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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 일요일

리뷰 :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1996/12/26,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의 일곱번째 작품인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입니다.
96년도는 도스 게임과 윈도우즈 게임이 함께 나오는 과도기와 같은 시기였습니다.
칵테일 소프트도 마찬가지로 1월에 나온 <냥냥 태풍>, 4월에 나온 <믹스캔디>는 윈도우즈용 게임이었지만,
6월에 나온 <트래블 정션>은 도스용이었죠.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는 도스게임이었지만 3개월 후에 윈도우판을 발매했습니다.

그런 정신없는 시기에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가 윈도우용 게임으로 나왔고,
칵테일 소프트의 도스 게임은 종지부를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이상한 부분은 프리미에르2가 붙은 제목입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는 리미티드가 나오기 이전까지,
제목 뒤에 숫자를 붙이지 않고, 영어 단어나 프랑스 단어를 붙였습니다.
슈피리어, 스피릿츠, 프리미에르, 엑스트라처럼요.

근데 갑자기 이 게임은 프리미에르2입니다.
'왜 지금까지 해 오던 것처럼 다른 영어단어를 붙이지 않았을까?'
'왜 가장 인기 게임인 엑스트라가 아니라 프리미에르인가?'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은 세가 새턴판입니다.

프리미에르2는 윈도우판과 세가 새턴판이 거의 동시에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엑스트라는 세가 새턴으로 이식되지 않았고,
프리미에르가 유일한 컁컁 바니의 세가 새턴 게임이었습니다.
따라서, 세가 새턴판 판매에서 전작의 덕 좀 보겠다고
프리미에르2라는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근데, 이것때문에 PC 시리즈는 엉켜 버렸습니다.
저번에 리뷰한 리미티드에서는 5와 1/2라는 숫자를 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숫자를 붙이지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숫자를 붙였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애자매>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애자매 츠보미>, <애자매 ~어느 쪽으로 할 거야!!~>로 숫자를 붙이지 않았지만,
일부 팬들은 그냥 애자매2, 애자매3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실키즈 사에서 결국 <애자매4 분해서 기분 좋았다고는 말 못 해>로
숫자를 붙여 발매함으로써 시리즈를 정리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도 똑같습니다.
스피릿츠니 엑스트라니 뭐니 해도 그냥 컁컁바니2, 컁컁바니5 이런 식으로 통용되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프리미에르2가 나와버리니 컁컁바니 4-2가 나와버린 셈입니다.
그것도 컁컁바니5 다음에요.

줄거리가 딱히 이어지지도 않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컁컁바니 시리즈 팬북에서는 프리미에르2는
엑스트라보다 나중에 나왔지만 시계열 상으로는 엑스트라보다 이전이라고 설정함으로써
게이머들을 더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고,
아예 <컁컁 바니6 i mail>에 6이라는 숫자를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애초에 리미티드와 i mail에 쓸데없는 숫자를 붙이지 않았더라면
팬들이 알아서 정리했을 텐데,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프리미에르2는 5와 1/2 다음에 나오고 6 이전에 나온 정식 시리즈 게임이지만
붙일 숫자가 없어져서 독립된 시리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에르3까지 나왔죠.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역시 스와티가 등장하여, 주인공의 연애를 도와줍니다.
칠복신은 물론 사와디까지 등장합니다.



시스템 상으로는 호감도와 행복도가 있습니다.
세 명 이상의 행복도가 일정 수치에 다다르지 않으면,
진엔딩을 볼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동시 공략이 강요됩니다.



호감도와 행복도는 대화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확 오르고, 어떤 때는 안 오르던데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대화 도중 선택지가 나오는데, 선택할 때마다 그때 그때 오르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난이도가 꽤 어렵습니다.



맵 화면입니다. 건물을 클릭하여 장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서는 자유도가 확실히 올라 갔습니다.
엑스트라의 경우도 여러 캐릭터를 동시 공략할 수 있었지만 자유도는 떨어졌습니다.
한 캐릭터를 공략하는 도중에는 다른 캐릭터는 등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캐릭터가 선택되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갈 수밖에 없었죠.

반면에, 프리미에르2는 <동급생>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여러 캐릭터들과 시시때때로 만나면서 차근차근 호감도를 쌓아나가는 방식입니다.
내용상으로도 프리미에르2가 어색하지 않은데,
한 여자를 만나서 호감도를 많이 올리고 H씬까지 돌입한 후에야,
다른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뭔가 바람피는 느낌입니다.



세가 새턴판은 PC판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만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대화창에 호감도, 행복도 수치 표시가 없어진 대신
왼쪽 위에 보이는 파란 구슬처럼 화면 상단에 표시가 됩니다.

문제는 이 게임이 포인트 클릭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가정용 게임기와 포인트 클릭 방식은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무엇보다 이 게임의 포인트 클릭 방식은 괴상하기 짝이 없는데,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 도중 아무 의미없이, 다른 곳을 클릭해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이건 뭐, 어느 포인트 클릭 방식의 게임이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대화 도중, 머리카락에 대한 화제가 나왔다면 
머리카락 쪽을 한 번 클릭해서 계속 대화를 진행시킬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게임은 이런 식입니다.

근데 프리미에르2는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 도중에
갑자기 몸을 클릭해야 합니다.
몸에 관한 화제가 나오지도 않았음데도 불구하고, 입만 클릭하면 진행이 안 됩니다.
이유가 전혀 없어서, 대체 왜 이래야 하는지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윈도우즈 판으로 할 때는 이게 버그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세가 새턴 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다 말고 갑자기 아무 의미도 없이 클릭하는 장소를 바꿔야 합니다.



총평하자면, 리뷰 내내 비판만 한 것 같은데 사실은 나름 애정이 있는 게임입니다.
장점은 성우가 좋고, 그래픽이 좋고, 오프닝 영상도 좋고,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
특히 시대를 생각하면, 이만큼 보이스와 오프닝에 신경 쓴 PC게임은 드물었습니다.



또한, 옛날의 저는 포니테일에 환장하던 시기가 있었고,
히카루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다시 말해, 칵테일 소프트의 당시 장점이 잘 살아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런 칭찬들은 너무나도 식상하죠.
96년도라면 모를까 지금 에로게들의 대부분은
성우, 그래픽, 오프닝 영상을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동인 게임이나 좀 이상한 회사 게임이 아닌 이상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게임을
본 지가 오래되었죠.

이 게임은 DMM에서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 REFRESH라는 이름으로
살짝 수정되어 부활했지만, 플레이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 시대에는 장점이 없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이 게임은 괜찮습니다. 96년도 게임이니까요.
결국 문제는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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