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리뷰 : 7영웅이야기(1995/3/10, 히메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히메야소프트는 시즈웨어의 모회사입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젠 망했습니다.

히메야소프트는 에로게를 많이 아는 사람에게도 다소 생소한 이름입니다만
<소녀는 언니를 사랑한다> 등으로 유명한 캐러멜BOX 역시
히메야소프트의 산하 브랜드였습니다.
참고로, 캐러멜BOX는 2010년도쯤에 다른 곳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히메야소프트는 90년대 초중반에 히메야소프트의 이름을 걸어 놓고
여러 게임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7영웅이야기>입니다.



7영웅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전게임으로 나름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한국어판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그 7영웅이야기는 사실 <7영웅이야기2>입니다.
7영웅이야기는 두 편이 제작되었는데
1편은 에로게이고, 2편은 전연령판이었습니다.
그래서 2편만이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된 것이죠.

저는 일단 에로게인 7영웅이야기 1편을 리뷰하겠습니다.



SRPG입니다. 시스템은 1편과 2편이 비슷합니다.
예전에도 이야기했던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PC-98시절 최고의 SRPG를 꼽으라면 <삼국지 영걸전>을 꼽습니다.
<삼국지 영걸전>이 나온 것이 95년도 2월입니다.
다시 말해, 7영웅이야기는 1편이고 2편이고 <삼국지 영걸전>보다
나중에 나온 게임입니다.

발매 시기를 고려하면 7영웅이야기는 다소 실망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유닛들의 행동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일곱 유닛들 중에 회복마법을 쓸 줄 아는 캐릭터는 단 하나입니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능력치 상의 차이로 인한,
공격과 방어, 이동거리나 사정거리의 차이를 제외하면 
각각의 유닛 특징이 전혀 없습니다.

무기나 아이템도 전혀 없고, 필살기나 마법도 전혀 없고,
버프나 상성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특별한 전략없이 그냥 전반적으로 유닛들 레벨 잘 올려서 
진격하고 때려 부수면 되는 게임인 거죠.

게임 상 턴제한이 없고, 적이 끊임없이 리필되는 판이 있기 때문에
노가다만 조금하면 난이도도 쉽습니다.
고전 SRPG 중에서도 특히 실망스러운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저냥 플레이할만한데
전략은 없지만 퍼즐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형이나 유닛들의 이동거리를 잘 계산하지 않으면
아무리 레벨이 높더라도 게임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특히, 여자 캐릭터들이 목욕하는 온천을 방어하는 스테이지가 인상 깊습니다.
이건 2편에서도 비슷한 스테이지가 있는데,
2편에서는 4면에서 오는 적을 4 유닛으로 방어하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만
1편에서는 4면에서 오는 적을 2 유닛으로 상대합니다.
제가 특히 레벨이 낮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들이 한 번에 죽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고생했죠.


시스템에 대해 평가하자면 SRPG로서의 실망스러운 구성을
퍼즐성으로 극복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일본의 고전 영화 <7인의 사무라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늘 도적들의 습격을 당해 재산을 빼앗기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싸우지는 못하고, 용병을 고용하자니 돈이 없었죠.
그리하여, 촌장의 떠밀림에 마을 청년 두 명이 
싸움 좀 할 줄 알면서 마을에 무료 봉사할 호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다 우연히 주인공을 만나게 되고, 이래저래 일곱 명의 전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일곱 캐릭터들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개성적입니다.
또한, 스토리도 코믹하면서도 진지할 때는 진지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악당은 도적이 아닌 마을 사람들입니다.
원래 이런 장르의 마을 사람들이 얄미운 점은 있지만
이 게임의 마을 사람들은 그냥 쓰레기입니다.

주인공 일행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을까지 찾아가는 기간만
무려 한 달입니다. 그만큼 외지에 있는 마을이죠.
그렇게 한 달이나 걸려 찾아갔는데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이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외부 사람이라고 경계하는 겁니다.

폐쇄적인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부인과 서먹한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말했듯이 오는데만 한 달이나 걸리는 외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무보수로 온 용사들을 마중도 안 나와요.
적어도 촌장은 마중 나와야죠. 본인이 불렀잖아요.


또, 주인공이 마을사람들에게 
'같이 싸워달라고는 안 할 테니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훈련해라'고 하니,
그럴 수 없답니다. 마을 규칙이 싸우는 건 안 된답니다.
그럼 계속 도적들한테 털리면서 살면 되잖아요.
싸우기는 싫고, 다른 사람이 지켜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주인공 일행은 돈 한 푼 못 받습니다.

나중에 몬스터가 최면으로 마을사람들을 조종해서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하는 스테이지도 있습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 잘못은 아니지만 마을 규칙때문에 못 싸운다던 사람들이
공격해 오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좀 그렇죠.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면 게임오버지만
그래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이 듭니다.



그리고 또, 주인공의 동료인 탈주닌자 시노부의 문제도 있습니다.
탈주닌자인 시노부는 주인공 일행이 우연히 추격자들에게서 구해준 것을 계기로
동료가 된 캐릭터입니다.
그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도적떼뿐만이 아니라
시노부를 노리는 닌자들의 공격도 방어해야 하죠.

그 때, 마을사람들이 주인공에게
'닌자들이 계속 공격해오는데 시노부는 마을에서 내보내면 안되겠냐'고 합니다.
시노부도 마을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계속 싸워왔는데
해도해도 양심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주인공도 열받았는지 '시노부가 나가면 우리도 다같이 나가는데 괜찮겠냐'하니까
그제서야 마을사람들이 '그건 곤란하다'며 꼬리를 내립니다.
그런 대화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나가버려도 할 말이 없는 사태입니다.


게임이 끝나갈 때쯤에는 
세계를 멸망시킬 다크드래곤이 부활하기 직전의 위기가 찾아 옵니다.
마을촌장은 다크드래곤을 봉인할 수 있는 화이트오브라는 아이템을 주는데
봉인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목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능력이 안 돼서 봉인을 할 수없다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대놓고 마을을 지켜준 일곱 명중 한 명에게 희생하라는 거죠.

아무튼 한 명도 희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크드래곤의 부활 자체를 막아야 합니다.
주인공 일행은 부활을 막기 위해 전장으로 향합니다.


쉽게 예상이 가능하지만 결국 부활은 못 막습니다.
부활한 다크드래곤을 몇 번이고 쓰러뜨리지만 다크드래곤은 계속 부활할 뿐입니다.
일행들은 지쳐있고, 다크드래곤을 막을 방법은 결국 한 사람이 희생해서 봉인하는
방법뿐입니다.



이 역할에 어울리는 정의로운 기사가 일행 중에 있었지만
이 기사는 뒤따라 오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이미 사망했습니다.
남은 여섯 캐릭터 중 한 명이 희생할 수밖에 없죠.



봉인 아이템인 화이트오브를 갖고 있던 주인공은 너무 지쳐서 
화이트오브를 땅에 떨어뜨리고 맙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배운 건가요? 티나는 연기입니다.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이 희생하라는 거죠.

아무튼 여섯 중 누가 죽을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 장면에서는 꽤 마음이 아팠는데, 나름 이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 하나를 선택하기가 꽤 어려웠죠.



한 명을 선택하면 약소하나마 멀티 엔딩입니다.
살아 남은 다섯 캐릭터들의 후일담이 나오는 방식인데
많이 중복되기 때문에 굳이 여섯 캐릭터 엔딩을 전부 볼 필요는 없습니다.
엔딩 CG를 전부 보고 싶다면 한 번씩 선택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총평하자면, 시스템은 단조롭고, 스토리는 식상한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강점은 그 단점을 채워주고도 남습니다.

그런 캐릭터의 특징이 SRPG 전투 유닛에도 반영되어 전투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면 
저는 이 게임을 스토리가 좀 부족하더라도 명작으로 꼽았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SPRG 파트는 쉽기 때문에 전투는 적당히 넘기듯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나 스토리는 1편이나 2편이나 비슷하지만
캐릭터는 1편이 좀 더 괜찮습니다.
2편을 재미있게 하신 분들이라면 1편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4개:

  1. 이번에도 사정없이 후들겨패주시는 리뷰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ㅋ 읽다가 진짜로 웃었어요 마지막 cg가 아련해서 인상깊네요
    처음 들어보는 게임인데 왠지 꼭 해보고 싶네요. 드래곤나이트4도 그런 식의 rpg 게임은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미루고 미루다가 백개먼님 리뷰 보고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거든요.. 물론 7영웅이야기는 도라나이랑은 다른 이유로 해 보고 싶은 거지만요

    늘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날이 많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답글삭제
  2. dkle p //

    드래곤나이트4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7영웅이야기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드래곤나이트4보다 난이도가 훨씬 쉬워서
    진입장벽도 낮은 편입니다.
    이 시기 srpg는 밸런스 조절을 실패하거나 기능이 불편해서
    짜증나는 게임이 많은데 7영웅이야기는 그렇지 않고요.

    다만 무난할 뿐, 특색은 없는 게임이라서 추천드리기는
    아쉬운 게임이네요.

    답글삭제
  3. 아 어릴적 재밌게 했었던 추억의 게임인데 이름을 까먹어서 몇년간 수소문해도 못찾다가 여기서 다시 읽게 되네요 ㅠㅠ 리뷰 포스팅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못 알아내던걸 여기서 보고 만족하고 갑니다

    답글삭제
  4. 무명//
    7영웅이야기는 1편, 2편이 있기 때문에 잘 구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리뷰를 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편도 한국어 패치된 게 있더라고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