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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일 일요일

리뷰 : 진설 카미야 우쿄2(1995/7/14, ALTACI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시리즈는 ALTACIA의 <카미야 우쿄>시리즈입니다.
ALTACIA의 간판 시리즈로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매된 시리즈입니다.



<진설 카미야 우쿄> 시리즈의 전신인 <오오에도탐정 카미야 우쿄> 시리즈입니다.
예전에 소개한 바있는 소프트웨어 자판기 TAKERU 게임입니다.
그래서 TAKERU판이라고 불리며 볼륨이 꽤 적은 편입니다.
TAKERU판은 두 편이 나왔습니다.

그 후의 작품부터 카미야 우쿄 시리즈에는 '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 수식어 '진설'은 단순히 폼잡겠다고 붙인 것이 아니라,
이전작들과, 그리고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냅니다.

<진설 카미야 우쿄>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세미 픽션,
현직 변호사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사건에
이름, 지명 등을 바꾸고 적당히 양념을 쳐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진설 카미야 우쿄> 시리즈는 리메이크를 빼고 총 여섯 편이 있습니다. 
PC-98판인 1편,2편까지는 픽션이 40프로정도였으며,
그 후의 WINDOWS판은 배드엔딩을 제외하면 거의 실화였다고 합니다.

여섯 작품이나 나올 정도로 유서 깊은 시리즈였으나
2002년도쯤에 나올 예정이었던 4편 <진설 카미야 우쿄 ~상아탑~> 리메이크가 
자꾸 연기되더니 어느 순간 ALTACIA 자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카미야 우쿄> 시리즈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며
모든 작품이 난이도가 짜증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TAKERU판과 <진설 카미야 우쿄> 1편의 경우를 살펴 보면,
주인공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도 최소화 되어 있고
선택지도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쓸데없는 커맨드를 누르느라고 힘을 빼지 않도록
간소하고 쾌적하게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하면 놀라울 정도로
게임이 공허하게 흘러갑니다.
모든 커맨드를 눌러봐도 게임이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같은 경우는 장소와 커맨드가 엄청 많다 보니,
'대체 뭘 안 누른 거야.'하고 짜증내면서 플레이합니다,
근데 이 게임 같은 경우는 커맨드 숫자가 확연히 적습니다.
'틀림없이 다 눌렀는데 왜 안 되는 거야.'하는 짜증이 나는 겁니다.

게임 진도 나가는 방식 자체가 모든 커맨드를 다 누른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미 몇 번이나 누른 똑같은 커맨드를 
열 받아서 엔터키를 연타하니까 갑자기 진도가 나가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진설 카미야 우쿄2>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은 전작들과 같은 커맨드 선택 방식이 아닙니다.
멀티 엔딩 방식으로 그때 그때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선택지도 다른 게임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나의 선택지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면 게임을 진행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 배드엔딩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선택지1)
1번 -> 배드엔딩
2번 -> 선택지2으로..

선택지2)
1번 -> 배드엔딩
2번 -> 선택지3으로..

이런 방식인 겁니다. 굉장히 단순한 방식입니다.
근데, 이런 단순한 시스템의 게임이
실제로 플레이하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게 믿겨지십니까?

이 게임이 불편한 근본적인 이유는 세이브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선택지에서만 세이브가 되고 다른 곳에서는 세이브가 안 됩니다.
이 시기에 '이전 선택지로 돌아가기'같은 시스템이 있을 리가 없으니
선택의 순간에 세이브를 깜빡하고 선택을 해버리면
세이브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스킵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컨트롤 키도 안 되고, 엔터키를 계속 누르고 있는 방법도 안 됩니다.
유일한 방법은 손에 쥐가 나도록 엔터키를 연타하는 겁니다.

만일 플레이어가 선택지 1번에서 저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배드엔딩을 보았다면 게임은 얄짤없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더 짜증나는 점은 대부분의 배드엔딩이 1번 선택지라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세이브를 까먹어서 아무 생각없이 엔터키를 연타하다 보면,
선택지에서도 그냥 엔터키를 눌러서 또 1번 선택지를 누르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 또 배드 엔딩을 보고 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겁니다.
몇 번 정도 이 고통을 겪게 되면 엔딩따위 궁금하지도 않게 됩니다.



엔딩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주인공이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푹 찔리는 엔딩밖에 없습니다.

선택지 직후에 바로 배드엔딩이 나오는 방식은 아닙니다.
선택지 이후에도 스토리가 꽤 진행되다가 갑자기 푹 찔리는 거죠.
이런 변칙은 마음에 듭니다.
'제대로 된 선택지를 골랐나보다'하고 방심시키다가 찔러 버리는 거죠.
전개를 예측하기도 힘들고, 방심할 수도 없어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줍니다.

다만, 모든 배드엔딩이 이런 식이라는 건 안타깝습니다.
한, 두 번 당할 때야 놀랍고 참신하지,
여덟 번이나 같은 패턴을 쓰는데 누가 놀라겠습니까?



주인공은 당연하지만 시리즈 내내 카미야 우쿄입니다.
법학과를 나온 전직 변호사로 지금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쓴 사람도 변호사고, 주인공도 전직 변호사인만큼
법률 용어와 해설이 자주 등장합니다.

세미 픽션 게임답게 보다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살인사건은 충격적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충격적인 살인이 많이 등장하니 제쳐 두고,
동기가 채무 관계에 맞춰져 있다거나,
수사과정이 스펙타클한 추격전보다 견실한 수사가 되는 점이 현실적입니다.



또한 세미 픽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사 배경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게임의 무대도 최대한 당시 실제 사회에 가깝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게임의 현실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매력적인 게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게임이 세미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시나리오가 흥미진진하냐에 관심이 더 많죠.

이 게임의 경우는 세미픽션의 특징 때문에 최대한 절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과정도 사건 해결도 상당히 심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얼리즘이나 사회파 미스터리같은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겠지만
분량이나 전개가 그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하자면, 에로게이기는 하나 다른 미소녀 게임들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게임은 아닙니다.
독특한 특징때문에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게임이죠.

현대의 미소녀게임 트렌드와는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ALTACIA가 건재했더라도 시리즈가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못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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