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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5일 일요일

리뷰 : 퀸즈 라이브러리(1993/7/2,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발매가 연기된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의 리뷰는 언젠가 때가 되면 하기로 하고,
다시 칵테일소프트의 기본 발매 순서로 돌아가
이번 차례는 <퀸즈 라이브러리>입니다.

무려 액션RPG 게임입니다.
옛날에 <RUN RUN 광주곡>을 리뷰하면서 설명드린 바 있는데
PC-88, PC-98 컴퓨터는 기술적인 한계로
가정용 게임기와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PC-88, PC-98용 액션 게임은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설명은 엄밀히 말하면 반은 틀렸습니다.
PC-88용으로 <하이드라이드>, <제나두>, <이스>같은 명작 액션 RPG가 나왔으니까요.
리뷰한 게임 중에서도 페어리테일의 <스틸 소드>가 있었죠.
저는 패미콤 시절의 횡스크롤 게임만 생각하며 리뷰를 적었기 때문에
<RUN RUN 광주곡>에서는 그렇게 틀린 설명을 드렸죠.

한편, PC-98에서는 진짜로 액션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경쟁 게임기가
슈퍼 패미콤이나 메가드라이브, PC-엔진 등이었는데
PC-98로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그래픽 처리 능력을 갖추었죠.

PC-98용으로 액션RPG를 만드는 것은
망치와 정 대신 도끼로 석상을 만들겠다는 뜻이고,
빗자루 대신 붓으로 청소를 하겠다는 뜻이었죠.
해답은 간단합니다. 안 만들면 됩니다.
이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게임은 예외없이 망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를 리없는 칵테일소프트가
과감하게 제작한 액션RPG가 바로 퀸즈 라이브러리입니다.
아니나다를까 형편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은 포니테일을 한 남자 기사입니다.
RPG이니 당연하지만 방향키를 이용해서 상하좌우로 이동하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주인공이 갑자기 옆으로 한 바퀴 빙 돕니다.




무기를 장착하면, 스페이스 바로 공격을 합니다.
검을 장착하고 스페이스를 길게 누르면, 검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그래픽도 조작감도 뻣뻣한 편입니다.
저는 액션 RPG를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알고 있는 슈퍼패미콤의 91년 작품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같은
명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액션 RPG의 조작감에 대해서는 글 리뷰로 설명드리기 힘들지만
크게 기억에 남았던 것만 미흡하게나마 적어 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대화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을 건드리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따로 다른 키를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근데, 대화창이 너무 늦게 뜹니다.
위의 화면은 제가 오른쪽 아래에 있는 초록색 여성에게 말을 건 장면입니다.
보시다시피, 주인공이 한참 멀리 가고 나서 뒤통수에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건드리고도 세발짝이나 가서야 겨우 대화창이 뜹니다.
한 발짝만 더 갔으면 주인공은 아예 대화창 속으로 들어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대화창을 닫기 위해서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야 합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도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거였죠.
대화창을 닫음과 동시에 주인공이 칼을 휘두릅니다.
마을 NPC는 공격을 받지는 않지만
프로그래밍이 허술한 게 눈에 보입니다.



이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구해준 여자가 주인공을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입니다.
다소 뻣뻣하긴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잘 따라 옵니다.



근데 이 상황에서 칼질을 하면 갑자기 뒤에 있던 여자가 앞으로 튀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공격을 받지는 않지만, 대체 왜 스스로 칼을 맞으려고 하는 거죠?
게임을 대충 만들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요?



전투는 동시기 액션RPG치고 단조로운 편입니다.
칵테일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는 '수천 패턴의 움직임이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낸다'라고
적혀 있는데 어떤 식으로 계산해야 수천 패턴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군요.

짜증나는 부분은 데미지를 입었을 때, 무적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구석에 몰려서 공격을 받으면 반격이나 회피도 불가능하고 한 순간에 사망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본다면, 역시 CG입니다.
뭐 이쪽이 칵테일소프트의 본업이니까요.

또한, 칵테일소프트의 중세 판타지 쪽은 스토리 라인이
다소 빈약해서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데몬 시티>나 <트루 하트>등이 그렇습니다.
그 게임들은 지루했기 때문에,
차라리 텍스트 게임보다 RPG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퀸즈 라이브러리는 어쨌든 RPG입니다.
조작감 나쁜 액션RPG인 게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상기한 다른 게임보다는 덜 지루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칵테일소프트는 윈도우 시절로 넘어와서도 액션RPG에 도전합니다.
2000년도에 발매된 <프린세스메모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게임도 딱히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퀸즈 라이브러리보다는 괜찮습니다.
최소한 그래픽은 자연스럽고, 조작감도 그나마 부드럽습니다.
PC용으로 액션 RPG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처럼 윈도우 시절로 넘어간 이후에 만들었어야죠.

퀸즈 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단점은 PC-98용 액션RPG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존재 그 자체가 문제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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