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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6일 일요일

리뷰 : 약지의 교과서(1996/4/5,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약지의 교과서>입니다.



오프닝 영상에서 세피아톤의 CG와 함께 잔잔하게 깔리는 오르골풍 BGM이
참 마음에 듭니다.
오프닝만 보면 순수하고 정석적인 연애 스토리 게임을 기대하게 됩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실제로도 정통파 스타일의 연애 게임입니다.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13개의 멀티 엔딩 중 하나에 골인하는 방식이죠.
선택지에 따라 캐릭터와 잘 맺어지는 엔딩도 있고, 망하는 엔딩도 있습니다.
각 캐릭터 엔딩의 경우, 스토리는 짧아도 대체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학교 친구의 연애상담을 해주는 장면입니다.
학교 친구는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 주인공에게 말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합니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친구가 짝사랑하는 대상은
자신의 소꿉친구인 토모미라는 결론을 내리고, 둘을 맺어주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소동 끝에 역시나 친구의 짝사랑은 토모미가 아니었고,
계속 추궁해 보니 사실 친구는 주인공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엔딩은 그 친구가 몇 달 후, 성전환하고 나타나서 주인공을 덮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엔딩을 13개의 엔딩 중 세 번째로 보았으며,
간만에 순수한 연애 게임을 하리라는 제 기대는 여기서 박살이 났습니다.

사실 90년대 감성의 순수한 게임이 유행하는 시기는
이 게임 발매보다 약간 이후입니다.
PC-98 게임 시절에는, 멀티 엔딩 시스템이라면
이런 반전을 하나, 둘 정도 넣어주는 것이 제작자의 유머감각과 교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엔딩 이외에도 소꿉친구 어머니와 어찌어찌되는 전개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아쉬운 것이 제대로 된 엔딩들은 참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억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막장 엔딩들이라는 점입니다.
성전환 엔딩을 너무 빨리 봤습니다.
그 엔딩을 가장 마지막에 봤더라면 제가 아직 기대하고 있는 동안
이 게임의 따스한 분위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냉정함을 잃지 않고 평가한다면 괜찮은 게임입니다.
분량은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짧은 편입니다.
막장 엔딩들을 없애고 각 캐릭터들의 분량을 충실히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90년대후반쯤부터는 순수하고 풋풋한 연애 게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이 게임은 시대를 앞선 순애 게임인 거죠.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성전환류도 시대를 앞섰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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