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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리뷰 :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잔뜩(1990/5/16, D.O.)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O.는 Digital Objet의 약자입니다.
꽤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이젠 망한 회사라고 생각했으나
2016년도에 게임을 하나 발매함으로써
아직 목숨은 이어가고 있다고 선포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리뷰한 회사들이 거의 다 그랬지만
D.O. 역시 이젠 인지도가 바닥을 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 에로게의 팬이었던 사람들에게
D.O.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회사인데
바로 명작 <가족계획>을 발매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족계획> 이외에도 <카나 ~여동생~>, <토리코>시리즈 등
D.O.가 내세울 게임은 많습니다.
하지만 D.O. 스스로가 '<가족계획>을 발매한 그 회사!'로 기억되길 바랐죠.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윈도우 시절의 D.O.이며
PC-98시절의 D.O.의 이미지는 'RPG'와 '촉수'였습니다.
특히 촉수의 경우는
'스토리 어딘가에 촉수를 끼워 넣을 틈만 있으면 반드시 넣는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게임을 만든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무튼 그런 D.O.의 첫 작품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잔뜩>입니다.
D.O.의 대표 스타일인 RPG이지만
스토리상 촉수를 끼워 넣을 틈이 없어 촉수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현대 배경의 RPG입니다.
예전에 리뷰했던 엘프 사의 <엔젤하츠>와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스토리는 모 학교 이사장의 딸에게 첫 눈에 반한 주인공이 그녀에게 찾아가고,
이사장의 명령을 받은 학교 운동부 여성들이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다는 내용입니다.



<엔젤하츠>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캐릭터가 계속 덤벼 오며,
승리하면 서비스 씬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D.O.의 첫 작품이지만 사실 D.O. 이전에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어덜틴'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어덜틴'의 대표작은 <두근두근 스포츠걸> 시리즈였고
이 게임은 <두근두근 스포츠걸>의 CG를 재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그렇다 보니, 별 스토리없이 가볍게 CG나 감상하는 게임이 된 거죠.


다만, 이 게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에는 난이도가 좀 있는 편입니다.
적은 강하고 보상은 형편없어 노가다를 많이 해야하는 게임인 거죠.
예전에 리뷰했던 <메탈아이2>나 <이루미나!> 등과 비교하면
그렇게 밸런스가 엉망인 수준은 아닙니다.


이 게임이 진짜로 짜증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동선'입니다.

이 게임에는 다른 RPG 게임의 여관처럼 한 번에 모든 HP를
회복시켜주는 장소가 없습니다.
물약같은 개념인 우유나 요구르트, 케이크를 상점에서 사서
회복해야 하는 시스템인 거죠.
그리고 몬스터 격인 여학생들을 쓰러뜨려도 돈이 나오지 않습니다.
돈 대신 스포츠용품을 얻을 수 있는데 그걸 팔아 돈을 마련하는 거죠.
여기까지는 별 특징은 없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고전 RPG는 종종 있지요.



일단 이 게임은 별개의 던전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큰 마을의 맵이 무대입니다.

일단 여학생들을 쓰러뜨리고 아이템을 얻습니다.
적 여학생들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회복해야 할 타이밍은 금방 찾아옵니다.


아이템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스포츠용품점에 가야합니다.
이 스포츠용품점은 맵의 '남동쪽' 끝에 있습니다.

돈을 얻었으니 이젠 우유나 케이크를 사야합니다.
우유나 요구르트를 파는 사람, 혹은 케이크 가게는 맵의 '북쪽'에 있습니다.

가끔 회복 아이템을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납니다.
배탈이 나면 독에 걸린 것처럼 걸어다닐 때마다 HP가 줄어듭니다.
이런 배탈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파는 약국은 맵의 '서쪽'에 있습니다.

레벨업을 해도 공격력은 오르지 않습니다.
공격력을 올리려면 경찰서에 가서 단련을 해야하는데,
이 경찰서는 맵 '중앙'에 있습니다.

게임오버를 조심하기 위해 세이브를 하기 위해서는
시작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집은 맵 '동쪽'에 있습니다.


세세한 문제점이 많지만 결국은 이게 문제입니다.
적과 싸우고 회복하고 레벨업하는 과정에서
동서남북 온갖 방향을 쏘다녀야 합니다.
돌아다니는 과정에서도 계속 적들을 만나고요.

이 게임의 제목답게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잔뜩'입니다.
거기에 귀찮음도 잔뜩이고 분노도 잔뜩입니다.
이런 시설들이 좀 모여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총평하자면, 어쨌든 D.O.에겐 첫 게임이었으니 관대하게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D.O.는 이후에도 수많은 RPG를 만들었지만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게임은 딱 이 게임 하나뿐이었죠.



실제로 바로 다음 RPG인 <EXTERLIEN>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에 회복할 수 있으며 회복 장소하고 세이브 장소가 모여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밸런스는 비슷한 편이지만 훨씬 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죠.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잔뜩은
다소 불편하고 미흡하고 시행착오적인 게임이었지만,
그 시절을 고려하면 소재는 신선하고 CG는 풍부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임이지만
D.O. 팬들에겐 의미깊은 게임일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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