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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7일 일요일

리뷰 : 진 유리색의 눈 ~돌아보면 곁에~(2000/4/14,AIL 팀 리바)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리색의 눈>의 리메이크 버전인 <진 유리색의 눈 ~돌아보면 곁에~>입니다.
원작이 발매된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2000년에 발매된 리메이크였으며
기본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메이크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당히 많은 것들이 변화한 리메이크였습니다.



주인공의 담임 선생님 캐릭터인 카오리같은 경우에는 성격이 아예 정반대로 변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오컬트에 환장한 캐릭터였으나
리메이크에서는 조금 지나치게 진지한 캐릭터가 되었죠.

원작에서 선생님의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은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루리를 선생님과 만나게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캐릭터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뭔가 엉성했죠.



가짜 애인 행세를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평소 친구에게 애인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애인 행세를 해서 친구 좀 같이 만나 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원작에서는 친구가 잡담 도중 선생님의 오컬트 취미를 비웃는데 선을 넘습니다.
주인공이 '오컬트를 좋아하는 게 어때서!'라고 대신 화를 내며
주인공과 선생님의 사이가 급진전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리메이크에서는 정 반대로 친구가 카오리는 너무 진지하다고 비웃고
주인공은 '진지한 게 어때서!'라고 화를 내죠.

이렇듯 캐릭터를 바꾼 듯하면서도 스토리는 
원작의 스토리를 대체적으로 따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릭터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되어졌죠.
물론, 스토리 자체가 크게 변경된 케이스도 있고요.



가장 훌륭한 변경점은 쓸데없는 반복 이벤트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는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
내용도 그다지 없는 이벤트를 똑같은 선택지를 선택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죠.

반면에 리메이크 같은 경우는 가벼운 개그 이벤트를 많이 삽입하여
반복적인 장면을 최대한으로 줄였습니다.
짧은 개그 이벤트가 너무 많아서 불만이신 분도 있을 수 있지만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ㄴㅇ씬도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순애물에 굳이 ㄴㅇ씬따위가 삽입되어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그런 요구가 리메이크에서는 반영된 거죠.



다만, 주인공이 보는 비디오에 <협박>의 일부 과격한 H씬이 포함되어 있씁니다.
비디오를 보다가 루리에게 들켜서 당황하는 장면도 있죠.
루리에게 이미지를 깎이기 싫다면 비디오를 안 보는 선택지를 고르면 됩니다.
저는 당연히 비디오를 안 보는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그냥 유리색의 눈을 끄고 <협박> 게임을 하면 되니까요.



리메이크의 변경점은 대충 이 정도입니다.
그래픽의 변화는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지만
스토리, 캐릭터, 시스템 등이 전반적으로 크게 좋아졌어요.
변화한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듭니다.



루리의 스토리와 비중이 상향된 것도 마음에 듭니다.
원작에서나 리메이크에서나 루리는 이 게임의 중심이며 기둥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일상 이벤트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주인공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루리의 비중도 늘어난 거죠.



또한, 리메이크에서는 원작의 스토리를 강화하며 코루리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습니다.
코루리의 캐릭터 자체는 결국 좋아할 수 없었지만
이 캐릭터덕분의 루리의 스토리가 더욱 풍성해졌다고 볼 수 있죠.



소꿉친구 캐릭터인 요코가 메구미와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도 마음에 듭니다.
요코의 스토리도 이 장면의 연장인데
시츄에이션 자체는 제 취향이었지만 스토리는 더 좋았을 수도 있었다고 보네요.



총평하자면, 최고의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원작도 좋았지만 리메이크의 발전은 특히 눈에 띕니다.

진 유리색의 눈은 고작 3년만에 나온 리메이크였고,
2000년까지는 PC-98 게임이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 윈도우로 이식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유리색의 눈> 역시 별다른 변화없이 윈도우로 이식할 수 있었지만 
AIL사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고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분량이 얼마 안 되는 이런 리뷰를 적고 나서도 후회할 때가 있는데
몇 달에서 몇 년을 고민하며 제작했을 게임에 어찌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진 유리색의 눈은 그런 아쉬움을 멋지게 풀어 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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