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칸노 히로유키 얘기에 뒷전으로 밀려났던 시즈웨어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칸노 히로유키는 95년도에 <EVE ~burst error~>를 마지막으로 엘프 사로 이직했고
시즈웨어는 그 후에도 계속 게임을 발매했습니다.
아쉬운 게임들이 많았지만 나름 호평받았던 게임들도 있었죠.
제가 시즈웨어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시즈웨어가 지나치게 희대의 히트작인 <EVE ~burst error~>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EVE시리즈와 전혀 관계없는 작품이 더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즈웨어는 <EVE ~burst error~>를 만든 회사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THE LOST ONE ~Last chapter of EVE~>,
<ADAM THE DOUBLE FACTOR>,
<EVE ZERO ~ark of the matter~> 등이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은 완전 개판이었으며 그렇게 시즈웨어는 몰락하게 됩니다.
시즈웨어는 03년을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면 상태에 들어갔고,
모회사인 히메야소프트는 17년도에 법적으로 소멸했습니다.
사실 법적으로야 17년도에 소멸했지만 사실상 10년도에 망했다고 봐야합니다.
따라서 시즈웨어는 부활 가능성이 전무한, 완전히 끝난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PC-98시절에 칸노 히로유키가 참여하지 않은 시즈웨어 게임은
<에이미라고 부르지마> 1995년 5월 19일 발매
<GLO.RI.A ~금단의 혈족~> 1996년 4월 5일 발매
<라뷔니> 1996년 6월 21일 발매
총 세 개가 있습니다.
이중 <GLO.RI.A ~금단의 혈족~>은 <금단의 혈족> 시리즈이기 때문에 일단은 제쳐두고
<에이미라고 부르지마>와 <라뷔니> 이 두 게임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이미라고 부르지마>
에이미라고 부르지마는 전형적인 에로틱 코미디입니다.
별 내용은 없지만 무난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죠.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의 이름은 에이미가 아니라 에미인데
스토리에서 자꾸 에이미라고 불리기 때문입니다. 그 외 큰 의미는 없죠.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감때문에
차라리 에이미라고 부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진행 방식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로 큰 특징은 없습니다.
옴니버스 형태로 [여고생]편, [간호사]편, [메이드]편이 있는데
<Xenon ~몽환의 지체~>와 마찬가지로 패러렐 월드 개념입니다.
똑같은 캐릭터가 다른 배역으로 등장하는 시스템이죠.
그 외에 이 게임을 접한 분들이 많이 언급하는 건 바로 헤어스타일의 압박입니다.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꽤 독특하긴 하지만
이쪽 장르에서는 크게 이상하다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비슷한 헤어스타일도 많이 있죠.
고작 이정도라면 이 게임의 헤어스타일이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았겠죠.
이 게임 최고의 헤어스타일을 자랑하는 캐릭터입니다.
[여고생]편에서는 학생, [간호사]편에서는 문병온 사람, [메이드]편에서는 여교사를
맡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화면의 절반이 넘어가는 헤어스타일입니다.
이 게임의 개그보다도 헤어스타일이 더 웃긴 수준이죠.
총평하자면, 에이미라고 부르지마는 딱히 인상 깊은 게임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헤어스타일만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뷔니>
라뷔니는 러시아어입니다.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여노예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게임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형편없는 외관과 변태같은 성격으로 소문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런 엑스트라 캐릭터들에게조차 경멸당하는 신세입니다.
만나는 캐릭터들마다 주인공에게 쌀쌀 맞은데
그런 주인공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건
소꿉친구인 미사키와 선생님인 요코뿐입니다.
사실 주인공도 문제가 많은데 취미가 도촬입니다. 범죄잖아요.
어쨌든 탈의실을 도촬하던 주인공은 요코 선생님에게 들켜 약점을 잡히게 되고
요코 선생의 노예가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제목은 '여노예들'이었는데 정작 노예는 주인공입니다.
어쨌든 약점을 잡혀 노예가 된 주인공은 요코 선생의 집에 끌려가 H를 하게 됩니다.
이대로 그냥 노예주인공이 협박당하는 뽕빨물같은 전개로 흘러갔더라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장면은 생략됩니다.
몇 달이 흘러, 주인공은 요코 선생의 취향대로인 노예가 되는데
멋있고 남자다운 모습으로 갱생하는 거죠.
오랜만에 학교를 간 주인공은 더 이상 경멸당하지 않습니다.
다들 친근하게 주인공을 반겨줍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여자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마음 속엔 요코 선생뿐입니다.
근데 또 정작 요코 선생은 주인공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남자 선생과
사귀는 모습을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같은 전개입니다.
그냥 뽕빨물이 더 괜찮다고 생각될 정도로 스토리가 이도저도 아니게 흘러가 버립니다.
그래픽 측면에서 주요 특징은 H씬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에로게의 애니메이션이나 모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히 CG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모션을 에로게에 넣는 방식은 끊임없이 개발되어 왔죠.
PC-98 시절 후기인 96년도쯤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 강했는데
라뷔니는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이 꽤 많이 들어있는 게임입니다.
시즈웨어의 모회사인 히메야소프트에서 발매한 <ZENITH>라는 게임과 비슷합니다.
<ZENITH>는 거의 풀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그래픽으로
별 쓸데없는 장면조차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 <ZENITH>의 문제점은 플레이 타임이 5분이라는 점이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PC-98시절에 플로피 디스켓 게임이잖아요.
지금이야 DVD가 기가 단위의 용량을 커버하지만
그때는 100메가도 버거운 시절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넣으면 그만큼 분량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뷔니에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지만 그나마 분량이 긴 이유는
애니메이션을 계속 재탕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해서라도 애니메이션을 넣을 이유가 있는 걸까요?
이해가 안 갑니다.
총평하자면, 이 게임은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이유는 대충 <EVE ~burst error~> 이후, 사람들의 이목이
시즈웨어로 집중된 상황에서 나온 스토리가 빈약한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딱히 그런 명작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비판점이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하게 정했어야 합니다.
애매한 스토리는 고생해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시너지 효과도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yu-no랑 이브 버스트 에러에 참가했던 스탭들 인터뷰에서 뉘앙스로 시나리오를 칸노 히로유키가 맡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걸 읽은 것 같네요. 저는 에이미를 안 해봐서 뭔가 비슷한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답글삭제줄거리만 보고 궁금했던 게임인데 리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