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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일 일요일

리뷰 : DokiDoki베케이션 ~반짝이는 계절 속에서~(1995/1/27,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okiDoki베케이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95년도에 발매된 이 게임이 
무려 14년이 지난 2009년에 풀셋 리마스터판으로 새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PC-98시절의 게임들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쯤에
윈도우 이식 및 리메이크판 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대 후반쯤이면 그런 옛날 게임이 리메이크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정말로 손에 꼽는 명작들만이 리메이크가 되는 상황이었죠.

그나마 최근에 리메이크된
elf의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라든가
C's ware의 <Desire>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2009년쯤에는 이미 PC-98시절 게임 리메이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저 작품들은 매우 유명한 명작들이기도 하고요.

2009년의 칵테일소프트는 이미 사실상 멸망한 회사였습니다.
야심차게 발매한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4>조차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던 시기였죠.

DokiDoki베케이션의 풀셋 리마스터판이 나왔을 때,
칵테일소프트는 이미 황폐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상황에 심을 묘목으로 DokiDoki베케이션이 선택되었습니다.
물론 리마스터판 역시 실패하고 묘목은 금세 말라 죽어버렸지만,
칵테일소프트 스스로는 이 게임이 위기의 상황 속에서 한 번 뽑아볼 만한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했던 거죠.

DokiDoki베케이션은 과연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일까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 시기의 트렌드였고 많은 게임들이 이런 시스템을 따랐으며
저도 많이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픽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캐릭터는 대사 하나 없는 엑스트라 이하로 그냥 배경입니다.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배경 캐릭터까지 멋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른 게임의 캐릭터일 수도 있고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의 유마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준이치로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는 클래스메이트 무츠미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고백도 못하는 준이치를 위해
주인공의 친구 토오루가 제안을 합니다.

방학을 이용해 토오루와 그의 여자친구 유리는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유리와 무츠미가 친하기 때문에, 유리를 이용해 무츠미를 데려갈 테니
주인공도 합류하라는 제안입니다.
주인공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제안인데, 이 친구놈은 의리도 없는지
대신 자신들의 여행 경비를 주인공이 전부 부담해야 달라고 합니다.
이정도면 친구도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여자들과 많은 인연을 맺는 주인공입니다.
캐릭터들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등장 안 하는 무츠미따윈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초반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츠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나서부터는 더 재미있어지는데,
초반부에서 친분을 쌓아온 캐릭터들 때문에 무츠미가 자꾸 질투를 합니다.
무츠미도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주위의 방해 때문에 주인공이 도무지 무츠미와 관계 진전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무츠미보다 우연히 만난 프로레슬러 누님 아야카가 더 좋습니다.
굳이 무츠미와 잘 되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군요.
사실 이 게임은 단일루트로 계속 가다가 
마지막에 선택지로 개별 캐릭터 엔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진히로인은 무츠미입니다.
특이한 점은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H씬이 이 무츠미만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때문에 이 게임을 비판하곤 합니다.

게이머들을 낚은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당연히 스토리상 진히로인인 무츠미와의 H씬이 있다고 생각하겠죠.
게이머들이 딱히 변태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게임이잖아요.
대체 뭐 때문에 무츠미와의 H씬을 누락한 걸까요?



말씀드렸다시피 마지막에 각 캐릭터별 엔딩이 있는데,
친구 토오루의 여자친구인 유리를 빼앗는 엔딩도 있습니다.
여행 경비를 요구한, 친구도 아닌 녀석에게 복수하는 결말이군요. 



저에게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던 게임입니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딱 칵테일소프트스러운 게임이죠.
대단한 스토리는 없지만,
괜찮은 러브코미디에 탁월한 그래픽과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죠.
그 스타일이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에, 칵테일소프트는 PC-98시절에 정상에 위치하고 있던 회사였던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2009년에 풀셋 리마스터판으로 다시 발매되었습니다.
8월달에 코믹마켓에서 선행 판매되었고, 9월달부터 일반 판매가 시작되었죠.

800X600 화면으로 바뀌었으며 PC-98시절의 도트 그래픽에 비해
좀 더 깔끔해진 모습입니다.
2009년 게임답게 보이스도 추가되었습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역시 시스템입니다.
'보다', '말하다' 등을 선택하는 명령 선택식 시스템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을 수정하려면 결국 텍스트 전체를 손을 봐야하니까요.
다른 리메이크 게임들도 이 부분을 수정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확실한 건, 2009년에 맞는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시스템의 게임이 대다수다보니 참고 했지만,
2009년에는 이미 비쥬얼 노벨 방식이 대세였으니까요.
다들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더욱이 진지한 스토리가 아니라 별 다른 내용이 없는, 잘 해봐야 킬링타임용 게임일 수밖에 없었던 
DokiDoki베케이션은 그런 단점이 더 커 보였던 거죠.



사실 시스템만큼이나 문제였던 건, 그래픽과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95년 기준으로 이 게임의 그래픽과 캐릭터는 다른 회사들보다 월등한 수준이었지만,
2009년에는 평범할 뿐이었죠.
다른 회사들이 더 유려한 그래픽과 더 화려한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었으니까요.
스토리도 더 좋았고요.


칵테일소프트가 '스토리와 시스템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리메이크를 한다면,
DokiDoki베케이션을 선택한 것은 정답이었다고 봅니다.
원작은 95년 게임치고는 꽤 재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나 개그도 좀 더 훗날까지 통용될 정도로 세련되었습니다.

칵테일소프트의 다른 유명한 게임인
<커스텀메이트3>나 <트래블 정션>, <전격너스> 시리즈 등은
지금 발매한다면 더 많이 손을 봐야 했을 겁니다.

다만, 역시 진정한 정답은 '스토리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을 보고' 
리메이크를 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불가능했으면 리메이크를 안 했으면 됩니다.

저는 칵테일소프트가 이런 단순한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고도 칵테일소프트는 2009년에도 여전히
별 스토리없이 그래픽과 캐릭터로 승부보려는 생각으로만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이죠.
DokiDoki베케이션의 리메이크도 그런 삽질의 일환일 뿐이었습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실패입니다.



총평하자면, 가장 칵테일소프트다운 게임입니다.
1995년에도 칵테일소프트다웠고, 2009년에도 칵테일소프트다웠죠.
한 쪽은 긍정적인 의미이고 또 한 쪽은 부정적인 의미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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