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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9일 일요일

리뷰 :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2)(Jas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소녀 게임의 원조 <천사들의 오후> 1편입니다.
타이틀 화면에는 '지금, 뜨거운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전하는 로망 어드벤처!! 그녀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 LET'S LOVE!!'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정말 기만적인 문장입니다. 이 게임은 절대 순애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교내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테니스부의 미소녀 유미코를 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유미코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지만,
장래를 대비해 러브호텔비까지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시작부분에서 컴퓨터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메모를 입수합니다.
그 메모의 내용은
'유미코의 중대한 비밀을 가르쳐주지. 그녀는 어떤 남자와 특별한 관계다. 그 남자는...'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략되어 있는 메모입니다.



테니스부의 1학년인 마리를 만나 유미코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덮쳐서 H씬이 시작됩니다.
시작하자마자 범죄부터 저지릅니다.
뜨거운 마음을 담아 전해준다던 로망 어드벤처는 어디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전화가 걸려와 공원으로 나갑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최근 소원해진 여자친구 쿠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유미코를 노리는 주인공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H씬을 보면 유미코는 공략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미 쿠미에게 질려 있습니다.

매달리는 쿠미를 주인공은 매몰차게 차버립니다. 쿠미는 울면서 돌아갑니다.



다음날, 주인공은 친구 이시이, 친구의 연인 나오코, 친구의 연인의 친구 요코와 놀러갑니다.



친구가 나오코랑 데이트할동안 주인공과 요코도 재밌게 놉니다.
같이 보트도 타고, 같이 도시락도 먹죠. H씬도 빠지지 않습니다.
만나는 여자와는 꼭 H씬이 있습니다. 여자친구만 빼고 말이죠.



유미코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친구의 연인인 나오코의 집에 찾아갑니다.
나오코는 유미코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유미코는 어떤 학교선생에게 약점을 잡혀 협박당했으며,
그 일로 성격이 변해 매일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놀아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H씬이 시작됩니다.
친구의 애인인데 도덕이고 망설임이고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NTR 전개가 펼쳐집니다.
이쯤에서 상기시켜 드리자면, 저는 지금 '미소녀 게임의 원조'라고 불리는 게임의
스토리를 설명드리는 중입니다.



주인공은 밤거리를 조사하다 디스코텍에서 드디어 유미코를 만나게 됩니다.
유미코는 매일 테니스부를 구경오는 주인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과 유미코는 호텔로 가게 됩니다.
H씬 후에 유미코는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데,
유미코는 한 번 선생에게 습격당할 뻔한 적이 있었고,
그걸 빌미로 유미코가 선생을 협박해 돈을 계속 뜯어 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자신이 싫었던 유미코는 매일 밤거리를 배회하게 됩니다.

이 비밀을 알고 있던 사람은 주인공 외에 딱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주인공의 친구인 이시이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안 나오지만 이에 대해
플레이어들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그 선생을 패버리고,
유미코는 그런 주인공에게 반해버렸다는 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인 것 같지만 정작 주인공도 선생과 똑같은 짓을 하고 다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상이 미소녀 게임의 원조라고 불리는 천사들의 오후 1편의 전체 스토리입니다.
오랜만에 풀 스토리를 설명했기 때문에 내용이 엄청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하면 텍스트가 엄청 많은 게임이 아닙니다.
당시와 비교하자면 내용이 충실한 편은 맞지만요.

이 게임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는 이유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명령 선택식'보다 더 구식인 '명령 입력식' 시스템입니다.

명령 선택식같은 경우는 커맨드 창에서 '말하다'를 선택하고
하위 커맨드로 '유미코'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명령 입력식 같은 경우는 '유미코 말하다' 이런 식으로
키보드로 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일본어로요.

80년대에 많았던 시스템인데 제가 80년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임에 동봉된 매뉴얼을 봐도 도통 무엇을 해야할지 막힐 때가 많습니다.



메모를 줍는다같은 간단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마저 헤메게 됩니다.
주워야 할 것이 메모인지, 종이인지, 쪽지인지,
아니면 옛날 그래픽의 문제로 하얀 돌인지, 분필가루인지, 기저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천사들의 오후같은 잘 만든 게임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여러 가지 힌트를 줍니다만 그래도 힘들어요.

또, 컴퓨터 프로그램이다보니 융통성이 없어요.
대충 오타쳐도 컴퓨터가 눈치있게 알아채주고 이런 게 없이 정확히 입력해야 됩니다.
큰 맘먹고 도전해 본 적도 있지만, 전부 실패하고
공략집 없이 클리어해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도스 시절에는 파일을 찾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간단한 작업조차도
명령어를 입력해서 하던 시기였다고 이해하기에는
이미 천사들의 오후 이전에 명령 선택식 게임이 존재했습니다.
천사들의 오후는 2편까지도 명령 입력식을 선택했고요.

지금 시기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편한 시스템입니다.
혹시, 천사들의 오후 초기 시리즈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도
꼭 원작이 아닌 명령 선택식으로 리메이크된 버전을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95년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 Collection>에 수록된 1편입니다.
지금 플레이하시려는 분들에게는 가장 편리한 1편이죠.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천사들의 오후 1편은
'미소녀 게임의 원조'라는 과분한 타이틀치고 
그다지 최초라고 할만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스토리가 그렇게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초기 에로게임에도 불구하고 뻔하고 정석적인 스토리는 또 아닙니다.
H씬을 보면 안 되는 여자친구 캐릭터라든가,
청초한 캐릭터일줄 알았던 메인 히로인의 반전이라든가
의외로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요.


후속 버전도 많이 만들어졌고, 거기서도 혁신적인 시도는 많이 있었습니다.
사용되지 못하고 남은 CG로 만들어진 <천사들의 오후 번외편>은
요즘 나오는 팬디스크의 개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쟈스트 사운드같은 것도 있죠.



천사들의 오후 발매 1년 후 나온 버전업판이 쟈스트 사운드와 대응합니다.
쟈스트 사운드는 놀랍게도 게임 음성 합성 장치입니다.

이걸 컴퓨터의 프린터 포트에 꽂으면 컴퓨터 스피커에서
게임 보이스가 나오는 방식이죠.
해당 기계가 사용된 게임 플레이 영상은 니코동에 존재합니다.

대응되는 게임이 많지도 않고, 음성 수도 별로 없으며, 음질도 좋지 못 하고,
연기도 형편없습니다.
그럼에도 30년 전 가격이 12800엔이라니 엄청 비싸군요.

하지만, 제대로 된 에로게 보이스가 한참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Jast가 시대를 앞서려는 도전을 많이 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단 1편에 대한 리뷰는 이 정도입니다.
전편에서는 '미소녀 게임의 원조'라는 칭호가 과분하다고 했고,
다른 명작들과 비교해서 좀 폄하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시대를 고려하면 대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초로 도입한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들을 모으고, 발전시키고, 인기를 끌어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죠.

역사적인 의미가 큰 게임입니다.
플레이할 가치는 없지만 기억될 가치는 있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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