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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8일 일요일

리뷰 : 슈퍼 울트라 쭉쭉빵빵 사이보그 마리린DX (1994/5/16, Jas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80, 90년대의 에로게를 리뷰하려고 처음 생각했을 때의 계획은
엘프, 앨리스소프트, F&C, 소위 당시 3강을 먼저 리뷰하고
그 다음으로 버디소프트, Great, Jast, HARD 이 4 회사를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상기 회사 넷의 공통점은 80년대 혹은 90년대 초반이 저 회사들의 전성기였고
95~96년도쯤에는 이미 망해가는 회사였다는 점이죠.

Jast는 에로게 회사 중에서도 조상님에 해당합니다.
Jast가 만든 <천사들의 오후>는 미소녀 게임의 원조라고 불릴 정도죠.

이 회사에서 독립한 회사로는 F&C가 있습니다.
F&C는 지금 연명하고 있는 회사 중에는 앨리스소프트 다음의 최고참이고
엘프는 F&C에서 독립한 회사입니다.
엘프, F&C 같은 유명 고전 에로게 회사의 계보가 바로 Jast에서 출발합니다.
또한,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퍼플소프트웨어 또한 한 때 Jast 계열이었죠.

이 조상님은 2001년에 문을 닫았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게임에 문제점이 많이 보이는 회사였습니다.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낼 생각은 없고,
대표적인 문제는 <천사들의 오후>시리즈 리뷰에서 요약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슈퍼 울트라 쭉쭉빵빵 사이보그 마리린DX>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약빤 게임 중 하나입니다.



게임은 주인공과 그의 여자친구의 대화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여자친구가 주인공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주인공은 기겁을 하며 반대합니다.
이유는 아버지를 여자친구에게 소개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버지가 여자친구를 NTR이라도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 정도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입니다. 자칭 '슈퍼 스페셜 닥터 죠'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패션 센스, 가슴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미소녀 피규어,
슈퍼 스페셜 닥터 죠라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이름 등은 정상적인 편입니다.
이 아버지의 정신상태에 비하면 말이죠.

직업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입니다. 미소녀 사이보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죠.
주인공의 몸에서 뇌를 꺼내는 놀라운 과학기술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동의도 받지 않고요.
당황한 주인공은 당연히 자신의 몸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고 합니다.



그 때,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악의 집단
'세계는 우리 것이야, 읏흥단'입니다.
단체명이 '세계는 우리 것이야, 읏흥단'이라고요.
이 게임 세계의 사람들은 쪽팔린 이름을 짓지 않으면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나오는 걸까요?

아무튼 이 단체가 노리는 것은 사이보그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사이보그를 내놓으라고 총들고 협박합니다.
그리고 뇌가 빠져나가 빈 껍데기 밖에 안 남은
주인공의 몸을 사이보그로 착각하고 가지고 돌아갑니다.

졸지에 주인공은 뇌밖에 남지 않은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의 연기력으로 사이보그를 빼앗기지 않았다고 좋아합니다.
몸을 되찾아 달라는 주인공의 부탁에도
한낱 과학자인 자신이 어떻게 찾아오냐고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주인공의 뇌를 사이보그에 이식하여 몸을 찾아오는 거죠.



그렇게 '슈퍼 울트라 쭉쭉빵빵 사이보그 마리린DX'가 탄생합니다.
당연하지만 주인공은 새로운 몸을 손에 넣자마자 아버지부터 팹니다.

이상이 초반부의 스토리입니다.
대체로 약빤 전개이지만 중후반부에는 나름 스토리가 멀쩡하게 돌아갑니다.
의외로 정상적이죠.



이 게임은 어드벤처 파트는 포인트 클릭식으로 진행되지만
부분적으로 3D 던전형 RPG 스타일도 차용했습니다.
미소녀 몬스터가 나오고 주인공이 승리하면 옷이 찢겨지는 방식입니다.

RPG 난이도는 낮은 편입니다만 귀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던전에 미니맵은 커녕 좌표도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걸어가면서 좌우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맵의 규모로 보나, 복잡함으로 보나
발목 잡힐 부분이 아닌데 편의 기능을 너무 생략해서 골치 아프게 합니다.



총평하자면, 제목과 제가 소개해 드린 초반부외에는 별볼일 없는 게임입니다.

94년도는 이미 Jast의 신뢰가 떨어진 시기입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모아야 했기 때문에,
과장된 제목이나 초반부는 다소 의도적인 장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역량이 없던 Jast는 충격적인 도입부까지를 만드는 것이 한계였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이 정도의 게임이 당시 Jast의 게임 중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는 것이
더더욱 암울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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