SM도 있고, 스카X로지도 있고, 
남성 조연들을 고용해서 윤X 장면도 찍을 수 있죠.
노말AV도 있고, ㄴㅇ물AV를 찍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같은 씬이라도 노말씬과 ㄴㅇ씬이 따로 있는 게 마음에 듭니다.

이런 씬을 자연스럽게 잘 조합해서 
'콤보'를 완성시키면 매상이 늘어나게 됩니다.


AV킹은 대충 이런 방식으로 AV를 촬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플레이어가 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이 게임이 제 취향에 맞았느냐 하면,
답은 '아니오'입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획' 단계에서의 자유도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 게임의 어드벤처 부분을 제외하고 촬영 시뮬레이션 부분만 보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콘티를 짜고, 현장 상황을 조율하고,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뿐입니다.

이 중 카메라 워크나 조명 부분은 의미나 재미가 없다고 말씀드렸고,
현장 상황 조율 역시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남은 건 콘티를 짜는 것뿐인데,
다양한 씬을 조합하고, 순서를 정하는 건 나름 재미있지만
큰 틀에서 컨셉을 정할 수 없으니 
결국은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AV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메이드복이나 간호사복, 바니걸 같은 코스튬은 전혀 없고,
촬영 장소는 아예 정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제한적이고,
다른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경우도 없는데
저는 이런 걸 정할 수 있는 AV 제작 게임을 원했던 겁니다.
큰 틀에서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를 정하고, 컨셉을 정하는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게임이요.


H씬의 정X위, 후X위 등의 체X만 해도 16개나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콘티를 조합할 수 있는데
이런 X위의 다양성은 제가 원하는 다양성이 아니에요.
제가 볼 때는 큰 차이 없이 다 똑같은 장면들입니다.
게임 내의 콤보, 매상을 위한 다양성이지
제가 촬영하고 싶은 AV를 위한 다양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게임은 난이도의 문제로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수많은 AV를 찍어야 하는 게임인데
이런 다양성의 부족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고,
콘티를 짜는 행위나 카메라 워크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죠.
다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
AV킹은 AV를 직접 제작한다는 소망을 실현시켜 준 게임은 아니라고 평가하겠습니다.


근데 놀랍게도 저는 이 게임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게임의 메인인 시뮬레이션이 저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매력이 무엇이냐.
그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 2편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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