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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5일 일요일

리뷰 : 이쿠이쿠팟군(1992/11/2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쿠이쿠팟군>은 실키즈 사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48밤이야기>와 비슷한 구성으로
많은 일회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별 스토리없이 H씬을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48밤이야기> 리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에는 이런 스타일의 게임이 많았습니다.

캐릭터는 총 24 명입니다.
화면 왼쪽에 있는 붉은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A부터 H까지 8개의 플로피 디스크에 캐릭터가 3 명씩 들어 있습니다.


<48밤이야기>에서는 H씬을 위하여
카드 맞추기, 대화를 통해 정보 이끌어 내기, 체위 맞추기 등의 다양한 게임 요소가 있었지만
이쿠이쿠팟군은 그냥 선택하는 것으로 H씬이 바로 진행됩니다.



붉은 버튼을 선택하면 캐릭터가 나옵니다.
640X1200의 해상도로 그래픽만큼은 상당히 신경 쓴 게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등장 캐릭터 대부분이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사 몇 마디 이후 바로 H씬에 들어갑니다.



정해진 부위를 클릭하면 옷을 벗는 과정을 거쳐 H에 이르는 방식입니다.


H씬 도중에는 텍스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음성이 들어 있습니다.

PC-98 기종 에로게에서 H씬에 음성이 들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들에는 당연히 음성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PC엔진 CD로 이식된 게임들에나 음성이 들어있었죠.

플로피 디스크는 용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음성까지 들어갈 공간이 없었습니다.

이쿠이쿠팟군의 음성 역시 대부분이 짧은 신음 소리와 짧은 말입니다.
만일 지금 나오는 에로게처럼 긴 대사에 음성을 넣었다면
대사 몇 번 할 때마다 디스크를 바꿔줬어야 할 것입니다.

약간의 CG와 짧은 H씬에, 별거 없는 음성 몇 개 만으로도
플로피 디스크 1장에 세 캐릭터밖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쿠이쿠팟군은 게임에 음성을 넣어보는 실험작이었습니다.
엘프와 실키즈는 이후에도 다양한 PC-98기종 게임을 만들었지만
음성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실험은 실패였습니다.

짧고 몇 개 있지도 않은 음성은 텍스트 몇 글자로 만들어 지는 대사에 비해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시키지 못했습니다.
효율면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입니다.

음성은 신음소리를 제외하면, 발음도 부정확하고 잘 안 들립니다.
BGM과 음성 볼륨을 따로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PC-98 게임에 음성을 넣는 발상 자체는 좋았습니다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총평하자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지금 게임들의 매끄러운 음성과 비교해 보면 시대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그래픽은 좋았습니다.
실험작이 아니었더라면 더 좋은 게임이 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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