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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월요일

리뷰 : 복수(1997/5/23,CROWD)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복수>는 1997년도에 CROWD에서 발매된 선택지형 멀티엔딩 게임입니다.
2001년도에 리메이크 되기도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중학 시절 여학생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고교 진학 거부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나
결국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됩니다.

해당 학교는 여학교에서 공학으로 전환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남학생들이 적었으나,
주인공의 취미인 컴퓨터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부원없이 홀로 컴퓨터부 활동을 하며,
친구는 없지만 괴롭힘도 없는 무난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복도에서 불량 그룹과 마주치게 됩니다.
엮이기 싫어서 조용히 지나갔더니
그 날부터 4인조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되도 않는 트집으로 말 걸었으면 말 걸었다고 괴롭혔겠죠.



왼쪽부터 부잣집 아가씨 리라, 두뇌파인 야요이, 파워담당인 호시코,
리더인 슌입니다.
RPG 파티처럼 역할이 딱딱 구별되어 있습니다.



리더인 슌은 칼까지 들고 협박합니다. 괴롭힘도 가벼운 장난 수준이 아니죠.
호시코는 주인공보다 힘이 세고, 야요이는 흉계를 꾸미고,
리라는 부자라서 빽도 있다 보니 다들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저항을 하려다가 역으로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복수를 결의하게 됩니다.



4인조에게 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캐릭터인 시노부입니다.
주인공은 시노부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자신의 복수 계획을 이야기하고
복수를 도와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결의도 다지게 되죠.



최근에 나오는 에로게라면 이런 경우에 복수 방법은 당연히 최면 어플이며,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최면술 정도는 쓸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 세계관에는 최면술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특기인 컴퓨터를 활용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학교의 CCTV나 잠금장치 등을 해킹하여 자신이 조작할 수 있게 하였고,
전기충격기도 개조하는 등의 준비를 합니다.
4인조를 한 명씩 가둬둔 후에 습격하는 작전이죠.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습격하는 동안
컴퓨터실에서 자신을 도와줄 조력자 한 명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은 이미 시노부에게 자신의 복수 계획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시노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 선택지가 뜨게 되죠.

하지만, 글쎄요. 심약해 보이는 시노부가 정말로 
주인공의 복수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을 괴롭히던 4인조에게 저항할 만큼 비정해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도움만 안 되는 수준이라면 그나마 낫죠.
오히려 주인공의 복수 계획을 4인조에게 고자질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과 시노부는 서로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입니다.
주인공을 팔아 넘기고 시노부 자신만 이지메에서 해방되는 스토리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 시절에 안경이란 민폐 캐릭터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이었죠.
<유작>의 리카, <협박>의 아야, <시즈쿠>의 미즈호 등이 생각납니다.
지금 보니, 시노부는 미즈호랑 좀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시노부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네요.
다른 조력자를 찾아 보겠습니다.



시기 적절하게도 컴퓨터부에 새로운 부원이 들어왔습니다.
이케도라는 녀석으로 왼쪽의 살찐 친구입니다. 그 옆에는 고문 선생님이죠.
이케도는 에로게에 관심이 있어서 컴퓨터부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소중한 한정판 콜렉션을 함부로 만지면서 막무가내로 빌려달라고 합니다.
어쨌든, 시노부를 선택하지 않은 이상 이제 이 캐릭터에게 조력을 부탁할 수밖에 없겠죠.
로드 한 번 하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믿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동병상련이라는 말도 있듯이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시노부도 이지메의 아픔을 딛고 잘 도와주겠죠. 믿습니다.



복수를 할 때,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약점'입니다.
4인조의 각 캐릭터들을 습격할 때 협박해서
다른 캐릭터의 약점을 질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듣는 약점은 꽤 중요한 정보도 있어서
약점을 듣지 않고 대충 습격하다가 배드 엔딩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죠.
반면에, 전혀 쓸모없는 약점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시코 왈 "리라는 우리중에서 가장 멍청해. 
그렇게 보여도 약점 투성이니까 따로 무서워 할 필요없어."

야요이 왈 "리라에게는 딱히 약점같은 게 없어.
야무져 보이지만 마음이 약하고 머리도 나쁘니까 주인공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야."

누가 약점 말하라고 했지 인신공격하라고 했나요?
부잣집 아가씨 리라에게만 특히 평가가 가혹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평소에 돈을 안 썼나 봅니다.



습격한 후 사진을 찍습니다.
나중에 컴퓨터실에 잠입해서
컴퓨터 수업 때 사용하는 그 캐릭터 자리의 컴퓨터 배경화면을
습격당한 사진으로 바꿔서 경고를 합니다.
뒷사람이나 옆사람이 볼 수도 있는데 너무 과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영부의 야요이같은 경우는 두뇌파답게,
주인공에게 습격당해 묶인 상황에서도 이빨을 텁니다.
사실 자신도 다른 셋에게 괴롭힘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어울려 다녔고
주인공이 복수를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네요.
이런 허접한 구라에 누가 속냐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은 그대로 믿어 버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풀려나자마자 표정이 싹 바뀌는 야요입니다.
다행히도 멀리 도망 못 가고, 다시 붙잡을 수 있습니다.



모든 복수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4인조의 달라진 눈빛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친구 하나 없습니다.
주인공은 복수의 허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진엔딩은 마지막에 시노부와는 맺어지는 엔딩입니다.
제가 플레이했을 때는, 처음 본 엔딩이 진엔딩이었는데
정석적으로 선택지를 고른다면 게임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H씬 위주의 게임으로서 딱히 스토리를 보고 할 게임은 아닙니다.
다만, 이쪽 장르로서는 독특하게도 복수물의 정석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많은 에로게들이 복수로 시작해서 타락으로 끝나던가 하렘으로 끝나던가
아무튼 게임 후반부에는 복수라는 주제가 희미해져 버립니다.
아예 모 MC물처럼 프롤로그에만 있던 복수가 본편으로 가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죠.  

이 게임은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는 더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복수의 허망함으로 결말을 맺었습니다.
처음의 주제가 마지막까지 유지되었죠.
대단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제목값정도는 했던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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